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수도권 싹쓸이 가능성, 야당 저지할 수 있나

서울, 경기, 인천 등 수도권 광역단체장은 선거 전체 판세를 아우른다는 상징성을 갖고 있다. 우리나라 유권자 절반이 수도권에서 생활하고 있고 다양한 지역에서 올라온 지방 출신들이 섞여 있어 지역 민심이 간접 반영된다는 의미도 있다.

지난 지방선거에서는 당시 새누리당이 인천, 경기를 차지했고 새정치민주연합은 서울을 사수하는데 그쳤다. 결과적으로 보면 새정치민주연합의 패배였다. 인천시장의 자리를 내줬기 때문이다.

이번 지방선거의 흐름은 여당인 민주당의 일방적 우세로 흘러가고 있다. 최근 여론조사에 따르면 서울, 경기, 인천 등 수도권 광역단체장 3곳의 민주당 후보 지지율은 50% 안팎을 기록하고 있다. 특히 서울의 경우 두 보수 후보(안철수, 김문수) 모두 두 자릿수 지지율을 기록하고 있음에도 박원순 후보는 50%에 육박하는 지지율을 나타내고 있다.

민주당의 한 관계자는 “수도권에서 우리당 후보 지지율이 2위 그룹과 큰 격차를 보이고 있어 PK 등 승부처로 꼽고 있는 지역의 중앙 선대위 유세 일정을 짜는 것이 한결 수월하다”면서 “당 입장에서는 화력을 집중할 수 있어 고마울 따름”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를 의식한 듯 홍준표 대표는 당 승리 지역에 수도권을 포함시키지 않았다. 홍 대표가 “우리는 서울도 포기하지 않고, 인천도 포기하지 않는다”고 의욕을 보였지만 전반적 여건은 좋지 못하다. 리얼미터가 CBS 의뢰로 지난달 28일부터 30일까지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경기·인천의 민주당 지지율은 58.6%, 서울은 50.5%를 기록했다. 특히 경기·인천은 민주당 지지세가 가장 높은 광주·전라(62.8%)에 뒤를 이었다. 반면 자유한국당은 경기·인천에서 18.3%, 서울은 19.0%의 지지율을 보였다.

‘소통령’ 서울시장, 싱거운 승부 예상…단일화도 물 건너가나

서울시장은 인구 1000만 명이 사는 도시의 행정을 책임지는 수장이다. ‘소통령’으로도 불리는 서울시장은 전국 지자체장을 대표하다 보니 상징성이나 프리미엄도 상당하다. 서울시장직을 성공적으로 해낸다면 보다 ‘큰 일’을 맡겨도 되겠다는 정치적 신뢰감을 줘 차기 대권 주자로 거론되기도 한다. 서울시장을 지방선거의 ‘꽃’이라고 부르는 이유다.

지방선거에서 상징성이 큰 서울시장 자리이지만 이번 선거는 싱거운 싸움으로 끝날 가능성이 높다. KBS가 의뢰해 (주)한국리서치가 지난달 25일과 26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박원순 민주당 후보는 54.2%, 김문수 자유한국당 후보는 15.3%, 안철수 바른미래당 후보는 13.1%를 기록했다. 머니투데이 더리더가 의뢰하고 조원씨앤아이가 지난달 26일, 27일 양일간 진행한 여론조사의 결과도 비슷했다. 이 조사에서 박 후보는 46.9%, 안 후보는 20.6%, 김 후보는 12.9%의 지지율을 나타냈다. 안 후보와 김 후보의 2위 다툼이 더 볼만한 상황이다.

6.13 지방선거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된 31일 오후 서울 마포구의 한 아파트 단지 입구에 더불어민주당 박원순(위부터)·바른미래당 안철수·자유한국당 김문수 서울시장 후보의 현수막이 걸려 있다. (사진=연합뉴스)
한 여론조사 전문가는 “박원순 후보의 지지율은 50% 선에서 오르락내리락하면서 1위 자리를 공고히 하고 있다”며 “후보로 확정된 이후 실시된 조사부터 큰 격차로 치고 나가 시간이 지나도 큰 변동이 없다”고 밝혔다. 실제로 지난달 7일과 8일 한국갤럽이 JTBC 의뢰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박 후보는 56.6%를 기록해 14.8%와 10.6%의 지지율을 보인 안 후보와 김 후보를 앞선 바 있다.

박 후보의 지지율이 워낙 높다보니 야당 측에서 꾸준히 제기된 해법이 안 후보와 김 후보의 단일화였다. 산술적으로 두 후보 간의 지지율을 합쳐도 박 후보에 못 미치나 선거판을 흔들기 위해서는 특단의 조치가 필요한 셈이다. 그러나 두 후보는 단일화 논의는 한발짝도 나가지 못하는 상황이다. 지난달 29일 안 후보는 “한 후보에게 많은 지지가 모이면 다른 후보가 깨끗이 양보하는 방식으로 단일화가 가능하다”면서 “최근 저와 김 후보 간 격차는 점점 벌어지고 있고 박 후보 지지율은 조금씩 낮아지고 있다”고 김문수 후보의 양보를 요구했다.

그러나 김 후보는 지난달 30일 “저는 단일화는 이제 끝낸다고 말씀드렸다”며 “단일화에 대해 안 후보의 생각이 제가 고려할 내용이 없다”고 단일화 가능성을 일축했다.

정치권에서는 선거 막판 단일화가 현실화될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박지원 민주평화당 의원은 지난달 31일 tbs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해 “선거 막판으로 갈수록 보수층의 단일화 압박이 커질 것”이라며 “지지율이 높은 후보로 단일화 하는 방향으로 갈 것”이라고 주장했다. 박 의원은 이어 “안철수 후보는 패배할 것 같았으면 이미 양보했을 것”이라며 “지방선거 이후 행보를 위해서라도 단일화로 갈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이미 투표용지 인쇄가 시작됐고 채 2주가 남지 않은 선거일을 앞둔 상황에서 단일화가 성사되더라도 파급효과는 크지 않을 것이라는 것이 대체적인 시각이다.

인천시장, 4년만의 민주당 재탈환이냐 유정복 재선이냐

인천시장직은 전통적으로 보수의 텃밭이다. 민선으로 전환된 1995년 이래로 진보 진영 후보가 당선된 것은 2010년 당시 송영길 후보가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다. 그러나 문재인 대통령과 민주당 지지율이 인천 지역에서 고공행진을 펼치면서 보수 텃밭에서 지각변동이 일어날 것이라는 예측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6·13 지방선거 선거운동 첫날인 31일 오전 인천시 남동구 구월동 길병원사거리에서 더불어민주당 박남춘 인천시장 후보가 시민과 인사하며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KBS, 한국일보가 의뢰하고 (주)한국리서치가 지난달 11일과 12일, 양일간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박남춘 민주당 후보는 46.3%를 기록하며 18.3%의 유정복 자유한국당 후보와 4.3%의 문병호 바른미래당 후보를 크게 앞질렀다. ‘모르겠다’고 응답한 비율은 19.8%였다.

선거일이 다가와도 박 후보의 독주는 이어지고 있다. 지난달 25일과 26일에 걸쳐 (주)한국리서치가 KBS 의뢰로 진행한 여론조사에서 박남춘 후보는 47.7%로 18.4%의 유정복 후보를 크게 앞섰다. 문병호 후보는 3.5%를 기록했고 ‘모르겠다’고 응답한 비율은 20.3%였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한국당 내부에서도 인천을 쉽지 않은 곳으로 분류한 것으로 보인다. 당초 홍 대표가 대표직 사퇴를 내걸고 천명한 6곳 가운데 인천도 포함됐다. 현역 프리미엄에 개인 지지율이 당 지지율보다 높다고 판단해 유정복 후보가 친박임에도 지난 3월 일찌감치 유 후보를 전략공천하기도 했다. 그러나 지난달 30일, 홍 대표가 언급한 예상 선전 지역 9곳에서 인천은 슬그머니 빠졌다. 판세를 확신할 수 없었던 탓이다.

6·13 지방선거 선거운동 첫 날인 31일 오전 인천시 남동구 구월동 길병원사거리에서 자유한국당 유정복 인천시장 후보가 출근길 시민에게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두 후보는 제물포고 동문이자 똑같이 행정고시에 합격해 공직생활을 하다 정치에 입문했다. 박남춘 후보는 참여정부 국정상황실장과 인사수석비서관을 거치며 ‘친 노무현·문재인계’ 인사로 정계에 입문했다. 이후 19대 국회의원으로 국회 입성해 재선에 성공했으며 문재인 대통령 당선에 기여하며 대표적 친문 인사로 꼽힌다. 박 후보는 ‘친문 마케팅’을 적극적으로 하며 인천을 ‘해양수도’로 만들겠다고 내세우고 있다.

1995년 경기 김포군수로 정계에 입문한 유정복 후보는 이후 김포에서 내리 3선 국회의원을 지내며 정치적 영향력을 키워왔다. 2007년 대선에서는 박근혜 후보 비서실장, 2012년에는 박근혜 대선캠프 총괄직능본부장을 맡았고 박근혜 정부 첫 안전행정부장관을 지냈다. 대표적 친박 인사다. 하지만 유 후보의 정치 이력이 이번 선거에서는 힘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두 후보는 시 재정 건전성 문제, 경인전철, 초·중·고교 무상급식 등 각종 공약에 대해 난타전을 벌이고 있지만 크게 부각되지 않는 모습이다.

민주당, 16년만의 경기도지사 탈환 가능성 ↑

경기지사 자리는 서울시장과 마찬가지로 대선주자급으로 평가받는다. 경기지사를 지낸 이인제, 손학규, 김문수 등은 지사 퇴임 이후 모두 대선에 출마한 이력이 있다. 서울시장 못지 않은 존재감을 과시하는 경기지사는 이번 지방선거에서 큰 의미를 갖고 있다. 특히 민주당 입장에서는 임창열 전 지사 이후 16년 동안 4번의 선거에서 번번이 보수 후보(손학규, 김문수, 남경필)에게 경기지사 자리를 내준 아픈 기억이 있다.

경기지사는 다음 차기 대선 구도에서도 중요한 함의를 갖고 있다. 유권자가 가장 많은 지역이 경기도이기 때문이다. 경기지사가 대권 잠룡으로 거론되는 이유 중 하나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경기도지사 후보(오른쪽)가 31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 팔달구 화성행궁 광장에서 열린 경기도당 집중유세에서 추미애 대표(가운데), 염태영 수원시장 후보(왼쪽)와 손을 높이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현재 판세는 이재명 민주당 후보의 압도적 우세다. 이 후보는 최근 한 달간 실시된 응답률 10%가 여론조사에서 모두 지지율 50%가 넘는 기염을 토했다. 파죽지세다. 이 후보는 5월 11일, 12일 실시 여론조사(조사의뢰-KBS, 한국일보, 조사기관-한국리서치)에서 56.9%, 5월 18일부터 20일, 3일 간 이뤄진 중앙일보 자체여론조사에서 53.3%, 5월 25일과 26일 실시된 여론조사(조사의뢰-KBS, 조사기관-한국리서치)에서 55.3%, 5월 27일 이뤄진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 자체조사에서는 52.6%의 지지율을 보이는 등 기세가 꺾일 조짐을 보이고 있지 않다.

20% 안팎을 맴돌던 남경필 자유한국당 후보도 힘을 내기 시작했다. 뉴시스가 의뢰하고 리서치뷰가 지난달 28, 29일 진행한 여론조사에서 남 후보는 30.6%를 얻어 30% 고지에 올랐다. 이 조사에서 이재명 후보는 53.8%의 지지율을 나타냈다. 이 결과를 놓고 한 여론조사기관 관계자는 “남 후보의 네거티브 전략이 일부 먹힌 것으로 보인다”며 “그럼에도 이 후보의 지지율은 크게 떨어지지 않아 판세에는 큰 영향이 없다. 다만 토론회 과정에서 불거진 이 후보 사생활 관련 이슈에 대해 도민들이 어떻게 반응할지는 지켜봐야 한다”고 밝혔다.

자유한국당 남경필 경기도지사 후보가 1일 경기도 연천군 전곡읍을 찾아 유세 연설에 앞서 기호 2번을 표시하며 율동을 선보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홍준표 한국당 대표도 이재명 후보 비판에 동참했다. 홍 대표는 앞서 지난달 30일 경기를 승리가능지역으로 분류한 바 있다. 홍 대표는 지난달 30일, 전날 경기도지사 TV토론에서 제기된 이 후보 관련 의혹을 겨냥한 듯, “개차반 인생을 살았어도 좌파 인생만 살면 용서받는 세상은 외눈박이 세상”이라며 “만약 그런 사람이 다시 공직에 나서면 정상사회도 아니고 그들이 말하는 정의로운 세상도 아니다”고 원색적인 비판 공세를 퍼부었다. 이어 그는 “한국사회의 도덕성이 제대로 작동되는지 이번 지방선거 결과를 눈여겨보겠다”고 덧붙였다.

네거티브 공세에 대해 이 후보는 자신의 눈에 “네거티브가 도를 넘고 있다. 근거없는 흑색선전과 마타도어, 아니면 말고식 인신공격이 정책선거를 가리고 도민들의 합리적 판단을 흐리고 있다”며 의혹을 제기한 김영환 바른미래당 경기지사 후보와 처음 의혹을 야기한 배우 김부선 씨에 대해 법적 대응을 하겠다고 밝혔다.

(위 여론조사와 관련된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위원회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허인회 기자



주간한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