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베트남ㆍUAE 순방 ‘숨은 뜻’ 있나…MB 해외 비자금 환수설 제기돼

MB, 재임ㆍ퇴임 후 각각 2번 베트남 방문… ‘다른 의도’ 소문

UAE, MB가 가장 많이 찾은 중동 국가… ‘모종의 거래’ 의혹

MB 구속 시점에 문 대통령 베트남ㆍUAE 순방 놓고 ‘뒷말’ 무성

이명박(MB) 전 대통령이 결국 구속 수감됐다. 서울중앙지법 박범석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지난 22일 이 전 대통령에 대한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뇌물) 등 혐의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이 전 대통령은 수사 실무를 맡았던 신봉수 서울중앙지검 첨단범죄수사1부장, 송경호 특수2부장 등과 함께 자택을 나서 23일 0시 18분께 서울동부구치소에 수감됐다.

이 전 대통령의 구속이 결정되던 날인 22일 문재인 대통령은 해외 순방길에 나섰다. 문 대통령은 신남방정책의 기반을 다지기 위해 5박7일간의 일정으로 베트남과 아랍에미리트(UAE)를 방문하고 있다.

베트남과 UAE는 이 전 대통령이 재임 기간은 물론 퇴임 이후에도 각별히 관심을 가졌던 나라다. 특히 UAE의 경우 지난해 연말 이 전 대통령과 관련해 떠들썩하게 국정을 뒤흔들었던 터라 문 대통령 순방에 또 다른 의미를 두는 시각들이 있다.

베트남도 이 전 대통령이 퇴임 후 두 차례 찾았고, 경남기업의 랜드마크 72 건물 매입과 관련해 해외비자금 관련설 등이 거론돼와 정치권 일각에서는 두 국가에 이 전 대통령의 해외 재산이 숨겨져 있는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꾸준히 제기됐다.

이 전 대통령이 전격 구속된 상황에서 문 대통령이 우연의 일치인지 MB와 관련돼 의혹이 일고 있는 두 국가를 연이어 방문해 정치권 일각에선 정부의 순방 취지 발표에도 불구하고 MB의 해외자금과 관련된 게 아니냐는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문 대통령의 두 국가 방문을 둘러싼 여러 해석을 짚어봤다.

재임 중 2번, 퇴임 후 2번 베트남 찾은 MB

이번 순방의 첫 국가인 베트남에서 문 대통령은 아세안 주요 10개국 가운데 우리나라 최대 교역국인 베트남과 ‘전략적 협력동반자 관계’를 더 높은 수준으로 격상하는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문 대통령은 비즈니스 외교도 함께 이어간다. 대한상공회의소(회장 박용만)와 베트남상공회의소(회장 부 띠엔 록)가 베트남 하노이에서 공동으로 개최하는 ‘한-베트남 비즈니스 포럼’에 쩐 다이 꽝 국가주석과 함께 참석한다. 우리 측에서는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을 비롯해, 김영주 한국무역협회 회장, 박성택 중소기업중앙회 회장,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 등 재계 인사는 물론 백운규 산업부 장관, 강경화 외교부 장관 등 400여명이 참석한다. 베트남에서는 부 띠엔 록(Vu Tien Loc) 베트남상의 회장, 당 황 안(Dang Hoang An) 베트남 전력공사 사장 등 베트남 대표 기업 및 정부 인사 250여명이 참석한다.

이처럼 한국과 베트남은 수교 역사가 30년이 채 되지 않지만 급속도로 가까워지고 있다. 역설적이게도 현재 양국 관계를 ‘전략적 협력동반자 관계’로 격상시킨 인물이 이 전 대통령이다. 이 전 대통령은 2009년 10월 재임 기간 중 처음으로 베트남을 방문했다. 당시 이 전 대통령은 태국에서 열리는 아세안(ASEANㆍ동남아국가연합) 정상회의 참석 전에 베트남을 방문했다. 당시 양국은 ‘포괄적 동반자 관계’에서 ‘전략적 협력동반자관계’로 격상하는데 합의했다.

이 전 대통령은 이듬해인 2010년 2년 연속 베트남을 방문했으며 퇴임 후인 2014년과 2015년 당시 쯔엉 떤 상 국가주석의 초청으로 베트남을 찾았다. 현재 베트남 국가주석은 2016년 초 쩐 다이 꽝 당시 공안장관으로 교체된 상태다.

문 대통령의 순방국인 베트남이 주목받는 이유는 2015년 4원 자원외교 비리 수사를 받다 스스로 목숨을 끊은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 소유의 랜드마크 72 빌딩이 하노이에 있고, 이 건물 매각과 관련해 MB 관련설이 제기돼왔기 때문이다.

당시 성 전 회장은 검찰 수사를 비롯해 자금난에 시달리자 ‘랜드마크 72’를 매각하려고 했다. 랜드마크 72는 고 성완종 회장의 경남기업이 2011년 10억 달러를 들여 지은 72층짜리 초고층 건물이다.

2014년 당시 경남기업 측은 회사 고문으로 있던 반기문 전 유엔총장의 동생 반기상 씨의 아들 반주현 씨가 근무하고 있던 영국계 부동산 투자자문사 콜리어스인터내셔널 뉴욕 지점을 매각 주관사로 선정했다. 매각 대상자로는 카타르 투자사가 거론됐다. 매각을 주도했던 인물은 반주현 씨다.

그러나 ‘랜드마크 72’ 매각 프로젝트는 결국 반씨와 중개인의 위법행위에 따른 처벌로 무산됐다. 이와 관련 정치권 일각에선 카타르 투자사를 위장한 검은 세력이 매각에 참여하려 했던 것 아니냐는 의혹이 끊임없이 제기됐었다. 이 돈이 이 전 대통령과 무관하지 않다는 주장도 있었다. 카타르 투자사를 통해 경남기업을 인수하는 형태로 해외 은닉 재산을 베트남으로 이전시키려 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었다.

이는 건설사인 경남기업이 본업과 무관한 해외 유전개발에 참여한 것과 관련해 논란이 있었다. 실제경남기업이 2014~2015년 검찰 수사를 받았던 가장 큰 이유는 자원외교 비리 의혹 때문이었다. 당시 검찰은 경남기업이 해외 자원개발 지원금을 방만하게 운용한 의혹을 수사한 바 있다. 특히 경남기업이 러시아 등지의 자원개발 사업을 위해 개설한 현지 계좌로 석유공사가 송금한 것으로 돼 있는 성공불융자금의 흐름을 쫓았다. 성공불융자금은 자원개발 투자를 독려하기 위해 민간기업에 자금을 저리에 빌려주는 제도다. 당시 보도에 따르면 경남기업은 러시아 캄차카 석유광구 개발 사업 등 8개 해외 자원개발 사업과 관련해 3162만 달러(350억여원)의 성공불융자금을 지원받았다. 검찰은 이 금액 중 100억 원 가량이 원래 융자를 받은 목적에 쓰이지 않고 빼돌려진 단서를 포착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과정에서 석유공사 관련성도 의심됐다.

2015년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부좌현 의원에 따르면 2011년부터 지난해까지 감면된 성공불융자금은 모두 3677억 원인데 이 가운데 석유공사가 빌린 돈이 2245억 원에 달한다. 검찰은 융자심의 과정에서 예상 매장량이나 수익을 부풀리는 등 부정한 방법을 써 돈을 타냈는지, 융자 심의 담당자 상대로 로비를 벌였는지 수사했으나 성 전 회장 자살로 흐지부지 끝났다. 이명박 정부 시절 유전개발사업 목적의 성공불융자금 신청은 209건이었는데 이 가운데 205건이 받아들여진 바 있다.

때문에 국제 금융계 일각에선 이명박 정부 시절 부정한 돈이 해외로 빠져나갔고, 이것이 특정 국가의 자금세탁을 거쳐 베트남으로 옮겨졌다는 소문이 파다했다.

이 전 대통령 구속 시점에 문 대통령이 베트남을 순방하는 것과 관련해 MB의 해외 비자금을 확인, 환수하기 위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다.

남북정상회담 앞두고 순방 동행하는 비서실장

이번 UAE 순방에 문 대통령을 수행하는 비서진 가운데 눈길을 끄는 인물은 임종석 청와대 비서실장이다. 임 실장이 문 대통령의 해외 순방을 수행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통상 역대 정권에서도 대통령 순방시 비서실장은 국내에 남아 혹시나 모를 돌발 상황에 대비하고 국정을 관리하는 역할을 했다. 임 실장은 문 대통령이 베트남 순방을 마치고 UAE로 이동하는 24일 전후해 홀로 순방단에 합류할 예정이다.

현재 임 실장은 4월 말로 예정된 남북정상회담 준비위원장으로 의제 조정과 회담 형식 등 판을 짜느라 여념이 없는 상황이다. 바쁜 와중에도 이번 순방에 임 실장이 동행하는 이유는 UAE와의 관계 때문이다.

지난해 12월, 임 실장의 UAE 방문이 뒤늦게 언론을 통해 알려지면서 방문 이유에 대해 갖가지 추측이 난무했다. 당시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발등에 불이 떨어진 것처럼 왜 부랴부랴 중동을 날아갔어야 했는지 청와대가 대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며 “무리한 탈원전 정책의 당위성을 확보하고, 국익까지 포기하면서 전임 정권에 보복을 가하려다 외교적 문제를 야기했다는 의혹에 대해 그 기준을 분명히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며칠 뒤 김 원내대표는 “MB(이명박 전 대통령)와 UAE 간 원전 수주 관련 뒷조사를 하다 일어난 참사”라고 거듭 주장했다.

사태가 커지자 임 실장은 국회로 김 원내대표를 찾아 비공개 회동을 하면서 봉합됐다. 청와대는 임 실장의 문 대통령 UAE 순방 수행에 대해 “군사문제는 공식적으로 제기하기보다는 어느 정도 수습단계로 잘 가고 있기 때문에 현재의 협력관계를 해치지 않는 범위로 협조해서 잘 진행되고 있다고 생각하면 된다”며 “그런 부분에 있어서는 임종석 비서실장이 탁월한 역할을 하고 있다. (그래서) 순방에 참여하게 된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야당이 제기한 ‘MB와 UAE 간 원전 수주 관련 뒷조사’에 대해서는 여전히 의혹이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현 정부의 ‘뒷조사’ 핵심이 이명박 정부 시절 자원외교를 빌미로 MB가 해외에 은닉한 의혹이 있는 비자금을 확인하는 것이라는 주장이 있다.

MB, 재임기간 UAE 4번 방문…각별한 인연?

지난 연말 논란이 일었던 군사협정을 제외하더라도 이 전 대통령과 UAE는 각별한 인연을 맺어왔다. 서울시장 시절 UAE의 무함마드 빈 자이드 알나하얀 아부다비 왕세자의 호감을 사 아부다비와 공동 프로젝트를 진행하기도 했던 이 전 대통령은 재임 기간 UAE는 총 4회 방문했다. 미국(9번), 일본·중국(7번) 등 주변국을 제외하고는 러시아ㆍ인도네시아와 함께 가장 많이 찾은 국가였다.

특히 UAE는 이 전 대통령 재임 중 마지막 순방국이었을 정도로 신경을 많이 썼다. 마지막으로 UAE를 방문했던 2012년 11월에는 바라카 원전 1ㆍ2호기 착공식에 참석했다. 묘하게도 문 대통령은 이번 UAE 방문 기간 동안 모하메드 왕세제와 함께 바라카 원전 1호기 건설 완료 기념 행사에 참석할 예정이다.

이 전 대통령이 UAE와의 관계에 공을 들였던 이유를 액면 그대로 보면 대규모 원전 수주 및 자원 외교, 전투기 수출 계약 등 세일즈 외교 때문이었다. 이 모든 과정을 모두 모하메드 왕세제와 논의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전 대통령은 현직에 있을 때 모하메드 왕세제와 서울에서도 두 차례 만나고 임기 중 마지막 방문 당시에는 모하메드 왕세자가 헬기에 같이 타 일일이 안내할 정도로 가까운 사이인 걸로 전해졌다.

그러나 정치권에서는 ‘이면 합의설’, ‘실적 부풀리기’ 등 UAE와 체결했던 계약에 대해 꾸준히 의혹이 제기됐다. 이 전 대통령 측은 부인하고 있지만 UAE 원전과 군사협정 등에서 UAE에 정도를 넘는 혜택(?)을 준 것이 ‘의혹’과 관련있고, 해외 비자금 은닉설이 우선적으로 거론됐다.

야당이 임종석 실장의 UAE행에 대해 ‘MB 뒷조사’를 성토하다 물러선 것이 실제 MB커넥션을 확인하고 불리하기 때문이었다는 분석도 있다.

문 대통령의 첫 중동 순방국으로 UAE가 정해진 이유에 또 다른 의미가 있다는 주장에는 이런 추측이 밑바탕에 깔려 있다. 물론 UAE는 우리 기업이 이미 대거 진출해 있고 중동에서 유일하게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맺고 있는 국가다. 청와대 관계자는 “향후 우리 중동정책에 있어서 가장 핵심국가이기 때문에 중동의 교두보를 확보하는 게 UAE 방문의 목표”라고 밝혔지만 ‘MB-UAE’ 커넥션에 대한 소문은 무성한 상태다.

국내외 정보 관계자들 사이에선 MB 구속 시점에 문 대통령이 UAE를 방문하는 것과 관련해 ‘MB-UAE’ 커넥션에 무게를 두는 상황이다.

특별취재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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