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일본에 핵 쏘겠다”…러시아ㆍ중국과 손잡고 반격 나서

北, 일본 핵공격 엄포에 미국 ‘비상’… 영국 군함ㆍ특수부대 일본으로
미국 ‘완전한 비핵화’ 위해 중ㆍ러에 대북지원 중단 경고, 행동 나서기도

북한을 방문한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부 장관이 7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회동 사실을 알렸다.폼페이오 장관은 이날 오후 5시20분께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김 위원장과의 만남을 담은 사진을 공개했다.(연합)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이 광폭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폼페이오 장관은 7일 북한을 방문해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면담한 뒤 곧바로 서울로 와 문재인 대통령을 만났다. 이어 8일에는 중국을 왕이 외교부장 등 관계자들을 만난다. 폼페이오 장관은 북한 방문에 앞서 6~7일 일본을 방문해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고노 다로 외무상을 만났다.

폼페이오 장관이 6∼8일 짧은 기간에 일본-북한-한국-중국을 순차적으로 방문한 것은 처음 있는 일로 모두 ‘북한핵’과 관련있다. 즉, 미국이 최종 목표로 하고 있는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를 달성하기 위해 각기 다른 목적을 갖고 네 나라를 방문한 것이다.

북한도 폼페이오의 행보에 대응해 ‘맞불’을 놓았다. 일본을 향해 “핵을 쏘겠다”고 엄포를 내놓는가 하면, 중국과 러시아와 대응 협상을 폈다. 미국이 대북 압박을 통해 비핵화를 얻어내려는 것에 맞선 행보다.

북ㆍ미 간 비핵화를 둘러싼 치열한 외교전과 그 이면에 담겨있는 ‘또 다른 전쟁’의 실체를 추적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9월 25일 오후(현지시간) 미국 뉴욕 외교협회(CFR)에서 열린 "위대한 동맹으로 평화를(부제:문재인 대통령과의 대화)” 행사에 참석해 질문에 답하고 있다.(연합)

완전히 달라진 미국의 대북 태도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부 장관이 7일 방북해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만났다. 미ㆍ북 간 오랜 줄다리기 끝에 성사된 방북이었지만 폼페이오 장관과 김정은 위원장의 면담은 길지 않았다.

미국 정보 관계자는 폼페이오 장관의 방북 전 리용호 북한 외무상 등과 사전에 의제가 조율된 때문이라고 전해왔다. 그는 “북한의 비핵화를 둘러싼 북ㆍ미 간 파워게임 양상이 완전히 바뀐 것을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6ㆍ12 첫 북미정상회담을 비롯해 지금까지 북한이 비핵화 게임을 주도했지만 이제는 미국이 주도권을 쥐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그렇게 된 직접적인 배경은 미국이 북한의 속사정을 간파했기 때문이라고 부연 설명했다.

정보 관계자는 미국이 북한의 실체를 파악하는데 문재인 대통령이 미국에 와서 밝힌 김정은 위원장과의 대화, 발언 등이 상당히 작용했다는 말도 전했다.(자세한 내용은 <주간한국> 제2746호, 2018년 10월 1일 자)

또 다른 미국 정보 관계자에 따르면 이번 폼페이오 장관의 4차 방북은 앞서 방북과 전혀 다르게 전개됐다. 폼페이오 장관은 지난 3월 31일∼ 4월 1일 1차 방북과 5월 29일 2차 방북 때 김정은 위원장과 만나 비핵화를 논의했지만 실효적인 결과를 이끌어내지 못했다. 7월 6∼7일 3차 방북 때는 김 위원장을 만나지도 못했고, 북한 외무성으로부터 “미국이 일방적이고 강도적인 비핵화 요구만을 들고나왔다”는 비난을 받기도 했다.

폼페이오 장관의 1∼3차 방북에서 비핵화 진전이 이뤄진 게 없고 ‘빈손’에 가까운 결과가 나온 것은 북ㆍ미 회담의 주도권이 북한에 있었기 때문이다. 즉, 북한의 기존 ‘보유핵’ 고수 입장은 불변으로 미국은 이를 바꿀 해법을 찾지 못했다. 북한의 비핵화를 이뤄내 탄핵 위기와 11월 중간 선거를 승리하려던 트럼프 대통령의 계획은 틀어졌고, 초조해할수록 북한에 끌려다녔다.

그러던 미국은 9월 25일(현지시간) 문재인 대통령이 북한의 실체를 파악할 수 있는 발언을 한 후 확 바뀌었다. 문 대통령은 지난달 25일 미국 뉴욕 소재 미국외교협회(CFR) 초청 연설에서 김정은 위원장의 말을 인용해 ‘북한의 속사정’을 공개적으로 알렸다.

문 대통령은 미국 외교협회 연설 후 리차드 하스 회장과 가진 일문일답에서 김 위원장이 한 발언을 소개했다. 리차드 하스 회장이 “과연 김 위원장이 경제 개방 조치라든지 개혁을 도입할 수 있다고 생각하나요?”라고 묻자 3차 남북정상회담에서 김 위원장이 문 대통령에게 한 말을 공개했다.

“많은 세계인들이 북한의 비핵화를 위한 여러 조치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북한을 믿지 못하겠다, 또는 속임수다, 또는 시간 끌기다라는 말하는 걸 잘 알고 있다. 그러나 지금 이 상황 속에서 북한이 속임수를 쓰거나 시간 끌기를 해서 도대체 북한이 얻을 수 있는 게 뭐가 있겠는가. 그렇게 되면 미국이 강력하게 보복을 할 텐데 그 보복을 북한이 어떻게 감당할 수 있겠는가.”

문 대통령이 소개한 김 위원장의 발언 중 논란이 된 것은 ‘미국이 강력하게 보복을 할 텐데 그 보복을 북한이 어떻게 감당할 수 있겠는가’ 하는 부분이다. 다시 말해 미국이 대북 제재를 통해 북한의 최대 약점인 ‘경제’를 강력하게 압박할 경우 감당할 수 없다는 의미다.

그동안 미국은 북한을 최대한 압박할 경우 항복할 것으로 전망했지만 꿋꿋하게 버티는 것을 의아해했는데 겉모습과 달리 북한 내부는 심각한 상황이라는 것을 김정은 위원장의 말을 통해 간파한 것이다. 이에 따라 미국은 북한을 완벽하게 압박하면 결국 두 손을 들 것이고 비핵화 문제도 풀 수 있다는 자신을 갖게 됐다.

이런 배경에서 폼페이오 장관은 당당하게 4차 방북을 했고, 김정은 위원장을 만나 미국이 요구하는 바를 전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7일 오후 방북 직후 청와대를 찾은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을 만나 악수하고 있다. 폼페이오 장관은 이날 오전 북한 평양을 찾아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만나 한반도 비핵화 관련 일정을 협의한 직후 문 대통령을 만났다.(연합)

폼페이오 한국ㆍ중국 방문은 ‘대북 지원’ 경고하려는 것

폼페이오 장관은 7일 방북 후 서울에 들렀다가 다음날 중국을 방문한다. 일부 전문가들과 국내 언론들은 관세전쟁으로 악화된 미ㆍ중관계를 회복하기 위한 것이라거나 북핵 폐기와 종전선언의 ‘빅딜’에 중국을 참여시키기 위한 것이라고 분석한다. 상당수는 ‘종전선언’에 초점을 맞춰 중국의 역할론을 거론하기도 했다.

그러나 폼페이오 장관이 중국을 방문하는 실제 목적은 북한의 비핵화에 최대 장애가 되고 있는 중국을 압박하기 위한 것으로 전해진다. 트럼프 정부의 핵심 관계자들은 “폼페이오의 방북은 이전과 차원이 다르다. 북한에 확실한 압박을 가해 비핵화를 실현하는 것인데 이를 방해하는 중국을 압박하기 위한 것이다”고 공통적으로 말했다. 중국이 더 이상 북한을 돕지 말라는 확실한 경고를 하기 위한 것이라는 설명이다.

한 핵심 관계자는 “미국은 최근 북한의 최대 취약점을 알았고 이를 통해 비핵화를 달성하려고 한다. 바로 ‘경제’다. 그런데 중국이 북한을 배후에서 도와줘 번번이 실패했다. 앞으로 중국이 북한을 도울 경우 중국 경제가 무너질 정도의 압박을 가할 것이다”고 강조했다. 그는 “미국과 중국의 관세 전쟁에 북한 비핵화 문제가 결부돼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의 한 정보 관계자는 “전에는 중국과 러시아가 북한을 도울 경우 눈감아주기도 했지만, 비핵화 해결책을 알게 된 트럼프 정부는 오직 ‘압박’만을 앞세울 것이다”며 “이를 방해할 경우 중국이든, 러시아든 가만두지 않을 것이고 무력사용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4일 동해상에서 발생한 러시아 선박의 북한 입항이 미국에 의해 제지받은 사실을 전했다. 그에 따르면 러시아 선박이 출항해 동해를 따라 북한에 입항하려고 하자 일본에 있던 미군기가 출격해 제재를 가했다는 것이다. 결국 러시아 선박은 북한에 입항하지 못하고 되돌아갔다. 러시아 역시 유엔의 대북 제재를 위반할 경우 자국에 미칠 불이익을 고려한 것이다.

중국과 러시아가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의 강도 높은 압박에 따라 대북 지원을 중단하거나 극히 일부에 그칠 경우 북한이 손을 내밀 수 있는 곳은 한국뿐이다.

폼페이오 장관이 방북 후 서울로 와서 문재인 대통령 등을 만난 이유도 중국행과 같은 맥락으로 전해진다. 문재인 정부가 북한을 지원하는 것에 경고를 하기 위한 것이라는 설명이다. 트럼프 정부 일각에서는 문재인 정부와 북한 간에 ‘모종의 거래’가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을 거두지 않고 있다고 정보 관계자는 전했다.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과 쿵쉬안유(孔鉉佑) 중국 외교부 부부장 겸 한반도사무특별대표가 만나는 모습. 두 사람은 9일 모스크바에서 이고리 모르굴로프 러시아 외무차관과 함께 북중러 3자회담을 갖는다.(연합)

북한의 ‘맞불’…일본 핵공격 엄포, 중ㆍ러와 손잡아

트럼프 정부의 비핵화 시나리오대로라면 북한은 버티기가 쉽지 않다. 북한에 식량난을 포함한 경제난은 김정은 체제를 흔들 최대 약점이다. 미국은 대북 경제 압박을 앞세워 반드시 비핵화를 이루겠다는 입장이다. 이를 위해서는 무력 행사도 불사할 것이라고 정보 관계자는 강조했다.

실제 미국은 모든 방법을 동원해 대북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 비핵화에 “시간에 연연하지 않겠다”며 반드시 달성하겠다는 의지를 보였고, 폼페이오 장관은 “완전한 비핵화가 되기까지 제재는 계속될 것”이라며 지속적인‘압박’을 강조했다.

현재와 같은 대북 압박이 지속될 경우 북한은 위험한 국면에 처할 수밖에 없다. 위기 상황에 몰린 북한은 ‘특단의 카드’를 꺼냈다. 미국의 맹방인 일본을 향해 무력도발을 경고했고, 중국과 러시아엔 사람을 보내 전략적 협의를 가졌다.

북한 사정에 정통한 베이징의 대북 소식통은 “북한이 일본에 핵을 쏘겠다고 했다”고 전해왔다. 소식통은 “북한은 일본이 36년간 한반도를 지배하면서 저지른 만행에 대해 응분의 대가를 치르게 한다는 게 김일성 때부터 이어져 오고 있다”며 “일본에 충분한 사과와 배상을 요구하고 이것이 이행되지 않을 경우 진짜 핵을 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북한이 핵을 보유한 가장 큰 이유가 미국 등의 공격에 대응한 자위 차원이지만 이만 못지 않게 반드시 일본을 응징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북한은 “분명 행동에 옮길 수 있다”고 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미국이 비핵화를 위해 경제 압박을 통한 고사작전을 쓸 경우 북한은 36년 한반도 지배에 대한 엄청난 배상을 일본에 청구할 것이라고 한다. 그리고 실제 북한은 이 같은 입장을 미국과 일본에 분명하게 알렸다.

미국의 정보 관계자는 “북한의 위협을 들은 일본이 미국에 도움을 요청해왔다”며 “폼페이오가 방북 전 일본을 먼저 들르는 것도 그 때문으로 안다”고 말했다. 그는 “일본이 영국에도 도움을 요청했다”고 전했다. 실제 영국 군함과 특수부대가 일본으로 향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북한이 일본에 대한 핵공격 카드를 활용해 미국의 대북 압박을 누그러뜨리려는 전략으로 실제 미국을 곤혹스럽게 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미국 정보 관계자는 트럼프 정부 인사의 말을 빌어 다음과 같이 전했다. “미국은 북한이 결심하면 행동에 나설 수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특히 일본에 대해서는. 나아가 동북아질서에서 일본은 미국에 매우 중요하다. 비핵화가 필요하지만 일본의 비중을 절대 무시할 수 없다.”

미국이 동북아 주도권과 중국과의 경쟁 등에서 일본의 중요성을 고려할 수밖에 없다. 즉,비핵화를 위한 대북 압박 수위를 고민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한 것이다.북한이 폼페이오 장관의 방북에 앞서 실무자가 중국과 러시아를 잇따라 방문한 것도 미국의 비핵화 압박에 맞불을 놓은 것으로 해석된다.

북핵 문제와 북미협상을 담당하는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은 4일 북ㆍ중ㆍ러 간 3자 협상을 위해 출국했다.

베이징의 대북 소식통은 “북한은 미국이 폼페이오 방북과 관련해 리용호 외무상을 통해 북한에 요구한 것을 알고 있다”며 “최 부상이 급하게 중국과 러시아를 방문한 것은 그에 대응하기 위한 것”이라고 전해왔다.

소식통은 “북한은 미국이 중국에 압박을 가해 대북 지원을 차단하려는 것을 알고 중국과 대응책을 모색했다”며 “조(북)중 관계상 완전한 (대북지원)단절은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소식통은 “중국보다는 러시아를 방문한 것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며 “러시아가 힘을 쓰면 미국이 난감한 상황에 처할 수 있다”고 말했다. 만일 러시아가 유럽으로 들어가는 가스관을 잠글 경우 영국, 프랑스 등 유럽 국가들이 미국에 항의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일종의 ‘성동격서(聲東擊西)로, 미국의 비핵화 압박이 러시아로 인해 완전하게 작동하기 어렵게 될 수 있다는 게 소식통의 설명이다.

‘비핵화’를 둘러싼 미국과 북한의 힘겨루기는 ‘또 다른 전쟁’을 야기시키며 국제적 문제로 부상하고 있다.

남북관계에 전력하고 있는 문재인 정부가 국제적으로 복잡하게 얽힌 북핵 문제에 어떻게 대응해나갈지 주목된다.



박종진 기자 jjpark@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