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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평창올림픽, ‘진보정권’이라서 평양올림픽 되나요?

1988년 서울올림픽·2011년 대구세계육상선수권, ‘보수정권’서 북한 참가 열띤 호소
평창 주민들의 민심 “분단국가서 열리는 평창올림픽 위해 애써놓고 평양올림픽이라니”
  • 대한민국 여자 아이스하키 선수단이 1월25일 오후 충북 진천군 진천 국가대표선수촌을 방문한 북한 선수단에게 꽃다발을 건네주며 환영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데일리한국 안병용 기자] 평양냉면 이후 참 오랜만이다. 정확히 30년 만에 대한민국에서 펼쳐지는 지구촌 최대의 축제를 코 앞에 둔 시점까지 ‘평양’이라는 말이 연일 언론의 헤드라인을 장식하고 있다.

평창과 평양. 한 글자 차이다. 국내 언론들은 기가 막히게도 비슷한 두 단어를 행여나 헷갈려 쓰지 않을까 내심 노심초사 하고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실시간으로 전 세계와 기사 공유가 되는 시대 아닌가.

외신은 어떨까. Pyeongchang(평창)과 Pyeongyang(평양) 영문 스펠링도 아주 흡사하다.(2000년, 국립국어원 로마자표기법 기준) 우스갯소리로 한국으로 방문해야 할 외국인이 북한으로 여권을 발급받지 않을까 걱정이 될 정도다.

이왕 꺼낸 김에 한 글자만 더 바꿔보자. 평화는 어떨까. 평창과 평양, 평화다. 말장난 같지만, 결코 그냥 두고 볼 수 없는 말씨름에 열을 올리고 있는 곳이 있다. 바로 대한민국 정치권이다.

“평창올림픽 만드느라 얼마나 애썼는데, 평양올림픽이 무슨 소리냐!”

평창 주민들은 단단히 뿔이 나 있었다.

평창올림픽 개막을 12일 앞둔 지난 1월28일, 강원도 평창을 방문했다. 나경원 자유한국당 의원의 평창올림픽 조직위원직을 파면 시켜달라는 청와대 청원이 20만 명을 넘은지 5일째 되는 날이다.

나경원 의원은 지난 1월19일, 국제올림픽위원회(IOC)와 국제패럴림픽위원회(IPC)에 ‘남북단일팀 구성 및 한반도기 공동입장에 우려한다"’는 내용의 서한을 발송했다. 나 의원은 “정부의 평창올림픽의 평양올림픽화는 절대 막아야 된다”고 주장했다.

나 의원의 이 같은 호소에 토마스 바흐 IOC 위원장은 그의 서한 발송 다음날(20일) “올림픽 역사상 처음으로 두 남북 팀이 한 팀으로 재결합해 스포츠에서 경쟁하게 된다”며 남북단일팀에 기대감을 나타내는 말로 에둘러 답했다.

하지만 바흐 위원장은 지난 23일 한 국내 언론과의 인터뷰에서는 야당의 ‘평양올림픽’이라는 의제 설정에 대해 “올림픽을 열심히 준비해 온 사람들을 무시하는 발언”이라며 직격탄을 날렸다.

바흐 위원장과 비슷한 생각을 하는 이를 평창에서 만났다.

평창버스터미널에서 만난 김모(여·53)씨는 “평창올림픽을 만드느라 평창 주민들뿐만 아니라 국가에서도 얼마나 애썼느냐”면서 “도대체 평양올림픽이 무슨 소린지 모르겠다”고 질타했다.

역설적이지만 나 의원은 김 씨가 말한 “국가에서 평창올림픽을 위해 애쓴 사람” 중 한 명이다.

2013 평창 스페셜올림픽 조직위원장이었던 나 의원은 당시 기자회견을 통해 “이번 평창 동계 대회 때에 북한의 정식 선수단을 초청하고자 다각적인 노력을 하고 있다”면서 “접촉을 여러 가지 방법으로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야당의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하면 불륜)은 나 의원에 그치지 않는다.

지난 2011년 당시 권성동 한나라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2018 평창 동계올림픽대회 지원 특별법안’의 47조엔 “국가 또는 지자체는 남북화해와 한반도 평화 증진을 위해 단일팀 구성 등을 협의할 수 있다”는 등의 조항이 나와 있다.

권 의원은 남북단일팀 구성에 대해 “일시적인 위장 평화”라며 공세를 펼친 바 있다. 또 “평양올림픽과 북한 체제 홍보”라며 맹공을 퍼부은 장제원·김성태 의원도 당시 법안 발의에 이름을 올린 이들이다. 이들은 모두 자유한국당 소속이다.

당시 법안은 2011년 8월 출범한 평창올림픽 지원특별위원회(위원장 황우여)가 대안을 내놓으며 모두 폐기됐지만, 이 특별법의 85조엔 단일팀 지원에 대한 내용이 그대로 들어가 있다.

즉 단일팀 구성에 대해 합의가 이뤄진 경우, 국가는 행정적·재정적 지원을 할 수 있다는 얘기다. 국회가 동의한 이 내용을 두고, 7년이 지난 현재 국회는 시공을 초월한 '내로남불' 행태로 국민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평창올림픽 개막식이 열리는 ‘평창 올림픽 스타디움’ 인근에서 만난 자원봉사자 김 모(남·21) 씨는 “전 세계 유일한 분단국가에서 열리는 올림픽”이라며 “지난 1988년 서울 올림픽에서는 남과 북이 함께 하지 못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 이번에 다 함께 하면 좋은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북한의 대한민국 올림픽 참가…보수정권에선 ‘한국올림픽’, 진보정권에선 ‘북한올림픽’?

김 씨의 지적대로 북한은 지난 1988년 서울올림픽에 참여하지 않았다. 당시 노태우 정부와 서울 올림픽 조직위원회는 “올림픽 개막식 전날이라도 (북한이 참가한다면) 문을 열어두겠다”라고까지 선언했다.

우리 측은 북한의 참가를 유도하기 위해 ‘올림픽 분산 개최안’도 수용하려 했었지만, 북한은 끝내 응하지 않았다. 정부와 조직위가 북한에 이 같은 제안을 한 이유는 명확했다.

남·북한간의 불신을 해소하고 화합을 도모하기 위해선 북한의 참가가 필수적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이는 30년이 지나 문재인 정부가 주장하고 있는 그대로다.

지난 2011년 7월 당시 홍준표 한나라당 대표는 대구 세계육상선수권대회를 앞두고 “북한은 한반도 평화와 평화 공존을 위해 (참가) 결단을 내려달라”고 말했다.

홍 대표는 “북한 등 5개국 정도가 참가신청을 하지 않고 있다”면서 “북한이 참가하도록 적극적으로 움직여 달라”고 정부에 당부하기도 했다.

그로부터 7년이 지나 다시 보수당 수장을 맡고 있는 홍준표 대표는 “우리가 유치한 평창올림픽을 평양올림픽으로 만들어 북의 체재 선전장을 만들어주는 어리석은 친북 정책을 펴고 있다”고 정부를 비판했다. 한마디로 평창올림픽을 평양올림픽으로 둔갑시켰다는 지적이다.

홍 대표의 발언에 일정 수긍할 부분도 있다. 북한의 수위 높은 핵·미사일 도발과 과거 전례를 보면 화전양면 전술을 경계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또한 내로남불이다.

홍 대표가 북한에 대구 세계육상대회 참가를 요청했던 2011년 7월은 연평도 포격 사태가 터진 지 정확히 8개월 후였다. 1953년 남북 휴전 협정 이후 북한이 대한민국 영토를 직접 타격한 건 그때가 처음이었다. 한반도 전쟁위기가 절정에 달했던 시점이다.

1988년을 외면했던 북한은 30년 만에 다시 올림픽을 개최한 대한민국의 참가 요청에 응했다. 한국당을 비롯한 야당은 평창올림픽이 평양올림픽화 돼 가고 있다고 공세를 퍼붓고 있다.

보수정권에서 북한이 대한민국 올림픽에 참가하면 ‘한국올림픽’이 되고, 진보정권에서 북한이 참여하면 ‘북한올림픽’이 되는 것일까?

노회찬 정의당 원내대표는 “냉면은 왜 평양 아니면 함흥이냐. 서울냉면, 수원냉면은 왜 없느냐”면서 “평창올림픽이 평양올림픽으로 변질됐다면 평양냉면도 문제 삼아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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