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보유핵’ 고수, 북핵 해결 한계…트럼프 북미회담 실패 만회용?

북미회담 핵심인 북핵 해결 어려워, ‘완전한 비핵화’ 선언에 머물러

트럼프, ‘종전선언’으로 북미회담 보완…7월 27일 종전선언 실질화 전망

북핵회담 ‘보유핵’이 관건…DMZ 보관ㆍ유엔군관리, 남북 중립국이 궁극 해법

6·12 북미정상회담이 싱가포르의 센토사 섬 카펠라 호텔에서 열리는 가운데 마주하는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연합)

12일 싱가포르의 북미정상회담은 기대에 크게 못미친 채 외형만 화려한 이벤트로 막을 내릴 전망이다. 회담의 핵심 의제이자 전 세계의 관심사인 ‘북핵’에 대해 8일까지 북미 양측이 의제를 조율하지 못해 정상회담에서 ‘비핵화’가 선언 수준에 머물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국내외 언론이나 전문가들 중엔 ‘비핵화’와 ‘체제보장’이라는 ‘빅딜’이 이뤄져 북미정상회담이 성공적으로 끝날 것으로 전망하지만 현실은 정반대다.

이는 북핵 해법에 관해 미국과 북한 간에 근본적인 시각차가 있고, 기존의 ‘보유핵’에 대한 북한의 확고부동한 태도에 기인한다.

미국은 ‘완전한 비핵화’를 내세우며 북핵 전체를 폐기하려 하지만, 북한은 현재와 미래의 핵은 양보할 수(핵동결) 있어도 종래의 핵인 보유핵은 자위(自衛) 차원에서 절대 포기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이번 북미정상회담의 최대 의제인 북핵에서 관건은 보유핵이다. 미국은 보유핵까지 제거해야 체제보장과 제재 해제, 지원을 약속할 수 있다고 했지만, 북한은 어떤 경우에도 보유핵은 양보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북한의 보유핵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는 북미정상회담의 의미가 반감되거나 무의미하다. 미국이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을 앞두고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을 뉴욕으로 초대한 것이나 판문점에서 북한 측과 실무협상을 벌인 것도 보유핵 문제를 풀기위해서다. 하지만 북한은 미국의 다양한 압박과 위협에도 보유핵에서만은 한 발짝도 물러서지 않았다.

전 세계가 주목하는 ‘세기의 담판’에서 북핵에 대해 만족할만한 결론을 이끌어내지 못하면 모든 비난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쏟아진다.

최근 북미정상회담과 관련해 남북미 ‘종전선언’이 거론되는 것은 트럼프 대통령이 처한 상황과 무관하지 않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일(현지시각) 백악관에서 김영철 북한 노동당 대남담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과 면담한 후 종전 논의를 위한 남북미 정상의 싱가포르 회동 가능성을 시사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제시한 ‘종전선언’ 카드는 북미정상회담이 성과없이 끝날 경우 이에 따른 비판을 만회하거나 희석시키기 위한 차선책의 성격이 짙다. 트럼프 대통령이 북미정상회담을 여러 차례 할 수 있다고 한 것이나 종전선언을 자주 언급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북미회담에서 종전선언에 합의하더라도 유엔과 종전 당사국의 서명이 있어야 실효화되고,그렇게 되도 북핵(보유핵) 문제는 여전히 존재한다.

북미정상회담의 전후 상황과 종전선언, 그리고 북핵의 궁극적 해법 등을 짚어봤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5월 9일 평양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만나 북핵 문제 해결과 미국의 제안 등을 논의했다.(연합)

북핵 ‘실패’ 예고된 북미정상회담

‘세기의 만남’으로 전 세계가 주목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은 이미 ‘실패’가 예고돼 있었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이 두 차례나 평양을 방문해서도, 그리고 회담 직전까지 핵심 의제인 ‘북핵’이 조율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미국과 북한은 지난달 말부터 판문점에서 북미정상회담 의제 관련 실무 접촉을 가졌지만 북핵에 관해 결론을 내지 못했고, 싱가포르로 장소를 옮겨 후속 협상을 이어갔지만 결과는 마찬가지였다.

이번 북미정상회담의 최대 의제는 북핵으로, 미국은 ‘완전한 비핵화’(전체 북핵 폐기)가 이뤄질 경우 북한 체제보장과 국제제재 해제, 대규모 지원 등을 약속했다.

하지만 북한은 다른 것은 다 내줘도 기존의 보유핵은 절대 양보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북미정상회담 직전까지 미국과 북한은 ‘보유핵’을 놓고 치열하게 맞붙었다. 미국에선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과 폼페이오 장관, 트럼프 대통령이 잇따라 면담을 했고, 판문점에선 성 김 필리핀 주재 미국 대사가 이끄는 미측 협상단과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을 단장으로 한 북측 협상단이 실무협상을 벌였다. 그러나 북핵 중 보유핵에 대해선 합의를 이끌어내는데 실패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5월 31일(현지시간) 김 부위원장과 회담 후 “북미가 합의에 이르려면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과감한 리더십이 필요하다”며 김 위원장의 북핵(보유핵)에 대한 결단을 촉구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폼페이오-김영철 회담’을 실시간 보고받은 뒤 “한 번의 회담으로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없다”고 말하고, 로이터통신과 인터뷰에서 “북한과 비핵화 합의에 도달하려면 한 번 넘게 김 위원장을 만나야 할지도 모른다”고 밝혀 보유핵 문제를 풀지 못한 것을 우회적으로 나타냈다.

판문점에서도 북미 대표팀이 5월 27일 첫 회담을 시작으로 같은 달 30일과 이달 2∼4일, 6일에 실무협상을 벌였지만 보유핵은 결론짓지 못했다.

사실 북미정상회담에서 다룰 북핵 문제의 성패는 폼페이오 장관의 두 차례 방북에서 어느정도 예고돼 있었다.

폼페이오 장관은 3월 31일∼4월 1일 극비리에 방북, 김정은 위원장을 만났다. 한국 정부의 대북 특사단(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전한 북한의 ‘비핵화 의지’를 확인하기 위한 것이었지만, 폼페이오 장관은 전혀 다른 얘기를 들었다.

베이징의 정통한 대북 소식통에 따르면 북한은 ‘비핵화 의지’를 밝힌 적이 없고, 특히 종래 유지해온 보유핵은 절대 포기할 수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5월 9일 두 번째로 평양을 방문해 김 위원장과 만나 북핵에 관한 트럼프 대통령의 ‘새로운 대안’을 제시했고, 북한은 긍정적으로 수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새로운 대안’에 대해서는 여러 해석이 있지만 북한체제 보장과 ‘북한판 마셜플랜’으로 비유되는 대규모 대북지원으로, 실제는 보유핵에 대한 북한의 입장을 바꿔보기 위한 ‘선물’이었다.

그러나 북한은 ‘새로운 대안’에 대해 긍정적으로 수용하는 태도를 보였지만 보유핵에 대한 입장은 달라지지 않았다.

북미정상회담을 앞두고 성 김 필리핀 주재 미국대사(오른쪽)가 이끄는 미국 측 협상팀과 최선희 외무성 부상 등 북측 협상팀이 판문점에서 5월 27일 부터 6월 6일까지 회담 의제 조율을 위해 5차례 회담을 가졌으나 합의를 이뤄내지 못하고 싱가포르로 떠났다.(연합)

트럼프의 북핵에 대한 기대와 절망

북한이 보유핵에 대해 일체의 타협을 거부하면서 초조해진 쪽은 트럼프 대통령이었다.

세기의 정상회담을 먼저 제의한 트럼프 대통령 입장에선 전 세계가 주목하는 북미정상회담에서 북핵 문제를 풀지 못할 경우 국내외 비난을 감수해야 한다. 정치적으로 그에 대한 탄핵 압박도 고조될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특명을 받은 폼페이오 장관이 두 차례나 방북해 ‘채찍과 당근’을 제시했지만 북한은 보유핵에 관해서만은 일체의 타협을 거부했다.

북미회담 문제로 트럼프 대통령이 전전긍긍하던 중 북한이 거친 행보로 미국을 자극하는 일이 발생했다. 북한이 북미회담을 앞두고 잇따라 강성발언을 쏟아낸 것이다.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은 대북 초강경파인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과 마이크 펜스 부통령이 비핵화와 관련해 ‘리비아 모델’을 언급하자 5월 24일 담화를 통해 북미정상회담을 거부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또한 펜스 부통령에 대해 ‘아둔한 얼뜨기’라고 비난하는 한편, “미국이 지금까지 체험해 보지 못했고 상상도 하지 못한 끔찍한 비극을 맛보게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자 트럼프 대통령은 곧바로 12일 싱가포르에서 예정됐던 김정은 위원장과의 첫 북미정상회담을 전격 취소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24일(현지시간) 김 위원장에게 보내는 공개서한에서 “최근 당신들의 발언들에 나타난 극도의 분노와 공개적 적대감에 근거, 애석하게도 지금 시점에서 회담을 하는 건 부적절하다고 느낀다”며 “싱가포르 회담은 열리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의 예상밖 강경 반격에 당황한 북한은 다음날인 25일 김계관 외무성 제1부상의 담화를 통해 회담을 계속할 뜻을 밝혔다. 동시에 문재인 대통령에게 만나자는 의사를 먼저 요청해 북미정상회담에 대한 의지를 강력하게 나타냈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미정상회담 취소 의사를 밝힌지 하룻만에 북한의 대화 제의를 받아들였다.

미국 정보 관계자들에 따르면 이러한 과정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의 약점’을 간파했다고 한다. 폼페이오를 통해 제시한 ‘새로운 대안’과 모종의 조치가 큰 힘을 발휘한다는 것을 알게됐다는 것이다. 이로써 북미정상회담의 주도권은 북한에서 미국으로 넘어갔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만만했고,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을 미국으로 부르는가 하면, 판문점에서 북미회담 의제를 조율하기 위한 실무협상을 진행시켰다.

트럼프 대통령이 북미정상회담을 성공적으로 완수하면 11월 중간선거 승리를 통해 그를 옥죄고 있던 탄핵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고, 2020년 미 대선의 유리한 지형을 구축할 수 있다.

하지만 북미회담은 트럼프 대통령의 뜻대로 진행되지 않았다. 북한의 ‘보유핵’ 때문이다.

판문점에서 북미 협상단이 몇 차례 실무협상을 벌였지만 보유핵에서 가로막혔다. 미국을 방문한 김영철 위원장을 폼페이오 장관이 만나 설득하고, 트럼프 대통령이 면담을 해도 보유핵에 대한 입장은 확고부동했다.

북미회담이 시시각각 다가오는데도 북핵에 진척이 없자 트럼프 대통령은 다시 초조해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미회담 당일까지 북한의 보유핵에 대한 입장 변화를 줄기차게 요구하는 한편, 차선책도 마련했다. ‘비핵화’를 그럴듯하게 포장하면서 ‘종전선언’과 같은 정치적 이벤트를 추진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1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 백악관 대통령 집무실인 오벌 오피스에서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이 가져온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친서를 보여주고 있다. (연합)

‘종전선언’ 카드 제시한 배경

북미정상회담 의제를 조율하기 위한 판문점 회담은 핵심인 북핵에 대해 결론을 짓지 못한 채 막을 내렸다. 싱가포르에서 실무협상을 이어갔지만 보유핵에 대해선 끝내 합의(폐기)를 보지 못했다. 첫 북미정상회담의 최대 관심사인 북핵 문제에서 알맹이가 빠진 것이다.

위기에 몰린 트럼프 대통령은‘비핵화’ 과제를 일정 한계 속에서 성공적으로 추진하고, 다른 보완책을 마련했다.

트럼프 정부에 정통한 미국 소식통은 8일 “1차 정상회담에선 ‘비핵화’에 대한 포괄적인 선언, 또는 합의를 할 것이고, 세부적인 사항은 차후 회담에서 논의하는 형식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베이징의 대북 소식통도 이날 “북한이 보유핵에 대해 끝까지 양보하지 않는 만큼, 이번 정상회담에서 북핵 해결은 선언적 수준에 그칠 것”이라고 전해왔다.

소식통은 “북미회담을 앞두고 미국으로부터 여러 압박이 있었지만 북한은 보유핵만큼은 절대 양보할 수 없다고 한 것으로 안다”면서 “ ‘완전한 비핵화’에 합의한다는 선언으로 회담이 끝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실제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에서 핵심 의제인 북핵은 진척이 없었고, 이를 보완하는 차선책으로 트럼프 대통령은 ‘종전선언’ 카드를 꺼내들었다.

트럼프는 지난 1일 북한의 김영철 부위원장을 만난 후 “북미정상회담에 앞서 종전 논의가 있을 것”이라며 “오는 12일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에서 종전 선언이 나올 수 있다”고 밝혔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이 ‘종전선언’을 언급한 것은 김영철 부위원장을 통해 북한의 보유핵 의지가 확고하다는 것을 확인했고, 판문점 회담이 보유핵 문제로 진척되지 않는다는 보고를 받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설득력있게 제시됐다.

사실 트럼프 대통령의 진의(眞意)는 ‘종전선언’에 있는 것이 아니라 미국이 원하는 대로 ‘완전하고 검증 가능한 비핵화’를 현실화하는데 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의 ‘희망’은 북한의 강력한 보유핵 의지에 가로막혔다.

<주간한국>은 ‘북미정상회담, 北 ‘보유핵’ 뇌관’(제 2730호, 6월 4일자) 제목의 보도와 5일 ‘성김-최선희 판문점 회담 겉도는 ‘진짜 이유’’제하의 기사 등에서 북한이 보유핵을 고수해 싱가포르 북미회담에서 북핵 문제가 해결되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이어 본지는 ‘트럼프, 北 보유핵 딜레마… ‘종전선언’으로 보완하나’ 제하의 기사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성과 없는 북미회담을 우려해 ‘종전선언’ 카드로 위기를 돌파하려 한다고 보도했다.

반면 정부는 남북미 싱가포르 정상회담에 부정적 입장을 나타냈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7일 정례브리핑에서 ‘(싱가포르에서) 남북미 정상회담을 할 가능성이 아예 없다고 봐야 하는가’라는 물음에 “현시점에서 ‘한다, 안 한다’ 잘라 말하긴 어렵다”면서도 “가능성은 작아지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런데 트럼프 대통령은 7일(현지시간) 이번 북미정상회담에서 종전 관련 합의에 서명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종전선언에 대한 질문을 받고 “우리는 (북미정상회담에서) 한국전쟁 종전에 대한 합의에 서명할 수 있다”며 “우리는 상황을 보면서 그들(북한)과 그에 관해 이야기하고 있으며, 다른 많은 사람과도 이야기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을 종합하면 ‘종전선언’에 합의할 뜻은 갖고 있지만 ‘비핵화’가 우선이고, 상황에 따라 종전선언에 나설 수 있다는 것이다.

북한은 보유핵에 관한 한 북미정상회담에서도 물러서지 않으므로 미국이 바라는 ‘완전한 비핵화’(CVID)는 성사되기 어렵다. 트럼프 대통령이 종전선언이라는 카드를 꺼내든 배경이기도 하다.

문재인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5월 26일 오후 판문점 북측 통일각에서 열린 2차 남북정상회담에서 만나 악수하고 있다.(연합

‘종전선언’ 현실화는…남북 중립국이 궁극 해법

북한의 보유핵에 대한 입장을 고려할 때 이번 북미정상회담에서 실질적 의미의 북핵 해결의 성과(모든 북핵 폐기)를 거두기는 어렵다.

반면 ‘완전한 비핵화’와 ‘완전한 체제보장’이라는 큰 틀의 합의는 도출될 전망이다. 세부적인 ‘비핵화’ 절차는 최소 두 차례 이상의 정상회담에서 구체화될 것으로 관측된다.

따라서 불완전한 북핵 회담의 성과를 보완할 수 있는 차선책으로 종전선언 논의가 탄력을 받을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북미회담을 앞두고 종전선언을 언급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읽힌다.

이런 흐름에서 남북미 정상이 동시에 참여하는 종전선언이나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합의한 후 문재인 대통령이 합류하는 형식의 종전선언도 가능하다.

전문가들은 남북미 3자 종전선언이 이뤄질 경우 비핵화와 평화협정, 북미수교 등도 힘을 받게 될 것이라고 전망한다. 특히 남북한은 종전선언만으로도 국내외에 걸쳐 엄청난 변화가 예상된다. 정치의 주도권은 집권 여당이 확실하게 거머쥐고 경제도 부쩍 활성화된다.

하지만 북미회담 과정에서 논의되는 종전선언은 남북미 정상이 합의하더라도 선언적 의미에 불과하다. 종전선언이 실효성을 가지려면 종전 당사자인 유엔과 중국의 서명이 있어야 하고, 유엔 총회 결의를 거쳐야 한다.

따라서 이번 북미회담에서 종전선언이 논의되고 정전협정일인 7월 27일 2차 북미회담에서 종전 당사자들의 서명이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9월 중하순 제73차 유엔총회에서 종전선언이 매듭지어질 수도 있다.

종전선언이 성사되더라도 북핵(보유핵) 문제는 여전히 존재한다. 북한 사정에 정통한 전문가는 북한이 보유핵을 포기하지 않는 점을 고려해 해법을 찾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북한과 30년 가량 교역을 하며 북측 내부 사정에도 정통한 장백산 해외동포사업지원단 이사장은 “북한은 절대 보유핵을 포기하지 않는다”면서 “북한이 말하는 ‘완전한 비핵화’에서 ‘완전한’의 의미는 미국을 포함해 전 세계가 핵을 보유하지 않는다는 것으로, 북한도 그런 전제에서 비핵화를 하겠다는 것인데 결국 핵을 포기하지 않는다는 뜻이다”고 말했다.

폼페이오 장관이 처음 북한을 방문해 그들의 보유핵 입장을 확인하고 PVID를 꺼낸 것은 CVID가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것을 알고 단계적으로 비핵화 성과를 가져올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한 것으로 볼 수 있다는 게 장 이사장의 설명이다.

이와 관련해 장 이사장은 “북한도 보유핵을 인정하는 비핵화는 받아들일 수 있다”며 “그들의 보유핵을 군사적ㆍ정치적 영향력이 미치는 곳에 보관하는 것은 수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존 볼턴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북 핵무기를 미국 테네시로 옮겨야 한다는 것처럼 제3국으로 이전하는 것은 북한이 반대하지만 DMZ(비무장지대) 지역은 최적의 장소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장 이사장은 “DMZ 지역에 북핵을 보관하고 유엔군, 미군, 남북한이 공동관리하면 비핵화 효과를 거둘 수 있다”고 말했다. 이런 방식의 비핵화라면 미군이 북핵을 관리하게 돼 미국도 반대하지 않을 것이라는 게 장 이사장의 설명이다.

북한 입장에서도 유엔군과 미군이 DMZ에 주둔할 경우 대북 공격 같은 군사적 위협이 해소되고 체제 안전이 보장되며, 국제사회의 제재에서 벗어날 수 있는 기회가 된다. 이는 김정은 위원장이 “체제 안전만 보장해준다면 주한미군이 주둔해도 상관 없다”고 한 것과도 상통한다.

장 이사장은 북한과 미국을 비롯해 전 세계가 받아들일 수 있는 실질적인 비핵화가 항구적으로 보장되려면 한반도가 중립국이 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다. 북핵을 DMZ에 보관하고 유엔군 등이 관리한다고 해도 남북관계가 유동적이고 한반도, 동북아 질서가 언제든 변할 수 있어 ‘비핵화’에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장 이사장은 “북핵에 관해 남북한과 주변국들의 이해가 각각 다르기 때문에 ‘한반도 중립국’ 방안을 10여전부터 주장해왔다”며 “남북이 중립국이 되고 북핵을 유엔 차원에서 이 관리하게 되면 사실상 비핵화가 실현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북미정상회담 후 본격화할 북핵 해법과 관련해 문재인 정부가 어떻게 대처해나갈지 주목된다.

박종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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