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 관련 천문학적 해외 비자금 가능성 폭로…수사로 이어지나

MB 의원 시절 비서관 김유찬 대표 “뒤로 자빠질 규모의 비자금”

김 대표, 최초 MB 저격수…MB 선거법 위반ㆍ재판 위증교사 폭로 전력

김유찬 “재임 기간 자원외교로 사라진 천문학적인 혈세, 추적해야”

김 대표 폭로로 MB 해외 비자금 수사 시동거나

110억원대 뇌물 수수와 340억원대 비자금 조성 등 혐의로 구속영장이 발부된 이명박 전 대통령이 3월 23일 서울 강남구 논현동 자택에서 나와 서울동부구치소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110억 원대 뇌물 수수와 340억 원대 비자금 조성 등 혐의로 이명박 전 대통령이 구속 수감됐다. 하지만 정치권에서는 이 전 대통령의 구속이 끝이 아니라 시작이라고 주장하는 목소리가 많다. 그를 둘러싼 의혹 중 ‘다스 실소유주’ 의혹만 제대로 밝혀졌기 때문이다. 이미 국정원 댓글 사건, 제2롯데월드 특혜 의혹 등 굵직한 사건이 그를 기다리고 있다는 얘기도 있다.

그런 가운데 이 전 대통령의 국회의원 시절 비서관이었던 김유찬 SIBC(SIBC international Ltd) 대표가 이 전 대통령에 대한 폭로가 이어지면서 ‘MB 해외 비자금’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김 대표는 지난 11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15년간 해외를 전전하면서 외자를 다루는 일을 해왔기 때문에 여러 가지 고급 정보들을 듣게 됐다”며 “그중의 하나가 MB와 관련된 여러 가지 비자금 정보들도 들어오게 되더라. 그냥 뒤로 자빠질 정도로 큰 규모들”이라고 폭로했기 때문이다.

정치권에서는 MB 해외 비자금 은닉이 사실이라면 그 통로를 자원외교라 보고 있다는 의견이 많다. 이명박 정부는 자원 외교에 수 십조 원을 쏟아부었고 자신의 친형인 이상득 전 의원이 자원 외교를 진두지휘했기 때문이다. 자원 외교를 통해 흘러간 수상한 돈의 흐름은 이미 여러 언론 매체를 통해 의혹이 제기된 바 있다. 일각에서는 이번 김유찬 대표의 폭로로 인해 MB 해외 비자금 수사가 본격화될 가능성이 있다는 주장도 내놓고 있다.

2007년 당시 한나라당 대선주자인 이명박 전 서울시장의 전 비서였던 김유찬(가운데)씨가 본인과 관련한 허위사실을 유포했다며 한나라당 정두언, 박형준 의원과 이 전 시장의 국회의원 시절 종로지구당 사무국장이었던 권영옥씨를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하고 기자회견을 하기위해 서울지검 기자실로 이동하고 있다.
김유찬, MB와의 관계…설렘으로 시작해 파국으로 끝나

김유찬 대표와 이 전 대통령과의 인연은 1990년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 전 대통령이 15대 국회의원이던 시절 이 전 대통령의 “같이 크자”는 권유로 정치권에 입문했던 것이 인연의 시작이었다. 당시 김 대표는 현대건설 출신의 신화같은 인물이 함께 성장하자는 말에 크게 설??鳴?밝혔다.

설렘은 오래 가지 않았다. 1년 여간 선거 기획단 업무를 맡으며 이 전 대통령의 이면을 알게 됐기 때문이다. 공식등록 재산 축소는 물론 제15대 종로 국회의원 선거를 치르면서 막대한 돈이 뿌려지는 모습을 직접 보기도 하고 운반하기도 했다. <세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김 대표는 “이 전 대통령이 처남이자 당시 다스 사장인 김재정 씨에게 지시, 이모 비서관이 매일같이 대부기공(현 다스)에서 돈다발을 마대자루 등으로 실어 날랐다”고 밝혔다. 김 대표 본인이 집행한 선거 자금만 약 13억 원이고 전체적으로는 60억 원 정도였을 것이라고 그는 회고했다.

자원봉사자와 사조직 역시 돈으로 꾸려나갔다고 고백했다. 김 대표는 “전수조사, 전화 홍보를 가장한 지지를 유도하는 건 다 불법이지만 유급으로 일당 얼마씩 주고 아줌마부대, 그리고 홍보원들은 ‘자원봉사’로 일했다. 그러니까 눈 가리고 아웅하는 (식으로)”라고 말을 이었다. 김 대표는 “당시 ‘명박사랑’이니 무슨 사랑이니 해서 많은 사조직이 있지 않았나” “사조직들 다 돈이다. 99.9%는 그렇다. 누가 MB가 사랑스럽고 존경스러워 모이나?”라고 덧붙였다.

그의 저서 <이명박 리포트>에는 이 전 대통령이 수하 직원들을 대하는 태도도 나온다. 적십자비를 후하게 납부하자는 주무부장에게 “야! 그게 니 돈이냐”며 재떨이를 던지기도 하고 생활이 어려워 전세금 200만원만 빌려달라는 10년간 함께한 운전기사를 가차없이 해고하기도 했다고 김 대표는 자신의 저서에서 밝혔다.

결국 총선이 끝나고 김 대표는 1996년 9월 국민회의 당사에서 “이명박이 총선 당시 전화홍보 및 각종 행사비용 등으로 6억8000만원을 썼고 이 중 3800만 원 가량의 영수증을 가지고 있다”고 폭로했다. 당시 법정선거비용은 9500만 원이었기 때문에 김 대표 주장이 사실일 경우 이 전 대통령은 선거법 위반으로 의원직을 잃을 수 있었다. 그러나 돌연 김 대표는 폭로가 사실이 아니라는 메모를 남기고 해외로 사라졌다.

그러나 검찰이 이 전 대통령은 범인도피 및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고 김 대표 역시 재판에 회부돼 유죄가 선고됐다. 1999년 대법원이 최종 유죄 선고를 내렸지만 이 전 대통령은 이미 의원직을 사퇴한 후였다.

이후 김 대표는 한나라당 대선후보 경선 직전인 2007년 4월 <이명박 리포트>란 책을 내놓으며 이 전 대통령의 실체를 고발했다. 당시 그는 기자간담회에서 “이명박 전 서울시장은 대통령 후보로서 적절하지 않다”며 총 488쪽 분량의 ‘MB가 대통령이 돼서는 안 되는 이유 20가지’ 내용이 담긴 책을 공개했다. 동시에 이 전 대통령이 선거법 재판 과정에서 위증을 교사했고 1억2000여만원을 받은 대가로 실제 위증을 했다고 폭로했다.

하지만 그 대가는 컸다. 김 대표는 이 책으로 인해 공직선거법위반, 출판물에 의한 명예훼손, 무고 혐의로 구속 기소됐고, 징역 1년2월을 선고받았다. 김 대표가 명예훼손 등의 혐의로 구속돼 유죄를 선고받으면서 이 전 대통령의 재판 위증교사는 없던 사실이 됐고 제18대 대통령에 당선됐다.

김유찬 “MB 해외 비자금 정보 적지 않다…다 드러나기 마련”

만기 출소 후 해외에서 사업을 하던 김 대표가 10여년 만에 다시 여론의 중심으로 돌아왔다. 그가 가장 강조한 내용은 MB 해외 비자금이었다. 김 대표는 <세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오랜 기간 외자 분야를 다루다 보니 국내에서 접하기 어려운 MB 관련 해외 비자금 정보를 들은 게 적지 않다”며 “해외에서 은밀하게 진행된 부문들이긴 하지만 다 드러나기 마련”이라고 주장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의 해외 자원 개발 사업에 대해 김 대표는 “세금으로 조성된 예산을 100조원 이상 날려 나라 곳간을 거덜 냈다”며 “재임 기간 중 천문학적인 국민 혈세가 흔적도 없이 사라진 부분에 대해 끝까지 추적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 대표는 또 “98%가 물인 캐나다 하베스트 인수에 조 단위를 쏟아 붓는 등 국민 혈세 도적질을 했다”며 “‘도적 떼 정권’이라는 표현이 딱 맞다”고 이 전 대통령을 비난했다.

김 대표는 이와 함께 “이 전 대통령은 워낙 금전적으로 출중한 능력을 갖고 있어 빼돌린 거액의 실체를 밝히는 것이 쉽지 않을 것”이라며 “열정을 갖고 매달리다 보면 알려진 것보다 훨씬 거액의 해외 비자금이 기상천외한 방식으로 조성된 천문학적 비리들이 드러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뇌물수수·횡령·조세포탈 등 혐의를 받는 이명박 전 대통령이 3월 14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에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해 준비한 메시지를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자원외교 논란 중심에는 늘 MB 측근 등장…수 십조 원 투자, 성과는 無

김 대표가 언급한 캐나다 하베스트 인수 사업은 자원외교의 대표 성과였다. 이명박 정부 당시 한국석유공사는 2009년 9월 하베스트 유전 인수에 적극적으로 나섰다. 2조 6855억 원의 매각 금액을 제시했지만 하베스트 측이 이를 거부하자 약 4조 5000억 원에 NARL 정유시설까지 인수하겠다며 금액을 높였다. 자원 빈국인 우리나라에서 유전을 확보하려는 시도는 정부로서 당연히 해야 할 일이었다. 그러나 하베스트 유전은 폐유전이나 다름없었다. 최근 MBC ‘뉴스데스크’ 보도에 따르면 하베스트 유전은 물이 98%인 가치가 없는 유전이었던 것이다.

그러나 경제성 평가를 의뢰한 메릴린치의 의견은 달랐다. 의뢰 5일 만에 평가를 마친 메릴린치는 경제성 평가에서 하베스트와 NARL 정유시설의 인수 금액을 4조500억 원으로 책정했고 NARL 정유시설은 1조1000억 원의 가치가 있는 것으로 분석했다. 당시 메릴린치에는 현재 구속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는 ‘MB 집사’ 김백준 씨의 아들 김형찬 씨가 재직하고 있었다. 메릴린치 서울지점장이었던 김형찬 씨는 하베스트와 관련된 일에 전혀 관여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하베스트가 경제성이 없다는 것은 석유공사도 이미 알고 있었다. MBC ‘뉴스데스크’에 따르면 한국 석유공사가 인수하기 직전 하베스트의 유전을 평가한 라이더스콧의 보고서를 보면 유전 곳곳에서 원유 중 물이 차지하는 비율이 99%에 달하는 표현이 등장한다. 실제 라이더스콧 보고서에는 “원유 중 물 비율이 99.2%다”며 “원유 중 석유 비율이 1% 미만이다”고 적혀 있었다. 하베스트가 사실상 우물에 가깝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석유공사는 당시 하베스트 시가 총액(약 1조2000억 원)의 4배에 이르는 금액을 지불하고 하베스트를 사들였다. 이후 유전은 개발되지 않았고 NARL 정유시설은 2014년 11월 500억 원에 매각했다. 하베스트 광구는 매각하지 않고 보유하면서 1조 원 규모의 채무지급보증을 했다. 하베스트에서 지금까지 발생한 손실은 2조7000억 원가량이고 차입금은 2조1700억 원이다. ‘밑 빠진 독에 돈 붓기’를 계속 하고 있는 상태다.

한국석유공사 노조는 이로 인해 석유공사가 5513억 원에 이르는 손해를 봤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지난달 30일 기자회견에서 강영원 전 사장은 손실 가능성을 예측했음에도 이사회에 허위 보고했고, 최경환 전 장관은 이 같은 부실인수를 지시하고 승인했다며 두 사람에 대해 소송을 제기한 이유를 밝혔다.

자원외교에 앞장섰던 또 다른 공기업은 파산에 이르렀다. 한국광물자원공사는 2008년 대대적인 홍보를 하며 멕시코 볼레오 광산에 투자했지만, 2016년까지 13억8550만 달러를 투자하고도 1억6830만 달러만 회수하는데 그쳤다. 이로 인한 손실만 2조원이 넘었다. 광물자산공사의 2008년 부채 규모는 5000억 원 수준이었다. 그러나 대규모 자원 개발이 이어지면서 2010년 처음으로 부채가 1조원이 넘었고 2016년에는 5조2000억원으로 급증했다. 광물공사의 자산은 4조3000억 원으로 부채 규모가 자산을 능가하는 완전 자본 잠식 상태에 빠졌다. 현재 정부는 광해공단과 통합을 추진 중이다.

자원 외교의 마수는 사기업에도 뻗쳤다. 포스코의 에콰도르 산토스CMI 인수과정이 대표적이다. 2011년 포스코 실무진들이 인수금액을 100억 원 정도로 책정했던 이 회사는 이후 무려 800억 원에 인수됐다. 또 페이퍼컴퍼니로 추정되는 런던의 EPC에쿼티스를 500억 원에 인수한 포스코는 5년 뒤 산토스CMI를 68억 원에 팔고, EPC에쿼티스를 0원에 되팔았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이명박·박근혜 정권을 거치는 동안 포스코는 5조 원 가량이던 부채가 무려 29조원으로 늘고, 특히 13조에 달하던 현금보유액이 2013년 기준 1조5000억으로 줄었다는 의혹을 사고 있다.

정부 정책 추진으로 인한 실패를 묻기는 어렵다는 것이 법조계의 판단이다. 문제는 수익성과 경제성을 차치하더라도 투자된 막대한 돈이 어디로 사라졌는지 누구도 모른다는 것이다. 여기에 자원외교 중심에는 MB 측근인 김백준과 MB의 친형 이상득 전 의원이 늘 등장한다. 일각에서는 이면 계약을 통한 자금 빼돌리기가 있었던 것 아니냐는 의혹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는 상태다.

김유찬 전 비서관 폭로는 MB 해외 비자금 수사의 신호탄?

이명박 전 대통령은 해외 순방을 자주 나가기로 유명했다. 2008년 취임 후 총 49회, 84개국을 방문했다. 중복 방문 국가를 제외하면 43개국이다. 비행거리는 75만8478Km에 달한다. 지구를 19바퀴 돈 셈이다. 이는 역대 대통령 중 최다, 최장거리에 해당한다.

앞서 노무현 전 대통령은 27회, 55개국 방문을, 김대중 전 대통령은 23차례 37개국을, 김영삼 전 대통령은 14차례에 걸쳐 28개국을 방문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30여 차례 해외 순방에 나섰다.

이 전 대통령이 가장 많이 방문한 국가는 미국으로 총 9번 방문했고, 일본과 중국이 각각 7회를 기록했다. 이어 러시아 인도네시아 UAE가 4회, 카자흐스탄 태국이 3회, 덴마크 멕시코 베트남 브라질 프랑스 싱가포르 우즈베키스탄 캄보디아가 각 2회씩을 기록했다. 방문 지역으로는 베이징이 6회로 가장 많았고, 이어 워싱턴(5회) 아부다비(4회), 뉴욕 도쿄 아스타나 발리(각 3회) 순이었다.

이 전 대통령은 퇴임 이후에도 해외를 많이 방문했다. 특히 UAE와 베트남 등 대규모 MOU를 체결했던 국가의 방문은 계속 이어졌다. 때문에 지난 연말 임종석 청와대 비서실장의 비밀 UAE 특사 파견 때 자유한국당에서는 ‘MB와 UAE 간 원전 수주 관련 뒷조사’가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번 김유찬 전 비서관의 폭로가 이 전 대통령 해외 비자금 수사에 신호탄이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사자방(사대강ㆍ자원외교ㆍ방산비리)은 건드리지도 않았다. 특히 자원외교의 경우 막대한 혈세가 투입됐지만 귀신같이 돈이 사라졌다”며 “김 전 비서관이 본인 입으로 증거를 갖고 있다고 얘기한 만큼 상황에 따라 수사로 진전될 가능성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허인회 기자



주간한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