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가능한 ‘비핵화’ 대신 ‘군축’ 으로…종전ㆍ평화협정, 경협 군축과 연계

北 핵원칙(핵보유국 지위) 불변…문재인 정부 ‘비핵화’ 잘못 짚어

북한, 정상회담서 ‘비핵화’ 대신 ‘군축’ 강조할 듯

남북 종전선언, 평화협정 논의 활성화 전망… ‘경협’ 집중 논의

북ㆍ미 ‘비핵화’에 모종의 합의설… ‘북핵 동결-핵보유국 인정’ 소문

문 대통령은 19일 청와대에서 주재한 언론사 사장단과의 오찬간담회에서 “남북정상회담을 통해 한반도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체제 구축, 지속 가능한 남북관계 발전의 길을 여는 확고한 이정표를 만들어야 하며, 북미정상회담 성공을 이끌어내는 길잡이가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연합뉴스)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은 20일 개최된 노동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에서 풍계리 핵실험장을 폐기하고 경제건설에 총력을 집중한다는 새로운 ‘전략적 노선’을 채택했다.(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남북정상회담이 27일로 예정된 가운데 북한이 핵실험장을 폐기하고 핵실험ㆍ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를 중단하겠다고 선언해 큰 반향을 낳고 있다.

이번 4ㆍ27 정상회담은 지난 2000년 6월 김대중-김정일 정상회담, 2007년 10월 노무현-김정일 정상회담에 이어 세 번째이지만 그 배경과 의미에는 큰 차이가 있다.

‘선군(先軍)’을 앞세운 김정일 체제 때와 달리 김정은 체제는 ‘당(黨)’이 중심이고 정상국가로 나아가는 과도기에 이뤄지는 정상회담으로 향후 남북관계와 동북아질서에 미치는 영향이 상당하다.

특히 북한의 6차 핵실험에 따른 전 세계의 대북 제재가 강화되고 ‘비핵화’가 초미의 관심사인 가운데 뒤이은 북미정상회담과도 연계돼 있어 회담의 내용과 향배가 주목받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비핵화와 평화체제, 남북관계의 지속 가능한 발전을 정상회담의 3대 목표로 제시했지만 그대로 현실화될지는 미지수다. 무엇보다 ‘비핵화’에 대해 북한이 결코 물러서지 않는 단호한 한 입장이라 남북정상회담에서 논의조차 어려울 수 있다.

이런 가운데 북한이 핵실험과 ICBM 시험발사를 중단하겠다고 밝힌 것을 두고 일각에선 북한의 비핵화가 시작됐다고 평했다.

그러나 북한은 절대 핵을 포기하지 않기 때문에 비핵화(핵폐기)는 불가능한 일이고 상황에따라 핵동결까지 양보할 수는 있다. 지난 20일 북한이 핵실험 중지로 핵동결 의지를 내비쳤지만 ‘비핵화’를 언급하지는 않았다.

때문에 이번 남북정상회담에서는 ‘비핵화’ 대신 남북 간 ‘군축(軍縮)’ 문제가 심도있게 논의될 것으로 전해진다. 군축은 남북이 각각 군비를 제한하거나 축소하는 것으로 상호 군 병력과 국방비를 줄이고, 종전 선언과 평화협정 체제로 가는 기초가 될 것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정통한 북한 소식통들 사이에선 4ㆍ27 정상회담의 핵심이 ‘군축’이란 말이 나온다. 북한이 비핵화에 대해선 논의조차 하지 않으려 하기 때문에 대신 ‘군축’이 집중적으로 거론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또한 이번 정상회담에서는 남북 간 ‘경제협력(경협)’이 집중적으로 다뤄질 전망이다. 북한은 20일 핵실험을 중단하고 경제건설에 총력을 집중한다는 새로운 ‘전략적 노선’을 채택해 그 같은 가능성을 높였다.

정상회담 과정에 따라 북한이 남북 이산가족 상봉이라는 선물을 내놓을 것이라는 얘기도 들린다.

4ㆍ27 정상회담에서 논의될 사안들을 짚어보고, 향후 남북관계 변화를 전망했다.

‘비핵화’ 빠진 남북정상회담 가능성

이번 남북정상회담과 5월 말∼6월 초로 예정된 북미정상회담의 핵심 의제(議題)는 ‘비핵화’다.

그러나 북한은 핵에 관한한 절대 양보하지 않고 핵보유국 지위를 인정받으려 하기 때문에 ‘비핵화’라는 의제가 정상회담에서 빠질 가능성이 높다. 북한이 백 보 양보를 하더라도 ‘비핵화’는 불가능하고 핵ㆍ미사일 실험 중지, 나아가 핵동결을 고려해볼 수는 있다.

최근까지 한국과 미국은 ‘비핵화’를 줄기차게 요구해왔고 정상회담에서 논의되길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북한은 ‘비핵화’를 단호하게 거부하고, 지난 3월 말 김정은 위원장의 중국 방문 후 핵보유에 대해 더욱 확고한 입장을 유지해왔다.

이런 가운데 북한이 20일 6차례 핵실험을 진행했던 함경북도 풍계리 핵실험장을 폐기하고 핵실험을 중단하겠다고 밝혀 여러 해석을 낳고 있다. 북한이‘비핵화’로 나아가는 진전된 조치라는 분석과 북한이 핵무력 완성을 선언한 상황에서 큰 의미가 없다는 상반된 평가가 있다.

청와대는 윤영찬 국민소통수석 명의로 입장문을 내고 “북한의 핵실험장 폐기와 중장거리 미사일 시험발사 중단 결정은 전 세계가 염원하는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의미 있는 진전”이라고 평가했다.

고유환 동국대 교수는 “지난번 핵실험에서 핵실험장 일부 시설이 붕괴하기도 했고 핵무기를 완성했다고 밝힌 북한 입장에서 핵실험은 더는 할 필요가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크리스토퍼 힐 전 미 국무부 차관보도 ‘미국의 소리’(VOA)와의 인터뷰에서 “"풍계리 핵실험장은 6차례의 핵실험을 통해 이미 노후화된 곳”이라며 “너무 긍정적인 메시지로 받아들여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북한은 핵보유국 지위를 어떤 경우에도 양보하지 않기 때문에 ‘비핵화’는 논의 대상이아니다.

남북이 정상회담을 눈앞에 두고 ‘의제’를 정하지 못한 결정적인 이유도 사실 ‘비핵화’에 있다. 우리 정부는 어떻게든 4ㆍ27 정상회담에서 비핵화 문제가 다뤄지길 바라고 있으나 북한은 “비핵화 얘기는 꺼내지도 말라”는 입장이다.

그럼에도 문재인 정부는 정상회담에서 ‘비핵화’가 가장 중요한 의제라는 것을 강조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19일 청와대에서 주재한 언론사 사장단과의 오찬간담회에서 “남북정상회담을 통해 한반도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체제 구축, 지속 가능한 남북관계 발전의 길을 여는 확고한 이정표를 만들어야 하며, 북미정상회담 성공을 이끌어내는 길잡이가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문 대통령은 12일 청와대에서 남북 정상회담 준비위원회 원로자문단과 오찬 간담회를 갖고 4ㆍ27 정상회담에 대해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와 항구적인 평화 구축, 그리고 남북관계의 지속가능한 발전의 길로 나아갈 수 있는, 두 번 다시 오기 힘든 기회”라며 “반드시 이 기회를 살려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비핵화와 평화체제, 남북관계의 지속 가능한 발전을 정상회담의 3대 목표로 제시한 것이다.

하지만 문 대통령이 언급한 ‘비핵화’는 북한을 잘못 이해한데서 비롯된 오류이거나 ‘희망사항’ 내지 ‘의지’로 볼 수 있다.

문 대통령은 19일 언론사 사장단과의 오찬간담회에서 “북한은 지금 국제사회에 완전한 비핵화 의지를 표명하고 있고, 우리에게 적극적인 대화 의지를 보이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는 북한의 현실과 전혀 다르다. 북한이 우리에게 대화 의지를 보인 것은 사실이지만 ‘완전한 비핵화(핵폐기)’ 의지를 표명한 적이 없다. 또 국가 체제상 비핵화를 받아들일 수 없는 국가이다. 그럼에도 우리 정부와 미국이 북한의 비핵화 의지를 거론하는 것은 북한을 잘못 이해하거나 확대해석한 결과이다.

청와대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이 3월 8일(현지시간) 오후 미국 워싱턴 백악관 오벌오피스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만나 방북 성과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대표적인 예가 지난 3월 5일 문 대통령의 대북특별사절단대표단으로 방북한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김정은 위원장을 면담하고 돌아온 뒤 발표한 내용이다. 정 실장은 3월 6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브리핑을 갖고 “북한이 한반도 비핵화 의지를 분명히 했으며, 북한에 대한 군사적 위협이 해소되고 북한의 체제안전이 보장된다면 핵을 보유할 이유가 없다는 점을 명백히 밝혔다”고 전했다.

정 실장은 북한의 비핵화 의지를 강조하며 “특히 주목할 만한 것은 (김 위원장이) 비핵화 목표는 선대의 유훈이며, 선대의 유훈에 변함이 없음을 분명히 밝힌 점”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북한 사정에 정통한 베이징의 대북 소식통에 따르면 북한은 비핵화 의지를 밝힌 적이 없다. 소식통은 “북한의 핵보유국 입장은 절대 불변으로 김정은도 바꿀 수 없다”고 전해왔다.

소식통은 김 위원장이 밝힌 ‘비핵화 목표는 선대의 유훈’이란 뜻도 특사단이 잘못 이해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에 따르면 북한은 김일성 때부터 김정일ㆍ김정은 시대에 이르기까지 ‘비핵화 목표’를 강조했지만 이는 ‘북한이 비핵화할 경우 미국도 핵을 폐기하라’는 뜻으로 사실상 핵을 포기하지 않겠다는 의미라는 것이다.

‘비핵화’에 대한 오독은 문재인 정부뿐만 아니라 미국 입장도 곤혹스럽게 했다. 정의용 실장의 방북 결과(북한의 비핵화 의지)를 전해듣고 5월 북미정상회담을 공표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난처한 상황에 처했다. 전 세계가 주목하는 북미정상회담에서 ‘비핵화’ 결론을 이끌어내지 못할 경우 트럼프 대통령이 궁지에 몰릴 수 있기 때문이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 내정자(전 CIA 국장)는 최근 북한을 방문해 북미정상회담에서 논의될 '비핵화'에 대해 얘기를 나눈 것으로 전해진다.
최근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 내정자(전 CIA 국장)가 평양을 찾아 김정은 위원장과 만나 비핵화에 대한 논의를 한 것도 ‘발등의 불’을 끄기 위한 응급조치로 해석된다.

여러 정황을 종합할 때 4ㆍ27 남북정상회담에서 ‘비핵화’ 는 의제에서 빠질 가능성이 높다. 이는 정상회담에 대한 국민 여론이나 미국의 입김을 고려할 때 문재인 정부에 큰 부담이 아닐 수 없다.

정상회담 의제 ‘비핵화’ 대신 ‘군축’ 되나

문재인 정부와 김정은 체제에서의 첫 남북정상회담은 자체로 화제이지만 국내외 관심은 다른데 있다. 즉, 4ㆍ27 정상회담에서 어떤 성과를 도출해내느냐 하는 것이다. ‘비핵화’가 최대 관심사이지만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북한이 절대 수용할 수 없는 사안이다.

달라진 남북정상회담 상황도 ‘의제’에 영향을 주고 있다. 북한이 심각한 경제난으로 인해 평창동계올림픽 참가 등 손을 내밀 때만 해도 우리 정부가 유리한 국면에서 정상회담을 이끌어갈 수 있었지만, 김정은 위원장의 중국 방문 후 상황이 역전됐다.

문재인 정부가 대북 지원에 미국 눈치를 보느라 머뭇거리는 사이 북한은 중국을 선택해 위기를 넘기면서 한국에 아쉬울 게 없게 됐다. 오히려 핵을 보유한 입장에서 당당하게 문재인 정부를 상대하려 한다. 4ㆍ27 정상회담 의제를 비롯해 중요 현안들을 북한이 주도적으로 이끌고 갈 가능성이 높다는 게 전문가들의 전망이다.

20년 넘게 북한과 교역을 해온 장백산 해외동포지원사업단 이사장은 남북정상회담과 관련해 “북한이 판문점에서의 정상회담 전 과정을 생중계 하는 것을 수용한 것은 그만큼 자신있기 때문”이라며 “핵 얘기는 아예 꺼내지도 못하게 하고 ‘비핵화’ 대신 ‘군축’을 제시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장 이사장은 “북한은 핵을 보유한 만큼 자신감을 갖고 핵ㆍ경제 병진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며 “핵 무장으로 인해 과용 병력이 된 재래식 군대의 인력을 줄여(군축) 이들을 ‘경제일꾼’으로 전환시키려 한다”고 말했다.

장 이사장에 따르면 북한은 경제 사정상 군 인력을 전과 같이 유지하기 어려운 상황이어서 상당수 군 병력을 줄이고 이들을 경제 분야에 투입하려 한다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북한은 국방비를 줄이고 경제인력도 확보하게 된다.

‘경제일꾼’으로 전환된 군인들은 북한 내 생활필수품 생산과 수출품 생산, 에너지를 확보하는 산업인력 역할을 하게 된다. 또 북한ㆍ중국 접경지역을 대대적으로 개발하는데 필요한 인력으로 충당될 수 있고, 중국이 아프리카, 중동 등에서 대규모 건설을 할 경우 해외 송출 인력이 될 수 있다는 게 장 이사장의 설명이다.

그에 따르면 이번 정상회담에서 북한이 먼저 ‘군축’을 제의할 가능성이 크다. 핵을 보유한 상황에서 군 병력을 축소할 필요성이 큰 데다 정상회담의 주도권을 북한이 쥐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장 이사장은 “북한은 김정은의 방중 후 식량 등 그들에게 긴급히 필요한 물자를 대량 확보할 수 있게 돼 한국에 손을 내밀 이유가 거의 사라졌다”며 “오히려 남북관계에 전력하는 문재인 정부가 조급하게 됐다”고 말했다. 따라서 정상회담 의제도 북한이 주도할 가능성이 커졌다는 것이다.

장 이사장은 “정상회담의 핵심 의제인 ‘비핵화’는 논의 대상에서 빠질 가능성이 높고 그럴 경우 국내에서 파장이 크겠지만 남북이 ‘군축’을 논의한다면 일정 부분 상쇄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전문가들 중엔 북한이 핵을 폐기(비핵화)하지 않은 상황에서 군축을 논의하는 데 대해 보수 진영의 반발이 클 것으로 전망한다. 따라서 평화체제 관련 조치를 북한의 비핵화 조치와 긴밀히 연결하되, 평화체제 논의가 비핵화 논의를 과도하게 앞서 나가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김성한 고려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비핵화 진전에 따라 평화체제 논의도 진전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 ‘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가 아닌 ‘선언적 비핵화’만 가지고 평화체제 논의를 급진전시키면 패착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고유환 동국대 교수는 “평화협정으로 가는 과도기적이고 선언적인 조치가 필요하다”며 “핵화 및 평화체제 협상에 추동력을 불어넣기 위해, 북한의 구체적 비핵화 의지를 확인한 단계에서 종전선언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 주장했다.

이에 대해 장 이사장은 “이론적으로 합리적인 주장일 수 있으나 북한은 핵을 절대 포기하지 않기 때문에 비핵화와 무엇을 연계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며 “남북이 영세중립국이 되거나 북한의 체제 안정성이 확보되고 유엔이 핵을 관리한다면 북한도 핵에 관해 타협할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유엔 총회를 통한 남북 영세중립국화 방안이나 유엔이 한반도에 주둔해 북핵을 관리하는 게 현실적인 방안이라는 주장이다.

‘군축’은 종전ㆍ평화협정 과정의 기본 토대

‘군축’은 현재 문재인 정부가 추진하려고 하는 종전선언과 이를 기반으로 한 평화협정 체제로 나아가는데 필수 과정이다.

문 대통령은 일찍이 한반도 정책의 4대 전략 중 하나로 ‘제도화를 통한 지속 가능성 확보’를 제시하면서 “한반도 평화협정을 체결해 견고한 평화구조를 정착시키겠다”고 밝혔다. ‘한반도 평화협정’을 위해서는 현재의 정전(停戰)체제의 종전(終戰)체제 전환이 선행돼야 한다. 따라서 이번 정상회담에서 우리 측이 종전협정 체결을 제안할 가능성이 있다.

실제 문 대통령은 4ㆍ27 정상회담에서 한반도 정전체제를 종식하고 항구적인 평화체제를 구축하기 위한 방안이 주 의제로 논의될 가능성을 시사했다.

문 대통령은 19일 청와대에서 열린 언론사 사장단 초청 간담회에서 “남북정상회담이나 북미정상회담에서 비핵화가 (합의)될 경우 평화체제를 한다든지, 북미관계를 정상화한다든지 이런 식의 원론적 합의는 크게 어려울 것 같지 않다”고 말했다. 이는 문 대통령이 이번 정상회담을 한반도 평화정착의 전기로 만들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읽힌다.

청와대는 보다 구체적인 입장을 나타냈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18일 남북 및 북미를 비롯한 한반도 문제의 직접 당사자 간 정상회담 등에서 종전선언을 통해 한반도 정전협정 체제를 평화협정 체제로 전환하는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17일(현지시간)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의 정상회담에서 “그들(남북한)은 (한국전쟁) 종전 문제를 논의하고 있으며, 나는 이 논의를 축복한다”는 언급을 확인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런 발언은 6ㆍ25 종전선언에 대한 남북 간 비공개 논의가 진행되고 있음을 미국 측이 공식 확인하면서 공개적 지지 입장을 표명한 것이어서 주목된다.

중국도 한반도 종전선언을 지지하고 나섰다. 화춘잉(華春瑩)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19일 “중국은 쌍궤병행(雙軌竝行ㆍ한반도 비핵화 프로세스와 북미 평화협정 협상)의 사고에 따라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체제 구축을 동시에 추진하는 것이 한반도 문제를 제대로 해결하는 효과적인 방법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중국은 한반도가 전쟁 상태를 조속히 종식하고 각국이 한반도 평화체제를 구축하는 것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이처럼 한반도를 포함한 동북아 외교안보 질서를 이끄는 미ㆍ중 양대 국가가 남북한 평화체제 구축에 지지를 보내면서 이번 정상회담의 핵심의제로 꼽히는 정전체제 종식 및 평화협정 체결 논의도 탄력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 과정에서 ‘군축’은 남북한이 종전 선언을 하고 평화체제를 구축하는 과정에 가장 확실한 증좌가 될 수 있다. 남북 양측이 우선 재래식 군대의 병력과 무기를 줄이는 것만으로도 한반도 평화에 기여하게 된다.

예컨대 남북이 첨예하게 맞서고 있는 DMZ(비무장지대)을 포함한 접경지역의 부대나 무기를 철수하는 상징적 조치는 큰 반향을 부를 수 있다. 나아가 남북 접경지역에 군 부대 대신 개성공단과 같은 경협단지가 조성되고 남북경협이 활성화되면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도 속도를 낼 것으로 전망된다.

북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 주재하에 20일 개최된 노동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 소식을 전하고 있는 노동신문.(연합뉴스)
노동당 대회, 北 대외정책 방향 잡아

북한은 20일 노동당 7기 3차 전원회의를 열었다. 이번 회의가 남북ㆍ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갑자기 소집됐다는 점에서 대외정책을 내부적으로 공식화하기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

북한은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 주재하에 20일 개최된 노동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에서 풍계리 핵실험장을 폐기하고 경제건설에 총력을 집중한다는 새로운 ‘전략적 노선’을 채택했다.

이번 노동당 회의는 북미정상회담보다 남북정상회담에 초점이 맞춰졌을 가능성이 높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 내정자(전 CIA 국장)가 부활절 주말(3월 31일∼4월 1일) 극비리에 방북, 김정은 위원장과 만나 ‘비핵화’에 대해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미국 언론은 마이크 폼페이오-김정은 면담에서 북한의 비핵화 의지를 확인했다고 보도했지만 사실과 다른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베이징의 대북 소식통은 “트럼프 대통령 입장에선 북미정상회담에서 ‘비핵화’라는 성과를 내기 위해 마이크 폼페이오까지 평양에 보냈지만 북한의 핵에 대한 원칙은 달라진 게 없다”며 “아마 빈손으로 돌아갔을 것이다”고 전해왔다.

일각에서 미국이 사정을 해 북미정상회담에서 핵동결까지 양보하고 대신 유엔이 북한의 핵보유국 지위를 인정하는 형태의‘빅딜’이 오갔다는 얘기가 있지만 아직 확인되지 않고 있다.

장백산 이사장은 “핵에 관한한 북한의 기본 입장(핵보유국지위)이 달라지는 일은 없을 것”이라며 “정상회담에선 남북 경협과 군축에 대한 얘기가 중점적으로 다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4ㆍ27 정상회담을 앞둔 문재인 정부가 북한을 어떻게 상대할지 주목된다.

박종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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