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당 중심 시스템 정착, 군부 약화, 남북 관련법 큰 손질, 재래식軍 ‘경제일꾼’으로

김정은 ‘국무위원장’ 지위 확고히… ‘핵보유국’ 불변, 단계적 변화로

김영남 등 원로 인사교체, 젊은 당 간부 전면에 나설 가능성

북한, ‘사회민주주의’ 체제로 가는 과도기…남북관계 대변화 전망

지난 9일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정치국회의를 주재하는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연합뉴스)

북한이 최고인민회의 제13기 6차 회의를 11일 개최한다.

북한 헌법상 국가 최고 지도기관이자 우리의 국회 격인 최고인민회의는 입법과 국가직 인사, 예산·결산 등의 안건을 처리한다. 하지만 보다 근본적인 역할은 정책에 대한 실질적 통제권을 가진 노동당의 결정을 추인하는 것이다.

특히 이번 최고인민회의는 이달 27일 남북정상회담과 5월 말∼6월 초 북미정상회담을 앞두고 열려 초미의 관심사가 되고 있다.

더욱이 북한이 최고인민회의에 앞서 3년여 만에 노동당 정치국회의를 연 것은 상당한 의미를 지니고 있다.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은 9일 노동당 정치국 회의를 주재하고 남북관계와 북미대화 전망을 분석ㆍ평가하며 이후의 ‘국제관계 방침과 대응방향’을 제시했다. 따라서 이번 최고인민회의에서 김 위원장이 제시한 대외관계 관련 방침과 대응방향이 구체적으로 나타날지 주목된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9일 원탁회의 형태로 노동당 중앙위원회 정치국회의를 주재하고 있다.(연합뉴스)
베이징의 정통한 대북소식통은 이번 최고인민회의가 갖는 의미가 이전과 확연히 다르다고 전해왔다.

북한내 고위층과도 인연이 깊은 소식통은 “이번 최고인민회의를 한마디로 말하면 북한이 ‘정상국가’라는 것을 보여주는 행사가 될 것”이라며 “과거 김씨 일가의 왕조국가가 아닌 노동당이 중심이 되고 3권분립의 모습을 갖추고 주민의 권리가 보장돼 가는 그야말로 대변혁의 출발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북한은 최고인민회의에 앞서 9일 노동당 정치국회의를 열면서 김정은 체제 들어 노동당의 최고 정책 결정 기구인 노동당 정치국의 역할이 다시 부각됐다.

노동당 주도의 국정운영 시스템은 중국이나 베트남의 공산당처럼 정치적으로 사회주의 국가 체제를 갖춘 국가의 일반적인 국정운영 방식이다. 하지만 북한에서는 김일성 시대에 작동됐다가 김정일 체제에서는 군부의 약진 속에 노동당은 정책 결정에서 밀려났다.

때문에 김정은 위원장이 주재한 노동당 정치국회는 사회주의 국가의 전통적인 국정운영 시스템 가동을 보여준 것으로 볼 수 있다.

또한 노동당 정치국회가 이전과 확연히 다르게 김정은 위원장을 포함해 참석자들이 군복이 아닌 인민복을 입고 원탁회의를 한 모습은 노동당이 군보다 위에 있는 것을 상징한다는 점에서 ‘정상국가’의 일면으로 해석될 수 있다.

북한이 정상국가로 변화하는 것과 관련해 최고인민회의에서 김정은 위원장의 ‘국무위원장’ 지위를 확고히 할 것이라고 소식통은 전해왔다. 김일성 때는 ‘주석’, 김정일 시대는 ‘국방위원장’이 최고의 지위로 불려졌으나 이번 최고인민회의를 계기로 김정은 위원장의‘국무위원장’ 지위가 확고하게 자리잡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아울러 이번 최고인민회의를 계기로 당과 군에서 '세대교체'가 단행될 가능성이 높다. 고령인 김영남 상임위원장 등 원로들이 물러나고 역량있는 '젊은 일꾼'으로 대체될 것이 예상된다.

베이징 소식통은 이번 최고인민회의에서 대대적인 법개정이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소식통은 “노동당이 중심이 되는 김정은 체제에서 대대적으로 법을 개정할 것이고, 특히 남북관계 법률에 큰 변화가 올 것이다”고 말했다. 그는 북한이 ‘경제’에 비중을 두면서 남북한을 포함해 이 분야 관련 법률이 크게 바뀔 것이라고 했다.

동시에 북한 주민의 권리가 강화되는 방향으로 법개정이 있을 것이라고 소식통은 전했다. 중국, 베트남 등 사회주의 국가체제에서 주민에게 자본주의적 권리를 보장하는 것처럼 일정 부분 북한 주민에게도 권리를 인정하는 방향으로 법이 개정될 것이라는 것이다.

이에 따르면 북한이 사회주의체제에서 중국ㆍ베트남 같은‘사회민주주의체제’로 변화를 모색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소식통은 이번 최고인민회의에서 북한군 재편 문제가 심도있게 논의될 것이라고 전해왔다. 노동당이 중심이 되면서 군부의 힘이 약화되고 기존의 재래식 무기를 다뤄온 병력을 감축하고 이들을 ‘경제 일꾼’으로 전환하는 방안이 다뤄질 것이라는 얘기다. 군 주요 인사에 변화가 오고 그 위상도 김정일 시대와 달리 크게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또한 김정은 시대 핵.경제 병진정책에서 '경제'가 강조되면서 재래식 무기를 다뤄온 병력을 감축해 이들을 경제 분야에 재배치할 것이라는 게 소식통의 전언이다.

소식통은 “북한군 재편은 김정은이 핵ㆍ경제 병진 정책을 선언할 때부터 논의돼왔던 것으로 이전 최고인민회의에서 중요한 결정이 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북한은 이번 최고인민회의를 계기로 내부 변화는 물론 남북관계를 포함해 대외 관계에도큰 변화를 꾀하는 모양새다.

남북정상회담을 앞둔 문재인 정부가 북한의 대대적 변화에 어떻게 대응할지 주목된다.

박종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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