安 성폭행 파문, 제기되는 의문점?

인터뷰 시점 논란? …김씨 신변에 큰 위협 느꼈을 가능성

서부지검에 고소장 이유는…마지막 범행지가 관할지

기자회견 취소 내막은…수사에 대비한 전략? 安 불안한 심리?

안희정 전 충남지사의 ‘성폭행’ 파문이 일파만파 퍼지고 있다. 안 전 지사의 비서 김지은 씨의 JTBC 인터뷰 이후 안 전 지사는 기자회견도 취소한 채 두문불출하고 있다. 김 씨 측은 서울서부지검에 고소장을 제출했고 서부지검은 압수수색을 진행하며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는 상황이다. 김씨의 인터뷰 이후 양측에서는 공식적인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수사 및 재판 과정에서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치권 안팎에서는 안 전 지사 성폭행 파문을 놓고 다양한 추측이 나오고 있다.

왜 그 날이었을까…신변 위협 느꼈을 가능성?

김지은 씨의 안희정 전 지사 ‘성폭행’ 폭로가 메가톤급 후폭풍으로 커지면서 인터뷰 시점에 대한 궁금증이 커지고 있다. 인터뷰 이후 정치권에서는 다양한 얘기가 흘러나오고 있지만 가장 논란이 됐던 것은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의 발언이었다.

홍 대표는 지난 7일 청와대 본관에서 열린 문 대통령과 여야5당 대표간의 오찬 회동에서 임종석 비서실장과 환담을 나누는 자리에서 “안희정이 그렇게 되는 것 보고, 이 놈의 정치 참 무섭다”고 말했다. 이어 “안희정 사건 딱 터지니까 밖에서는 임종석이 기획했다고 하더라고…”라고 ‘음모론’을 꺼냈다. 이에 임 실장은 “대표님이 무사하니 저도 무사해야죠”라고 되받아쳤다.

이 발언이 논란이 일자 홍 대표는 같은 날 당사 브리핑에서 “농담한 겁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후폭풍은 거셌다. 이정미 정의당 대표는 지난 8일 YTN라디오 ‘출발 새아침’에서 홍 대표의 발언에 대해 “피해자가 자기 고백을 하고 용기 있게 문제를 해결하려고 나선 것에 대해서 정치공작의 도구로 문제를 언급했다는 것은 2차 가해와 같은 행위를 하신 거라고 본다. 어제 발언에 대해서 ‘농담이다’ 이렇게 그냥 넘어갈 게 아니라 사과해야 할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일종의 공작으로 보는 시각도 존재한다. 특히 인터뷰 당일은 대북특사단이 북한 김정은 위원장을 보기 위해 방북한 날이었다. 하지만 이는 용기 내어 사건을 폭로한 피해자에 대한 심각한 모독이자 2차 피해를 가하는 생각이다. 특히 김씨는 안희정 대선 캠프와 수행 비서, 정무 비서를 지낸 것에서 알 수 있듯이 앞으로 다가올 파장은 충분히 짐작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그 시점에 피해 사실을 폭로한 이유는 그만큼 김씨가 급박한 상황에 처했을 가능성이 있다.

JTBC인터뷰에서 김씨는 지난 2월 25일 안 전 지사가 미투 운동을 언급하면서 또 다시 범행을 저질렀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는 “‘아 여기는 벗어날 수가 없다. 지사에게 벗어날 수 가 없겠구나. 나 어떻게 하면 벗어날 수 있을까’하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인터뷰 말미에는 “실제로 제가 오늘 이후에도 없어질 수 있다고 생각했고 저의 안전을 보장받을 수 있는 게 방송이라고 생각했다…그를 좀 더 막고 싶었다. 제가 벗어나고 싶었고”라고 폭로 이유에 대해 밝혔다. 김 씨로서는 일련의 상황이 진행되면서 신변의 위협을 느꼈을 가능성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정치권 한 관계자는 “JTBC측에서 취재가 들어가면서 안 전 지사 측에서 김 씨에게 회유나 압력이 있었을 가능성은 충분히 있다. 이 과정에서 김 씨가 심적 부담이 컸을 것으로 보인다. 공개적인 방법이 아니고서는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판단한 듯하다”고 말했다. 김 씨가 JTBC인터뷰 중간중간 “벗어나고 싶었다”고 말한 것서 볼 수 있듯이 자신의 의지로 안 전 지사 곁에서 사라지는 것이 쉽지 않았음을 알 수 있다.

서울서부지검에 고발한 이유는? 범죄 혐의지가 관할지역 중 하나

김 씨는 지난 5일 JTBC 인터뷰에서 해외 출장지 등에서 성폭행을 당했다고 밝혔다. 이튿날인 6일, 김 씨 법률대리인은 서울서부지검에 ‘업무상 위력에 의한 추행’과 ‘위계상 간음’ 혐의로 고소장을 제출했다.

이 자리에서 김 씨 측 법률대리인은 “피해자가 서부지검(서울 마포, 용산, 서대문, 은평구 관할)에 제출하기를 바랐다”며 “(김씨가 피해를 본) 범죄지 중 하나가 서부(지검 관할지역)에 있다”고 서부지검에 고소장을 낸 까닭을 설명했다.

5일 인터뷰 당시에는 성폭행 장소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지만 고소장을 접수한 검찰의 수사 움직임을 통해 장소가 특정됐다. 안 전 지사가 서울에 올라왔을 때 이용했을 때 마포구의 한 오피스텔이었다. 고소장이 접수된 이튿날인 지난 7일 검찰은 이 오피스텔을 전격 압수수색했다. 이날을 시작으로 9일 현재까지 사흘 연속으로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이 과정에서 검찰은 안 전 지사와 김 씨의 모습이 담긴 폐쇄회로 CCTV를 확보했다. 검찰 안팎에서는 사흘 연속으로 압수수색을 진행한 것은 이 장소에서 확보할 증거물이 적지 않다는 것 아니냐는 얘기도 흘러나온다. 가장 마지막으로 범행이 일어난 장소에서 가능한 많은 증거를 수집하려는 의도라는 것이다.

한편, 김 씨의 인터뷰가 공개되고 12시간이 채 지나지 않아 안 전 지사 싱크탱크로 알려진 마포구의 ‘더좋은민주주의연구소’에서는 상자 10여 개 분량의 책자와 서류, 사무용품 등을 빼내 다른 곳으로 옮겼다. 이 곳은 안 전 지사가 서울로 출장을 왔을 때 수행비서나 측근과 함께 사적인 업무를 본 곳이다. 이에 안 전 지사 측이 압수수색을 대비해 자료를 빼돌린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기자회견 취소 이유는? 득실 없다 판단한 듯

세간의 이목이 집중되는 상황에서 안 전 지사는 지난 8일 기자회견을 열고 입장을 밝힐 예정이었다. 그러나 안 전 지사는 끝내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다만 문자메시지를 보내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검찰에 출석해 수사에 성실하게 협조하는 것이 국민 앞에 속죄드리는 우선적 의무라는 판단에 기자회견을 취소하기로 했다”고 입장을 알렸다.

현재 안 전 지사는 검찰 수사를 대비해 변호인단을 구성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한 법조계 관계자는 “피의자 방어권 보장을 위해 변호인단을 꾸리는 것은 당연한 권리”라면서도 “안 전 지사는 폭로 이후 사건의 구체적 사안에 대해 언급하지 않았다. 변호인의 조언을 받았을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또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채 검찰 수사에 대비하겠다는 것은 쟁점 사안이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는 뜻”이라며 “기자회견과 같이 공개석상에서 뱉은 발언들이 재판 과정에서 불리하게 작용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기자회견 자체를 취소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안 전 지사의 불안한 심리상태도 취소 이유로 보인다. 정치권 한 관계자에 따르면 현재 안 전 지사는 패닉상태에 빠졌으며 측근 및 변호인단도 그의 심리상태를 주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돌발 상황이 발생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에 기자회견을 취소했다는 것이 이 관계자의 의견이다.

허인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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