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 넘겨 檢에 넘어올 증거… 특검 실현 가능성 있나

드루킹 첫 재판, 증거조사 이뤄지지 않아

檢 “警이 증거 분석 마무리하지 않아, 못 받았다” 해명

드루킹 특검에 사활 거는 野… 지방선거 前 실현 가능성 과연 있나

특검 촉구-여론 비난 무마 위해… 警 내부 라인 ‘자진사퇴’ 하나

네이버 댓글 여론조작 혐의를 받는 파워블로거 '드루킹' 김 모씨가 지난 2일 오전 서울 중앙지법에서 열린 첫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연합)
한민철 기자

이른바 ‘드루킹 댓글조작 사건’이 증거분석조차 제대로 마무리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나면서 파장이 커지고 있다. 경찰 측이 드루킹의 댓글조작과 관련된 증거조사가 끝나지 않아 관련 증거를 검찰에 넘기지 못했고, 이에 검찰 측이 증거가 마련되지 않은 상태에서 재판에 돌입하는 웃지 못할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정치권은 드루킹 특검을 둘러싸고 정쟁을 더욱 심화시키고 있다. 6·13 지방선거를 앞두고 남북정상회담으로 여당의 지지도가 더욱 높아진 상태에서 야당은 드루킹 특검에 더욱 사활을 걸고 있다. 그러나 지방선거 이전에 특검은 불가능하거나 실현되더라도 큰 의미가 없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특히 지방선거를 앞두고 경찰이 드루킹 사건에 대한 수사를 어느 정도 마무리한 채 ‘십자가’를 지며 야당의 공세를 무마시킬 것이라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지난 2일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 12단독(판사 김대규) 심리로 열린 ‘드루킹’ 김 모씨 등에 대한 공판에서 김씨를 비롯한 피고인 전원은 검찰 측 공소사실을 인정했다.

앞서 드루킹 등은 지난 1월 17일 연합뉴스가 네이버 뉴스에 송고한 ‘한반도기 앞세워 공동입장…여자아이스하키 단일팀 구성’ 제하의 기사에 달린 ‘문체부, 청와대, 여당 다 실수하는 거다. 국민들 뿔났다’, ‘땀흘린 선수들이 무슨 죄냐’ 등 댓글의 공감수를 조작한 것으로 밝혀졌다.

구체적으로 드루킹 측은 자신이 운영해온 인터넷 카페 ‘경제적 공진화 모임(경공모)’ 회원들로부터 네이버 아이디 614개를 교부받았고, 이를 매크로 프로그램에 활용해 특정 댓글에 대한 공감수를 늘렸다.

이미 잘 알려져 있듯이 댓글 조작 행위가 이뤄진 장소는 경기도 파주시 느릅나무 출판사였다.

드루킹 측의 이와 같은 행위는 네이버 사용자들에 왜곡·조작된 댓글을 다수가 인정하는 내용인 것처럼 인식하게 했을 뿐만 아니라, 네이버 정보처리장치 내 통계시스템에 오류를 불러일으키는 등 명백한 불법에 해당했다.

이에 검찰 측은 형법 제314조 2항을 적용, 지난 3월 25일 드루킹을 구속했다. 이어 댓글 조작 행위에 가담한 느릅나무 출판사 직원 등도 구속해 같은 재판에 넘겼다.

사실 이 사건 재판은 혐의에 대한 사안이 비교적 간단해 검찰과 변호인 사이의 치열한 법정공방과 긴 공판 과정을 예상하는 시각은 그리 많지 않았다.

때문에 이날 재판이 첫 번째 기일이었지만 피고인 측이 범행을 순순히 인정한다면, 증거조사 뒤 곧바로 검찰 측 구형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았다.

그런데 이날 드루킹 측이 공소사실 전부를 인정했음에도 불구하고, 검찰은 증거조사와 구형은 고사하고 공소장 변경을 이유로 재판장에 기일 연장을 요청했다.

검찰 측은 아직 경찰이 이 사건 수사를 완료하지 않았고, 기존 공소사실에 대한 보다 상세한 내용을 추가하기 위해 공소장 변경이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검찰 측에 따르면 경찰에서 이 사건 압수수색을 통해 획득한 증거물에 대한 분석이 아직까지도 마무리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당연히 이날 공판 기일까지도 증거가 검찰로 송치되지 않아 증거신청 역시 불가능하다는 입장이었다.

사실상 검찰은 이날 증거신청 및 조사를 하지 못한 이유에 대해, 제때 증거를 넘겨주지 못한 경찰 측에 모든 책임을 떠넘기는 태도였다.

이날 재판이 진행되기 이전까지도 드루킹 사건에 대한 경찰의 부실조사 논란이 끊이지 않는 상태에서, 이와 같은 검찰 측 입장을 수긍할 여지도 있었다.

다만 이 사건 증거물을 확보하지도 않은 채 피고인들을 기소했고 재판에 넘긴 검찰 측의 행보 역시 매우 이례적인 것이 사실이었다. 이날 재판장 역시 검찰 측 태도에 다소 불쾌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드루킹 측은 재판이 신속히 끝나길 원했고, 검찰 측은 아직 그럴 준비가 되지 않았다. (사진=연합)
김대규 판사는 검찰 측을 향해 “오늘 증거신청이 안 된다는 것은 선뜻 납득이 안 된다”라며 “오늘 증거목록도 준비가 안 된 것인가, 이 사건은 정치적으로 국민적 관심이 많은데 피고인에 대한 인신구속은 절차상 최소한으로 그쳐야 하는 것이 우리 헌법상 피고인이 신속한 재판을 받을 권리”라고 지적했다.

이어 “피고인이 지금 자백한 사건에서 증거분석으로 인해 증거제출이 늦어진다면 재판부는 납득하기 힘들다”라고 덧붙였다.

특히 검찰 측은 공소장 변경을 하려는 이유 중 하나로 매크로 프로그램에 대한 상세한 분석을 들었다.

이는 달리 말하자면, 아직 검찰 측이 매크로 프로그램에 대한 완벽한 이해가 되지 않았을 가능성이 있다는 의미이기도 했다.

실제로 이날 재판에서 검찰 측은 매크로 프로그램의 기능 그리고 드루킹 측이 어떻게 이 프로그램을 활용했는지에 대해 묻는 재판장의 질문에 명쾌한 답을 내놓지 못했다.

심지어 드루킹 측 변호인은 매크로 프로그램 사용이 네이버에 그렇게 큰 업무상 영향을 주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말하며, 이에 대한 심각성을 과연 제대로 인식하고는 있는지 의문을 남기기도 했다.

정확히 설명하자면 드루킹 측은 경공모 회원 등으로부터 받은 네이버 아이디 614개를 통해 특정 댓글에 대한 공감수를 올릴 수 있었다.

매크로 프로그램은 이들이 네이버 아이디에 접속해 614번의 공감수 클릭을 직접 하지 않고도 자동으로 클릭이 가능하도록 만드는 기능을 했다.

사실상 준비가 제대로 되지 않은 상태에서 재판에 돌입한 검찰 측은 이날 방청석으로부터 “매크로도 모르고 기소를 했는가”라는 비난을 들을 수밖에 없었다.

드루킹 김씨는 이날 재판이 끝난 뒤 “죗값을 치러라”라는 방청석의 외침에 어이가 없다는 듯 미소를 지으며 재판정을 빠져나갔다.

野, 드루킹 특검 총 공세… 실현 가능성에 대한 의문의 목소리

현재 야당은 ‘드루킹 특검’을 외치며 청와대와 여당에 대한 공세를 늦추지 않고 있다.

특히 김성태 자유한국한국 원내대표는 지난 3일부터 드루킹 특검을 요구하며 국회 본청 앞에서 무기한 단식 농성에 들어갔다.

김성태 원내대표는 4일 오전 국회 본청 앞에서 열린 비상의원총회에서도 국민적 의혹 해소를 위해 여당이 드루킹 특검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성태 원내대표는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특검 단식은 국회 정상화 포기 선언이자 국회 책무를 저버린 배신행위라고 말했다”라며 “지금까지도 많은 특검을 수용하면서 국회를 두 달째 마비 시켜가며 드루킹 특검을 거부하는 집권 세력의 모습은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가 되지 않는다”라고 밝혔다.

자유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가 4일 오전 국회 본청 앞에서 열린 비상의원총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
이날 비상의원총회에는 다른 자유한국당 의원들도 참석해 드루킹 특검 촉구 내용이 담긴 피켓을 들고 김 원내대표의 목소리에 힘을 실어줬다.

바른미래당 역시 여당 측에 늦어도 지난 4일까지 드루킹 특검을 수용하라며 최후 통보를 했고, 만일 특검 수용을 거부한다면 특단의 조치를 취하겠다고 엄포를 놓았다.

물론 더불어민주당 측은 4일까지도 이를 받아들이지 않으며, 향후 국회 파행 상태가 지속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이처럼 현재 국회 내에서 야당은 자유한국당을 중심으로 드루킹 특검에 사활을 걸고 있는 분위기다.

올해 들어 안희정 전 충남지사 등 여당 인사들이 소위 미투(Metoo) 폭로로 곤욕을 치르며 여당의 지지도가 급격히 추락했다.

그 시점에서 드루킹 사태가 수면 위로 드러났고, 경남도지사 예비후보이자 여당 핵심 인물인 김경수 더불어민주당 의원 그리고 그의 측근들이 드루킹 사태 의혹에 휩싸였다.

또 여당 측이 드루킹 사태에 선을 긋고 특검 요구에 회피하는 태도를 보이자, 여론이 급격히 악화됐다.

특히 최근 남북정상회담이 성공적으로 개최되면서 문재인 대통령을 비롯한 여당의 지지도가 반등하며, 야당 측은 특검에 대한 공세 수위를 더욱 높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사실상 야당 입장에서 6·13 지방선거 승리를 위해 특별히 내세울 부분이 없는 만큼, 드루킹 특검은 절대 놓칠 수 없는 카드인 것이 분명했다.

그렇다면 관건은 겨우 40여일도 채 남지 않은 지방선거 이전에 드루킹 특검을 현실화시킬 수 있는지 여부였다.

물론 정치권 내부에서는 여당이 특검을 수용하지 않고, 수용하더라도 지방선거 이후에나 가능할 것이라는 시각이 힘을 얻고 있는 상황이다.

무엇보다 현시점에서 당장 드루킹 특검이 시작된다고 할지라도 과연 지방선거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을지 의문이라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앞서 언급한 대로 검찰은 현재 경찰로부터 드루킹 측의 업무방해 혐의와 관련된 증거조차 전부 넘겨받지 못한 상태다.

증거에 암호가 걸린 상태임에도 드루킹 측이 이에 대한 수사협조에 보다 적극적으로 응해주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더불어민주당 김경수 의원이 '드루킹' 김모씨의 네이버 댓글 여론조작 사건과 관련해 4일 오전 서울지방경찰청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연합)
검찰 측은 관련 증거가 경찰로부터 넘어와서 최종 분석을 마치기까지 최소 한 달의 시간은 더 소요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당연히 지방선거를 훌쩍 넘긴 시점에서야 증거 분석을 완료해 수사에 활기를 띨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에 검찰 측은 지난 2일 드루킹 등에 대한 첫 번째 공판에서 다음 재판 기일을 6월 중으로 잡아줄 것을 재판장에 요청하기까지 했다. 물론 이는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특검 측이 관련 증거물을 분석한다고 할지라도 마무리가 앞당겨질지는 미지수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십자가 질 곳은 檢이 아닌 警인가

잘 알려져 있다시피 드루킹 측은 경공모 회원들로부터 네이버 아이디를 교부받았을 뿐만 아니라, 최소 130여개의 대포폰으로 네이버 아이디를 불법 생성해 댓글조작에 이용했다.

댓글조작에 쓰였던 네이버 아이디는 향후 더 많이 밝혀질 수 있으며, 그렇다면 이 사건 수사는 장기화될 가능성이 높다.

이는 <주간한국> 제2724호 ‘野, 드루킹 사건 대포폰 수사에 주목하는 이유’ 제하의 기사에서 밝힌 바 있지만, 드루킹이 순순히 자백을 한다고 할지라도 댓글조작에 대한 수사가 그렇게 간단하지 않기 때문이다.

우선 수사기관은 드루킹 측으로부터 압수한 대포폰의 전화번호와 통신사 그리고 그 기기로 네이버에서 어떤 불법 아이디가 생성됐으며, 그 불법 아이디와 매크로 프로그램으로 조작한 댓글과 공감은 구체적으로 어떤 내용이었는지 여부를 전부 알아내야 한다.

때문에 각 통신사와 네이버 측의 수사협조가 있어야 하는데, 통신사 측은 대포폰에 할당된 번호의 명의자와 통신정보조회 등 자료를 마련해야 한다.

네이버는 각 불법 아이디의 생성 시기 및 아이피(IP) 그리고 해당 아이디로 범죄행위에 해당하는 댓글을 단 내용을 전부 파악해야만 한다.

아무리 경찰청 사이버수사팀과 검찰 첨단수사부 모든 인력이 합동해 수사를 한다고 할지라도, 대포폰 등으로 생성한 수백여개 이상의 네이버 불법아이디에 대한 조사를 완료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또 특검에서 이를 수사한다고 할지라도 시간이 오래 걸리는 것은 마찬가지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드루킹 특검을 촉구하는 야당 내부에서 이를 모를 리가 없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야당이 특검을 통해 드루킹 사건의 실체를 면밀히 밝히려고 하기보다, 수사가 아닌 특검 자체에 목적을 두고 지방선거 이전에 이를 실행시키려는 의도를 가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물론 수사의 장기화 그리고 지방선거 이전의 특검 실현의 문제는 뒤로 하고서라도, 여당에게 드루킹 사건이 부담스러운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드루킹 수사를 두고 검찰과 경찰의 불협화음이 보이고 있다. (사진=연합)
여당 입장에서는 다행스럽게도 경찰이 검찰에 이 사건 수사 증거를 제때 넘기지 못하면서, 드루킹 수사와 재판은 더 지체되고 있다.

다만 더 이상 이 사건 수사를 둘러싸고 검경 불협화음과 부실수사 의혹이 지속된다면, 수사기관이 정치권 눈치보기를 하고 있다는 비난 여론이 확산돼 지방선거에서 여당에 악영향을 끼칠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이에 정치권 일각에서는 야당의 드루킹 특검 촉구 무마와 지방선거에서 여당에 대한 악영향을 최소화 하기 위해 경찰 내부 라인에서 사퇴로서 십자가를 질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물론 그 사퇴는 드루킹 사건에 대한 경찰의 수사가 어느 정도 마무리된 뒤 진행되며, 부실 수사 또는 여론의 압박이 아닌 단지 수사가 지연된 부분에 대해서만 책임지고 자진해 사퇴하는 모양새로 흘러갈 것이라는 설명이다.

한민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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