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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준 명지대 교수 칼럼] 위기의 보수 대통합 성공하려면

보수 통합 주체ㆍ방향ㆍ전략 등 취약…시대정신 맞는 비전ㆍ가치 정립해야
  • 9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 광장 세종대왕 동상 앞에서 열린 제572돌 한글날 경축식 환담장에서 자유한국당 김병준 비상대책위원장(오른쪽)과 바른미래당 손학규 대표가 인사를 나누고 있다..(연합)
자유한국당이 보수 통합론을 들고 나왔다. 2016년 총선, 2017년 대선, 2018년 지방선거에서 치욕의 트리플 패배를 당한 한국당이 문재인 정권에 맞서려면 보수 결집이 절실하다고 판단한 것 같다. 진보로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잡으려는 의도로도 보인다.

한국당 ‘보수 통합’ 밑그림

한국당 조직강화특별위원으로 선임된 전원책 변호사가 그 기치를 들었다. 그는 “저희 조강특위가 꿈꾸는 것은 보수 단일대오”라면서 “이를 위해 다른 정당 현역 의원들도 몇몇 중진 분들께는 그룹별로 만나고 싶다는 의견을 통보했다. 곧 일정을 잡을 텐데, 그런 만남이 언론에 노출된다면 그 분들 좀 주목해 달라”고 당부했다.

전 변호사는 최근 당 지도부에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끝장 토론을 요구했다. 박근혜 정부에 대한 평가, 박 전 대통령 탄핵 등에 대한 당 입장을 정리해야 정체성을 확립하고 인적 청산을 할 수 있으며, 이를 토대로 보수 통합을 시작할 수 있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한국당 김병준 비상대책위원장도 17일 박근혜 정부의 공과에 대해 당내 토론을 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 것에 대해 “결국은 시간의 문제고, 이야기를 하기는 해야 할 것이다. 안 하고 넘어갈 상황은 아니다”고 말했다. 김 비대위원장은 내년 초에 치러질 전당대회를 보수대통합의 대전환점으로 삼으려고 하는 것 같다.

이를 위해 최근 김 비대위원장, 김성태 원내대표, 김용태 사무총장 등 당 지도부는 당 밖의 여러 인사들을 접촉하기 시작했다. 일차적인 대상은 보수 진영 차기 주자로 꼽히는 황교안 전 국무총리, 오세훈 전 서울시장, 원희룡 제주 지사 등이다. 황 전 총리는 지난달 한국당 일부 의원과 오찬을 한 데 이어 내달 초 한국당 의원 10여명과 만찬 회동을 하기로 하는 등 보폭을 넓히고 있다.

오 전 시장은 지지자들과 등산을 하기로 하는 등 여러 모임을 갖고 있다. 김용태 사무총장은 “최근 오 전 시장을 만나 문재인 정권의 폭주를 막기 위해 힘을 합해 보수통합을 해야 한다는 의견을 나눴다”고 했다. 황 전 총리와 오 전 시장은 입당 시기를 조율하고 있는 것 같다.

6ㆍ13지방선거 때 바른미래당을 탈당하고 무소속으로 출마해 재선에 성공한 원희룡 제주지사는 한국당 입당에 유보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김 비대위원장은 18일 제주에서 무소속 원희룡 지사를 만났다. 그는 “원 지사와 같은 분이 당에 와서 함께 해주셨으면 고맙겠지만 지사의 도민과 약속도 있고 정식 입당 요청은 하지 않았다”고 했다. 다만 김 위원장은 “(원희룡 지사 등을) 만나는 이유가 꼭 입당을 하고 안하고의 문제보다 일종의 보수정치 전체, 야권 전체에 있어 한국당이 일종의 중심성을 확보하고 네트워크 통해 정부 여당을 견제하자는 게 목적이다”고 밝혔다.

한편, 원 지사는 “도민과 누누이 약속했듯 도정에 전념하고 도정에 충실해야 할 입장”이라며 “제주의 여건이 다른 생각을 할 겨를이 없다”고 응답했다. 한국당 소속으로 지방선거 패배 후 휴식기를 갖고 있는 남경필 전 경기지사와 김태호 전 경남지사도 당 지도부에서는 잠재적 대권주자로 분류하고 있다.

한국당 지도부는 내년 전대에 황교안, 오세훈, 남경필, 김태호 등 차기 대권 주자들이 모두 출마한다면 보수 대통합의 단초가 될 수 있다고 기대하는 것 같다.

이와 대조적으로 김무성 전 대표와 홍준표 전 대표의 전대 출마에 대해서는 상당히 부정적이다. 조직강화 특위 외부위원들은 김무성ㆍ홍준표 전 대표를 겨냥해 “고인물은 썩기 마련”이라며 “신인에게 길을 열어줘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퇴진 위기에 몰려있다는 것을 본능적으로 느낀 홍 전 대표가 사실상 칼을 빼들었다. 17일 자신의 페이스 북에 “나를 두고 시비 거는 것을 보고 여태 침묵하였으나 더 이상 침묵하는 것은 당을 위해서나 나 자신의 명예를 위해서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면서 “오죽하면 당원도 아닌 분들이 당에 들어와 혁신을 주장하는 상황이 되었다면, 이미 그 당은 자정 기능을 상실한 것입니다”라는 글을 남겼다. 홍 전 대표의 이런 작심 발언은 “나를 건드리지 말라”는 경고와 더불어 정치 활동 재개 선언으로 해석된다.

  • 바른미래당 손학규 대표(왼쪽)가 19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연합)
보수 통합 세 방향 살펴보니

여하튼 향후 보수 통합은 크게 세 방향으로 전개될 것으로 보인다. 첫째, 바른미래당 일부 의원들이 탈당해 한국당에 합류하는 소(小)통합이다. 유승민 전 대표를 비롯해 구 바른정당계 인사들이 동참하느냐가 핵심이다. 바른미래당 내에서 바른정당 출신들이 국민의당 출신과 사사건건 충돌하고 있어서, “충분한 명분만 주어진다면 이들이 보수대통합 움직임에 동참할 수도 있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이를 반영하듯 이정미 정의당 대표는 17일 “바른미래당에서 11명이 빠져나가 자유한국당으로 갈 것이란 소문이 여의도에 돈다”고 전했다. 이 대표는 “자유한국당이 바른미래당과 당대당 통합은 어려우니 바른미래당을 흔들어 그쪽을 누르고 일정한 숫자를 빼 오는 방법을 쓰는 것이고, 쳐내는 방법은 안 되기 때문에 다 불러들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는 17일 “(앞으로 자유한국당이) 판은 큰 판이 될지 모르나 (큰 판이 된다고 해도) 잡탕밥 같은 것”이라며 “(유승민 전 대표는 한국당에) 안 간다”고 말했다. 그 근거로 “유 전 대표는 바른미래당을 만든 사람이고 한국당이 수구보수로 찌그러져서 ‘이건 안 되겠다. 개혁해야겠다’고 해서 (한국당을) 나온 분”이라며 “유 전 대표, 정병국ㆍ이혜훈 의원이 (한국당을) 왜 가나. 안 간다”고 강조했다.

유 전 대표도 명분을 강조해 온 만큼 어중이떠중이 다 모으는 식의 통합 방향에 동의하지 않기 때문에 움직일 가능성이 높지 않다. 한국당은 어떻게 해서든지 보수를 집결시켜서 양강 구도를 다시 형성해 2020년 총선을 준비하는 것이 최종적인 목표인데 바른미래당이 존재하는 한 이것을 달성하기란 어렵다.

둘째,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이 당대당 통합을 하는 중(中)통합이다. 전망은 회의적이다. 바른미래당 손학규 대표는 “자유한국당이 쇄신도 없이 바른미래당과 통합하자는 것은 막말로 웃기는 얘기”라며 “만약 우리 당에서 갈 사람이 있다면 수구ㆍ보수로 가라”고 했다.

그는 한국당을 ‘다음 총선에서 없어질 정당’‘촛불 혁명의 청산 대상이자 적폐 청산 대상’ ‘수구 정당’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손 대표는 17일 최고위원회 회의에서도 “한국당이 추구하는 보수대통합은 수구보수의 전열 정비”라며 “태극기 부대까지 통합 대상이라며 오직 수구세력의 몸집 불리기에만 급급하고 있다”고 한국당을 비난했다. 그러면서 손 대표는 "바른미래당을 중심으로 우파를 재편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중도개혁세력으로 재편된 바른미래당이 우파의 중심이 되고, 그 왼쪽에 더불어민주당이 자리해 양대 축을 이루고 그 좌우로 한국당과 정의당이 각각 자리 잡는 다당제를 자신의 구상으로 밝혔다.

셋째,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이 기득권을 포기하고 해체한 다음 보수 빅텐트로 결집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인물이 필요하다. 제2의 안철수 같은 사람이 등장해야 빅텐트든 보수 대통합이 될 것이다. 정치권에서는 홍석현 전 중앙일보 회장, 정의화 전 국회의장, 김종인 전 의원 등이 거론되고 있지만 역부족이다.

시기도 문제다. 내년 2월 한국당 전당대회 때는 힘들고 2020년 총선이 가까워져야 가능할지 모른다. 자유한국당, 바른미래당, 민주평화당 의원들이 오직 당선 가능성만을 보면서 서로 뛰쳐나오고 이합집산이 이루어져야 가능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또 다른 변수가 있다. 만약, 박근혜 전 대통령이 사면복권돼 한국당 친박 인사들과 대구ㆍ경북을 기반으로 하는 TK당을 만들 경우, 보수는 사분오열되고 보수 대통합은 물건너 간다.

  • 자유한국당 김병준 비상대책위원장이 11일 김용태 위원장 등 조직강화특별위원회 위원들과 함께 국회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 참석해 사진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성원, 김석기, 김 위원장, 김 비대위원장, 전원책, 강성주, 이진곤.(연합)
보수 통합 추진 한국당 외면받아, 동력도 미비

보수가 소통합을 하든 중통합을 하든 대통합의 꿈을 꾸든 현실은 녹록지 않다. 핵심 이유는 첫째, 자유한국당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이 전혀 없고, 보수 통합 구상을 내세우고 있는 김병준 위원장과 전원책 변호사가 정치력, 치밀함, 치열함이 없기 때문이다.

빅데이터 분석 기관인 타파크로스(Tapacross)는 지난 5월 1일부터 8월 28일까지 온라인 담론 분석을 통해 자유한국당에 대한 국민들의 인식을 심층적으로 분석했다. 매스미디어(Mass Media)와 트위터, 페이스 북, 인스터그램, 블로그, 커뮤니티 등 소셜 미디어(SNS) 상에서 자유한국당과 관련해 언급된 총 484만7664건을 분석했다.

자유한국당에 대한 월별 언급량을 비교하면 6월 지방선거 이후 7월 한달 언급량(22만7974)은 6월 언급량(46만8740)과 비교해 절반 이하로 감소했다. 주목해야 할 것은 김병준 혁신비상대책위원회가 7월 17일에 출범했지만 한국당의 8월 언급량(19만1130)은 6월과 비교해 무려 59.2%가 감소했다.

더구나 소셜 미디어 채널에서 한국당에 대한 부정 반응은 긍정 반응의 약 4배에 달했다. 연관어 유형화 분석 결과에 따르면, 자유한국당과 연관되어 언급되는 인물에서 김성태(7만6509), 문재인(7만3579), 박근혜(4만3112)가 상위 3를 차지했다. 반면, 비대위원장으로 영입된 김병준(3만8353)과 당 대표에서 물러날 홍준표(3만5868)는 이들 톱 3과는 큰 차이가 있었지만 두 인물간에는 언급량에서 거의 차이가 없었다. 온라인 담론 빅 데이트 분석 결과, 김 위원장 인물 자체와 당 차원의 혁신책에 대해 국민들은 전혀 관심이 없었다는 것이 확인된 셈이다.

통상 위기에 처한 거대 정당의 비상대책위 체제가 출범하면 한달 동안은 국민과 언론으로부터 큰 관심을 받는다. 지난 2016년 1월에 출범한 더불어민주당의 김종인 비대위 체제는 출범 초기부터 주목을 받았다. 김종인 위원장은 첫 비대위 회의 개최 전 동작동 국립현충원 방문 때 김대중 전 대통령 묘소를 참배한 뒤 이승만 박정희 김영삼 전 대통령의 묘역까지 찾았다. 중도와 개혁적 보수까지 끌어안아야 한다는 인식의 발로였다. 비대위 인선에서는 친노 인사를 최대한 배제하고 호남을 배려하고 정책통을 전면에 배치해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이와 비교해 한국당의 김병준 혁신비대위는 초기부터 무기력하고 초라했다.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운영과 민주당 지지율이 6월 이후 급락했지만 7월 비대위 출범 이후에도 한국당 지지율은 오히려 10%대 정체를 보였다.

이는 김 위원장과 그의 정치적 행보에 대해 국민들의 관심이 거의 없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다. 따라서, 한국당 비대위 인선이 잘못됐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이렇게 존재감이 없는 비대위가 보수 통합을 내세우는 것은 일종의 연목구어(緣木求魚)에 불과하다. 나무에서 물고기를 구하는 것과 같이 실현 가능성이 없다.

더구나 김병준 위원장의 셈법은 ‘선 야권 연대 후 보수 통합’이다. 그는 보수 대통합과 관련해 “인위적으로 하는 건 옳지 않다. 야권공조가 먼저다. 당분간 야권과 공조체제를 유지하면서 의원들의 움직임을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기본 방향은 통합이고, 한국당이 언제든 주도적 역할을 할 수 있어야 한다”고 했다.

그는 황교안 전 총리, 원희룡 지사 등 보수 잠룡들을 만나 영입을 타진하는 이유에 대해 “한국당이 보수ㆍ야권 중심성을 확보하자는 취지”라면서 “여러 좋은분들과 지도자 분들이 네트워킹을 형성해 하나의 정당에 뭉치지 않아도 네트워크 통해 정부여당을 견제하고 때로는 대안도 내놓자는 게 목적”이라고 말했다.

보수 통합을 추진하고 있는 현 시점에서 한국당이 보수와 야권의 중심성을 확보하려고 한다는 그의 주장은 한마디로 공허하다. 전원책 변호사가 보수 통합에 대해 갖고 있는 삐뚤어진 인식과 자신의 능력을 너무 과대평가하는 것이 오히려 통합을 어렵게 하고 있다.

전 변호사는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에 반대했던 세력인 이른바 ‘태극기 부대’도 보수 대통합의 대상이다”고 했다. 그는 지난 15일 SBS 방송 인터뷰에서 “‘태극기 부대’는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가장 열렬한 지지자였던 그룹”이라며 “앞으로 (그들을) 보수 세력에서 제외할 것이냐? 그건 아니다”라고 했다. 또 “그 분들을 극우라고 하는데 극우가 아니다”라고 했다.

이에 대해 하태경 바른미래당 최고위원은 자신의 SNS를 통해 “전원책표 보수대통합 본질은 헌법을 부정하는 수구대통합이다”고 비판하면서 “이왕 태극기 부대랑 (통합을) 선언한 김에 태극기 부대의 이란성 쌍둥이인 일베(일간베스트)하고도 대통합하겠다고 선언하라”고 냉소적 반응을 보였다.

전 변호사는 “한국당 모든 문제의 뿌리는 박근혜 문제”라며 “유승민 의원이 떨어져 나가고 바른미래당이 생기고 김무성 의원이 떨어져 나갔다가 돌아오고 이런 현상도 모두 박근혜 관련 문제”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박근혜를 어떻게 볼 것인가’에 대한 친박계, 비박계의 상호 입장이 정리되지 않으면 누가 ‘칼질’을 한다고 해서 아무것도 해결되지 않는다”며 “그런 과정이 없으면 백약이 무효다”라고 말했다.

말은 이렇게 하면서 태극기 부대를 끌어안고 가겠다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 자기 모순적이다. 여하튼 전 변호사의 태극기 발언은 극우 대통합을 하려고 하니 다른 보수 대권 후보들은 한국당에 들어오지 말라는 시그널처럼 들릴 정도로 아주 부적절한 언급이었다.

전 변호사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한국당 차기 전대에서 “빠져야 될 분은 다 빠질 수밖에 없게 됩니다” “끝까지 고집을 부리면 본인들 스스로 무덤을 파는 일이 되죠”라고 했다. 한편에서 태극기 부대와 같은 극우 세력도 통합의 대상이라고 하면서 다른 한편에선 보수 몰락에 책임이 있고 당에 유해한 행위를 했다고 김무성, 홍준표 전 대표들은 배제하겠다는 것은 상호 모순적이고 치밀하지 못한 전략이다. 반대로 통합 전대에 누구나 다 나와서 심판받으라고 하는 것이 일관성도 있고 보수 분열을 막을 수 있는 지략이다.

정치권 일부에서는 ‘홍준표 시대는 끝났고 전원책의 계절이 왔다’는 평가가 있다. 하지만 보수 통합 논의가 지지부진하고 한국당 지도부가 영입하려고 하는 보수 잠룡들이 용기와 결단력을 보여주지 않으면 대안 부재론 속에서 전직 대표들이 차기 전대에 출마할 수 있는 명분을 확보할 수도 있다. 그렇게 되면 보수 통합은 사라지고 당권 경쟁만 남게 될 것이다.

정치는 평론이 아니다. 정치는 현실이다. 김 위원장과 전 변호사가 진정 보수를 쇄신하고 보수의 가치를 재정립해 보수 통합에 밀알이 되려면 치열함과 진정성을 보여야 한다. 한국당에 입당하지도 않고 마치 혁신과 통합의 아이콘처럼 행동하는 것은 위선이고 기만이다.

  • 황교안 전 국무총리.(연합)
보수 잠룡 통합 추진력 약해…참회ㆍ쇄신 필요

둘째, 한국당 지도부가 영입하려는 보수 잠룡들은 보수 통합을 이끌만한 힘이 없다. 특히, 황교안 전 총리의 경우 ‘박근혜 주홍글씨’가 걸림돌이다. 황 전 총리의 부상은 국민들이 볼 때 촛불혁명 이전으로 돌아가겠다는 뜻으로 해석될 수 있다. 어떻게 보면 황 전 총리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에 가장 큰 정치적 책임을 져야 할지도 모른다.

정두언 전 한국당 의원은 황 전 총리에 대해 “박근혜 정부시절 총리로서 무엇을 했는지 기억나는 게 없고, 국정농단이 있을 때도 쓴소리 한마디 없이 그냥 자리만 키뇩엽柳じ?경질당할 뻔했던 사람”이라고 혹평했다. 이어 “아마도 김황식 전 총리나 반기문 전 UN사무총장처럼 반짝하고 사라질 것”이라고 밝혔다.

정청래 전 민주당 의원도 “황교안 전 총리는 꺼진 엔진이어서 큰 영향력을 행사하지 못할 것 같다”고 비슷한 진단을 내렸다.

셋째, 참회와 쇄신이 없는 통합은 허구다. 지난 2007년 12월 대선에서 집권당인 대통합민주신당의 정동영 후보가 보수의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에게 531만표 차이로 대패했다. 당시 친노의 핵심이었던 안희정은 “친노는 폐족이다”고 선언했다. 그 이후 진보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비극적인 죽음을 계기로 결집했고, 2010년 지방선거에서 ‘무상 급식’이라는 진보 가치를 내걸고 천안함 폭침에도 불구하고 승리했다.

한국당은 어떤가? 박근혜 전 대통령의 국정농단, 탄핵, 구속이 이어졌지만 친박 폐족 선언은 없었다. 핵심 원박(원조 박근혜) 중 책임을 지고 정계 은퇴를 선언한 사람은 단 한명도 없었다. 여전히 박 전 대통령의 구속을 정치 보복으로 몰아가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전 변호사가 제시한 박근혜에 대한 끝장토론 요구는 ‘정공법’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성과는 기대하기 어렵다. 한국당에는 여전히 친박 세력이 존재하고 있고, 박근혜에 대한 공개 토론을 하면 친박-비박 간 감정의 골만 깊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전 변호사의 탄핵에 대한 입장이 왔다갔다 하고 있는 것도 문제다. 그는 지난 4일 간담회에서 “탄핵 사유가 있다”면서도 “탄핵 심판은 졸속”이라며 이중적인 입장을 드러냈다. 한국당 조강특위는 “2012년 비대위가 경제민주화라는 진보주의 강령을 받아들이고 ‘보수를 버려야 한다’면서 빨간 색깔로 당색을 바꾸었을 때 한국당은 침몰하기 시작했다”는 입장문을 냈다. 위원들은 “무엇보다 정권을 되찾겠다면 국가를 경영할 지식과 열정을 갖췄었는가를 스스로 따져봐야 합니다”면서 “새로운 보수주의자, 자유주의자에 문호를 개방해 경쟁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는 보수 정당의 기존 정치인들에게 ‘자격’을 묻는 말로 들린다. 단언컨대, 박근혜의 실패는 보수의 실패가 아니라 보수 세력의 실패다. 한국당은 빨간 색깔로 당색을 바꿔 실패한 것이 아니라 시대정신을 외면하고 제왕적 대통령인 박근혜의 눈치만 보면서 권력에 줄을 서는 기회주의적 행태를 보였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보수는 없고 보신만 있었기 때문이다. 보수 세력은 기본적으로 시대정신의 큰 흐름을 놓쳤기 때문에 실패한 것이다.

지금 한국당에게 진정 필요한 것은 보수 통합이 아니라 보수 참회록을 쓰는 것이다. 홍준표 전 대표는 지난 16일 페이스 북에 “YS(김영삼), DJ(김대중)가 선거에 졌다고 모든 것이 끝났느냐”고 되물었다. “지금은 모두 힘을 합쳐 나라 체제 변경을 시도하는 문재인 정권에 대항할 때”라며 “내가 해야 할 일 중 가장 시급한 일은 보수ㆍ우파 진영이 재집권 할 수 있는 기반을 새롭게 닦는 일”이라고 말했다.

홍 전대표가 복귀를 암시하고 태극기 부대 등 친박 인사들이 내년 전당대회를 앞두고 한국당에 대거 입당할 경우 보수 통합 논의는 이상한 방향으로 흐를 것이다. 한국당 지도부는 보수 통합 구상을 연일 띄우고 있지만 비대위의 존재감은 사라지고 해묵은 친박-비박 간의 대결 구도가 다시 작동될 가능성이 크다.

이제 보수는 시대정신에 맞는 새로운 비전과 가치를 정립해야 한다. 성장, 자유, 경쟁, 효율, 체제(반공) 등 과거의 가치만 고집해서는 안 된다. 평등, 평화, 분권, 복지, 민족 등 진보가 지향하는 가치를 배격하고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 보수의 시각에서 포용하고 배려하는 전략적 전환을 해야 한다. 보수는 새로운 인물을 중심으로 과거 보수 우파에서 진보 우파의 길을 가야만 진정한 통합의 길을 열 수 있을 것이다.

■김형준 명지대 교수 프로필

아이오와대정치학 박사 한국선거학회 전 회장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정치개혁위원회 위원 국회 개헌특위 전 자문위원 한국정치학회 전 부회장 명지대 인문교양학부 교수(정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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