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유승민 파워게임, 공천 갈등으로?

이준석 위원장 혼자 공천 신청한 노원병, 결정 미뤄…경선으로 수습

안철수 인재영입위원장 서울시장 단수공천 놓고 당내 반발도

관악구청장 공천에 安 개입 논란…“원칙을 지켜 경선해야”

오는 6ㆍ13 지방선거와 재보궐 선거 공천을 놓고 바른미래당이 시끄럽다. 내세울 후보가 턱없이 부족한 것은 둘째 치고 그나마 예비 후보가 등록된 선거구에서도 잡음이 끊이지 않는 상황이다.

공천 결과가 속속 발표되는 가운데 안철수 인재영입위원장의 지역구였던 서울 노원병 재보궐 후보 공천이 미뤄지면서 당내 계파싸움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미 노원병에는 이준석 노원병 지역위원장이 홀로 공천을 신청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앞서 바른미래당은 장진영 전 국민의당 수석최고위원이 서울시장 후보에 출사표를 던졌지만 경선 없이 안 위원장을 단수공천하면서 잡음이 일었다. 여기에 기초단체장 공천에도 안 위원장의 개입 의혹이 제기되면서 바른미래당 경선이 계파갈등, 진흙탕 싸움으로 변질되는 분위기다.

계파 힘겨루기에 공전하는 노원병 공천…결국 경선 실시

바른미래당 공천관리위원회는 지난 22일 서울 노원병 재보궐 선거에 나설 후보를 결정하지 못했다. 유일하게 공천을 신청한 이준석 지역위원장 단수 공천 여부 표결 결과, 5대 5로 팽팽하게 갈렸기 때문이다. 공관위 인사 11명 가운데 표결에 참여하지 않은 목진휴 위원장을 제외하고 국민의당 측 인사 5명과 바른정당 측 인사 5명이 각자의 계파 이익에 따라 표를 던진 결과였다.

국민의당 측 인사의 반대 결정 배경에는 김근식 경남대 교수가 있었다. 안 위원장의 외교·안보 참모인 김 교수는 후보 등록을 하지 않았지만 안 위원장 측근들은 노원병 후보에 김 교수를 밀고 있었다.

유승민 바른미래당 공동대표. (사진=연합뉴스)
이에 이준석 위원장은 자신의 SNS에 “결국 부메랑은 본인에게 간다”며 에둘러 비판했고, 안철수-유승민간의 계파 갈등이 수면 위로 올랐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논란이 커지자 김 교수는 24일 예비후보 등록을 했고 최고위는 공관위에 경선을 실시하는 것이 좋겠다는 입장을 전달했다. 결국 26일 경선이 결정됐지만 여전히 뇌관은 존재한다. 송파을 지역에 대한 공천이 아직 정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한 관계자는 “노원병 공천 논란은 계파갈등이 본격화된 것”이라며 “송파을을 비롯해 두 계파가 계속 부딪힐 확률이 크다. 당 지지율은 5%에 그치는데 안타까운 상황”이라고 밝혔다.

공천 잡음 한가운데에 자리한 안철수

이번 바른미래당 공천 논란에는 항상 안철수 인재영입위원장이자 서울시장 후보가 자리잡고 있다. 노원 병 재보궐 선거 공천 논란이 안 위원장과 유승민 대표의 힘겨루기 대리전 양상을 띠고 있다면 서울시장 후보 공천은 안 위원장과 직결된 사안이다.

장진영 국민의당 전 수석최고위원은 지난 3월 26일 일찌감치 서울시장 출마를 선언했다. 당시 장 전 최고위원은 부진한 바른미래당 지지율을 언급하면서 “이런 상황에서 두 손 놓고 가만히 앉아 안철수·유승민의 얼굴만 얌전히 바라보고 있을 수는 없다”면서 “서울시장 출마 선언을 앞두고 안철수 인재영입위원장에게 출마여부 확답을 구했으나 웃기만 하고 알려줄 수 없다고 했다”면서 출마배경을 설명하기도 했다. 안 후보는 지난 4월 4일 서울시장 출마를 공식 선언한 바 있다.

그러나 바른미래당 공천관리위원회와 최고위원회는 지난 20일 서울시장 후보로 안 위원장을 단수 공천했다. 단수공천 이유에 대해 이종훈 공관위 대변인은 “당헌·당규에 복수의 후보자가 있다고 해도 단수추천을 할 수 있도록 돼 있다”며 “1인을 제외한 다른 후보에게 심대한 부적격 사유가 있거나 후보 간 경쟁력 차이가 뚜렷할 경우엔 단수추천을 할 수 있고, 공관위는 이런 부분들을 심사해 안 위원장에게 공천을 주는 게 좋겠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장 전 최고위원은 “공관위는 도대체 어떤 근거에서 당의 전직 수석최고위원이 안철수 후보와 경선도 하지 못할 정도로 경쟁력이 차이가 있다고 판단했는지 그 근거를 제시해야 한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그러면서 그는 “당원이 뽑아준 40대 전 수석최고위원을 깜이 되지 않는다며 내치며 미래를 져버렸다. 인재를 영입한다지만 정작 당내의 인재에는 관심을 갖지 않는 당의 모습을 보여줬다”며 “한자릿수 당지지율이라면 없는 경선판도 만들어 벌여야 할 절박한 상황에 차려진 밥상마저 걷어차 버린 오늘 결정에 대해 책임은 지도부와 공관위가 져야 할 것”이라고 당과 안 위원장을 성토했다.

구청장 경선에도 安 이름 오르내리며 사천(私薦) 논란

안 위원장을 둘러싼 공천 의혹은 서울시 관악구청장 경선에도 제기되고 있다. 당초 이 지역에는 김희철 전 국회의원과 이승한 관악구생활체육회장이 출사표를 던졌다. 그러나 돌연 이행자 전 국민의당 대변인이 출마 의향을 밝히면서 상황이 돌변했다. 이어 출마 배경에 안 위원장의 강한 출마 요구가 있었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논란은 가중됐다. 이 전 대변인은 4월 초까지 구청장 불출마 의사를 밝히며 서울시의회 비례대표 출마를 원했지만 안 위원장이 직접 출마를 권유해 구청장 경선에 뛰어들게 됐다는 것이다.

이 전 대변인은 지도부의 전략공천 등을 활용해 얼마든지 관악구청장 후보로 선출될 수 있다. 그러나 상대 예비후보 캠프 측은 이 전 대변인의 행보를 비판하고 있다. 지난 21일 치러진 예비후보 심사에도 이 전 대변인은 참석하지 않고, 지역구 국회의원과 선거 운동을 이미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한 관계자는 “마치 이미 공천 결과가 나온 듯한 행보”라고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지역 정가에서는 오는 21대 총선을 염두에 둔 전략 공천이라는 의혹마저 돌고 있다.

안철수 바른미래당 서울시장 후보. (사진=연합뉴스)
이에 반발해 이승한 예비후보는 지난 17일 여의도 당사를 항의 방문해 “안 위원장이 이 전 대변인을 구청장 후보로 나설 것을 종용하면서 시의원 비례까지 관련해 공천을 담합했다”며 “공천관리위원회의 소관업무를 침해한 업무방해죄이며 공당을 사당화하는 심각한 행위”라고 비판했다. 이 예비후보 측은 지난 17일부터 당사에서 철야 농성을 이어가며 안 위원장 공천 개입에 대한 공관위의 진상 조사와 함께 공정한 경선이 치러질 것을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 예비후보 측은 “서울에서 당원이 가장 많은 곳이 관악구다. 그 절반 이상을 입당시킨 후보가 이미 2명이나 있는 상황에서 당에 후보 등록도 안한 후보가 이미 활동하고 있다”며 “원칙을 지켜달라는 것이다. 공관위의 공정하고 현명한 결정을 촉구할 뿐”이라고 밝혔다.

이에 이 전 대변인은 지역 관계자들의 권유로 뒤늦게 출마를 결심했고 무엇이든 당의 결정을 따를 것이라는 입장으로 알려졌다. 바른미래당은 5월 초쯤 공천 결과를 발표할 예정으로 알려졌지만, 당내 분위기는 안 위원장의 권한을 넘어선 전략공천 의혹이 계속 나오면서 반발이 거세지고 있는 형국이다.

허인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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