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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북한, 교황 카드는 ‘신의 한 수’

교황, 유엔 통한 북핵 해결 제시한다 …미국, 대북 '고사전략' 차질
  • 문재인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 9월 19일 오후 평양 옥류관에서 오찬을 가진 후 방북에 동행한 천주교 김희중 대주교와 환담하는 모습.(평양사진공동취재단=연합뉴스 자료사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미국과의 북핵 게임에서 ‘교황 카드’를 꺼내들었다. 미국이 북한의 비핵화를 위해 강도 높은 압박을 가해오자 교황을 전면에 내세웠다. 다시말해 비핵화 과정을 미국이 아닌 교황청과 풀어가겠다고 한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그러한 북한의 입장을 공개했고, 이를 접한 미국은 ‘한방 먹었다’는 반응을 보였다고 한다.

6ㆍ12 싱가포르 첫 북미정상회담을 계기로 북핵 게임의 양상이 바뀌었다. 비핵화를 앞세워북한을 압박하던 미국이 6ㆍ12 북미회담 이후 북한에 끌려다니는 형국이 됐다. 북한이 현재와 미래 핵은 포기할 수 있어도 기존의 보유핵은 절대 양보할 수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기 때문이다. 트럼프 정부는 비핵화 해법을 찾지 못해 난감하게 됐다. 더욱이 북미회담을 통해 비핵화 성과를 이뤄내 국제적 지도자로 부상해 탄핵 위기를 넘기고 차기 대선의 유리한 발판을 마련하려던 트럼프 대통령의 계산은 완전히 빗나갔다.

북핵 게임의 주도권을 북한이 쥐고 있던 상황은 지난달 말 문재인 대통령이 미국을 방문해 김정은 위원장과의 사담(私談)을 공개하면서 반전되는 결과를 가져왔다. 북한의 최대 약점이 공개적으로 알려졌고, 트럼프 대통령은 이 부분에 대한 ‘압박’을 강조하면서 비핵화 시간에 연연하지 않겠다는 당당한 입장을 보였다.

상황이 바뀌며 위기에 처하게 된 북한은 ‘일본 핵공격’이라는 엄포를 놓는가 하면, 러시아ㆍ중국에 지원을 요청하기도 했다. 나아가 북한은 ‘교황 카드’라는 예상밖 승부수를 띄웠다. 북한이 비핵화 문제를 교황청과 논의하겠다는 것으로 실제 그렇게 되면 북핵 문제는 유엔으로 넘어가고 미국의 위상은 크게 추락할 수밖에 없다.

문재인 대통령은 18일(현지시각) 프란치스코 교황을 예방하고 북한의 초청 의사를 전달할 예정이다. 교황의 행보에 따라 북한의 비핵화 문제는 이전과 전혀 다르게 전개될 수 있다. 미국과 북한 또한 새로운 북핵 게임에 돌입하게 된다.

북한의 ‘교황 카드’에 미국 충격

“교황님이 평양을 방문하시면 열렬히 환영하겠다.”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평양 남북정상회담 기간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프란치스코 교황님이 한반도 평화와 번영에 관심이 많다. 교황님을 한 번 만나보는 게 어떠냐”고 제안한데 대한 김 위원장의 대답이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9일 브리핑에서 위와 같은 사실을 공개하면서 김 위원장이 프란치스코 교황의 평양 방문을 초청했다고 밝혔다.

  • 프란치스코 교황과 문재인 대통령이 오는 18일 바티칸에서 직접 얼굴을 맞댄다.(연합)
김 대변인은 문 대통령이 17∼18일 교황청을 공식 방문해 프란치스코 교황을 만나는 자리에서 김 위원장의 이런 뜻을 전달할 예정이라는 사실도 전했다. 문 대통령은 프란치스코 교황을 만나 한반도 평화와 안정을 위한 축복과 지지를 재확인하고 향후 협력방안을 논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발표대로라면 문 대통령이 김 위원장에게 교황 초청을 주선한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북한 사정에 정통한 베이징 소식통에 따르면 교황 초청 제안은 북한이 했고, 문 대통령이 대신 전하는 것이라고 한다. 즉, 북핵 문제에 ‘교황 카드’는 북한의 작품이라는 것이다. 소식통은 “북한은 오직 압박으로 북핵 문제를 풀려는 미국과 더 이상 대화가 안된다고 보고 교황청을 통해 유엔에서 핵문제를 해결하려고 한다”고 전해왔다.

김 위원장이 프란치스코 교황의 평양 방문을 초청했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트럼프 정부는 비상이 걸렸다고 한다. 미국의 정보 관계자는 “지난달 말 문재인 대통령 발언을 통해 북한의 실체를 파악한 트럼프 정부는 ‘비핵화 돌파구를 찾았다’며 환호했다가 김정은이 교황을 앞세우자 충격에 빠졌다”고 전해왔다. 북핵 게임의 주도권이 한순간에 날아갈 수 있다고 판단했다는 것이다.

미국의 한반도 전문가들은 북한이 실제 교황청과 북핵 문제를 논의해 비핵화 결론을 이뤄낸다면 트럼프 정부는 심각한 위기에 빠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한 전문가는 “만약 교황청이 북핵 문제를 유엔에 상정해 비핵화를 논의하게 되면 미국의 영향력은 줄어들 수밖에 없고, 유엔이 비핵화 성과를 이뤄내면 트럼프 정부는 무능한 정부라는 평가를 받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고사전략’ 역풍 불러

북한이 미국과의 북핵 게임에서 ‘교황 카드’를 꺼낸 것은 미국의 대북 ‘고사전략’ 때문이다. 미국이 북핵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북한의 취약점인 ‘경제’를 최대한 압박하려 하자 교황청을 통한 돌파구를 찾은 것이다.

  •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7일 평양을 방문한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과 오찬을 함께하기 위해 걸어가고 있다.(연합)
실제 미국은 북핵 문제 해결에 경제 압박이 최선책으로 판단하고 강력하게 밀어붙였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부 장관은 7일 방북해 당당하게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만났다. 지난 7월 6∼7일 3차 방북 때는 김 위원장을 만나지도 못했고, 북한 외무성으로부터 “미국이 일방적이고 강도적인 비핵화 요구만을 들고나왔다”는 비난을 받기도 했었다. 이렇듯 상황이 달라진 것은 폼페이오 장관이 북한의 ‘약점’을 쥐고 김 위원장을 상대했기 때문이다.

그 이전까지 미국은 6ㆍ12 첫 북미정상회담 이후 북핵 게임에서 북한에 끌려다니다시피했다. 북한이 ‘기존의 보유핵은 절대 양보할 수 없다’는 입장을 미국은 도무지 바꿀 수 없었다.

탄핵 위기에 놓인 트럼프 대통령 입장에선 북핵 문제가 풀리지 않자 2차 북미정상회담도, 중간선거도 버거웠다. 그러던 중 지난달 말 문재인 대통령이 미국에 와서 밝힌 김정은 위원장과의 대화 내용 트럼프 정부에 결정적으로 힘을 실어줬다. 문 대통령이 북한의 최대 약점인 ‘경제’ 문제를 공개하면서 북핵 게임의 주도권을 미국이 쥐게 된 것이다.

문 대통령은 지난달 25일 미국 뉴욕 소재 미국외교협회(CFR) 초청 연설에서 김정은 위원장의 말을 인용해 ‘북한의 속사정’을 공개적으로 알렸다.

“많은 세계인들이 북한의 비핵화를 위한 여러 조치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북한을 믿지 못하겠다, 또는 속임수다, 또는 시간 끌기다라는 말하는 걸 잘 알고 있다. 그러나 지금 이 상황 속에서 북한이 속임수를 쓰거나 시간 끌기를 해서 도대체 북한이 얻을 수 있는 게 뭐가 있겠는가. 그렇게 되면 미국이 강력하게 보복을 할 텐데 그 보복을 북한이 어떻게 감당할 수 있겠는가.”

그동안 미국은 북한을 최대한 압박할 경우 항복할 것으로 전망했지만 꿋꿋하게 버티는 것을 의아해했는데 겉모습과 달리 북한 내부는 심각한 상황이라는 것을 김정은 위원장의 말을 통해 간파한 것이다. 이에 따라 미국은 북한을 완벽하게 압박하면 결국 두 손을 들 것이고 비핵화 문제도 풀 수 있다는 자신을 갖게 됐다.(자세한 내용은 <주간한국> 제2746호, 2018년 10월 1일 자)

폼페이오 장관은 7일 방북해 김정은 윈원장을 만나 북한에 대한 미국의 이해를 전하면서 강한 압박을 예고한 것으로 전해진다.

베이징의 정통한 대북 소식통은 “폼페이오가 김정은과 5시간 넘게 회의를 하면서 비핵화를 강하게 압박했다는 말을 들었다”며 “북한과 남한과의 의심스런 거래까지 거론했다는 얘기도 있다”고 전해왔다.

당시 김정은 위원장과 핵심 관계자들은 폼페이오 장관의 공세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는 게 소식통의 전언이다.

폼페이오 장관은 방북 직후 곧바로 서울로 와 문재인 대통령과 만났다. 미국 정보 관계자와 청와대 사정에 밝은 소식통에 따르면 폼페이오 장관은 현 정부의 대북 관계 접근 방식에 대해 문 대통령에게 강한 불만을 나타냈다고 한다.

이어 폼페이오 장관은 8일 베이징으로 가 왕이 외교부장 등을 만났다. 미국 정보 관계자에 따르면 폼페이오 장관은 “중국이 더 이상 북한을 돕지 말라”는 확실한 경고를 했다고 한다.

또한 미국은 4일 동해상에서 러시아 선박이 북한에 입항하려하자 일본에 있던 미군기를 출격해 막았다.

북한이 ‘경제’가 최대 약점이란 것을 간파한 미국이 그 점을 집중 압박하는 행보를 강화한 것이다.

이에 북한은 러시아ㆍ중국과 손잡고 트럼프 대통령에 공동대응하는 한편, 교황 초청이라는 ‘신의 한 수’를 꺼냈다. 미국의 일방적인 대북 압박전략이 ‘역풍’을 부른 셈이다.

북한, 일본 핵공격 엄포…중ㆍ러와 손잡고 ‘교황 카드’ 꺼내

트럼프 정부의 대북 압박에 북한도 적극 대응했다. 미국의 맹방인 일본을 향해 핵공격을 경고했고, 중국과 러시아와는 전략적 협의를 가졌다.

  • 북핵 문제와 북미협상을 담당하는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가운데)이 8일(현지시간) 이고리 모르굴로프 러시아 외무차관과의 회담을 위해 모스크바 시내 외무부 청사로 들어가고 있다.(연합)
북한 사정에 정통한 베이징의 대북 소식통은 “북한이 일본에 핵을 쏘겠다고 했다”고 전해왔다. 소식통은 “북한은 일본이 36년간 한반도를 지배하면서 저지른 만행에 대해 충분한 사과와 배상을 요구하고 이것이 이행되지 않을 경우 핵을 쏘겠다”고 했다는 것이다.소식통은 “북한이 핵을 보유한 가장 큰 이유가 미국 등의 공격에 대응한 자위 차원이지만 이만 못지 않게 반드시 일본을 응징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며 “북한은 분명 행동에 옮길 수 있다”고 했다.

이에 일본은 미국에 도움을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 미국의 전략적 무기들이 대거 일본에 들어왔고, 영국 군함과 특수부대도 일본으로 향했다. 영연방 국가인 호주ㆍ뉴질랜드 군함들도 일본으로 집결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북핵 문제와 북미협상을 담당하는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은 모스크바에서 북ㆍ중ㆍ러 3자 협상을 가졌다.

북한 소식통과 러시아 정보 관계자 등에 따르면 최선희 부상이 모스크바를 찾은 실제 목적은 러시아가 쥐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파일을 확인하기 위해서였다는 얘기가 전해진다. 실제 최 부상이 트럼프 파일을 확보했는지는 알 수 없으나 그만큼 북한이 미국의 고사전략에 강하게 대응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그리고 북한은 교황 초청이라는 놀라운 승부수를 내밀었다. 국제관계 전문가들은 교황의 위상과 교황청이 미국에 갖고 있는 경제적 힘을 고려할 때 북한이 ‘교황 카드’를 꺼낸 것은 최상의 반격카드라고 분석한다. 교황청이 전 세계 최대 현안인 북핵 문제에 직접 나설 경우 미국도 어쩔 수 없다는 것이다.

북한 전문가인 장백산 해외동포사업지원단 이사장은 “교황청이 북핵 문제를 유엔에 상정해 다뤄지게 되면 미국도 힘을 쓰는데 한계가 있고, 실제 비핵화 결과를 이뤄낼 수 있다”고 전망했다.

장백산 이사장은 10여년 전부터 유엔을 통한 북핵 문제 해결을 주장해 왔다. 해외동포가 중심이 돼 북핵 문제를 유엔 총회에서 논의하게 하면 비핵화와 같은 결과를 도출할 수 있다는 것이다. 장 이사장은 북한핵을 비무장지대(DMZ)에 보관하고 유엔군이 지키는 방안을 제시해 국제적인 주목을 받았다.

장 이사장은 “북한이 북핵 문제를 교황과 논의하려는 것은 궁극적으로 유엔에서 문제를 해결하고 종전선언에서 나아가 평화협정을 하려는 전략”이라고 말했다.그는 “남북한과 해외동포가 민족 차원에서 북핵 문제를 풀어가는 게 바람직하고, 유엔을 통한 해결이 최선이다”며 “궁극적으로는 남북이 영세중립국으로 가야 한다”고 해법을 제시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18일 프란치스코 교황을 만나 북한의 초청 의사을 전할 예정이다. 교황의입장과 문재인 정부의 향후 행보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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