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장백산 해외동포지원사업단 이사장

“북핵 DMZ에 보관하고 유엔군 등 관리하면 ‘비핵화’ 효과”

“한반도 중립국 돼야 북핵 해결되고, 남북 공영할 수 있어”

장백산 해외동포지원사업단 이사장은 북한이 핵 보유를 절대 포기하지 않는 상황에서는 북핵을 DMZ에 보관하고 유엔군, 미군, 남북한 군이 공동관리하면 사실상의 '비핵화' 효과를 거둘수 있으며, 한반도가 중립국이 될 때 북핵 문제를 궁극적으로 해결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주간한국)
4ㆍ27 남북정상회담에서 ‘비핵화’ 문제를 확실히 매듭짓지 못하면서 북미정상회담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이 북한을 방문해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만난데 이어 ‘영구적인 북핵 폐기’(PVID)를 제시하면서 비핵화의 향배가 더욱 주목받고 있다.

이런 가운데 비핵화 문제의 해법으로 유엔을 통한 ‘한반도 중립국’ 방안과 북핵을 DMZ에 보관하고 유엔군이 관리하는 방식이 새삼 주목받고 있다. 북한이 핵보유국 입장을 고수하는 상황에서 가장 현실적인 대안이라는 평가에서다.

이 방안은 장백산 해외동포지원사업단 이사장이 10여년 전부터 구상해온 것으로 최근 남북정상회담을 전후해 한반도 상황이 크게 바뀌고 동북아질서도 급격한 변화가 예상되면서 부쩍 관심을 끌고 있다.

지난 3일 장 이사장을 만나 비핵화 해법과 한반도, 동북아 변화에 따른 대응책 등에 대한 견해를 들어봤다.

-남북정상회담에서 ‘판문점선언’을 통해 ‘완전한 비핵화’를 실현한다고 밝혔는데 어떻게 평가하나.

“남북 정상이 밝힌 비핵화 취지는 이해하나 ‘완전한 비핵화’의 의미는 남과 북이 크게 다르다. 우리는 비핵화의 큰 진전으로 보거나 비핵화가 실현될 것으로 기대하는데 북한은 전혀 다른 입장이다. 즉, 비핵화의 전제가 갖춰져야 ‘완전한 비핵화’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완전한’의 의미는 미국을 포함해 전 세계가 핵을 보유하지 않는다는 전제에서 비핵화를 하겠다는 것인데 결국 북한은 핵을 포기하지 않겠다는 뜻이다.

궁극적으로 북핵 문제는 적대관계에 있는 미국에 달렸다고 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이번 북미정상회담은 매우 중요하다.”

- 북미정상회담에서 ‘비핵화’가 실현될 것으로 보는지.

“북한은 절대 핵을 포기하지 않는다. 때문에 비핵화는 어렵다고 본다. 북한 요구대로 군사 위협을 해소하고 체제 안정을 보장하면 핵에 관해 양보할 수 있지만 그렇더라도 핵폐기를 뜻하는 비핵화는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대북 강경파로 진용을 새롭게 갖추고 최대한의 압박을 가하면서 북한이 비핵화에 나서지 않을 경우 실제 공격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인데.

“그렇더라도 북한은 ‘핵보유국 지위’를 포기하지 않는다. 미국이 북한을 무력으로 공격하는 것은 지금처럼 북한이 정상국가로 변화하고 있고, 핵에 대해 유화적인 입장을 보이는 상황에선 어렵다. 또한 중국과 러시아의 반대로 미국이 북한을 공격하는 일은 없을 것으로 본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이 ‘비핵화’와 관련해 PVID 방안을 제시했는데.

“폼페이오 장관이 직접 북한에 들어가 김정은을 만나보니 비핵화가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고 대안으로 PVID를 내놓은 것으로 해석된다. 단번에 비핵화를 한다는 CVID는 사실상 불가능하고, 북한이 나중에 재무장할 수도 있다. 그래서 PVID를 제시한 것으로 보이는데 이는 북한의 핵은 인정하되 실제는 영원히 사용할 수 없도록 하는 장치를 마련해 비핵화 효과를 거둔다는 것으로 매우 현실적인 방안이라고 생각한다. 미국과 북한 간에 PVID와 관련해 충분한 대화가 있었을 것으로 본다.”

- PVID의 구체적인 내용은 아직 나오지 않았는데 현실적인 방안을 제시한다면.

“CVID든, PVID든 북핵이 북한 깊숙이 있으면 북핵뿐 아니라 핵과학자, 핵시설 등을 충분하고 효과적으로 통제하기 어렵다. 따라서 유엔군과 미군이 주둔하고 있고 북한군도 관여할 수 있는 DMZ에 핵을 보관하는 것이 실효적이다. 그래야 완전하거나 영구적인 검증이 가능하고 비핵화의 효과를 거둘 수 있다. ”

-북핵을 DMZ에 보관한다면 어느 지역이 가장 효율적이라고 보는가.

“DMZ 지역이 광범위한데 북핵을 보관하기 쉽고 우리 군과 미군이 가까이 있는 서부전선 고랑포 일대가 적합해 보인다. 고랑포는 북한의 제1 땅굴이 있는 곳으로 새롭게 공사를 하지 않고 핵을 보관할 수 있고, 주변에 미군 부대도 있어 관리가 가능하다.

-북핵을 DMZ에 보관하고 유엔군 등이 관리한다고 해도 남북관계가 유동적이고 한반도, 동북아 질서가 언제든 변할 수 있어 ‘비핵화’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보는데.

“DMZ에 보관한 핵을 유엔군과 미군, 남북한 군이 관리하면 안전성은 상당 부분 담보된다고 할 수 있다. 본래 북핵에 관해 남북과 주변국들의 이해가 각각 다르기 때문에 ‘한반도 중립국’ 방안을 10여전부터 주장해왔다. 남북이 중립국이 되고 북핵을 유엔 차원에서 이 관리하게 되면 사실상 비핵화가 실현된 것으로 볼 수 있다.”

-북핵 해법과 관련해 ‘한반도 중립국’ 방안을 주장해온 이유는.

“북한 핵에 관해서는 노동당의 결정 사안이고, 고구려 민족 기질상 절대 포기하지 않는다. 이것이 유엔을 비롯해 한국과 미국 등 관련 국가들이 북핵을 제거 내지 포기시키지 못하는 이유다.

북핵은 한반도만의 문제가 아니라 세계 전체의 문제여서 이것을 풀 수 있는 것은 유엔밖에 없다. 또한 한반도 주변 4강의 북핵에 대한 서로 다른 이해관계도 관건이다. 때문에 북핵 문제를 풀기 위해선 유엔 총회를 통한 ‘한반도 중립국’방안이 최선의 방안이라 생각했다.

- 장 이사장이 주장한 ‘한반도 중립국’이 현실화되기 위한 과정은.

“유엔이 중심적 역할을 하고, 해외 동포가 주도적 활동을 하는 것이다. ‘한반도 중립국화’를 위해선 당연히 우리 민족이 주체가 돼야 하지만 남과 북의 주민이 할 경우 규제와 제한이 많다. 남북 당국과 정권 차원에서 추진은 불가능하고, 남북한 모두 국내법에 저촉되는 어려움이 있다. 그래서 해외동포가 중심이 되고 남북한 주민이 동참해 ‘한반도 중립국’ 안을 유엔 총회에 상정해 통과시키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유엔군 주둔을 통해 한반도 핵상황을 관리하도록 한다.”

-남북정상회담을 계기로 남북관계가 새 전기를 맞고 있다. 남북관계가 실질적으로 발전하기 위한 조언을 한다면.

“남북 모두 순수하게 ‘민족’의 발전을 위한다는 대의에 기반해 만나야 한다. 정치적 계산이나, 이권, 기득권 유지 등 남북관계의 장애 요인들은 애당초 없어야 한다. 현실적으론 5ㆍ24 조치가 해제되고 비정치적인 경협을 중심으로, 주민이 중심이 되는 교류가 활성화돼야 한다.

박종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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