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 참패로 지도부 교체 …7월 조기 전대 통해 패배 수습

이완구 전 총리, 김무성ㆍ정우택ㆍ나경원 의원 등 거론

김문수ㆍ남경필ㆍ김태호 당권 도전설…홍준표 재출마 가능성도

홍준표 대표, 김성태 원내대표 등 자유한국당 지도부가 제7회 전국동시지방선거 및 국회의원 재보궐선거가 열린 13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TV를 통해 출구조사 결과를 지켜보며 실망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6ㆍ13 지방선거에서 자유한국당은 일방적인 패배를 당했다. 겨우 ‘안방’이라 할 수 있는 TK(대구·경북)만 가까스로 지켜냈을 뿐 홍준표 대표가 공언했던 광역단체장 6곳 수성 약속은 공염불이 됐다.

이에 홍 대표는 지방선거 참패에 따른 책임을 지고 대표직에서 물러났고 7월 조기 전당대회를 통해 패배를 수습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차기 당 대표로 이완구 전 총리, 정우택 전 원내대표, 김무성 의원, 나경원 의원 등 당 중진이 언급되는 가운데 홍 대표의 재출마 가능성도 제기된다. 일각에서는 이번 지방선거에 출마했던 광역단체장 후보들 가운데서도 차기 당권에 도전할 인물들이 언급되고 있다.

‘14-151-652-1638’ vs ‘2-53-137-1009’. 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의 이번 지방선거 성적표다. 자유한국당은 6·13 지방선거에서 광역단체장 2명, 기초단체장 53명, 광역의원 137명, 기초의원 1009명을 당선시키는 데 그쳤다. 광역단체장은 보수의 텃밭인 대구, 경북을 가까스로 지켰고, 기초단체장은 대구·경북·경남을 제외하고는 모두 민주당에 뒤졌다.

특히 서울 25개 구청장 선거구에서는 서초구 단 한곳을, 경기에서는 31곳 가운데 가평군수와 연천군수를 확보하는 최악의 결과가 나왔다. 재보궐 선거에서도 텃밭인 경북 김천에서만 승리해 의석수 1석을 추가시키는데 그쳤다.

선거 패배의 책임을 지고 홍준표 대표는 지난 14일 당대표 직을 내려놨지만 후폭풍은 이제부터 시작이라는 분석이다. 보수정당 역사상 전례 없는 참패이기 때문이다. 노무현 대통령 탄핵 역풍과 ‘차떼기’ 사건으로 당이 위기에 처했을 때 치러진 2004년 제17대 총선에서도 당시 한나라당은 121석을 지켜내며 선방했다. 2014년 세월호 참사 직후 진행된 6·4 지방선거에서도 새누리당은 광역단체장 17곳 중 8곳을 차지해 9곳을 석권한 새정치민주연합에 크게 뒤지지 않았다. 이번 지방선거처럼 일방적인 패배는 없었다. 보수의 위기를 넘어 ‘궤멸’이 거론되는 이유다.

홍 대표 사퇴로 당 대표 권한대행인 된 김성태 원내대표는 지난 14일 “우리 당의 진로에 대해서, 당 체제에 대해서, 이번 선거를 통해서 성난 국민의 분노에 저희들이 어떻게 답할 것인지 냉정하고 치열한 논쟁과 결과를 갖고 명확하게 나서겠다”고 말했다.

당대표가 물러난 상황에서 유력하게 거론되는 방안은 7월 조기전당대회를 통한 사태 수습이다. 새로운 당대표와 지도부를 결성해 보수 재건에 나서는 것이다.

당대표 후보 물망에 오르내리는 인물들은 6~7명 정도다. 당대표 출마가 유력한 인물은 이완구 전 총리다. 이 전 총리는 지난 10일 유세 지원차 세종을 방문한 자리에서 “도지사, 총리까지 다해봤다. (자유한국당) 당대표 못할 것도 없다”며 출마 의지를 내비쳤다. 이 자리에서 그는 “(우선은) 지선에 모든 노력을 기울인 뒤, 선거가 끝나 후 당대표 도전과 관련된 입장을 정리하겠다”고 밝혔다.

지방선거 결과는 패배로 끝났지만 이 전 총리에게 이번 지방선거는 활동 재개 무대였다. 선거 유세 중단과 재개를 반복했던 홍 대표와 달리 이 전 총리는 정치적 기반인 충청권은 물론 울산, 경기, 서울, 충북 등 전국적인 지원 활동을 펼쳤다. 인지도 회복에 주력하는 모습이었다.

정우택 의원도 출마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앞서 정 의원은 지난달 29일 자신의 SNS를 통해 홍 대표를 포함한 당 지도부의 행보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선거 이튿날인 지난 14일에는 “자유한국당은 이번 지방선거에서 보수 정당 사상 초유의 무겁고 엄중한 심판을 받았다”며 “잘못이 너무나도 많고 컸기에 손에 꼽을 수 없을 정도다. 보수는 죽었다. 철저히 반성하고 성찰하겠다”고 고개를 숙였다.

이어 정 의원은 “저희 국회의원들부터 보답의 길을 찾겠다. 보수의 부활과 대한민국의 내일을 위해 사력을 다하겠다”며 “새로운 보수정당으로 다시 태어나겠다. 다시 한 번 국민 여러분의 엄중한 질타를 가슴에 새기겠다”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정 의원의 “저희 국회의원들부터 보답의 길을 찾겠다”는 대목이 홍 대표를 겨냥한 것이 아니냐는 해석도 나왔다. 홍 대표의 전대 재출마 가능성이 제기되는 가운데 국회의원이 아닌 홍 대표는 나서지 말라는 경고 메시지가 담긴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다. 연일 홍 대표와 각을 세웠던 정 의원의 당대표 출마도 유력해보인다.

김무성 의원의 등판설도 나오고 있다. 바른미래당에서 복당한 이후 큰 움직임을 보이고 있지 않은 김 의원은 여전히 한국당 내에서 적지 않은 세력을 보유하고 있다. 김 의원은 앞서 지난 3일 “선거가 끝나면 마음을 완전히 비우고 분열된 보수를 통합시키고, 보수를 재건하겠다”고 말했다. 당대표 출마 가능성이 제기되는 이유다.

나경원 의원도 거론된다. 그는 지난 7일 MBC라디오 '이범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보수라는 가치가 국민에게 오염되게 보이고 있어서 새로운 가치를 정립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있어야 한다. 그런 과정에서 역할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고 당권 도전 여부에 가능성을 열어 놨다. 당 내에서는 김문수, 남경필, 김태호 등 지방선거 출마자의 당권 도전설도 나오는 상황이다.

새로운 지도부가 들어서더라도 내홍이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패배의 정도가 워낙 커 기존의 혁신 수단으로는 역부족이라는 분석이다. 당대표로 거론되고 있는 인물들도 선거 패배 책임에서 자유롭지 않다는 점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있다. 정치권 관계자는 “홍 대표가 당을 장악하고 선거를 치르면서 잘못된 점이 나올 때 중진들은 관망하는 모습이었다. 마치 선거 이후 홍 대표가 내려오기만을 기다렸던 모습”이라며 꼬집었다.

허인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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