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직 임원들 증인 채택 불가피… JY에 불똥 튈 가능성있나

檢, 다스 소송비 대납 혐의에 단순 뇌물죄 적용

‘부정한 청탁 입증’ 부담 덜어… MB는 더욱 궁지에

‘정경유착’의 뇌물 공여자로 적시된 이건희 회장… 삼성에 불똥 튈 가능성은

이명박 전 대통령. (사진=연합)
한민철 기자

이명박(76·구속) 전 대통령이 구속되면서 향후 재판에 초점이 맞춰지고 있다. 검찰 측이 이 전 대통령에 대한 재판을 앞두고 벌써부터 예의주시하면서, 유죄 가능성을 높게 바라보고 있는 혐의는 바로 삼성의 다스 미국 소송비 대납과 관련된 뇌물공여 부분인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이 이 부분 혐의에 있어 유의미한 진술과 증거를 확보해, 자신들에 보다 유리한 쪽으로 뇌물죄 혐의를 적용했기 때문이다. 뇌물 수수자인 이 전 대통령은 더욱 궁지에 몰린 동시에, 뇌물 공여자에 대한 향후 검찰 측의 행보 역시 주목을 받고 있다. 여기서 뇌물 공여자는 다스에 소송비를 대납한 삼성 측, 더욱 구체적으로는 소송비 집행을 최종적으로 지시한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다.

이명박 전 대통령에게 주어진 다수의 혐의 중, 검찰이 유죄 입증 가능성을 높게 점치는 한 가지는 바로 삼성의 ㈜다스(DAS) 미국 소송비 대납 관련 부분이다.

이는 이명박 전 대통령이 제17대 대통령에 당선되기 전후인 지난 2007년부터 2011년까지, 그가 실소유한 것으로 알려진 자동차 부품업체 다스의 투자금 140억원의 회수를 위한 미국 소송비를 삼성전자에 대신 납부하게 한 혐의다.

검찰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이 전 대통령 측이 삼성전자로부터 받은 소송비 명목의 자금은 67억 7000만원 상당이다.

이 전 대통령은 삼성의 자금 지원 사실에 대해 충분한 인지한 채 이에 대해 적극적으로 개입했다.

또 삼성 측의 이건희(75) 삼성전자 회장 역시 이학수(72) 전 삼성그룹 전략기획실장(부회장)으로부터 이 전 대통령에 대한 자금 지원 계획에 대한 보고를 받고, 이를 승인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특히 검찰은 삼성의 이 전 대통령 측에 대한 자금 지원이 당시 삼성과 이건희 회장의 당면 과제였던 삼성 비자금 특검 수사와 이후 이 회장의 사면 문제 그리고 삼성 오너일가의 그룹 지배력 강화를 위한 금산분리 완화 정책 등의 해결을 대가로 이뤄진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검찰은 삼성이 이 전 대통령 측에 지원한 자금을 명백한 불법자금이자 뇌물로 규정하고, 이 사건 공소사실에 “정경유착 비리행태가 확인됐다”라고 적시했다.

본래 검찰은 조사 과정에서 이 부분 혐의에 대해 제3자 뇌물공여죄 적용을 고심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엄밀히 말해 해당 혐의에서 뇌물을 수뢰한 자는 삼성이며, 이를 수수한 자는 이명박 전 대통령이 아닌 제3자인 다스 법인이었기 때문이다.

이 전 대통령을 단지 뇌물을 요구한 공무원 또는 중재인으로 바라봤기 때문에, 제3자 뇌물공여 혐의를 적용하는 것이 기본적 판단이었다.

다만 이를 두고 검찰 내부에서는 잠시 이견이 오갔던 것으로 전해졌다. 만약 이 부분 혐의에 대해 제3자 뇌물공여죄를 적용한다면, 향후 재판에서 ‘부정한 청탁’이 있었다는 점을 입증해야만 했기 때문이다.

최순실∙박근혜 게이트에 연루돼 지난 2월 항소심에서 집행유예형을 받고 풀려난 이재용(50) 삼성전자 부회장의 재판을 통해 잘 알려졌듯이, 제3자 뇌물공여죄는 단순 뇌물죄와 다르게 수뢰자와 공무원 또는 중재인 사이의 직무관련성에 더해 부정한 청탁의 존재까지 입증해야지만 성립할 수 있다.

이재용 부회장 등의 재판에서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이 부회장과 박근혜(66·구속기소) 전 대통령 사이의 부정한 청탁 부분을 입증하는데 상당히 애를 먹었다.

물론 검찰 측 역시 이를 충분히 알고 있었고, 내부에서는 이 전 대통령에 대한 이 부분 혐의에 대해 제3자 뇌물공여죄를 적용한다면, 향후 재판에서 이재용 부회장 사건의 경우보다 더 큰 시행착오를 겪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기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런 우려에는 몇 가지 이유가 있었다. 이미 이명박 전 대통령은 검찰 소환 조사가 이뤄지기도 이전에 언론을 통해 관련 혐의에 대해 완강히 부인한 상태였다.

또 이 부분 혐의에서 핵심인물이라고 할 수 있는 이건희 회장은 현재 와병으로 인해 현실적으로 검찰 조사가 불가능했다.

무엇보다 무려 10년 전 일인 이건희 회장의 사면 그리고 이명박 정부의 금산분리 완화 정책 등을 소송비 대납에 따른 부정한 청탁의 증거로 입증해 내야만 했기 때문에, 당연히 검찰 측 입장에서는 제3자 뇌물공여죄 적용이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검찰은 이 전 대통령의 ‘금고지기’이자 최측근인 김백준(78·구속기소) 전 청와대 총무기획관을 조사하면서, 삼성의 다스 소송비 대납과 관련된 구체적 혐의점을 파악했다.

이어 이 전 대통령 소유의 영포빌딩에 대한 대대적 압수수색을 통해, 김 전 기획관이 소송비 대납과 관련해 작성했다는 보고서를 확보할 수 있었다.

검찰 측 입장에서는 다행스럽게도 이학수 전 삼성 부회장 역시 검찰 조사에서 이 부분 혐의에 관해 구체적 진술을 해줬다.

또 다스 전·현직 경영진 그리고 이 전 대통령의 재산관리인으로 알려진 이병모 청계재단 사무국장과 이영배 ㈜금강 대표 등이 ‘다스는 이명박 소유’라는 확신을 들게 할 폭로를 쏟아내며, 검찰은 이 전 대통령과 다스가 ‘한몸’이라는 의혹을 입증해 내는 데 의미 있는 진술과 증거를 확보해 낼 수 있었다.

다스를 통해 이명박 전 대통령 측에 뇌물을 건네는 데 관여한 혐의를 받는 이학수 전 삼성그룹 부회장이 지난 2월 15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에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하고 있다. (사진=연합)
사실 이 부분 혐의에서 제3자 뇌물공여죄와 단순 뇌물죄 적용을 판가름하는 결정적 과제는 바로 이명박 전 대통령이 다스의 실소유주라는 의혹을 밝혀내는 것이었다.

앞서 언급했듯이 겉으로만 본다면 뇌물 수뢰자는 삼성, 수수자는 다스 그리고 이 전 대통령은 뇌물을 요구한 공무원 또는 중재인이었다.

다만 다스가 이 전 대통령의 소유라는 전제가 깔린다면, 삼성 측이 공여한 뇌물의 수수자는 ‘다스이자 이명박’이 되기 때문에, 제3자 뇌물공여죄를 적용할 필요가 없게 된다.

다시 말해, 검찰이 사실상 승산이 없었던 부정한 청탁에 대한 입증보다 ‘점점 명백해 지고 있는’ 이 전 대통령의 다스 소유 부분을 밝혀내는 길을 택했다는 의미였다.

아직은 무덤덤한 삼성… 향후 튈 불똥 있나

검찰은 삼성의 다스 소송비 대납 관련 혐의에 있어 이 전 대통령에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죄를 적용했다.

검찰 측이 파악한 이 사건 혐의에 관한 뇌물액수가 상당한 수준이기 때문에, 특별법으로 가중처벌의 필요성이 있다는 판단이었다.

이미 검찰은 이 부분 혐의 입증에 대해 비교적 확신에 찬 채로 향후 재판을 준비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면서 공소사실에 사실상 ‘공범’으로 적시한 이건희 회장 등 삼성 관계자들에 대해서는 향후 추가 조사 및 기소에 대해 저울질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이미 코너에 충분히 몰린 상태로, 이제 이 부분 혐의에 대한 검찰의 다음 타깃이 삼성이 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설명이다.

이학수 전 부회장이 검찰에 밝힌 사실에 따르면, 당시 이 전 대통령 측에 소송비를 지원해 준다면, 삼성그룹 비자금 폭로에 따라 향후 대두될 가능성이 높은 차명재산 관련 과징금 및 세금 부과 문제 그리고 향후 이에 관한 검찰 수사나 금산분리 완화 정책 등에 관해 이 전 대통령으로부터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공소사실에는 이건희 회장이 이학수 전 부회장으로부터 이 전 대통령 측에 대한 자금 지원 관련 건을 보고받은 뒤, 이를 ‘우회적으로 지원’하는 방안에 대해 승인했다고 적시하고 있다.

이어 이학수 전 부회장은 최도석 당시 삼성전자 경영총괄담당 사장(전 삼성카드 부회장)에게 이 전 대통령 측의 자금 지원 요구에 대해 원하는 방식으로 해달라는 지시를 했다.

또 김광호 당시 삼성전자 법무팀 부사장(전 삼성전자 부회장)이 이학수 전 부회장의 지시로 이 전 대통령 측과 연락을 취해, 삼성전자가 2007년 10월부터 매월 미화 12만 5000달러(한화 약 1억 3000만원)를 다스의 미국 소송 항소심을 맡게 된 로펌 에이킨검프(Akin Gump)에 지급한다는 취지의 ‘허위 컨설팅 계약’을 체결했다는 내용이 공소사실에 나타나 있다.

이 전 대통령이 대통령에 취임한 이후에도 이 전 대통령 측은 이학수 전 부회장에게 계속해서 자금 지원을 해달라는 취지의 요구를 했다.

이 전 부회장은 이 사실을 이건희 회장에게도 보고해 이 부회장으로부터 자금 지원을 계속하라는 승인을 받은 뒤, 삼성전자 경영지원실을 통해 이를 실행에 옮긴 것으로 전해졌다.

공소사실에 적시된 대로 자금 지원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이점을 이건희 회장 측이 충분히 인지했고, 비밀리에 자금이 지원되는 동시에 허위 컨설팅 계약까지 맺은 경위를 살펴본다면, 이 자금은 분명 뇌물의 가능성이 농후했다.

무엇보다 자금 지원에 따른 반대급부라고 볼 수 있는 부분 역시 정황상으로는 충분히 파악된 상태다.

실제로 이 전 대통령의 취임 이후인 지난 2008년 4월 17일, 삼성 비자금 특검 수사로 인해 이건희 회장은 기소돼 재판에 넘겨졌고, 2009년 8월 14일 법원으로부터 징역 3년 및 집행유예 5년, 1100억원의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지난 2008년 '삼성 비자금 특검' 당시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 (사진=연합)
그런데 이 전 대통령은 이건희 회장의 형이 확정된 지 불과 4개월만인 2009년 12월 31일, 이 회장만을 단독으로 특별사면한 바 있다.

때문에 당시에는 이명박 정부와 삼성 사이의 ‘뭔가가 있었다’라는 취지의 각종 의혹이 언론보도 등을 통해서 제기됐다.

또 이건희 회장 측이 오너일가의 삼성그룹 지배력 강화를 위해 필요했던 금산분리 완화 정책에 대해, 이미 이 전 대통령은 한나라당 대선 후보 시절부터 공약으로 내걸고 있던 상태였다.

이 전 대통령은 취임 직후인 2008년 3월 31일, 금융위원회로부터 금산분리 완화를 골자로 하는 ‘금융의 신성장 동력 산업화를 위한 정책 방향’을 보고받았다.

이어 2009년에는 금산분리 완화를 큰 취지로 하는 은행법과 금융지주회사법의 개정이 이뤄졌고, 자연스럽게 삼성그룹은 이명박 정부 아래 비약적 성장을 이룬 것이 사실이었다. 당연히 이는 모두 이건희 부회장이 이 전 대통령 측에 대한 자금 지원을 최종적으로 결정했기 때문에 가능했고, 이 전 대통령 측의 요구에 응해준 반대급부라는 해석이다.

검찰이 이 부분 혐의에 대해 ‘정경유착 비리’라고 결론지은 만큼, 뇌물 수수자인 이 전 대통령뿐만 아니라, 수뢰자인 이건희 회장 등 삼성 측을 향한 향후 행보에 고심할 수밖에 없는 것이 분명하다.

만약 이 전 대통령과 이건희 회장 측의 부정한 청탁 및 대가성 관계가 사실로 밝혀진다면, 이는 이재용 부회장과 박근혜 전 대통령의 단독면담에서의 사례처럼 대통령의 강요에 의해 어쩔 수 없이 지원한 것이 아닌, 삼성 측이 적극적으로 반대급부를 바란 채 뇌물을 공여한 셈이 된다.

때문에 향후 검찰과 법원이 죄질을 판단하는데 있어 보다 엄격한 잣대가 적용될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물론 검찰은 의식불명의 상태로 입원 중인 이건희 회장에 대한 정상적 조사가 불가능한 상황에서 그를 기소할 가능성은 극히 낮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또 검찰은 공소장에 삼성 비자금 특검에서 이재용 부회장(당시 삼성전자 전무)을 소환 조사했고, 삼성의 자금 지원으로 인해 이건희 회장과 이재용 부회장 등 오너일가의 삼성그룹 지배력 강화 등 현안에 도움을 받았다고 적시하는 등 마치 이재용 부회장 역시 이 사건에 간접적으로 연루돼 있다는 취지의 내용을 담고 있다.

실제로 이재용 부회장은 2008년 2월 28일 에버랜드 전환사채(CB) 헐값 발행 등을 통한 경영권 불법 승계 의혹에 피의자 신분으로 특검에 소환돼 조사를 받은 바 있다.

그러나 당시 전무 지위의 이재용 부회장이 회장과 부회장, 사장급 임원들이 주도했던 이 전 대통령에 대한 자금 지원에 직·간접적으로 연루됐다는 주장은 설득력이 크게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특히 이재용 부회장은 이후인 2008년 10월부터 장기간 해외 근무를 시작했기 때문에, 현재까지는 그가 이번 사건과는 특별한 관련이 없는 것으로 결론이 날 가능성이 높다.

지난 2008년 2월 삼성 비자금 특검 당시 특검 조사를 받기 위해 출석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당시 전무) (사진=연합)
때문에 삼성 측은 다스 소송비 대납과 관련된 향후 추가 수사와 재판을 대비하거나,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는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향후 재판에서 당시 자금 전달 과정에 연루된 이학수 전 부회장과 최도석 전 부회장, 김광호 전 부회장 등 삼성 전직 임원들에 대한 법정 증인 채택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물론 현직에 있는 당시 삼성전자 법무팀과 경영지원실 소속 직원들에 대한 소환이나 증인 채택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한민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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