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성 친문 넘어 당 화합, 야당 관계 풀고, 입법과제 해결해야

洪 “개혁 속도 더 내야”…드루킹 특검 등 국회 경색 풀어

민생 입법 처리 시급 …20대 하반기 국회 원구성 협상

새 원내대표로 선출된 더불어민주당 홍영표(오른쪽) 원내대표가 11일 국회 앞 자유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의 단식 농성장을 찾아 김 원내대표와 손을 잡고 있다.(연합)
우원식 원내대표에 이어 집권 2기 민주당을 이끌 원내대표로 3선의 홍영표 의원(인천 부평을)이 선출됐다. 지난 11일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홍 의원은 78표를 획득, 38표를 얻은 3선의 노 의원을 40표 차로 누르고 원내지휘봉을 거머쥐었다.

대우자동차 노조 출신인 홍 신임 원내대표는 한국노동연구소장 등을 지낸 노동운동가 출신이다. 1982년 대우자동차 용접공으로 입사한 그는 1984년 대우자동차 파업 당시 김우중 대우 회장과 노사 대표로 협상을 이뤄내기도 했다. 홍 원내대표는 참여정부에서 국무총리실 시민사회비서관을 거쳐 2012년 대선 당시 문 대통령의 캠프 종합상황실장을 맡았다. 2017년 19대 대선에서 일자리위원회 본부장으로 활동했고 현재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근로시간 단축법안 처리와 한국GM 노사합의 등을 이끌어내는데 중요한 역할을 하면서 존재감이 더욱 부각됐다.

이번 민주당 원내대표 경선은 재수생들의 재도전이자 친문과 비문의 역학구도를 살펴볼 수 있는 기회였다. 홍 신임 원내대표와 노웅래 의원 모두 과거 원내대표에 도전했다 고배를 마신 전력이 있다. 지난해 5월 치러진 당내 원내대표 경선에서 홍 원내대표는 우원식 전 원내대표에게 7표차로 아깝게 졌다. 노 의원은 2016년 원내대표 경선에 출마했으나 9표를 얻는 데 그쳤다.

2파전으로 치러진 이번 원내대표 경선은 주류·비주류, 친문ㆍ비문 간의 싸움이었다. 각 후보별로는 일부 의원들은 친문 핵심이자 강성 이미지의 홍 신임 원내대표에 대해 우려를 표하기고 했고, 상대적으로 계파에서 자유롭고 온화하다는 평가를 받는 노웅래 의원이 극한 대치로 끌고 가고 있는 야당과 실타래를 제대로 풀 수 있을지 의문을 제기하는 주장도 있었다.

친문 강성 이미지를 의식한 홍 신임 원내대표는 출마선언 기자회견에서 “더 많은 경청, 더 넓은 포용, 통 큰 정치로 대립과 반목의 역사를 타협의 미래로 바꾸겠다”며 몸을 낮추는 모습을 보였다. 당시 홍 신임 원내대표는 친문 대 비문으로 이어지는 구도에 “‘더불어’민주당이 되면서 우리 안의 모든 벽을 허물었다”며 “보이지 않는 벽이 조금이라도 남아 있다면 그것은 내가 허물겠다”고 친문 세력 견제를 선제적으로 차단하려고 했다.

수직적 당청관계 우려에 대해서도 할 말은 하겠다는 입장이었다. 기자회견 직후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나중에 원내대표가 되면 확인하겠지만, 오히려 반대가 될 것”이라며 “당·정·청 간에는 분명히 서로 다른 역할이 있고, 입법·정책·예산에 있어서는 당이 주도해야 한다는 게 내 생각”이라고 선을 그었다.

반면 노웅래 의원은 비주류를 의식한 듯 화합을 내세웠었다. 그는 지난 2일 출마 기자회견에서 “줄 세우기, 네 편 내 편의 구분이 없는 모두의 민주당을 만들겠다”며 “개인적으로나 지역적으로나 원내 인사와 예산 배정에서 결코 소외와 차별이 없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또 “청와대와 집권여당의 정례회동과 함께 정례적이고 실질적인 당정협의를 추진하겠다. 무엇보다 ‘평형수’와도 같은 역할을 통해 균형 잡힌 당·정·청 관계를 이끌어가겠다”며 수직적 당청관계에서 벗어날 뜻을 분명히 했다.

결과는 노 의원보다 40표 이상 더 득표한 홍 신임 원내대표의 압승이었다. 홍 신임 원내대표는 공전하고 있는 국회 정상화를 위해 정면 돌파할 뜻을 밝혔다. 의원총회 정견발표에서 그는 “집권 2년차, 우리 당과 의원들이 국정운영 중심에 서 있다고 자부할 수 있나. 할 일은 많은데 당이 보이지 않는다는 우려가 적지 않다”며 “중진의원, 초·재선 의원 가릴 것 없이 한결같이 당과 국회가 제 역할을 다하지 못한다고 지적하고 있다”고 전했다.

홍 신임 원내대표는 그러면서 “당은 문재인정부의 개혁과제를 실현하는 강력한 견인차가 돼야 한다”며 “어디서든 또 누가 됐든 개혁의지가 느슨해진다면 당이 고삐를 죄어야 하지 않겠나. 촛불민심을 담은 개혁과제가 더 많은 국민적 공감과 지지를 얻어야 한다. 지금보다 더 속도를 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재인 정부 국정 과제 추진을 위한 입법과제들에 대해 신속한 처리를 다짐한 것이다.

두 번의 도전 끝에 원내 사령탑이 된 홍 신임 원내대표는 선출되자마자 풀어야 할 난제들이 산적하다. 당장 드루킹 댓글조작 사건 관련 특검을 내세우며 단식 중인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의 투쟁을 저지시켜야 한다. 이 때문에 홍 신임 원내대표는 경선이 끝나자마자 김 원내대표를 찾았다. 이 자리에서 김 원내대표는 이날 오후 즉각 협의를 제안했다. 그러나 홍 신임 원내대표는 “지금 아무것도 모르니 바로 이야기 하기는 어렵다”며 업무 파악이 먼저라는 입장을 보였다. 당장 오는 14일까지 지방선거 출마 현역의원들의 사직서를 처리해야 하는 터라 수일 내로 협의를 진행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당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국회 경색 국면이 풀린다 해도 3조9000억 원의 추가경정예산안 및 민생개혁 과제 입법 처리가 시급하고 지방선거 이후 진행될 20대 하반기 국회 원구성 협상 역시 홍 신임 원내대표가 당면한 과제다.

허인회 기자



주간한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