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 인터뷰-장백산 해외동포지원사업단 이사장

북한, 핵 포기 안해…유엔 통한 ‘남북 영세중립국’이 해법

北, 30년 전 ‘한반도 중립국’ 제안… 장 이사장‘한반도 영세중립국’과 유사

해외동포, 남북 주민 유엔 총회에 ‘한반도 영세중립국’안 상정, 통과시키는 방식

“한반도 영세중립국 되면 유엔군 주둔 통해 한반도 핵상황 관리케 해야”

장백산 해외동포지원사업단 이사장은 북핵 해결의 유일한 해법이 ‘한반도 영세중립국’이라고 주장해왔다. 외교부가 3월 30일 공개한 북한의 30년 전 '한반도 중립국' 창설 제안 내용과 많은 면에서 공통점을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장백산 해외동포지원사업단 이사장은 10여년 전부터 북한 핵 문제 해결의 유일한 해법이 ‘한반도 영세중립국’이라고 주장해왔다.

장백산 이사장은 북한이 절대 핵을 포기하지 않기 때문에 ‘한반도 영세중립국’을 통해 북한의 체제를 보장해주고, 사실상의 ‘비핵화’ 결과를 이끌어내는 게 유일한 해결책이라고 강조한다.

장 이사장은 1980년대 말부터 북한과 무역을 해와 내부 사정에 정통한 대북 전문가로 1993년 북한이 NPT(핵확산금지조약)를 탈퇴할 때부터 북핵의 위험성을 주시해오다 2005년 핵무기 보유를 선언한 것을 계기로 북핵 해결책으로 남북한 영세중립국 방안을 본격적으로 구상했다.

장 이사장은 한국과 북한 각 체제의 제한에서 자유로운 해외동포가 주축이 되고 남북한 주민의 결의로 ‘한반도 영세중립국’ 안을 유엔 총회에 상정해 통과시키는 방안을 모색해왔다.

한반도에 큰 변화를 가져올 ‘2008년 남북정상회담’이 4월 27일로 예정된 가운데 외교부가 30일 공개한 외교문서에 따르면 북한은 30년 전 미국에‘한반도 중립국’창설을 제안했다. 이 방안에는 북한 핵무기 해결에 대한 입장도 나타나 있는데 장 이사장이 북핵 해법으로 제시한 ‘한반도 영세중립국’은 북측 제안과 교차되는 부분이 상당해 더욱 주목받고 있다.

지난 30일 장 이사장을 만나 북핵 해법 방안과 남북관계 발전을 위한 견해를 들어봤다.

-외교부가 공개한 30년 전 외교문서에 따르면 북한이 미국에 한반도 중립국 창설을 제안한 것으로 나타났다. 북한의 중립국안을 어떻게 평가하는가?

“북한이 제안한 ‘한반도 중립국’ 창설과 내가 주장해온 ‘한반도 영세중립국’이 여러 면에서 공통된 부분이 있다는데 놀랐다. 당시 김일성이 민족 중심으로 통일하는 방안으로 중립국안을 모색한 것은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북한의 중립국 방안에 대해 일부에선 88 서울올림픽을 앞두고 북한이 국제무대에 존재감을 보이기 위한 정치적 목적 때문이라는 평가도 있는데.

“일부에 그런 정치적 해석도 있지만 그것보다는 항일운동으로 약소민족의 서러움을 인식했던 김일성이 민족 중심으로 통일하기 위한 방안으로 중립국안을 모색한 것으로 알고 있다.

-30년 전 북한의 중립국 방안과 장 이사장의 ‘한반도 영세중립국’ 안과 차이점은 무엇인가?

“북한이 제안한 방안을 아직 전체적으로 파악하지 못해 구체적으로 말하기 어렵지만 내 방안은 남북한이 영세중립국이 돼 4강의 영향을 받지 않는다는 것, 그리고 해외동포와 남북한 주민이 중심이 돼 유엔 총회를 통해 영세중립국으로 가는 것이 차이라고 본다. 또 북한 방안은 남북한 군을 단일한 민족군으로 통합하는 내용이 있는데 진정한 통일이 되면 ‘민족’ 차원에서 그런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지만 통일 과정과 이후에 주변국의 저항과 반발을 고려한다면 남북이 군축을 통해 경제 인력으로 유도하고 유엔군이 주둔하는 게 ‘현실적’이라고 생각한다.

-북한핵 문제 해법으로 ‘한반도 영세중립국’을 구상하게 된 계기는?

“1980년대 말부터 북한과 무역을 해오면서 그들의 생각과 추구하는 바를 잘 알고 있다. 핵에 관한 한 북한은 노동당의 결정 사안이기도 하고, 고구려 민족 기질상 절대 포기하지 않는다. 이것이 유엔을 비롯해 한국과 미국 등 관련 국가들이 북한핵을 제거 내지 포기시키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했지만 모두 실패한 이유다. 북한이 핵을 고도화할수록 한반도 위기 상황은 점증하고 이에 대해 대북 압박이 강화되는 악순환이 반복될 뿐 북핵에 관한 현실적인 해법은 없다. 그러한 데는 한반도 주변 4강의 서로 다른 이해관계도 관련이 있다. 때문에 북핵 문제를 풀기 위해선 유엔 총회를 통한‘한반도 영세중립국’이 최선의 방안이라 생각했다.

-왜 지금 ‘한반도 영세중립국’이 필요한지 설명한다면.

“북한이 핵, 수소탄, 미사일, 생화학 등 가공할 무기를 생산하고 활용하여 실전 배치하고 있는 상황인데 우리 정부가 이에 대응하기 위해선 핵, 수소탄, 생화학무기, 미사일들을 보유하는 길밖에 없다. 한국이 핵을 보유한다고 하면 세계적으로 ‘핵 도미노’ 현상이 야기될 것을 우려해 중국, 미국 등이 막으려 하고, NPT 탈퇴 문제도 있다. 이 상황을 동시에 해결할 수 있는 최선의 방안이 유엔을 매개로 한 ‘한반도 영세중립국’이다.”

-30년 전 북한이 미국에 제안한 중립국 창설 방안은 레이건 정부의 반대로 현실화하지 못했다는 평가가 나오는데 이에 대한 입장은?

“외교 문서에 따르면 북한은 중립국 창설 조건으로 대규모 군축과 미군 철수를 요구하고 있다. 미국 입장에선 한반도에 대한 영향력 행사와 중국ㆍ러시아를 상대로 한 동북아 질서 유지, 그리고 자국 이익을 위해 받아들이기 어려웠을 것이다. 후일 레이건에 북한 문서를 전달하고 독일 통일에도 기여한 고르바초프 소련 대통령이 한반도 통일에 적극 나서지 못한 것을 후회했다는 것을 측근으로부터 들었다.”

-장 이사장의 ‘한반도 영세중립국’이 현실화되기 위한 과정은.

“유엔이 중심적 역할을 하는 것이다. 우리는 6ㆍ25 전쟁부터 지금까지 전쟁 위협이 훨씬 고조되고 있고, 당사국(남북) 분쟁 해결로 되는 게 아니고 민주주의와 공산주의 라는 ‘이즘(ism)’이 결부돼 있어 한반도만의 문제가 아니라 세계 전체의 문제여서 이것을 풀 수 있는 것은 유엔밖에 없다. 그래서 우리 민족이 주체가 되지만 남과 북의 주민이 할 경우 규제와 제한이 큰 만큼 해외동포가 중심이 돼 ‘한반도 영세중립국’ 안을 유엔 총회에 상정해 통과시키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유엔군 주둔을 통해 한반도 핵상황을 관리하도록 한다.”

-해외동포가 중심인 이유와 그들의 역할을 말한다면.

“남북 당국과 정권 차원에서 추진은 불가능하고, 남북한 모두 국내법에 저촉되는 어려움이 있다. 그래서 해외동포만이 발의할 수 있다고 생각하게 된 것이다. 이들이 중심이 되고 남북한 주민이 동참해 ‘한반도 영세중립국’ 안을 유엔에 상정해 통과시키는 것이다.”

-‘한반도 영세중립국’ 안에 대해 구상에 머물 것이라는 회의적인 시각도 있다.

“한민족이 언제까지 강대국에 희생돼야 하나. 지난해 예루살렘 수도 문제에 대한 유엔의 힘(역할)을 보지 않았나. 세계 최강인 미국과 유대인이 예루살렘을 이스라엘의 수도로 인정하려고 했지만 유엔 대다수 국가가 반대해 총회 결의로 사실상 무산됐다. ‘한반도 영세중립국’ 안도 유엔 총회에 상정되면 통과될 가능성이 매우 높고, 그렇게 되면 실효성을 갖게 된다.

박종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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