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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북핵 게임’ 판 바뀌었다②미국,‘北 비핵화’ 초강수 압박


美, 북한 속사정 간파… ‘완전한 비핵화’ 강경노선 추진
  • 문재인 대통령이 9월 26일 오후 (현지시간) 미국 뉴욕에서 열린 제73차 유엔총회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북한의 변화 노력에 대해 국제사회가 답해야 한다고 말해 유엔의 대북 제재를 거론한 듯한 인상을 주었다.(연합)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북한의 전향적인 비핵화 태도에도 “시간싸움을 하지 않겠다”며 빠른 비핵화가 아닌 완전한 비핵화 의지를 드러냈다. 과거 ‘핵단추’를 운운하며 핵전쟁을 불사하겠다는 강경한 태도와는 완전히 다른 대화 국면이 펼쳐졌지만 미국의 강경한 비핵화 의지는 변함이 없다. 북한은 지난 평양선언을 통해 동창리 실험장 폐쇄 약속과 영변 핵시설 영구폐쇄를 암시했다. 동창리 실험장 폐쇄엔 전문가들의 사찰까지도 허용했다. 미국의 전향적인 태도전환을 염두에 둔 제스처다. 미국도 즉시 응답했다. 2차 미북정상회담을 공언하며 다시 비핵화 테이블로 나왔다. 미국의 강경한 압박 기조가 담긴 대북 제재결의안도 북한의 비핵화 행동에 따라 완화 혹은 유지 여부가 달려 있다. 대북제재 완화를 노리는 북한의 노림수가 통할지도 관심사다.

(본문) 기존의 미국의 대북전략인 ‘전략적 인내’가 실패로 돌아가면서 북한은 핵전력을 완성했다. 북한은 지속적인 국지도발과 미사일 발사, 핵 실험과 이어진 협상에서 경제 보상을 취하고 다시 도발하는 사이클을 반복했다. 핵전력을 완성하고 취할 것은 취하는 대단히 실용적이고 성공적인 핵 외교를 펼쳐왔다.

지난 유엔 대북제재가 결의된 것도 북한의 반복되는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 때문이었다. 북한의 전반적인 경제를 옥죄는 것도 대북 제제결의안이다. 북한이 전향적인 비핵화 태도로 나온 것도 전례 없이 강한 대북제재의 효과 때문이라는 말도 있지만, 북한이 핵전력을 완성한 시기와 맞물렸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북한이 적극적인 비핵화 의지를 보인 것은 보유핵에 대한 국제사회의 암묵적인 동의를 받아 낼 수 있다는 자신감에서 비롯된 것으로도 볼 수 있다. 북한은 이 점을 적극 활용할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미래핵’능력만을 포기하며 대북제재의 견고한 고리를 흔들고 종전선언을 통해 체제불안요소를 제거하려고 한다.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 결의안의 역사는 2006년 1차 북핵실험 때부터 시작한다. 당시 이 결의안은 북한의 행동을 탄원하는 형식에 지나지 않았다. 북한의 핵, 대량살상무기, 탄도미사일 개발을 금지한다는 원론적인 내용과 더불어 핵 프로그램을 지원하는 국가들의 자금과 기타 금융자산을 동결하는 수준의 제재 결의안이다. 2009년 북한의 2차 핵실험으로 발효된 대북 제재결의 1874호는 북한의 무기와 관련한 무역을 통제하고 화물을 검색하며 금융 및 경제 분야의 제재도 담고 있다. 2013년 3차 북핵실험에 따른 대북 제재결의 2094호는 현금 자산도 동결할 수 있는 조치와 북한의 외교관을 감시하며 제재리스트에 올린 것이 특징이다. 2016년 1월, 4차 핵실험으로 발효된 대북 제재결의 2270호는 핵미사일 개발에 이용되는 달러와 물품의 유입을 전방위적으로 차단하고, 무기거래와 해상 및 항공운송도 통제받았다. 같은 해 9월, 5차 핵실험에 따른 대북 제재결의 2321호는 북한의 주요 수출품인 석탄 수출을 원천적으로 봉쇄하고 지하 광물자원까지 추가적으로 수출을 금지했다. 민생목적은 예외라는 규정도 이 제재안으로 무력화됐다.

2016년 9월과 2017년 7월에 발사된 탄도미사일 발사에 따른 두 번의 대북 제재결의안 2356, 2371호도 발효됐다. 여기서는 북한의 노동자의 외화벌이 수단도 원천 차단했고 북한의 개인블랙리스트, 기관 등을 따로 제재대상 리스트에 올려 강력한 조치를 취했다. 2017년 9월 북한의 6차 핵실험에 따른 대북 제재결의 2375호는 유류공급을 30% 감축하고, 대북 투자 및 합작사업을 원칙적으로 금지했다. 전례 없는 고강도 제재조치였다.

가장 최근 대북 제재결의안은 대북 제재결의 2397호다. 2017년 11월 화성-15형으로 불리는 ICBM(대륙간탄도미사일) 발사가 발단이 된 이 제재안은 원유공급량을 연 400만 배럴로 제한하고, 유엔 회원국의 대북 원유 공급량을 보고하는 등 초고강도 제재 조치다. 또한 먼저 나가 있던 해외 파견 노동자를 24개월 안에 송환하도록 했고, 수출금지 품목도 식용품, 목재류, 농산품으로 확대했다. 북한의 경제를 완전히 질식시킬 만한 살인적인 제재 조치로 불린다.

북한은 이제 완성된 핵전력을 갖추고 비핵화 협상에 나서고 있다. 북한이 제시한 동창리 실험장의 폐쇄는 ‘미래핵’ 능력을 포기하겠다는 의미다. 이미 갖고 있는 과거핵이나 현재핵은 포기할 의지를 보이지 않는다. 반대로 미국의 입장은 확고하다. 북한의 미래핵은 물론 현재핵까지 모두 폐기해야 종전선언과 같은 후 보상조치를 해줄 수 있다는 입장이다. 북한의 과거핵, 현재핵까지 모두 폐기하려면 상당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그래서 미국도 북한의 미래핵부터 확실하게 폐기하고 단계적으로 완벽한 비핵화에 접근하려고 한다.

미국은 전부터 일괄타결식 비핵화 전략을 고수해 왔다. 하지만 일괄타결식 비핵화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인식 속에 단계적 비핵화 전략으로도 접근하고 있다. 북한이 영변 핵시설 영구폐쇄의 조건으로 미국의 ‘상응조치’를 언급한 것도 이와 관련이 있다. 북한이 직접적으로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미국의 상응조치란 ‘종전선언’이다. 종전선언이 갖는 의미는 북한의 체제불안요소를 상당부분 제거해준다는 것에 있다. 북한은 이를 통해 자신들의 체제를 유지하면서 미래핵 능력을 포기한다는 전략이다.

하지만 미국이 이에 쉽게 응할지는 미지수다. 실제로 미국 트럼프 행정부는 비핵화 전략을 중장기 노선으로 갈아탔다. 트럼프가 비핵화와 관련해 직접 “시간싸움을 하지 않겠다”고 말한 것이 그 예다. 북한이 쉽게 과거, 현재핵까지 포기하지 않을 것으로 파악했기 때문이다. 미국이 요구하는 것은 CVID에서 한층 발전된 FFVD((final, fully verified denuclearization), 최종적이고 완전히 검증된 비핵화다. FFVD는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비핵화(CVID)에서 ‘최종적’이라는 단서가 추가된 것이다. 최종적이라는 의미는 궁극적인 비핵화다. 과거와 현재의 핵능력을 모두 포기해야 한다는 뜻이다.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도 FFVD가 실현될 때까지 제재는 계속돼야 한다고 언급했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최종적인 비핵화 목표를 달성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폼페이오 장관은 “북한이 가야할 길은 외교와 비핵화다. 만일 그 길에서도 벗어난다면 고립과 압력만 심화될 뿐”이라고 경고했다. 북한의 통 큰 양보에도 자신들의 전략적 우위를 쉽게 내주지 않겠다는 의미다. 이는 미국의 비핵화 강경노선은 변함없다는 뜻으로도 해석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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