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례 없는 압승 거둔 민주당…당권 후보 10명 넘어

7선 이해찬, 친문 전해철ㆍ최재성, 송영길ㆍ김두관, 김부겸ㆍ김영춘 장관 등

추미애 대표 등 더불어민주당 지도부와 의원, 당직자들이 13일 저녁 국회 의원회관에 마련된 개표상황실에서 6·13 지방선거 개표방송을 시청하며 민주당의 압승을 예측하는 출구조사 결과가 발표되자 환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예상대로 더불어민주당의 압승이었다. 6·13 지방선거 개표 결과, 민주당은 광역단체장 17곳 가운데 14곳을 석권했다. 재보궐 선거에서도 후보를 낸 11곳 모두 승리했다. 이밖에 서울 25개 구청장 선거구에서 24곳을 비롯해 전국 구·시·군의장 선거에서 전체 226명 가운데 151명을 당선시키는 기염을 토했다.

민심을 확인한 동시에 의석수도 11석을 추가한 민주당은 130석이 되면서 국회 주도권을 쥐게 됐다. 여전히 과반에 못 미치는 여소야대 상황이지만 범여권(민주평화당, 정의당, 무소속)을 합치면 150석을 훌쩍 넘게 돼 향후 입법 과정에서 전보다 숨통이 트이게 됐다.

한반도 평화 훈풍과 북미 정상회담 등의 호재로 선거를 승리를 거둔 민주당에서는 당권 경쟁이 본격 시작됐다. 문재인 정부 임기 중반 국정파트너이자 차기 총선 공천권을 쥔 당 대표 자리를 놓고 중진의 치열한 싸움이 펼쳐질 전망이다.

민주당 역사상 기록에 남을 선거였다. 문재인 대통령 후광을 등에 업은 민주당은 광역단체장 14곳을 포함해 지방 의회도 접수했다. 총 824명을 뽑는 광역의원 선거에서 민주당은 79%에 해당하는 652명의 당선자를 배출, 지방의회 권력을 장악했다. 기초의원 역시 1638명의 민주당 후보가 당선됐다. 전체 기초의원 2927명의 55%에 달하는 규모다.

역대급 성적표를 받아든 민주당은 기쁨을 감추지 못하면서도 자만을 경계했다. 지난 14일 추미애 대표는 중앙선거대책위원회 해단식에서 “우리 국민은 지역주의와 색깔론, 냉전 시대와 과감하게 결별하고 평화와 민생, 번영의 미래를 선택했다”며 “국정을 발목 잡던 세력에겐 확실하게 회초리를 들어줬다”고 선거 결과를 평가했다.

그러면서 그는 “집권여당이 문재인 정부를 든든히 뒷받침해서 평화로 경제를 만들고 민생문제를 제대로 해결하라는 지엄한 명령”이라며 “높은 지지율과 득표율에 자만하지 않고 문재인 정부와 지방정부, 민주당이 원팀으로 산적한 현안을 챙겨나가겠다”고 밝혔다.

이제 시선은 당권을 놓고 각축전을 벌일 것을 예상되는 오는 8월 전당대회로 쏠리고 있다. 특히 차기 당대표는 2020년 21대 총선 공천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어 치열한 경쟁이 예고돼 있다.

현재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는 인물은 7선의 이해찬 의원이다. 친노 좌장인 이 의원의 등판설은 지방선거 전부터 여의도에서 돌았다. 선거 이후 ‘이해찬 출마설’은 강력한 지지를 받고 있다. 정치권 한 관계자는 “민심이 문재인 정부에 큰 힘을 실어줬다.

이는 현재 진행하고 있는 개혁 과제에 박차를 가하라는 뜻”이라며 “시기를 놓치면 참여정부 당시 실패를 재현할 가능성이 있다. 강한 리더십을 가진 당대표가 필요한 이유”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조직 장악력이 뛰어나고 강력한 추진력을 겸비한 이 의원이 거론되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며 “이 의원이 아직 특별한 입장은 밝히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해찬 출마설’이 지지를 받고 있는 또 다른 이유는 국정 경험이다. 이 의원은 참여정부 시절 국무총리를 역임해 국정 운영 이해도가 높다. 국정 파트너로서 당·정·청의 한 축을 맡기에 부족함이 없다는 분석이다.

특유의 강성 이미지는 평가가 엇갈린다. 개혁 과제를 시급히 진행하기 위해서는 이 의원의 강경한 스탠스가 적절히 필요하다는 주장이 있는 반면 야당과의 갈등이 심화될 경우 교착상태에 빠질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친문 후보로 전해철 의원(3선)도 거론된다. ‘3철’ 중 한 명인 전 의원은 문 대통령의 의중을 잘 파악하고 있어 청와대와 교감이 수월하다는 점이 장점으로 꼽힌다.

또 다른 친문 후보로는 재보궐 선거로 국회에 복귀한 최재성 의원이다. 송파을 재선거에서 승리해 4선이 된 최 의원은 당 대표였던 문 대통령이 2015년 당 사무총장으로 발탁하면서 새로운 복심으로 불렸다. 당 내분이 극심하던 2015년 당시 문 대통령을 적극적으로 호위하며 20대 총선 승리의 기틀을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20대 총선 불출마’라는 기득권 내려놓기에도 앞장서 당시 문 대표의 부담감을 덜기도 했다.

4선의 친문 핵심 중진이 된 최 의원은 재보궐 선거 이전부터 당 대표 출마 의사를 숨기지 않았다. 그는 여러 차례 인터뷰에서 “(당선이 되면) 당을 위해 역할이 주어진다면 마다하지 않겠다”고 밝혀왔다. 지난 14일 YTN라디오 ‘김호성의 출발 새아침’에 출연한 최 의원은 “국회 개혁 드라이브를 걸겠다”며 “집권당부터 정당 혁신이 되면 야당도 따라온다. 그게 결국 국회 개혁의 동력이 된다”고 당권 접수 후 혁신 방안에 대한 의중을 내비치기도 했다. 최 의원은 당권 도전 여부에 대해 차차 당권과 동료 의원들과 상의할 예정으로 알려졌다. 당 내부에서는 향후 친문 후보 간의 교통정리가 이뤄질 것으로 보고 있다.

거물급 친문 후보들이 언급되는 또 다른 이유는 미래 권력의 조기 부상을 방지하는 측면도 있다. 대선을 바라보고 있는 인물에게 공천권을 쥐고 있는 차기 당대표는 당내 세력을 만드는 데 매력적인 카드다. 여의도 정가의 한 관계자는 “정권의 명운이 달린 임기 중반을 함께 할 당대표가 대권을 염두에 둔 행보를 한다면 친문 입장에서는 가만히 두고 볼 수 있지 못할 것”이라며 “친문들이 거론되는 이유는 이런 상황을 미연에 방지하려는 측면도 없지 않다”고 밝혔다.

친문의 지지를 등에 업고 당권을 쥐려는 인물들도 있다. 송영길, 김두관 의원의 경우 올 초부터 전국을 돌며 표밭을 다지고 있다는 얘기도 들린다.

이밖에 5선의 이종걸 의원, 김진표ㆍ박영선ㆍ설훈ㆍ안민석 의원(이상 4선), 우원식ㆍ윤호중ㆍ이인영ㆍ우상호 의원(이상 3선) 등 친문, 비문 가리지 않고 10여명의 중진들의 이름이 오르내리고 있는 상황이다.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 김영춘 해양수산부 장관 등의 이름도 거론되고 있다. 이 총리가 최근 6ㆍ13 지방선거 후 개각을 단행하겠다는 뜻을 밝히면서 당으로 복귀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이들의 당권 도전은 민주당의 친문 색채를 옅게 하는 동시에 당의 세 불리기에 도움이 될 수 있다. 김부겸 장관은 민주당 불모지였던 대구에 지역구를 두고 있어 확장성에 큰 이점을 갖고 있다는 점, 김영춘 장관도 부산진갑 지역구 국회의원으로 PK에서 민주당 세를 뿌리내리는데 당권이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점이 있다.

일단 김부겸, 김영춘 장관은 전대 출마론에 손사래를 치는 상황이다. 장관으로 업무를 수행하는 상황에서 당권 도전 여부가 거론되는 자체가 부적절하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모두 잠재적 대권후보로 분류되는 상황이라 당 복귀 후 출마 의사를 드러낸다면 전당대회 열기는 한층 달아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당 일각에선 추미애 대표가 지난 대선에 이어 이번 지방선거까지 압승을 이끈 것에 힘입어 당대표 재선에 도전할 수 있다고 본다.

허인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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