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한국당 중진들 전대 추진…洪 사면초가

TK에서도 민주당 후보와 접전…보수 위기감 증폭

당권 겨냥해 이완구ㆍ정우택ㆍ나경원 등 중진, 폭풍 유세 행보

지방선거 이후 재신임 놓고 홍준표 vs 반 홍준표 구도 가능성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가 8일 오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중앙선거대책위원회 사전투표 독려 회의에 참석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자유한국당의 위기감이 높아지고 있다. 각종 여론조사 지표에서 전국 대부분 지역에서 민주당에게 뒤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특히 보수의 본진인 TK에서도 민주당 후보와 접전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자유한국당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지난 2~5일 지상파 방송 3사가 여론조사 기관인 칸타퍼블릭, 코리아리서치센터, 한국리서치에 의뢰해 조사한 결과 대구시장 선거는 권영진 자유한국당 후보 28.3%, 임대윤 민주당 후보 26.4%, 김형기 바른미래당 후보 4.1% 순이었다. 권 후보와 임 후보의 격차는 오차범위(±3.5%p) 내인 1.9%에 불과했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가 지난달 30일 “당에서 이긴다고 판단한 곳은 영남권 5개 광역단체장(대구·경북·부산·울산·경남)에 충남·대전·강원·경기”라며 총 9곳의 승리를 예상했지만 보수 텃밭도 장담하지 못하는 모양새다.

현재 한국당 내에서는 지방선거 결과가 아닌 지방선거 이후의 상황에 더욱 주목하고 있다. 홍 대표는 지방선거에서 패배할 경우 ‘전당대회’를 재신임을 묻겠다고 미리 밝혔지만 이미 당내 분위기는 선거 이후에 초점이 맞춰진 분위기다.

당 중진들, 백의종군 요구하고 전국유세 돌고

선거 패배의 위기감을 증폭되자 당 중진들의 움직임도 바빠지고 있다. 포문을 연 인물은 4선의 정우택 의원이다. 정 의원은 지난달 29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홍 대표의 백의종군을 요구하고 선전포고를 날렸다. 그는 “6ㆍ13 지방선거가 불과 보름 앞으로 다가온 현 시점에서 자유한국당 지도부의 결단을 강력히 촉구한다”며 “당 지도부는 끝없이 침체일로를 걷고 있는 당 지지율과 선거전략 부재의 책임을 지고 환골탈태하여 ‘백의종군’의 자세로 헌신할 것을 호소한다. 이러한 자세가 이번 지방선거에서 당의 지지율을 올릴 수 있고, 그나마 우리당 후보를 더 많이 당선시킬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단언했다. 선거를 앞두고 홍 대표의 ‘2선 후퇴’를 요구한 것이나 다름없다는 것이 정치권 분석이다.

정 의원은 또 “남북관계와 동북아의 정세를 송두리째 뒤바꿀 수 있는 외교안보적 급변상황이 전개되고 있음에도 당 지도부가 설득력 있는 논리와 대안제시 없이 무조건 반대했다”고 비판했다. 이어 “정권에 대한 건강한 견제는 물론 보수재건의 기반마저 붕괴되는 최악의 상황을 막아야 한다는 절박감을 수많은 당원 및 지지자들과 공유하며 당 지도부의 결단을 요구한다”고 홍 대표의 우회적 퇴진을 요구했다. 이 의원 요구에 홍 대표는 “그 사람은 충북에서 유일하게 자기 지역의 도의원도 공천 못한 만큼 부끄러움을 알아야 한다”면서 “개가 짖어도 기차는 간다”고 일축했다.

정 의원은 앞서 지난 3월 이주영(5선), 유기준ㆍ나경원(4선) 등과 함께 공동선대위원장 체제를 요구했다. 당시 정 의원을 포함한 중진 4명은 “(홍준표) 당 대표로만 선거를 치르면 피로감이 쌓일 수 있기 때문에, 공동 선대위원장을 내세워 국민으로부터 신뢰와 사랑을 받아야 지방선거에서 승리할 수 있다”고 밝혔다. ‘당 대표로는 안 된다’는 의견을 우회적으로 전달한 셈이다.

행동으로 영향력을 과시하는 인물도 있다. 이완구 전 국무총리다. 이 전 총리는 유세활동을 중단한 홍 대표와는 달리 정치적 기반인 충청권은 물론 울산, 경기, 서울, 충북 등 전국적인 지원 활동을 펼치고 있다. 제천·단양 재보궐 선거 지원 유세도 나서고 있다. 정치권 관계자는 “흡사 당 대표 행보로까지 보인다”며 “종횡무진이라는 말이 아깝지 않을 정도”라고 말했다.

이 전 총리의 광폭행보는 지방선거 이후 치러질 당권 도전을 염두에 둔 모습이지만 말을 아끼고 있다. 그는 “홍 대표 혼자 책임지라는 것은 그렇고 다 같이 져야지”라면서 “그래도 지방선거까지는 그런 얘기하지 말자. 그때까지는 철저하게 대표 중심으로 합심해서 하는 것이 정치인의 도리다.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그래도 국민들이 우리를 믿을 것”이라고 말했다.

나경원 의원도 활발히 유세 현장을 누비고 있다. 나 의원은 지난달 31일 공식 선거운동 시작 이후 수도권과 충청권, 경북 등 총 44곳을 다녔다. 나 의원은 “당이 너무 어려운 상황이다보니 여기저기서 지원 유세 요청이 온다”고 말했다. 그는 당권 도전 여부에 대해 가능성을 열어놓은 모습이다. 지난 7일 MBC라디오 '이범의 시선집중'에 출연한 나 의원은 “보수라는 가치가 국민에게 오염되게 보이고 있어서 새로운 가치를 정립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있어야 한다. 그런 과정에서 역할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면서도 “당권 도전 여부를 떠나 당은 지금 바뀌어야 한다”고 밝혔다.

이 밖에 김무성(6선) 의원과 정우택ㆍ정진석ㆍ주호영(이상 4선) 의원도 각각 지역구인 부산과 충북 충남 대구에서 한국당 후보 지원 유세에 힘을 보태고 있는 상황이다. 이들은 모두 차기 당권 후보군에 이름을 올린 상태다. 당 내에서는 김문수 서울시장 후보, 남경필 경기지사 후보, 김태호 경남지사 후보의 당권 도전설도 나오는 상황이다.

사방에서 흔들지만 태연한 洪, 이유는?

당 중진들이 마치 당권 레이스를 펼치는 모습이지만 홍 대표는 태연하다. 당을 장악했기 때문이다. 이미 당협위원장이 모두 친홍계로 바뀌었고 여의도연구원 등 당 조직 역시 홍 대표 측근들로 채워진 상태다. 친정 체제를 구축한 홍 대표가 선거 패배에 따른 사퇴가 아닌 재신임을 천명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대표에서 물러나도 다시 복귀할 수 있는 환경이라 판단하는 것이다.

홍 대표의 자신감이 피력된 발언도 있었다. 지난 3월 지방선거 공천 결과를 놓고 당내 중진 의원들의 비판에 맞서 그는 “지방선거가 끝나고 다음 총선 때는 당원과 국민의 이름으로 그들도 당을 위해 헌신하도록 강북 험지로 차출하도록 추진하겠다”고 으름장을 놨다. 공천권을 갖고 있는 당대표의 지위를 놓지 않겠다는 의지다. 현재 홍 대표의 임기는 2019년 7월까지다. 그러나 지방선거에서 패배해 재신임 받는다면 2020년 7월까지 늘어날 공산이 크다.

당권을 겨냥하고 있는 중진들의 맹공이 예상되는 지점이다. 홍 대표와의 싸움에서 밀릴 경우 차기 총선 공천이 위험해 지는 경우라 어떻게든 끌어내야 하는 것이다. 때문에 홍 대표와의 일대일 구도를 위해 반홍 연대 결성 가능성도 조심스럽게 제기되는 상황이다.

허인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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