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한미정상회담에서 문제 제기…남북 공동 대응 가능성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26일 오후 판문점 북측 통일각에서 정상회담을 하기 앞서 백두산 그림 앞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연합)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6일 전격적으로 두 번째 정상회담을 가졌다.

4ㆍ27 정상회담 이후 한 달도 채 지나지 않은 시점에 남북정상회담이 이뤄지면서 그 배경과 두 정상이 무슨 얘기를 나눴는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에 대해 여러 분석이 나오는 가운데 윤영찬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양 정상이 4ㆍ27 판문점선언의 이행과 북미정상회담의 성공적 개최를 위해 허심탄회하게 의견을 교환했다”고 밝혔다.

4·27 판문점선언 이행과 북미정상회담이 2차 정상회담의 핵심 내용이라는 설명이다.

그러나 판문점선언의 이행을 위한 것이라면 고위급회담 등을 통해 실무 당사자들이 풀어가도 된다. 그 정도의 사안을 위해 남북 두 정상이 만났다는 것은 선의로 해석한다 해도 석연치 않은 구석이 있다.

그리고 북미정상회담의 성공적 개최를 위해 정상회담이 이뤄졌다는 청와대의 발표는 수긍할 만하지만 미심쩍은 부분도 있다.

북미정상회담은 미국과 북한뿐 아니라 남북관계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그런데 내달 12일로 예정됐던 북미정상회담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4일(현지시간) 전격 취소하면서 무산됐다. 이후 김계관 북한 외무성 제1부상의 담화를 발표, 유연한 입장을 보이며 대화를 하자는 메시지를 전하고, 트럼프 대통령이 취소 하룻만에 북미정상회담이 예정대로 12일에 열릴 수도 있다고 하면서 개최 여부가 유동적인 상황이 됐다.

이런 가운데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북미정상회담의 성공적 개최를 논의하기 위해 만난 것은 충분히 이해되고 바람직한 행보로 보인다. 실제 남북 두 정상의 노력으로 북미정상회담이 이뤄질 수도 있다.

하지만 북미정상회담의 ‘키(key)’는 미국이 쥐고 있다. 즉, 북미회담의 성사 여부는 트럼프 대통령의 결단에 달린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 위원장과의 정상회담을 통해 전 세계가 주목하는 ‘완전한 비핵화(핵폐기)’를 이루고, 탄핵 위기도 벗어나려 한다. 그만큼 북미정사회담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매우 중요한 사안이다.

때문에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 위원장과 정상회담을 반드시 하려할 것이고 <주간한국>은 26일자 보도에서 최소 두차례 북미정상회담이 열릴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즉, 미국 입장에선 그들이 중시하는 독립기념일(7월 4일) 이전에 한 차례 정상회담을 하고 11월 중간선거 직전에 두 번째 정상회담이 개최될 것으로 분석했다.

하지만 북미정상회담 성사는 1차적으로 미국에 달렸고, 북핵에 대해 북한이 어떠한 입장을 취하느냐에 따라 시기가 조정될 수 있다. 한국이 북미정상회담 개최 여부에 영향을 미칠 부분은 사실상 거의 없다. 북한의 핵에 대한 입장은 분명(보유핵 고수)해 우리 정부가 미국이 바라는 대로 이끌 수 없고, 북ㆍ미 양국이 결정할 사안이다.

이번 2차 남북정상회담은 22일 열린 한미정상회담과 트럼프 대통령이 북미정상회담을 취소한 게 결정적으로 작용했다는 후문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22일 오후(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백악관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환담을 하고 있다. (연합)

미국 정보관계자들에 따르면 한미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문재인 대통령에게 큰 불만을 나타냈다고 한다. 한국이 북한에 대한 정보를 잘못 전해줘 미국이 ‘위기’에 빠졌다는 이유에서였다. 즉,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3월 5일 대북특별사절단대표단으로 방북해 김정은 위원장과 면담한 뒤 8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만나 방북 성과에 대해 설명하면서 북한의 입장을 잘못 전해 미국이 오판했다는 것이다.

미국 정보관계자들에 따르면 당시 정의용 실장은 ‘김정은 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을 만날 의사가 있고 비핵화 의지를 분명히 했다’고 전했고, 그래서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위원장과 북미정상회담을 하기로 결정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마이크 폼페이오 장관을 평양에 보내 확인한 결과는 정의용 실장이 전한 것과 달랐고, 특히 북핵에 관해 미국과 전혀 다른 입장인 것을 확인했다는 게 정보관계자의 설명이다.

한국 정부 책임자의 말을 믿고 북한과 정상회담을 하기로 공표한 트럼프 대통령 입장에선 난감할 수밖에 없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미정상회담에서 그러한 부분에 대해 문재인 대통령에 심하게 문제 제기를 한 것으로 전해진다.

북한 역시 북미정상회담이 취소된 것에 우려를 가졌고, 한미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에 대해 어떤 입장을 갖고 있는가를 문 대통령을 통해 확인하고자 했다.

이를 전한 베이징의 정통한 대북 소식통은 "북한은 북미회담을 통해 경제 위기를 벗어나려고 했는데 이것이 무산되면서 더 악화될 것을 우려했다"면서 "남한을 통해 트럼프의 생각을 알고싶어했다"고 말했다.

26일 남북정상회담이 갑자기 이뤄진 것도 그러한 배경 때문으로 해석된다.

문 대통령은 27일 10시에 남북정상회담 결과를 직접 발표할 예정이다.

북핵(비핵화)과 북미정상회담에 대해선 종래 알려진 대로 일반적인 수준의 발표를 할 것이 예상되고, 판문점선언 이행을 위한 고위급회담과 군사회담 외에 이산가족상봉을 위한 적십자회담, 6ㆍ15 공공행사,남북협력 등을 언급할 것으로 보인다.

박종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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