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울산 한국당 후보 확정…대구·PK 여당 거물급 출마에 촉각

(사진=연합뉴스)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는 신년기자회견에서는 “17군데 광역단체를 돌아보니 (한국당 소속 광역단체장 6곳 보다) 더할 수도 있다는 확신을 가졌다”며 자신감을 드러낸 바 있다. 그러나 줄곧 언급한 부산·인천·대구·울산·경북·경남의 사수가 급선무다. 6곳의 선거 결과에 따라 자신의 거취를 고민해야 하는 상황이 올 수도 있기 때문이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부산 김영춘, 경남 김경수, 대구 김부겸 등 여론조사에서 수위를 달리고 있는 여권 인사가 출격할 경우 홍 대표가 수성 의지를 밝힌 6곳의 한국당 승리에 상당한 장애물로 등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세 사람 중 두 명(김영춘, 김부겸)은 장관직에, 나머지 한 명(김경수)은 대통령의 최측근이기에 청와대의 결정에 따라 보수 텃밭 선거 지형이 요동칠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PK 민심 바로미터 부산, 지방선거 최대 격전지

부산은 홍 대표가 배수의 진을 친 6곳을 포함해 이번 지방선거 광역단체장 가운데 가장 치열한 경쟁이 예상되는 곳이다. 부산시장 자리는 1995년 민선지방자치제가 도입된 후 보수정당이 단 한 번도 놓친 적이 없었다. 그러나 1년 가까이 부산지역 민주당 지지율이 고공행진을 펼치면서 여당 바람이 예사롭지가 않다. 여당 내에서는 사상 첫 민주당 후보의 부산시장 탄생에 대한 기대감이 점점 커지고 있는 모습이다.

당 지지율이 높다보니 민주당 내 부산시장 후보군은 5~6명에 이른다. 현재 거론되고 있는 인물은 오거돈 전 해양수산부 장관, 박재호·최인호 국회의원, 정경진 전 부산시 행정부시장 등이다. 이 가운데 출마를 확정지은 인사는 오 전 장관과 정 전 부시장뿐이다. 박재호 의원은 최근 “초선이 지역구를 두고 부산시장에 출마하기는 쉽지 않다. 고심 중”이라고 밝혔다. 부산시당 위원장인 최인호 의원(초선)도 마찬가지다.

변수는 김영춘 해양수산부 장관이다. 최근에는 원외위원장 11명 중 8명이 김 장관 지역구 사무실을 찾아가 시장 출마를 종용하는 등 김 장관 출마를 강하게 원하고 있다. 이 자리에서 김 장관은 공직사퇴 기한인 3월15일까지는 장관직에 충실하겠다는 입장을 밝힐 수밖에 없는 상황을 설명하는 것으로 답을 대신했다.

여당 내에서는 김 장관이 출마 의지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라고 보고 있다. 그러나 의원직과 함께 1년이 채 되지 않아 장관직을 그만둔다는 개인적 고민과 ‘부산출신 해수부 장관’이라는 지역 정가의 기대를 저버린다는 이유에서 고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오거돈 전 장관의 지지율이 높다는 점도 출마 명분을 약하게 하고 있다.

한국당, 洪 관망 속에 김세연 투입 가능성

자유한국당에서는 서병수 현 부산시장이 일찌감치 재선 도전을 선언한 상황에서 박민석 전 국회의원과 이종혁 전 최고위원이 도전장을 냈다. 각종 여론조사에서는 서 시장이 당내 경쟁자인 박 전 의원과 이 전 최고위원을 압도하고 있다.

서 시장은 2014년 지방선거 당시 여론조사에서 야권 단일후보였던 오 전 장관에게 오차범위 밖에서 뒤지는 것으로 나왔지만 실제 선거에서는 오 전 장관을 이겼다. 선거 레이스 막판 보수 지지층 집결이 낳은 결과였다.

부산 정가에서는 이번에는 상황이 달라졌다는 평가다. 지난해 대선 당시 문재인 민주당 후보는 38.7%의 득표율을 기록해 홍준표 한국당 후보(31.9%)를 앞섰다. 대선 사상 처음으로 부산에서 진보 진영 후보가 우위를 차지한 성적표였다. 이후 줄곧 민주당은 부산 지역에서 정당 지지율 1위를 달리고 있고 부산시장 가상대결에서도 민주당 후보가 앞서는 것으로 나오는 상황이다.

이 같은 상황을 잘 알고 있는 홍준표 대표는 바른정당에서 복당한 김세연 의원의 차출을 고려하고 있다. 이미 김 의원은 당 핵심 관계자로부터 출마 요청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김 의원은 지난 8일 “부산시장 출마를 요청받았고 생각 중”이라며 “지역의 여러분들과 구민들의 의견을 많이 듣고 있다. 설 전후로 입장을 밝힐 것”이라고 장고 중임을 밝혔다.

당내에서는 김 의원 출마가 부산 지방선거 선거판을 흔들어 놓을 호재가 되길 바라고 있다. 40대 참신한 이미지를 갖고 있는 김 의원이 한국당 약점인 젊은 층 표심을 공략할 수 있다는 기대감 때문이다. 그러나 김 의원 특유의 의사결정 스타일과 백지신탁 문제로 인해 출마 가능성은 반반이라는 관측이다.

경남지사, 한국당 후보군 홍수 속 김경수 출마에 촉각

경남지사 선거는 부산시장과 함께 6·13 지방선거의 최대 격전지다. 경남은 노무현 전 대통령과 문 대통령의 고향(김해, 거제)과 홍준표 제1야당 대표의 고향(창녕)이 모두 속한 곳이라 정치적 상징성이 큰 지역이다. 홍 대표가 지난해까지 도정을 맡았던 곳이기도 해 여야 모두 자존심이 걸린 싸움이다.

현재 한국당에서는 7~8명의 후보군이 언급되고 있다. 하영제 전 농림수산식품부 차관과 김영선 전 한나라당 대표, 강민국 경남도의원, 안홍준 전 국회의원이 출마를 선언한 가운데 윤한홍 국회의원이 출마를 고민 중이다. 여기에 친박계로 분류되는 한국도로공사 사장을 지낸 김학송 전 의원도 지역 민심을 청취하고 있다는 전언이다.

김태호 전 의원의 출마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김 전 의원은 2004년 경남지사 보궐선거에서 당선된 후 2006년 지방선거에서 재선에 성공해 경남도정을 이끈 경험이 있다.

민주당에서는 공민배 전 창원시장과 권민호 거제시장이 출사표를 던졌다. 공 전 시장은 문 대통령 고교·대학 1년 후배로, 문 대통령과 친분이 두터운 것으로 알려져 있다. 권 시장은 지난해 4월 자유한국당을 탈당하고 지난 달 민주당에 입당해 경남지사 출마를 선언했다. 당내에서는 도내 유일한 재선인 민홍철 의원의 출마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여야 통틀어 출마 여부가 집중되고 있는 인물은 문 대통령의 복심인 김경수 의원이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1위를 기록하고 있는 김 의원은 “국회의원을 중도 사퇴하고 출마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기존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그러나 당 안팎에서는 김 의원의 출마 요구가 끊임없다. 당선 가능성이 높은 카드로 PK지역 승리의 교두보를 마련해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지난 1일 박종훈 경남도교육감 출판기념회에서 김 의원은 “공민배 전 창원시장이 열심히 뛰고 있고, 권민호 거제시장도 출마선언 했다. 두 사람이 열심히 하고 있으므로 당분간 좀 더 지켜보고, 기회를 드리는 게 맞다”고 밝혔다. 두 후보의 지지율이 특정 시기까지 오르지 않을 경우 직접 뛰어들 여지를 남겨뒀다는 분석이다. 한 핵심 관계자는 “김 의원도 고민하겠지만 결국 청와대의 결정이 그의 출마를 좌우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보기도 했다.

인천, 한국당 유정복 사실상 확정…민주당, 절대강자 없어

한국당은 인천시장 후보로 유정복 현 시장을 일찌감치 확정지은 모습이다. 홍준표 대표는 지난 달 ‘자유한국당 인천시당 신년인사회’에서 “여의도연구소 여론조사는 유정복 시장 (지지율이) 아주 높다. 그러니까 경선도 안하고 결정을 하겠다는 것”이라 전략공천 방침을 밝혔다. 유 시장은 4년간의 시정을 앞세워 시민들과의 접촉을 늘리고 있는 상황이다.

민주당에서는 박남춘 의원, 홍미영 부평구청장이 출마를 선언한 가운데 김교흥 국회 사무총장도 후보로 참여할 것으로 보인다. 후보군에 이름을 올린 윤관석 의원은 “아직 아무것도 결정된 바가 없다”는 입장이다.

유력 후보인 박남춘 의원은 유 시장이 최대 치적으로 내세우는 재정건전화를 문제 삼고 있다. 박 의원은 “3조7000억 원의 채무 감축은 누구나 다 할 수 있는 일”이라며 “더 줄였어야 했다. 시에는 아직 10조원이 넘는 부채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유 시장은 “정치적 이익만 생각한 시 공직자와 시민에 대한 모욕”이라고 때 이른 설전을 벌이기도 했다.


민주당에서는 해경 인천환원 확정, 제3연륙교 착공, 지하철 7호선 청라 연장 결정 등 문재인 정부 이후 달성한 현안들을 부각시키며 차별화를 나서고 있는 상태다.

창당을 준비 중인 바른미래당에서는 문병호 전 의원이 출마를 선언했고, 이학재 바른정당 인천시당위원장(국회의원, 서구갑)의 출마 여부도 관심사다.

울산, 진보 분열로 김기현 시장 재선 성공?

재선 도전을 준비 중인 김기현 현 울산시장은 유정복 인천시장과 마찬가지로 사실상 후보로 확정된 분위기다. 김 시장은 취임 후 한국 갤럽에서 조사한 시도지사 직무수행 평가에서 연속 5회 1위를 차지한 바 있다. ubc울산방송은 한국갤럽에 의뢰해 지난 2일과 3일 이틀간 5개 구·군별 각 500명씩 총 2500명의 유권자를 대상으로 진행한 후보자 선호도 조사 결과(응답률 21.6%, 표본오차 ±1.96%포인트, 신뢰 수준 95%)에서도 김 시장은 37.2%로 가장 높았다. 김 시장은 ‘현직 프리미엄’을 적극 활용하면서 지지율 상승을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

민주당에서는 임동호 시당위원장, 송철호 전 고충처리위원장, 심규명 전 시당위원장 등 3명이 이미 출사표를 던졌다. 이 가운데 노무현 전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의 ‘친구’로 통하는 인권변호사 송철호 전 위원장은 김 시장이 37.2%로 1위에 오른 여론조사에서 2위(21.6%)에 올랐다.

울산 정가에서는 탄탄한 지지도를 앞세운 김 시장에 대항하기 위해서는 진보 진영의 단일화를 필수적으로 보고 있다. 지난 총선 당시 울산 남구을에 무소속으로 나온 송철호 전 위원장은 민주당 후보와의 단일화 실패로 박맹우 한국당 의원에게 1600여 표차이로 석패한 바 있다. 당시 임동욱 민주당 후보는 1만1000여 표를 득표했다. 때문에 이번 선거에서도 진보진영 단일화가 최대 변수로 떠오를 전망이다.

대구 수성 위해 한국당 전력…김부겸 출마에 노심초사

보수의 최후 보루로 불리는 대구에서는 권영진 현 시장이 재선 도전을 선언한 가운데 이재만 전 최고위원, 이진훈 대구 수성구청장, 김재수 전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이 한국당 경선에 참여할 전망이다.

바른미래당에서도 결전을 다짐하고 있다. 유승민 대표는 “자유한국당이 대구시장에 당선이 안 되면 문을 닫겠다고 했는데 대구시장에 총력을 다해 볼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당 내에서는 “대구에서 새 인물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유 대표가 생각하는 승부수가 있을 것”이라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어 유 대표가 새 인물 영입에 공들이고 있음을 암시했다.

대구시장 최대 변수는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의 출마 여부다. 조원씨앤아이가 지난 3~5일 ‘돌직구뉴스’의 의뢰로 대구시민 8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3자 가상대결 조사에서 김 장관이 33.3%로 1위를 기록한 것으로 나왔다. 권영진 시장은 23.2%로 2위, 바른미래당 창당을 준비 중인 유승민 바른정당 대표는 20.2%로 3위를 기록했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줄곧 1위를 달리고 있고 있지만 김 장관은 선거 주무 부처 장관임을 내세워 불출마 의사를 고수하고 있다. 당 일각에서는 전국정당 자리매김을 위해 김 장관을 나서야 한다는 주장이 거세지만 김 장관 출마로 보수 대결집이 이뤄져 패배할 경우 후폭풍이 만만치 않다는 점에서 섣불리 결정할 사안이 아니라는 의견도 있다.

유승민 대표가 지난달 25일 대구에서 “김 장관 출마 여부는 공직 사퇴 시한인 3월 13일까지는 지켜봐야 한다”고 밝힌 것처럼 다음달까지 김 장관의 거취는 대구시장 경선판에 가장 큰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경북지사, 한국당 현역 의원 잇따라 출마

경북지사는 지난 1995년 지방자치단체장이 민선으로 바뀐 뒤 치러진 총 6번의 선거에서 모두 보수정당이 승리를 거뒀다. 이번에도 한국당이 다시 한 번 깃발을 꽂을 가능성이 높다. 이 때문에 한국당 소속 인사들의 출마 러시가 거세다. 특히 3명의 현역의원(이철우, 김광림, 박명재)이 출마 의사가 표명할 정도로 경쟁이 치열하다. 여기에 남유진 구미시장, 김영석 영천시장, 김장주 경북도 행정부지사, 김성조 한체대 총장 등 경선 대열에 참여할 것으로 보여 7파전 양상을 띠고 있다.

민주당에서는 2014년 도지사선거와 총선(포항)에 2번이나 출마했다 낙선한 오중기 전 대통령균형발전비서관실 선임행정관이 재도전에 나선다. 지난 2일, 청와대를 나온 오 전 행정관은 “30년 동안 권력구조가 변하지 않은 곳이 경북”이라며 “‘나 아니면 안 된다’는 생각을 내려놓고 승리를 위해서는 제가 할 수 있는 모든 걸 하겠다”라며 의지를 불태우고 있다. 새누리당에서 민주당으로 당적을 옮기고 지난 대선에 문재인 후보를 지지한 이삼걸 전 행정안전부 차관도 출마를 검토 중이다.

한국당 우위가 점쳐지고 있지만 공천을 받지 못한 후보가 무소속으로 나올 경우 표가 갈리면서 민주당 후보에게 기회가 돌아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 지역 정가의 분석이다.

허인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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