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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준 명지대 교수 칼럼] 여당 새 대표와 개각, 한국당의 살길은

차기 대표, 개각 ‘경제살리기’에 초점…한국당 비대위 제대로 ‘보수 혁신’ 해야

  • 이해찬 의원의 출마선언으로 더불어민주당 '8·25 전국대의원대회' 당권경쟁의 대진표가 20일 최종완성됐다. 왼쪽부터 출마 선언하는 김두관, 김진표, 박범계, 송영길, 22일 출마 선언할 것으로 알려진 이인영, 출마 선언하는 이종걸, 이해찬, 최재성 의원.(연합)
민주당 전당대회 윤곽, 기싸움 치열

더불어민주당 새 대표와 최고위원을 선출하기 위한 전당대회 경선 구도의 윤곽이 드러났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가 실시한 차기 민주당 당대표 적합도 여론조사(7월 13∼14일) 결과,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이 11.6%를 얻어 가장 앞섰고, 박영선 의원이 9.7%로 그 뒤를 이었다. 이해찬 의원이 8.0%를 차지했고, 박범계 의원이 5.4%를 얻었다. 이어 김진표 의원 3.7%, 최재성 의원 2.3%, 송영길 의원 1.6%, 김두관 의원 1.5%, 이인영 의원 0.7%, 설훈 의원 0.5% 등이었다. 그런데 의견 유보층(모름/응답)은 52.5%에 달했기 때문에 현 시점에서 후보간 우열을 가리는 것은 적합하지 않다.

민주당 지지층에서의 적합도는 박 의원 13.3%로 가장 앞섰고, 김 장관과 이해찬 의원은 11.3%로 동률 2위를 차지했다. 그런데 적합도 1위와 2위를 차지한 김 장관과 박 의원이 불출마 선언을 했다.

김 장관은 지난 17일 입장문을 통해 “개각과 저의 출마 여부가 연동돼 인사권자인 대통령님께 폐를 끼치고 있다”며 “이에 제가 먼저 불출마를 밝혀 대통령께 드린 부담을 스스로 결자해지코자 한다”고 말했다. 이어 “저로 인해 혼선과 억측이 야기되고 있다”며 “이에 제가 먼저 결론을 내리는 것이 책임 있는 자세라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마지막으로 김 장관은 “이제 앞으로 장관으로서는 직에 머무는 날까지 그 책임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번 전대의 최대 변수인 이해찬 의원은 김 장관이 출마하면 본인은 출마하지 않겠다는 뜻을 여러 차례 피력했다고 한다. 그런데 김 장관이 불출마한 것은 본인의 권력의지가 부족해서가 아니라 문재인 대통령의 의중, 이른바 문심(文心)이 오리무중(五里霧中)이었기 때문이다.

아마도 문 대통령은 몇 가지 이유 때문에 김 장관 출마에 부정적인 생각을 한 것으로 보인다. 우선, 김 장관이 빠질 경우 약체 내각을 면하기 어렵다는 판단을 한 것 같다. 가뜩이나 지난 집권 초기 1년은 청와대 계절이었다는 비판이 많은 데 대권 주자급인 김 장관마저 빠지면 그야말로 청와대 중심의 정치가 더욱 강화 될 수 있다는 우려를 한 것 같다.

또한 차기 대권 후보가 지나치게 빠르게 당 대표로 부상하면 대통령의 권력 누수가 생길 수 있다는 기우가 작동된 것 같다. 마지막으로 김 장관이 출마하면 마치 문 대통령의 의중이 반영 된 것으로 오해를 받을 여지가 많았기 때문이다.

여하튼 차기 대권을 노리는 김 장관에게는 자신의 당내 세력을 구축하고 대국민 소통을 강화시킬 수 있는 좋은 기회를 놓쳤다.

박영선 의원은 자신의 SNS를 통해 문재인 대통령의 성공을 위해 ‘경제민주화’와 ‘검찰개혁’ 이슈에 더 몰입하기로 했다고 불출마 이유를 밝혔다. 박 의원은 “정치 입문 이후 지금까지 저는 ‘경제민주화’와 ‘검찰 개혁’을 끊임없이 주창해왔다. 지금 그 결실이 문재인 정부의 탄생과 함께 이뤄지고 있다. 저는 문재인 대통령의 성공을 위해 이 일에 좀 더 몰입하고자 한다”라며 “이것이 민주당을 백년정당으로 만드는 초석임은 물론, 나라다운 나라를 만드는 기본이라고 확신한다”라고 밝혔다.

그는 앞서 자신이 당권 도전을 고민했던 까닭도 함께 풀었다. 박 의원은 “우리에게는 두 가지 과제가 있다고 생각한다”라며 “첫째는 촛불이 요구한 공정한 대한민국을 만드는 것, 다른 하나는 이명박ㆍ박근혜 정권이 투자에 게을리 했던 4차 산업혁명을 주도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저는 이 시대적 소명을 수행하고 민주당이 백년정당으로 가기 위해 ‘공정’ㆍ ‘통찰력’ㆍ ‘통합과 품격’의 가치를 제시한 바 있다”라고 덧붙였다. 적합도 조사에서 늘 1∼2위를 차지하고 당내 최고 경제통이며 통합과 야당과의 협치를 이끌어낼 수 있는 큰 장점이 있는 박 의원의 불출마는 집권당 당 대표 경선이 친문들의 리그로 전락할 수 있다는 점에서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아마도 국회 사법개혁위원회 위원장을 맡을 것으로 보인다.

재선의 친문 박범계 의원은 지난 4일 “돌풍을 일으키겠다”는 각오를 밝히면서 가장 먼저 출마를 선언했다. 그는 노무현 정부 시절 문재인 대통령과 청와대 민정수석실에서 호흡을 맞춘 바 있다.

문재인 정부 국정기획자문위원회 위원장 등을 지낸 4선의 김진표 의원도 지난 15일 ‘경제 당 대표’를 슬로건으로 출사표를 던졌다. 그는 “집권여당이 경제를 살리지 못하면 오는 2020년 총선에서 민주당의 패배는 불을 보듯 뻔하다”고 강조하면서 “경제를 살리는 정치, 더불어 잘사는 경제, 문재인 정부의 성공을 위해 앞장서겠다. 유능한 경제정당을 만드는 경제 당 대표가 되겠다”고 밝혔다.

비문 인사로 불리는 4선의 송영길 의원은 18일 “촛불 혁명의 힘으로 탄생한 문재인 정부를 끝까지 지키는 당 대표가 되고 싶다”며 경선 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최재성 의원은 “민주당을 혁신하고 문재인 정부를 성공시키라는 시대적 명령을 저에게 내려주십시오”라면서 출마를 선언했다. 김두관 의원은 “더 강한 민생경제, 더 많은 민주주의를 실현하겠습니다. 당원과, 국민과 함께, 그 길을 열겠습니다”는 포부를 밝히면서 출마 선언을 했다.

여하튼, 김부겸ㆍ박영선 두 유력 후보가 불출마를 선언한 상황에서 친문 진영은 후보 단일화를 이루지 못하면서 각개전투 양상을 보이고 있다. 박범계 의원은 일찍이 완주를 다짐했고, 김진표 의원은 최재성 의원이 출마회견을 하기 직전에 당 혁신 방안을 발표하며 기 싸움을 벌였다.

  • 문재인 대통령이 23일 오후 청와대 여민관에서 열린 수석ㆍ보좌관회의를 주재하고 있다.문재인 정부 2기 개각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연합)
여당 대표가 갖춰야 할 리더십…개각의 방향

민주당은 26일 예비경선을 통해 당 대표 후보자를 3명으로 압출할 예정이다. 이런 와중에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운영 지지율이 6ㆍ13 지방 선거 이후 5주째 하락세를 보이며 60%대 초반으로 크게 떨어졌다.

리얼미터의 7월 3주(16일~18일) 조사에 따르면, 문 대통령 지지율은 지난주에 비해 6.4%포인트 떨어진 61.7%로 나타났다. 이번 지지율은 가상화폐와 남북 단일팀 논란으로 최저치를 기록했던 올해 1월 4주차(60.8%)에 이어 가장 낮고, 하락 폭은 취임 후 가장 큰 것으로 집계됐다. 세부적으로는 자영업층에서 12.2%p 하락하면서 긍정(48.7%)과 부정 (45.3%)이 비슷했다. 최저임금 인상의 후폭풍의 결과로 추론된다. 최근 최저임금위원회가 내년도 최저임금을 올해의 7530원에서 10.9%p 인상한 8350원으로 결정했다. 노동계는 아직도 최저임금이 노동자 생계비보다 크게 부족하므로 더 올려야 한다고 요구하고, 경영계는 영세 자영업자와 소상공인들이 인건비를 감당하지 못해 도산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문재인 대통령은 16일 청와대 수석보좌관회의에서 “2020년까지 최저임금 1만원을 이룬다는 목표가 사실상 어려워졌다”며 “대선 공약을 지키지 못하게 된 것을 사과한다”고 말했다. 이어서 “최저임금의 인상 속도가 기계적 목표일 수는 없으며 정부의 의지만으로 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면서 “최저임금의 빠른 인상은 저임금 노동자들의 임금을 높여 인간다운 삶을 보장하는 동시에 가계 소득을 높여 내수를 살리고 경제를 성장시켜 일자리의 증가로 이어지는 선순환 효과를 목표로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현실은 정반대로 나타나고 있다. 정작 최저임금 인상으로 직견탄을 맞아 고통받고 있는 집단은 저소득층이다. 한국갤럽 조사결과, 7월 2주 문 대통령의 국정운영지지도는 69%였는데, 저소득층에서는 51%로 무려 18% 포인트 낮았다. 최저임금의 역설이 극명하게 드러나고 있는 셈이다. 이를 의식해 당정은 근로장려금(EITC) 대상과 지원액을 종전보다 두배 수준으로 대폭 확대하는 한편, 소득 하위 20% 노인에게 지급되는 기초연금을 내년부터 30만원으로 조기 인상하기로 했다. 근로장려금을 대폭 확대하기로 했다.

김동연 기획재정부 장관은 18일 ‘하반기 경제정책 방향’ 기자회견에서 정부는 올해 경제 성장을 당초 예측한 3%보다 낮은 2.9%로 낮추었고 신규고용 목표를 32만명에서 18만명으로 하향 조정했다. 그는 “앞으로 경제 상황이 그리 좋지 않다”고 말하며 “미-중 무역전쟁으로 세계 금융시장이 위축되고 시장 및 기업 정서가 개선되지 못할 경우 상황은 악화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정부의 이런 발표에 문재인 정권의 소득주도 성장 실험이 출범 1년2개월 만에 한계를 드러낸 것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그동안 정부가 37조(본예산과 추경 등 일자리예산)원을 퍼붓고도 고용ㆍ투자가 반 토막 난 것은 심각한 상황이다.

이런 경제 위기 상황에서 차기 집권당 대표와 개각은 경제 살리기에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 그런데 규제 혁신을 통해 혁신 성장을 이룩하기 위해서는 국회에서 야당의 협조가 필수적이다. 문희상 국회의장은 19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4당 체제의 황금분할로 구성된 20대 국회는 협치를 해야 하는 태생적 숙명”이라며 “개혁입법, 민생입법을 위해서는 정당 간 연대든, 정책연합이든 같이 공생하고 상생하는 길밖에 없다”고 했다. 무엇보다 “제1야당과 협치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따라서 민주당 새 대표는 경제살리기와 야당과의 협치를 이끌어 낼 수 있는 리더십을 갖추어야 한다.

20대 국회 후반기 원구성이 마무리됨에 따라 청와대 개편과 개각이 멀지 않았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교체 대상 정부 부처가 3~4곳으로 압축됐다는 의견이 나온다. 그동안 개각 대상으로 자주 거론된 정부 부처는 국방부ㆍ환경부ㆍ여성가족부ㆍ산업통상자원부ㆍ고용노동부다. 청와대 경제수석ㆍ일자리수석 교체와 맞물려 경제활성화와 일자리창출에서 새로운 모멘텀을 만들려면 산자부와 노동부 개각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많다.

문재인 대통령은 집권 2년차를 맞아 각종 정책의 뼈대를 세우는 것에서 벗어나 가시적 성과를 내기 위해 청와대 조직을 개편할 방침으로 알려지고 있다. 현재 청와대 조직개편에서 논의되고 있는 안은 △국무총리실의 국무조정실장격인 업무조정비서관 △자영업ㆍ소상공 담당 비서관 △혁신비서관 △국정홍보비서관 △남북교류비서관 등의 신설이다. 그런데 이번 개각과 개편의 핵심은 정부의 경제 정책 기조를 소득주도성장에서 혁신 성장으로 전환한다는 신호를 시장에 보내는 것이 되어야 한다. 그래야만 침체된 경제를 살릴 수 있는 최소한의 조건이 만들어 질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장하성 정책 실장을 교체하는 상징적 조치를 취할 필요성도 있다.

  • 자유한국당 김병준 혁신비상대책위원장(가운데)이 19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취임 후 첫 인선으로 사무총장에 김용태 의원(왼쪽)을, 비서실장에 홍철호 의원을 임명했다고 발표하고 있다.(연합)
한국당 김병준 비대위 체제 문제와 성공의 조건

자유한국당은 지방선거 참패 이후 우여곡절 끝에 참여정부 시절 정책실장을 지낸 김병준 국민대 명예교수를 혁신비상대책위원장으로 선출했다. 한국당은 17일 제2차 전국위원회를 열어 김 위원장 선임 안건을 만장일치로 의결했다.

그는 인사말을 통해 “미래를 위한 가치논쟁과 정책 경쟁이 우리 정치의 중심을 이뤄 흐르도록 하는 꿈을 갖고 이 소망을 향해 가겠다”고 말했다. 이어 “ ‘현실 정치를 인정한다’는 말에 계파논쟁과 진영논리를 앞세우는 정치를 인정하고 적당히 넘어가라고 하지 말아 달라”며 “잘못된 계파논쟁과 진영논리 속에 싸우다 죽으라고 해달라. 그렇게 싸우다 죽어 거름이 되면 그것이 오히려 제게 큰 영광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비대위 성격에 대해선 관리형보다는 전권형 비대위에 방점을 두었다. “무엇을 관리하고 무엇을 혁신할 것인지에 대해 경계가 불명확하다”며 “제가 생각하고 있는 것은 당의 많은 분야를 바꾸는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면 혁신이라는 말이 잘 어울릴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새 당 대표를 선출할 전당대회 시점과 관련해서는 “내년까지도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김병준 비대위 체제는 순항할 수 있을까? 현 시점에서 그 대답은 유보적이다. 첫째, 그에게 혁신을 끌고 갈수 있는 결정적인 무기가 없다. 김 비대위원장 자신의 말처럼 “아무런 힘이 없고 계파도 없다”면서 “지금 당장 혁신 비대위가 얼마나 갈지 모르겠지만 남은 선거기간을 생각하면 공천권을 행사하기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차기 총선에서 공천권에는 관심을 두지 않겠지만, “당 대표로서 당협위원장을 교체할 권한을 갖고 있다”는 다소 모순적인 발언을 했다. 당협위원장이 공천에 가장 중요한 요인이기 때문에, 당협위원장을 교체할 수 있다는 것은 결국 공천권을 행사하는 것과 같은 효과를 가져 올 수 있기 때문이다.

인적 쇄신의 방향에 대해선 “과거지향적 측면에서의 인적 청산은 반대한다”면서 “새롭게 세워진 가치나 정책적 노선에 대해 같이 할 수 있는지는 가치 정립 후 평가가 이뤄질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그럼에도 불구하고 신념체계가 전혀 다르거나 정책 방향을 도저히 공유할 수 없는 분이라면 길을 달리할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김 위원장의 이런 발언은 결국 자신이 설정한 가치를 따르지 않는 사람들은 청산하겠다는 것을 밝힌 것이다. 문제는 그 가치와 기준을 어떻게 설정할 것인가가 관건이다.

둘째, 혁신을 끌고 가기엔 도덕적 흠결이 많다. 당장 김 위원장은 지난해 8월 함승희 강원랜드 대표의 초청을 받아 KLPGA 투어 프로암 경기에서 골프를 쳤다. 골프 비용과 기념품, 식사 비용 등을 포함해 접대 규모가 118만원가량 됐다는 강원랜드 내부 제보가 국민권익위원회에 접수돼 경찰이 김영란법 위반 혐의 수사에 착수했다. 김영란법에 의하면 공직자를 비롯해 언론인, 사립학교 교원들은 직무 관련성이나 대가성과 상관없이 1회 100만원 이상을 초과하는 금품을 수수하면 형사 처벌을 받도록 규정돼 있다.

김 위원장은 당시엔 국민대 명예 교수 신분이었기 때문에 김영란법의 대상이 아니며, 프로암 대회에 참가한 것은 접대로 볼 수 없다고 반박하고 있다. 하지만 김 위원장은 이미 도덕적 내상을 입었다. 국민들은 접대냐 초대냐를 따지기보다는 도덕적 하자가 있는지 여부를 놓고 판단한다. 더구나 김 위원장은 참여정부 시절인 지난 2006년 10월 교육부 부총리에 취임한지 13일 만에 사퇴했다. 논문을 표절한 사람은 교육부 장관이 될 수 없다는 야당의 파상적 공격에 굴복한 것이다. 그런데 당시 김 부총리의 낙마를 집요하게 요구했던 정당은 바로 한국당의 전신이 한나라당이었다. 도덕적으로 문제가 있다고 자신들이 낙마시켰던 사람을 자기 당을 혁신할 비대위원장으로 영입했다는 것 자체가 자기 부정이고 자기모순이다.

셋째, 정무적 판단에서 문제가 있다. 지난 탄핵 정국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은 국회가 추천하는 거국 중립 내각 총리를 임명하라는 야당의 요구를 무시하고 김병준 교수를 국무총리로 임명했다. 김 위원장이 정치적 상황에 대한 판단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국무총리 지명을 받아들인 것이나 정치권에서 제기되고 있는 자진사퇴 요구에 대해 “그것은 있을 수 없다”"고 일축하고 버티다가 결국 낙마한 사례에서 보듯이 정무적 판단에 치명적인 한계를 보여주었다.

김 위원장은 취임 후 첫 당직 인선으로 지난 2016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정국에서 새누리당을 탈당해 바른정당 창당에 동참했다가 복당한 김용태 의원을 사무총장, 홍철호 의원을 비서실장으로 임명했다. 개혁적 성향의 젊은 의원들을 전면에 앞세워 한국당의 노회한 이미지를 변화해야 한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해석된다. 그러나, 한국당 비대위는 ‘철새 비대위’라는 비판 여론이 고조되고 있다. 참여정부에서 정책 실장을 맡으며 ‘노무현의 남자’로 불렸던 김병준 비대위원장은 한국당 비대위원장을 맡으면서 전형적인 철새 정치인의 패턴을 보였다.

노무현 정부 때 청와대에서 행정관과 대통령 1ㆍ2부속실장 등을 지낸 전재수 민주당 의원이 “김병준 캐릭터는 권력욕을 넘어 탐욕에 가깝다”고 쓴 소리를 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전 의원은 김 위원장에게 “당신의 출세를 위해 노무현 전 대통령님을 입에 올리지 말아 주시길 당부 드린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김 위원장은 “그건 노무현 정신을 왜곡하는 것이다. 노무현 정신은 여기도 대한민국, 저기도 대한민국”이라고 반박했다. 하지만 노무현 정신의 핵심이 ‘원칙 없는 승리보다는 원칙 있는 패배’라는 것을 감안한다면 김 위원장의 발언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최근 김 위원장은 18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문재인 정부 들어) 국가주의적 경향이 곳곳에 들어가 있다”며 초중고교 내 자판기에 카페인 음료 판매를 금지한 ‘어린이 식생활 안전관리특별법’을 사례로 언급했다. 김 위원장은 이 법을 놓고 “학교 사정에 맞게 하면 된다. 이런 부분까지 국가가 들어갈 필요가 있느냐”며 “참여정부 같았으면, 제가 정책실장이었으면 (노무현) 대통령이 이 법안에 거부권을 행사하셨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초중고 커피자판기 금지를 국가주의로 인식하고 있는 것도 쌩뚱 맞지만 국가주의에 대한 정확한 이해 없이 이를 토대로 현 정부를 비판할 수 있다는 판단이 놀랍다.

오죽하면 취임 축하 난을 갖고 한국당을 방문한 한병도 청와대 정무수석이 문재인 정부의 정책을 ‘국가주의’로 표현한 데 대해 “정책적 비판으로 생각하겠다”면서 “현재 추진하는 정책에 국가주의적이란 단어는 좀 맞지 않는 것 같다”라고도 지적했겠는가. 김 위원장이 제기한 국가주의 정책을 가장 많이 남발했던 시기는 역설적으로 참여정부 시절이었고, 당시 정책 실장이 자신이었다는 것을 인지했다면 이런 쌩뚱맞은 비판은 할 수 없을 것이다. 보수 정당의 혁신 비대위원장으로서 진보 정부와 빠르게 각을 세우려는 초조함이 낳은 판단 착오다.

김 위원장 입에서 노무현 대통령 이름이 자주 거론되면 될수록 피로감이 쌓일 뿐만 아니라 정통 보수세력의 불만이 가중될 수도 있다. 그래서 김 위원장에게 신중하면서도 통찰력있는 정무적 판단이 요구되는 것이다.

넷째, 원내 대표를 제압할 수 있는 권위와 권한이 없다. 김 위원장은 ‘가치 정립’을 보수진영의 우선과제로 꼽았다. 그는 비대위원장에 결정되기 전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진보와 민주당은 ‘상생’, ‘평화’, ‘환경’이란 가치를 점유하고 있고 그 이미지를 가지고 있다”며 “반면 보수와 한국당은 ‘근대화’, ‘성장’, ‘경제발전’이라는 가치 이후 미래 가치를 만드는 데 실패했다”고 진단했다.

김 위원장은 한국당의 혁신 방향의 키워드로 ‘자율, 기회균등, 공정’을 제시했다. 그런데 이런 가치는 그동안 진보 진영에서 줄기차게 제기한 것이서 차별성이 별로 없다. 가령 문재인 태통령은 지난 대선 과정과 대통령 취임사에서 “기회는 평등할 것입니다. 과정은 공정할 것입니다. 결과는 정의로울 것입니다”를 강조했다. 따라서, 한국당은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보수 혁신을 달성하기 위해선 새로운 가치를 제시하는 것보다는 이런 가치들이 국민들의 삶 속에서 실현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국회에서 이를 뒷받침할 관련 법들을 제정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것은 원내대표의 영역이다. 국회 따로, 비대위 따로면 혁신은 물 건너 간다. 그런데 한국당엔 비대위원장과 원대대표가 충돌한 경우 이를 해결할 수 있는 정치리더십과 제도적 장치가 부족하다.

김 위원장은 보수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문재인 정부에 대해 “시장ㆍ국가ㆍ공동체 세 개의 바퀴가 모두 삐걱거리고 있어 미래로 나갈 수 있을지 걱정스럽다”고 했다. “시장은 규제에 묶여 있고 국가는 대중영합주의 속에 일부 국민 주머니에 돈 넣어주는 복지에만 집중하면서 재정적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며 이렇게 말했다. 더 나아가 “문재인 대통령이나 친문(親文)은 가치적 측면에서 약하다”며 “노무현 전 대통령처럼 스스로 가치를 쌓아온 사람이 아니다”고 했다. 또 “패거리 진보ㆍ보수의 경계를 허물고 국가주의ㆍ자율주의 등 ∞?논쟁을 통해 정치권의 세력이 재편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제1야당 대표로서 현 정부에 대한 건설적 비판은 필요하다. 비대위 권한과 기간에 대해 명확히 정해진 것이 없는 만큼 계파 간 갈등이 언제든 불거질 수 있다. 김 위원장은 향후 혁신할 무기를 갖고, 도덕적 결함을 극복하며, 예리하게 정무적 판단을 하고, 원내대표와 혁신을 위한 조율을 할 수 있는 리더십을 갖추어야만 성공할 수 있는 길이 열린다는 것을 깊이 인식해야 할 것이다.

■김형준 명지대 교수 프로필

아이오와대정치학 박사

한국선거학회 전 회장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정치개혁위원회 위원

국회 개헌특위 전 자문위원

한국정치학회 전 부회장

명지대 인문교양학부 교수(정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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