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선 결과에 따라 잠룡 대권 가도 희비 엇갈릴 듯

차기 대권 1·2위 이재명·안희정, 순탄한 행보 전망

박원순·안철수·남경필, 지면 끝장?…정치인생 걸린 지선

유승민, 성과물 내야 하는 선거…원희룡, 존재감 약해져

6·13 지방선거 결과에 따라 차기 대권을 준비하는 잠룡들의 운명도 엇갈린다. 출마하는 후보의 경우 당락에 따라 정치적 입지가 축소·확대될 수 있고 출마하지 않더라도 지방선거 이후로 예상되는 정계개편에 영향을 받을 수 있는 상황이다. 여당에서는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 박원순 서울시장, 이재명 성남시장, 안희정 충남지사가 야당에서는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유승민 바른정당 대표, 남경필 경기지사, 원희룡 제주지사 등 7인이 이에 해당된다.

7인이 처한 상황은 조금씩 다르다. 박원순 시장, 안철수 대표, 남경필 지사의 경우 지방선거에서 살아남을 경우 입지를 보전하고 위기에 벗어날 수 있지만 반대의 경우 앞날은 밝지 않다. 사실상 벼랑 끝 승부다. 안희정 지사, 이재명 시장, 원희룡 지사의 전망이 어둡지 않다. 선거 결과를 통해 정치적 도약을 도모할 여지가 충분하다는 분석이다. 유승민 대표의 경우 큰 영향을 미치지 않겠지만 자신이 주장하는 ‘보수의 적자’에 해당하는 결과물을 내야 한다는 부담감이 있다. 선거 결과에 따라서 잠룡 8인의 희비는 극명하게 갈릴 전망이다.

한편 데일리안이 의뢰해 여론조사 전문기관 알앤써치가 무선 100% 방식으로 실시한 1월 다섯째 주 정례조사에 따르면 ‘차기 정치 지도자로 누가 적합하냐’는 질문에 응답자의 16.1%가 이재명 시장이라고 답했다. 그 뒤를 안희정 지사(14.2%), 황교안 전 국무총리(8.5%),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8.2%), 이낙연 국무총리(8.1%) 등으로 나왔다.

박원순, 3선 성공→대권 가도…낙선 경우, 뚜렷한 대안 없어

최초의 서울시장 3선에 도전하는 박원순 시장은 당 안팎에서 거센 도전을 맞고 있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여전히 1위를 차지하고 있지만 당 내에서는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박영선 의원은 최근 “박원순 시장하의 서울은 쇠락하고 있다”며 “서울이 쇠퇴하게 되면, 한국 전체의 성장은 직격탄을 맞는다. 성장이 멎게 된다. ‘미래 서울’을 위해선 전환점이 필요하다. 새로운 사람과 에너지가 필요하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출마가 유력한 정봉주 전 의원은 “이미 박원순의 3선 레이스로 게임이 끝난 것 같지 않나? 그런데 안철수가 나오면 박원순이 이길까? 선거는 모르는 것이고 서울이란 땅 속에서 어떤 용암이 꿈틀대는지 아무도 모른다”고 내다봤다. 정 전 의원은 “싱겁게 끝날 것 같던 선거엔 늘 돌발 변수가 발생하고 결과는 끝날 때까지 알 수 없다. 밋밋하게 가는 선거를 예측하는 당은 매우 위험하다”며 박 시장 독주에 견제구를 날렸다.

박원순 서울시장. (사진=연합뉴스)
정 전 의원이 언급한 것처럼 안철수 대표의 서울시장 출마가 가시화될 경우 판세 자체가 달라질 것이라는 분석도 많다. ‘박원순 대 안철수’ 양자구도가 만들어질 경우 보수 성향 유권자와 반대 여론 표심이 합쳐진다면 박빙의 승부가 펼쳐질 수도 있다는 뜻이다.

서울의 문 대통령과 민주당 지지도는 전국 평균보다 높은 편이다. 이런 환경에서도 박 시장이 야권 후보에게 지게 된다면 당으로서는 ‘소통령’ 자리를 내주게 되고 향후 문 대통령 국정 운영에도 적지 않은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박 시장 개인으로서는 시장직을 뺏겼다는 책임론에서 쉽게 벗어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당내 세력이 없는 박 시장이 존재감을 잃을 가능성도 있다.

당선될 경우 상황은 180도 달라진다. 최초 3선 서울시장이라는 타이틀과 함께 2022년 대선 일정에 맞춰 시정 성과를 내며 대권 가도를 단계별로 진행할 수 있는 프리미엄이 생긴다. 이 경우 막판 불출마를 선언했던 지난 대선과는 정치적 위상이 달라져 있을 것이라는 예상이다.

박수현 당선에 달린 안희정의 충청 영향력

지난 대선 유력 주자였던 안희정 충남지사는 이번 지방선거 및 국회의원 재·보궐 선거에서 모습을 비추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미 충남지사 3선 도전을 포기했고 한때 거론됐던 서울 송파을 재보궐에도 나가지 않을 공산이 크다. 안 지사는 지난 연말 송년 기자간담회에서 “임기를 충실히 마무리할 것”이라며 “도지사 임기를 성실하게 마치겠다고 하는 건 제 법정 임기 6월 30일을 말한다”고 밝힌 바 있다.

지방선거 이후 치러질 민주당 대표 선거에도 나가지 않을 공산이 크다. 2010년 충남지사 당선과 재선, 그리고 지난해 대선까지 쉼 없이 달려왔기에 앞으로의 정치 인생을 위해 휴식기를 가질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측근들의 설명이다. 해외 연수나 유학을 통해 내실을 기하는 동시에 외국 유명인사들과의 만남을 통해 식견을 넓히고 네트워크를 다지는 다목적 포석으로 볼 수 있다.

안희정 충남지사. (사진=연합뉴스)
오는 6월 지방선거와 재보궐 선거에 출마하지 않더라도 안 지사는 박수현 전 청와대 대변인의 충남지사 출마로 지속적으로 언급될 것으로 보인다. 당장 박 전 대변인은 지난 5일 출마 기자회견에서 “안 지사가 지난 2010년 도지사에 도전할 당시 총괄선거대책본부장으로서 그의 도전을 설계하고 지원했다”며 “안 지사의 핵심 시책인 3농 혁신을 계승 발전시키고 내포신도시의 교육·의료 등 자족기능을 확충하겠다”고 말했다.

SBS ‘김성준의 시사전망대’에서는 “저는 안희정의 오랜 동지이자 친구”라며 “안 지사의 충남도정에 정책특별보좌관으로 참여하고 국회의원을 하면서 도정에 깊이 관여하며 지켜봤다”며 안 지사와의 인연을 부각시키며 자신이 안 지사 정책을 계승할 적임자로 강조했다.

박 전 대변인의 충남지사 당선 여부는 안 지사에게 중요하다. 한 정치평론가는 “박 전 대변인이 청와대 대변인을 지냈지만 안희정 사람이라는 데는 이견이 없다”며 “’안희정 마케팅’으로 당선에 성공한다면 충청 지역에서 안 지사의 영향력을 확인하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안희정’을 앞세운 박 전 대변인의 당선 여부는 ‘충청대망론’과도 직결되기 때문에 충남 민심은 충남의 4년과 대한민국의 미래를 놓고 신중을 기할 것으로 보인다.

이재명, 거침없는 1위 질주…경기지사 밟고 대권으로?

2016년 탄핵 국면에서 직설 화법으로 지지를 얻어 지난 대선까지 출마한 이재명 성남시장은 경기도지사로 자신의 체급을 올리려 하고 있다. 전망은 밝다. 중부일보가 의뢰하고 리얼미터가 지난 1월 12일부터 14일까지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이 시장은 53.1%를 기록하며 압도적 1위를 차지했다. 남경필 현 지사(15.8%), 심상정 정의당 의원(9.7%), 전해철 민주당 의원(5.4%) 등 경쟁 후보들을 월등히 앞섰다. 같은 조사에서 남경필 현 지사를 지지하지 않겠다는 의견이 69.1%에 달하는 등 현역 도지사 교체 여론도 이 시장에게는 호재다.

이 시장이 먼저 통과해야 하는 경선과정에서 문 대통령 최측근 전해철 의원의 출마가 가장 큰 걸림돌로 부각되고 있다. 현재 두 사람 사이의 지지율 격차는 크지만 전 의원은 문 대통령 측근이라는 점을 적극 선거에 활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전 의원은 “일일이 내 거취를 여쭙는 게 맞지 않다고 생각한다. 지난 연말 다른 계기로 편한 자리에서 만났을 때 출마 말씀은 드렸다”며 “’문 대통령이 반대를 하셨으면 내가 과연 나가겠다 했을까’라고 완곡하게만 밝힐 수 있겠다”고 출마가 문심(文心)이라는 뉘앙스를 남겼다.

이재명 성남시장.(사진=연합뉴스)
이에 이 시장은 “선거에서 가장 안 좋은 것이 자중지란”이라며 “경선룰 등을 중앙당에서 잘 정리할 것이라 보고 거기에 따를 것”이라며 크게 개의치 않는 모습이다.

이 시장이 경기지사에 당선될 경우, 차기 대권에서 유리한 위치를 선점하게 된다. 경기도는 유권자가 가장 많은 지역이다. 경기지사가 대권 잠룡으로 거론되는 이유 중 하나다.

여기에 성남시보다 규모가 큰 경기도에서는 예산 등 이 시장이 정책을 펼칠 환경이 나아져 괄목할 만한 성과를 낼 확률도 커진다. 이 시장의 장점인 행정력을 발휘할 토대가 갖춰지는 셈이다. 더 큰 성과에 따른 지지가 이어진다면 이 시장은 다시 대권에 도전할 가능성이 높다. 이 시장은 차기 대선에 대해서는 말을 아끼고 있지만 “국민이 부르면 나간다”는 자신의 기준을 명확히 밝히고 있다.

남경필, 이재명 독주 브레이크 걸 수 있나…아들 악재도

이재명 시장의 독주에 남경필 현 지사의 재선 전망은 불투명해졌다. 여론조사에서 반등의 기미가 보이지 않자 남 지사는 결국 지난달 자유한국당으로 복당하는 승부수를 띄웠다. 남 지사는 자신의 SNS에 “고사 직전의 위기에 빠진 보수를 살리기 위해 또 한 번 정치적인 선택을 하려 한다”면서 “하나의 힘으로 건강한 보수, 똑똑하고 유능한 보수를 재건해 국민에게 사랑 받는 보수를 만드는 데 헌신하겠다”고 복당 소감을 밝혔다. 표면적으로 보수 재건을 앞세웠지만 한국당 지지율을 발판삼아 경기지사 선거에 나서겠다는 의지다.

남 지사 복당에 대해 이 시장은 “타인의 정치적 행보에 언급하는 것은 주제를 벗어난 것이긴 하다”면서도 “정치인은 본인의 이상·가치·비전·정치적 정체성이 명확하다면, 이렇게 빠른 속도로 옮겨 다닐 일이 없다. 당과 순간 안 맞을 수도, 넘칠 수도 있지만 국민의 선택에 맡기는 게 맞다”고 꼬집었다.

남경필 경기지사. (사진=연합뉴스)
정치권 안팎에서는 이번 경기지사 선거에게 남 지사의 정치생명을 좌우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개혁 성향 이미지의 소장파 정치인에서 한순간에 ‘철새’ 정치인으로 낙인찍힌 상황에서 얼마나 부정적 여론을 지워내느냐에 당락이 달렸다는 것이 중론이다.

‘아들 마약 구속’과 같은 악재도 남 지사에게 큰 부담이다. 필로폰을 밀반입해 투약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남 지사의 아들은 최근 1심에서 집행유예를 받았다.

한 정치평론가는 “지난해 대선에 출마했다 떨어진 이후 정치인으로서의 매력이 떨어진다는 모습”이라며 “재선에 실패할 경우 남 지사 정치인생이 위태로워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백의종군 선언한 안철수…패배시 정치 일선 후퇴 불가피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의 지방선거 출마는 확정적이다. 다만 어느 지역일지는 아직 미지수다. 그러나 정치권에서는 안 대표가 서울시장에 출마해 박 시장과의 대결할 것으로 보는 의견이 점점 많아지고 있다. 한 당직자는 “한국당에서도 마땅히 후보가 없는 상황에서 야권 단일 후보로 일대일 구도라면 안 대표도 해볼 만한 선거라고 보고 있는 것 같다”며 “서울시장을 차지한다면 안 대표의 입지는 상상이상으로 달라질 것”이라고 밝혔다. 서울시장이 아니라면 부산시장, 혹은 재보궐 국회의원 선거 출마도 거론되고 있다.

안 대표가 서울시장에 출마해 당선될 경우, 정치적 파장은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2월 중으로 창당을 확정지을 것으로 보이는 바른미래당이 광역단체장 선거, 그 가운데 지방선거의 꽃으로 불리는 서울시장을 차지한다는 것은 약 4개월 만에 시민들의 지지를 끌어 몰았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바른미래당의 수도권 지지세 확장 가능성도 보여주는 계기가 될 것이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사진=연합뉴스)
반대로 낙선할 경우, 안 대표의 정치 행보 후퇴는 불가피해 보인다. 대선 패배 이후 별다른 잠행 기간 없이 정치 일선에 복귀한 안 대표는 이후 당내의 반대를 무릅쓰고 당 대표가 됐다. 지난 연말부터는 분당까지 이어지는 갈등 속에서 바른정당과의 합당을 추진하는 등 정치 입문 이후 브레이크 없이 달려왔다. 이런 일련의 과정 속에 서울시장 선거에서 낙선할 경우 유학이나 잠정 은퇴 형식으로 정치권과 잠시를 거리를 둬야 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보고 있다.

원희룡, 무소속으로 재선 도전 가능성…존재감은 약해져

바른정당 탈당 고민을 이어가던 원희룡 제주지사는 잠시 숨 고르기에 들어갔다. 원 지사는 “통합 전당대회 상황을 보고 난 뒤 (거취를) 결정하겠다“는 입장이다.

최악의 경우 원 지사는 무소속으로 제주지사 재선에 도전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당으로 복귀는 생각하고 있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원 지사가 무소속 출마까지 염두에 두는 것은 개인 역량으로도 충분히 다퉈 볼만한 선거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지역 정가에서는 한국당 복당이 오히려 악재가 될 것이라는 얘기도 돈다.

원희룡 제주지사. (사진=연합뉴스)
일각에서는 한때 보수진영의 쇄신파를 대표했던 남원정(남경필, 원희룡, 정병국)이 조금씩 제 갈 길을 가면서 원 지사의 영향력이 줄어들고 있다는 분석이다. 중앙정치 무대와 물리적 거리가 먼 제주의 상황도 한 몫 했다.

반대의 목소리도 있다. 원 지사가 재선 도전에 실패해도 보수 진영에서는 충분히 경쟁력이 있어 재보궐 선거로 다시 여의도로 입성할 가능성이 높다는 평가다.

뒷짐 김부겸, 2선 후퇴 유승민…후방 지원만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은 줄곧 대구시장 불출마를 고수하고 있다. 그러나 대구 시민들은 출마를 원하는 모습이다. 8일 돌직구뉴스가 여론조사기관 조원씨앤아이에 의뢰해 지난 3일부터 5일까지 대구광역시 거주 성인남녀 800명을 대상으로 한 차기 대구시장 3자 가상대결에서 김부겸 장관이 33.3%로 가장 높았다. 이어 자유한국당 소속 권영진 시장이 23.2%, 유승민 바른정당 대표가 20.2%였다. 정치적 묘수가 될지, 악수가 될지 모르는 상황에서 김 장관의 여론조사 1위 질주는 청와대와 민주당, 김 장관에게 큰 고민이 될 것으로 보인다.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 (사진=연합뉴스)
유승민 바른정당 대표는 대구시장 출마에 선을 그은 채 선거 후방 지원에 전념을 다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대구 지역에서 바른미래당의 기대가 적지 않아 기초단체장 등 당선 성과물을 낸다면 정치적 입지를 새롭게 다지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허인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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