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가 엇갈려…난파선 한국당 재건 부정적

자유한국당은 무너진 보수 지지율 회복을 위해 김병준 교수를 비상대책위원장으로 선출했다. 김 비대위원장이 난파선과 다름없는 한국당을 재건할지는 불투명하다.

배종찬 리서치앤리서치 본부장은 “김병준을 좋게 말하면 춘추전국시대의 책사로 볼 수도 있다”며 “자신의 정략이 통하면 어느 자리든 간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에게 자신이 몸담을 곳이 보수냐 진보냐는 큰 문제가 아니고 자신의 정치적 의지를 실행할 수 있느냐 마느냐가 중요하다는 의미다. 한국당은 김 위원장이 자신의 정치적 의지를 실행할 하나의 거점으로 성공 여부는 미지수다.

반면 김 위원장은 ‘이념이 모호하다’는 점이 약점으로 지적된다. 김형준 정치평론가 겸 명지대 교수는 그의 정체성을 ‘혼돈’이라고 정의했다. 정치적 좌표가 불분명해 이념적으로 ‘무정향’이라는 평가다. 한국당을 구하기엔 역부족이라는 분석이다.

자유한국당의 지지율은 10%대 초반에 머물고 있다. 회복의 기미가 보이지 않는 상황이다. 배종찬 본부장은 “김 비대위원장의 역할은 마치 8회에 크게 지고 있을 때 등판한 패전처리 투수같다”면서 “하지만 이게 단판승부가 아닌 장기전으로 본다면 향후에 상황은 바뀔 여지도 아예 없지 않다”고 평가했다.

배종찬 본부장은 보수 재건의 열쇠로 3가지를 꼽았다. 첫째로 ‘적어도 11월 말부터 12월 초까지는 지지율을 20%내로 진입시켜야 한다’는 조건이다. 김 위원장으로서의 영향력과 생명력은 바로 지지율에 달려 있다는 평가다. 배 본부장은 “한국갤럽 기준으로 한국당의 지지율은 계속 하락 중이다”며 “김병준 카드의 평가는 오롯이 지지율 반등에 달려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둘째는 계파청산이다. 사실상 이 문제는 김병준 위원장의 역량에서 벗어난 부분이다. 배 본부장은 “계파청산은 김영삼, 김대중 정도의 거물급 정치 인사들이 아니고선 힘들다”며 “당내의 공정한 인사 질서 확립이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누구나 합리적으로 여길만한 공정한 당내 시스템 확립이 필수적이라는 뜻이다. 김 위원장은 진보냐 보수냐의 질문에서 비교적 자유롭다. 그는 오히려 실용주의자, 정책주의자로 평가 받을 수도 있다. 그의 행보가 정책에 따라 움직였기 때문이다. 그래서 진보냐 보수냐 하는 꼬리표를 붙이기 힘들다. 자리에 연연하지 않는 정책의존적인, 즉 정책경향성을 띠는 사람이다. 그래서 계파 갈등 문제에선 비교적 수월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셋째는 보수의 이미지를 재건하는 것이다. 자유한국당의 이미지는 완전히 무너졌다. 하지만 김 위원장은 여론상으로 평가했을 때 긍정도 부정도 함께있다. 그런데 비호감 응답은 그리 높지 않다. 전에 비해 호감도 부문은 개선될 여지가 있다는 의미다. 하지만 김 위원장에게 도덕적 문제가 불거졌다. 김 위원장의 한계점으로 지목되는 부분이기도 하다. 과거 접대 의혹이나 논문 표절 의혹 등은 여론의 평가에 달려 있다. 그 결과에 한국당의 이미지 회복 여부가 달려 있다.

이런 기준에서 김형준 교수는 김 위원장에 대해 비관적 전망을 내놨다. 그는 “김 위원장은 강력한 무기가 없다”고 말했다. 공천이 아직 멀었고 유력한 대권 후보가 자신을 밀어주는 것도 아니라는 이유에서다. 도덕적으로 흠집이 많은 점도 치명적이라는 분석이다. “혁신의 핵심은 원칙이 지켜지고 누구나 납득할만한 행동을 하는 것”이라며 “강력하고도 일관성 있는 혁신을 하려면 오락가락하면 안 된다”고 말했다. 도덕적 결함과 모호한 정치성 때문에 성과를 내기 힘들 것이라는 뜻이다.

김 교수는 김 위원장에게 정무적 판단을 기대하기 어렵다고도 했다. 어수선한 정국에서 깜짝쇼를 벌일 가능성도 있다는 이야긴데, 인사와 관련해 누구를 쳐낸다든지 예상 외의 정책을 내놓으면서 대내외적인 관심 끌 것이라는 뜻이다. 하지만 이런 관심이 지지율로 이어지지 못하면 비대위 추진 동력이 사라진다. 비대위 활동이 성과를 내지 못하고 탄력을 받지 못하면 선거를 앞두고 다시 혼란에 휩싸인다는 분석이다.

김병준 위원장 영입이 한국당의 ‘정치적 외연 확장’으로 이어질지도 관심이다. 진보층 흡수에 대해 배 본부장은 “김 위원장이 극단적인 진보정책을 펼치는 사람이라면 그럴 수 있겠지만 그는 극단적인 진보정책을 펼치는 사람은 아니다”며 “그의 정책성향을 보면 수도권의 샤이보수가 돌아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배 본부장은 앞으로의 도덕적 문제를 변수로 지목했다. 검찰의 수사가 객관적이든 의도적이든 중도와 진보 흡수에 대한 ‘김병준 효과’는 어느 정도 차단될 수 있다는 평가다.

김형준 교수는 보수 가치의 재정립은 ‘정책과 법안’에 달려 있다고 봤다. 보수의 가치는 선언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며 국민들의 삶과 연결되고 체감할 수도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바른미래당의 합리적 보수, 개혁적 보수 외침이 실패한 이유를 봐야한다”며 “공동체적 가치를 입은 실용적인 경제정책이 나와야 하는데 실제적으로 접근하기란 매우 어려운 문제”라고 덧붙였다. 고도의 정무적 판단을 발휘하기 어려울 것이란 의견을 드러냈다.

김 위원장 영입으로 기대할 수 있는 것은 ‘메기효과’다. 배 본부장은 “인사발탁에 있어 전혀 다른 성향의 인물을 등용시켰을 때 오는 효과는 크다”며 “지난 오바마 행정부에서 조지 부시 때의 국방장관인 로버트 게이트를 영입하면서 지지율 제고에 효과를 거뒀다”고 말했다. 혁신 시도 자체에 대한 반감보다는 긍정적인 유인이 발휘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김형준 교수는 김 위원장의 영입을 전략이 아닌 해석의 문제로 봤다. “비대위원장 자리는 사전전략으로 이뤄진 것이 아니다”라며 “인물은 한정돼 있고 하겠다는 사람은 거의 없으니 임명하고 나서 해석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전략적인 접근으로 보기는 힘들다는 지적이다. 종합적으로 김 교수는 김 위원장을 성공적인 보수 재건을 위한 좋은 카드는 아니라는 의견이다.

김 위원장이 계파 문제에서 비교적 자유롭다는 평가엔 “아예 계파가 없다는 것은 나중에 친박과도 손을 잡을 수 있다는 뜻이며 비박도 예외는 아닐 것”이라며 “결국 정치판이 자신에게 어떻게 작용할지 판단해 유리한 쪽으로 움직일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배종찬 본부장은 “김 위원장은 계파 수장으로서의 영향력은 없다”며 “그것을 뛰어넘을 만한 영향력이 바로 지지율”이라고 말했다. 따라서 지지율을 끌어올릴 수 있는 실용적인 정책이 얼마나 효과를 거두느냐가 중요하다. ‘보수적 경제정책’을 부각시킬 인물을 발굴하는 것에 대한 중요성이다. 현재 문재인 정부의 지지율은 고공행진 중이다. 지지율 하락시 반사이익을 누릴 대척점에 있는 인사도 없다. 지난 탄핵국면처럼 반사이익을 누린 문재인과 같은 인물이 없다는 사실이다. 따라서 실용적인 정책, 국민들에게 와 닿는 경제정책이 지지율 반등의 모멘텀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현 정부의 경제정책에 대한 부정적인 평가가 늘어난다면 김 위원장의 경제정책이 효과를 거둘 여지는 높아진다.

천현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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