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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준 명지대 교수 칼럼] 2차 북미정상회담과 한국정치 변화

북미정상회담 따라 문재인 대통령 국정 운영, 야권 재편 큰 영향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정상회담 개최를 시사한 뒤 제2차 북미 정상회담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연합)
교착 상태에 빠졌던 미국과 북한 간 비핵화 협상이 중대 국면에 접어들었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부 장관이 올 들어 네 번째로 7일 평양을 방문해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만났기 때문이다. 북한 영변 핵 시설 사찰ㆍ검증ㆍ폐기와 종전 선언, 2차 북ㆍ미 정상회담 장소, 일정, 의제 등을 놓고 담판을 벌인 것으로 보인다. 이런 극적인 반전에는 최근 평양에서 열린 3차 남북 정상회담과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전략적 태도가 크게 영향을 미쳤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은 9ㆍ19 평양 선언을 통해 한반도 비핵화 의지를 확인하면서 북ㆍ미 간 대화 재개 분위기를 만들었다. 남북 두 정상은 공동 기자회견을 열어 “한반도를 핵무기와 핵 위협이 없는 평화의 터전으로 만들어나가야 하며 이를 위해 필요한 실질적인 진전을 조속히 이뤄나가야 한다는 데 인식을 같이했다”고 발표했다. 김 위원장이 ‘비핵화’를 육성으로 언급한 것은 처음이다.

2차 북미정상회담, 문 대통령과 국정운영과 보수 진영 개편에 지대한 영향

남북 정상이 합의한 내용은 한반도 전쟁위험 제거(남북군사공동위원회 가동, 비무장지대 등 대치지역에서 군사적 적대관계 종식), 남북 경제협력(연내 철도.도로 연결 착공식), 이산가족 문제 해결(금강산 상설 면회소 우선 실현), 2032년 하계올림픽 공동 유치 협력, 한반도 비핵화(동창리 엔진시험장 영구 폐기, 미 상응조치 따라 영변 핵시설 영구 폐기, 김정은 위원장의 가까운 시일 내 서울 방문 등이다.

문 대통령은 평양 방문 이후 뉴욕에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고 9ㆍ19 공동 선언문에 포함되지 않은 김 위원장의 ‘플러스 알파(+α)’ 메시지를 전달했다. 이후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과 핵 협상 재개를 선언하는가 하면 돌연 취소했던 폼페이오 국무장관의 방북(訪北)도 추진토록 했다. 아울러 2차 북ㆍ미 정상회담 개최도 공식화하는 등 북미 관계 개선에 박차를 가했다.

북한이 회담을 통해 얻고자 하는 것은 종전선언과 제재 완화, 그리고 북미 관계 개선이다. 주목해야 할 것은 첫째, 비핵화 시간표에 대한 미국의 입장 변화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26일 기자회견에서 북한 비핵화 협상에 대해 “2년이 걸리든, 3년이 걸리든, 혹은 5개월이 걸리든 문제가 되지 않는다”면서 “나는 시간이 충분하며 시간 싸움(time game)을 하지 않겠다”고 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2021년으로 제시했던 비핵화 시간표에 대해 “내 말이 아니다”라면서 “나는 평양에서 남북정상회담을 가진 정상들 간에 이뤄진 언급을 반복했다”고 했다. 그는 “우리는 빨리하고 싶지만, 시간 싸움을 하지는 않으려고 한다”며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처럼 이것은 장기적인 문제다”고 밝혔다. 1년 내 비핵화 →트럼프 첫 임기내(2021년 1월) 폐기 → 협상 시한 폐기 등 미국 입장은 수시로 바뀌었다.

이에 대해 두 개의 상반된 해석이 존재한다. 하나는 6ㆍ12 1차 북미 회담의 실패를 되풀이 하지 않기 위해 협상 시한에 쫓기지 않겠다는 뜻을 밝힌 것이다. 또 다른 것은 비핵화 시한을 사실상 포기한 것으로 북한이 그동안 주장했던 단계적 접근을 미국이 인정한 것이라는 우려섞인 해석이다. 만약 트럼프의 진심이 후자라면 북한은 파키스탄과 같이 사실상 핵 보유국으로 들어서는 길을 가고 있다. 이것은 우리 정부에겐 최악의 시나리오가 될 수 있다. 만약 현 정부가 이를 인정할 경우, 보수 진영이 파상적인 공격을 할 것이기 때문이다.

둘째, 종전 선언에 대한 미국의 입장이다. 미국은 그동안 “비핵화가 없으면 종전선언은 없다”는 입장을 견지했다. 7일 방북에 앞서 폼페이오 장관도 종전 선언과 관련해 “나는 종전선언 또는 다른 문제든 협상의 진전 상황과 관련한 것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겠다”고 말을 아꼈다. 종전선언에 대한 개념에서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남북정상회담 대국민보고에서 “종전선언은 전쟁을 끝내고 적대관계를 끝내겠다는 정치적 선언이자 평화협상의 시작으로, 유엔사의 지위나 주한미군 철수 등에 전혀 영향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더 나아가 문 대통령은 미국 폭스뉴스와 인터뷰하면서 “종전선언은 정치적 선언이기 때문에 언제든지 취소할 수 있다. 설령 제재를 완화하는 한이 있더라도 북한이 속일 경우, 약속을 어길 경우, 제재를 다시 강화하면 그만”이라며 “미국은 손해 볼 일이 전혀 없다”고 했다. 이런 논리로 문 대통령은 4ㆍ27 판문점 선언에서 김정은 위원장과 약속한 연내 종전선언을 달성하기 위해 트럼프 대통령을 강하게 설득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이렇다 보니 외신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유엔에서 김정은의 수석 대변인이 됐다”는 평가마저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관건은 미국이 문 대통령의 요구에 부응해 북한의 비핵화 조치 이전에 종전선언을 할 수 있는지 여부다.

가능성은 높아졌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9월 말 유엔 총회 기간에 미국 측에 북한의 핵 리스트 신고 요구를 보류하고, 영변 핵시설의 검증ㆍ폐기와 종전선언을 맞바꾸는 방안을 제시한 것으로 밝혀졌다. 핵 리스트를 신고하고 검증하는 것은 어려운 문제이고 이 과정에서 협상이 결렬 될 수 있기 때문에 북ㆍ미 간 신뢰가 쌓이면 나중에 진행하자는 논리다. 그러나 이런 제안은 북핵 폐기가 아니라 핵 동결을 의미하는 것으로 위험한 발상이다. 북한 핵 신고, 검증은 미국이 추진해온 비핵화 핵심 프로세스다. 그런데 대한민국 외교부 장관이 북한의 입장을 대변하듯 이를 잠정 포기하자고 미국을 설득했다는 것은 충격적인 일이다.

문제는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한국의 이런 제안을 받아들여 이 문제를 북측과 논의했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29일 유엔에서 리용호 북한 외무상은 “미국에 대한 신뢰가 보장되지 않으면 일방적으로 먼저 핵무장을 해제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북한 관영매체도 최근 종전선언에 대해 “비핵화 조치와 바꿔먹는 흥정물이 아니다. 연연하지 않겠다”고 했다. 이런 북한의 태도는 핵 신고를 후순위로 미루는 단계적 접근을 고수하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그런데 폼페이오 장관이 3일 방북 전망에 대해 “낙관적”이라고 밝힌 만큼, 미ㆍ북이 영변 핵시설 사찰과 종전선언을 맞바꾸는데 어느 정도 합의했을지 모른다. 이것은 북한이 시종일관 요구하는 상응 조치와도 일치한다. 북ㆍ미 간에 이런 빅딜이 성사되면 김정은 위원장의 연내 서울 방문 가능성도 높아진다.

셋째, 제재완화에 대한 입장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달 25일(현지시간) 유엔 총회에 참석하면서 “우리는 서두를 게 없다”고 한 데 이어 “해야 할 일들이 많이 남아 있다”며 “제재는 비핵화가 이뤄질 때까지 유지될 것이다”고 거듭 밝혔다. 폼페이오 국무장관도 3일 북한의 비핵화까지 제재 유지라는 “핵심 명제(core proposition)는 변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29일 웨스트버지니아주에서 열린 중간선거 지원 유세에서 “나는 과거에 매우 거칠었고 김 위원장도 마찬가지였지만 서로 밀고 당기기를 하다가 우린 사랑에 빠졌다”고 전했다. 이는 2차 북ㆍ미 정상회담을 기점으로 종전선언-대북 제재 완화와 같은 가시적인 조치가 취해질 수 있다는 추론이 가능하다.

주목할 것은 폼페이오 장관이 7일 방북 후에 중국으로 건너간다. 중국의 종전선언 참여 여부와 대북제재 문제 등을 논의하기 위한 행보로 보인다. 분명, 폼페이오 장관의 4차 방북은 북한 비핵화의 큰 분수령이 될 것이다. 헤터 나워트 미 국무부 대변인은 “(북한과) 대화는 올바른 방향으로 진행되고 있다”고 했다.

여하튼 폼페이오 장관의 4차 방북이 당일치기로 이뤄진 것은 북미 양측이 이미 상당히 사전 입장을 조율했다는 방증이다. 폼페이오 장관의 방북 결과와 곧 개최될 2차 북미정상회담은 향후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 운영과 보수 진영 개편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 문재인 대통령 지지율이 3차 남북정상회담으로 크게 상승했으나 경제 문제로 하락할 가능성이 있다.(연합)
문 대통령 지지율 3차 남북정상회담으로 급상승…경제 나빠지면 추락 예상

한국갤럽 조사결과, 6ㆍ13 지방선거 이후 30% 포인트까지 추락했던 문 대통령의 지지도가 평양 남북 정상회담으로 11% 포인트 상승했다. 이는 4ㆍ27 판문점 남북정상회담 직후의 상승세(10%p)보다 높은 수치다. 리얼미터 조사에서도 문 대통령의 지지도는 평양 남북정상회담(9월18-20일)과 9ㆍ24 한미정상회담이 열렸던 2주간 12.2%p 급등했다(53.1%→65.3%).

그렇다면 급상승한 문 대통령의 지지율은 지속될 것인가? 그 대답은 유보적이다. 갤럽조사에 따르면, 대통령 국정운영 지지도가 1차 남북 정상회담 직후 10% 포인트 급등했다. 그런데 60대 이상 15%p, 자영업자 18%p, TK 20%p 등 현 정부에 대한 비우호층에서 지지율이 전국 평균보다 크게 상승했다. 결과적으로 대통령 지지율 상승은 오래 지속되지 못했고 2개월만에 하락하기 시작했다. 갤럽 조사에 따르면, 3차 남북 정상회담으로 1차 남북 정상회담 때와 같이 60대 이상 16%p, 자영업자 16%p, PK 지역 19%p 등 정부 비우호 계층에서 전국 평균(11%p)보다 훨씬 높게 지지율이 상승했다.
흥미로운 것은 한국갤럽 조사 결과, 20대에서 대통령 지지율이 오히려 하락(-4%p)했다. 10%대에 이르는 청년 실업률이 해소되지 않고 9ㆍ19 평양 선언 이행을 위해 추진 중인 북한 철도ㆍ도로 현대화에 수십조원의 막대한 재정이 필요하다는 사실에 젊은 세대가 이의를 제기하고 있기 때문으로 추론된다.

소득 상/중상층의 대통령 지지율도 3%p 하락했다. 1차 남북정상회담 직후 이 계층에서 지지율이 무려 15% 포인트 급등한 것과 비교해 보면 큰 변화다. 끝을 모르고 상승하는 집값을 잡기 위해 정부가 내놓은 역대급 고강도 9ㆍ13 부동산 대책으로 고소득층이 직견탄을 맞으면서 나타난 현상으로 보인다. 현재의 민심 흐름으로 봐선 3차 남북정상회담이 대통령 국정운영 지지도에 주는 긍정 효과는 오래 지속되기 어려울 전망이다. 민생 경제의 흐름이 워낙 나쁘게 흐르고 있기 때문이다.

리얼미터 조사(10월 1∼2일)가 이를 입증해주고 있다. 문 대통령의 직무수행에 대한 긍정 평가가 지난주보다 0.7%p 낮은 64.6%를 기록했다. 3차 남북정상회담이 끝난지 2주 정도 밖에 지나지 않았는데 벌써 대통령 지지도가 소폭 하락 하는 추세가 나타난 것이다. 올해 1~8월 월평균 실업자가 113만명으로, 99년 이후 최다를 기록했고, 실업급여 지급액도 역대 최대급인 4조 5000억원을 넘었다. 국내 설비투자는 6개월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 1997년 9월부터 10개월 연속 감소한 이후 20여년에 만에 가장 긴 기록이다. 임금 상승과 각종 규제에 묶여 기업들이 국내 투자를 외면하고 해외로 떠나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이렇게 투자가 계속 부진하다 보면 고용 증대에도 문제가 생기고, 성장 잠재력이 떨어지는 것은 순식간이다. 여하튼 경기 둔화세가 지속되면서 내년 우리경제 성장률이 올해보다 더 낮아질 것이다.

경제가 나빠지면 평화 이슈는 지속적인 힘을 발휘하기 어렵고, 대통령의 국정 운영 동력도 덩달아 추락 할 수 있다. 분명, 3차 남북정상회담 이후 우리 사회에는 희망(한반도 평화체제 구축)과 두려움(경제 악화)이 공존하고 있다. 어떤 방향이 더 큰 힘을 발휘할지가 향후 정치 재편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이다.

  • 자유한국당 조직강화특별위원으로 내정된 전원책 변호사가 4일 오후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향후 조직강화특별위원회 인선과 운영 방향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연합)
자유한국당 ‘쇄신’ 걸림돌 많아 한계

최근 자유한국당은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전원책 변호사를 조직강화특별위원회 외부 위원으로 영입했다. 김병준 비대위원장은 전 변호사에게 전례 없는 권한과 자율성을 보장하면서 강력한 인적 쇄신을 요구했다. 자신이 못한 쇄신을 전 변호사의 칼을 빌려 치는 ‘차도살인(借刀殺人)’ 전략으로 보인다.

그런데 박원석 전 정의당 의원은 김 위원장의 행태에 대해 “피를 안 묻히고 우아하게 있다가 나중에 무주공산(無主空山)인 보수의 대권 주자로 발돋움하려는 욕심을 은연중에 드러낸 것”이라고 색다른 분석을 했다. 여하튼 한국당의 인적 쇄신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아무리 인적 쇄신의 의지가 강해도 성과를 내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첫째, 쇄신 대상으로 거론되는 친박 인사들의 저항이 강하다. 정두언 전 새누리당 의원은 전 변호사가 ‘박근혜 정부 때 지나치게 딸랑딸랑했던 사람들, 눈꼴 뜨고 보기 힘든 유치한 짓을 많이 했던 사람들, 너무 극우적이어서 ‘권위주의적인 박근혜 정부가 무죄다’라는 주장을 아직도 굽히지 않는 사람들, 한반도 평화 무드가 조성되고 있는데도 여전히 적화통일 운운하며 시대착오적인 냉전적 주장을 하는 사람들’을 물갈이 대상으로 꼽을 것으로 전망했다.

그런데 당장 친박계 초ㆍ재선 의원들이 주축이 된 한국당 의원 모임인 ‘통합과 전진’은 “특정인에 의한 ‘인치적’, ‘제왕적’ 개혁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공개 표명했다. 김문수 전 경기지사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자유한국당에서 가장 먼저 쫓겨나야 마땅한 사람은 김병준 비대위원장”이라고 정면 겨냥했다. 그는 “김 위원장이 당협위원장을 뚜렷한 이유 없이 한꺼번에 무조건 사퇴시키는 것은 폭거”라며 “지금은 제1야당으로서 반(反) 김정은, 반 문재인 투쟁에 전념해야 할 때인데 한국당의 당협위원장을 무조건 전원 학살하는 만행은 그 자체가 가장 악질적인 이적 행위”라고 맹비난했다. 여하튼 자칫 잘못하면 인적 쇄신이 당 분열을 자초할 수 있다.

둘째, 인재 영입이 어렵다. 전 변호사는 “당 쇄신은 사람 쳐내는 게 아니다”며 “가장 좋은 쇄신은 한 분도 쳐내지 않고 면모를 일신하는 것”이라고 했다. 그런데 진정한 인적쇄신은 자르는 게 것이 아니라 자른 다음에 새로운 사람을 영입하는 것이다. 전 변호사는 개혁보수라는 이미지보다는 전통보수, 강경보수 이미지가 강하기 때문에 그런 사람들만 찾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있다. 향후 추진될 물갈이가 극우적으로 흐를 가능성도 있다.

셋째, 누구나 납득할 수 있는 인적 쇄신 기준을 만들기가 여의치 않다. 전 변호사는 인적 쇄신의 기준으로 “지식ㆍ용기ㆍ결단력ㆍ정직함ㆍ도덕성도 있지만, 무엇보다 전투력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비바람 맞으면서 자라난 들꽃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지역구 관리에서 아무리 높은 점수를 받더라도 의원으로서 기본적인 품성과 열성을 갖추지 못하면 다른 사람에게 (지역구를) 양보해야 한다”고도 했다 그런데 이런 기준은 지나치게 작위적이다.

넷째, 김병준 비대위원장과 전원책 변호사의 정치력이 취약하다. 정 전의원은 “(인적 쇄신의) 성공 여부는 다음 전당대회 때 옛날 사람들이 다시 나타나지 않게 하는 게 제일 중요하다. 우리가 늘 보던 지도부의 사람들이 다시 나타나서 전당대회 왔다갔다하면 도루묵이 되는 거다”고 했다. 그의 주장대로라면 홍준표와 김무성 전 대표, 황교안과 이완구 전 총리 등이 등장하는 것을 막아야 한다.

하지만 정치는 현실이다. 김병준ㆍ전원책 두 사람은 당내 세력도 없고 정치 경험도 없으며 유력한 차기 대권 후보도 아니어서 강력한 리더십을 발휘하기엔 한계가 있다. 다섯째, 보수 통합의 그림을 그릴 수 없다. 전 변호사는 “바른 미래당과의 통합 전대 등 ‘보수 단일 대오’를 위해 노력하겠다”며 “보수가 분열돼 있으면 안 되는 만큼 바른미래당, 재야인사를 비롯해 새로운 단일 대오로 뭉쳐야 한다”고 했다. 황교안 전 총리도 4일 “중도와 보수의 역량 있는 분들이 힘을 합쳐야 되지 않겠냐”고 했다.

하지만 정치 현실은 녹록치 않다. 당장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는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통합전대론은) 말도 안 되는 소리”라며 “전대 때 벌어질 싸움을 생각해 보면 한국당은 보수 세력의 중심이 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당은 앞으로 분열될 것이고 체제가 제대로 유지되지 못할 거다. 설사 인적 쇄신으로 당의 바른 모습이 바뀐다 해도 그건 아주 일시적인 것”이라고 주장했다. 인적 쇄신으로 쫓겨나는 친박 인사들이 탈당해 TK당을 만들 수 있다. 이럴 경우 보수는 사분오열될 수 밖에 없다.

여섯째, 김병준-전원책 간에 대립할 가능성이 크다. 전 변호사는 자신이 전권을 가지고 조직 강화뿐만 아니라 쇄신을 위해 당내 문제에도 적극 개입하려고 할지도 모른다. 이 과정에서 자신의 뜻대로 관철되지 않을 경우, 전투력이 강하기 때문에 중도에 포기해버릴 가능성이 있다. 그런데 이런 모든 것은 아직 기우에 불과하다. 전 변호사는 “나름 강단과 소신이 강해 일을 저지를 만한 인물”이기 때문에 의외의 결과를 가져 올 수 도 있다. 과연 전 변호사가 국민의 마음을 얼마나 얻을 지 지켜볼 때다.

■김형준 명지대 교수 프로필

아이오와대정치학 박사 한국선거학회 전 회장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정치개혁위원회 위원 국회 개헌특위 전 자문위원 한국정치학회 전 부회장 명지대 인문교양학부 교수(정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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