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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출국’ 상영 둘러싼 정치적 논란의 진실은

朴 정권 ‘화이트리스트’, 文 정권 ‘블랙리스트’ 인가?
  • 영화 출국의 상영에 정치적 이슈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사진=다음 영화 출국 페이지)
한민철 기자 kawskhan@hankooki.com

최근 극장에서 개봉 중인 영화 ‘출국’을 두고 정치적ㆍ이념적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이 영화의 인터넷상 평점과 관객들의 반응이 나쁘지 않음에도 확보된 상영관과 상영 시간대가 매우 부족하며, 배급사가 개봉 직전 배급에서 손을 떼는 등의 일이 있었기 때문이다. 특히 영화 개봉에 맞춰 주연배우에 대한 전 정권에서의 정치적 이슈와 함께 영화 내용이 현 정권의 코드와 맞지 않아 소위 ‘블랙리스트’로 찍힌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물론 지난 정권 블랙리스트 논란으로 한바탕 곤욕을 치렀던 영화사 관계자들은 영화 ‘출국’의 상영에 대한 정치적 이슈 개입 논란을 일축하고 있다.

김진태 자유한국당 의원은 최근 자신의 페이스북 등에 영화 ‘출국’과 관련된 포스팅을 게재했다.

김진태 의원은 페이스북 방문자 등에게 “영화 ‘출국’을 많이 봐달라”고 말하며, 이 영화의 주인공인 배우 이범수씨가 화이트리스트 논란에 시달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김진태 의원들의 지지자들로 보이는 사람들이 영화 ‘출국’의 관람을 독려하는 댓글을 올리는 한편, 동시에 인터넷상과 유튜브 공간에서는 영화 ‘출국’의 논란거리를 둘러싼 포스팅이 활발히 올라오고 있다.

실제로 일부 유튜브 영상에서는 영화 ‘출국’을 ‘문재인(대통령)이 싫어할 영화’ 그리고 ‘좌파의 방해를 뚫고 나온 영화’ 등의 제목으로 소개하며 이를 둘러싼 정치적ㆍ이념적 문제를 지적하고 있다.

특히 영화 ‘출국’이 개봉한 지난 14일부터 11월 셋째 주 사이 포털사이트 네이버의 영화 코너에서 9점 이상의 높은 관람객 평가점수를 유지하고 있고, 이 시기에 개봉된 영화들 중 압도적 흥행몰이를 하고 있는 작품이 적거나 없는 상황이다.

물론 이범수라는 충무로 흥행배우와 유럽 현지 촬영, 북한을 탈출해 독일에 망명한 실존인물을 바탕으로 한 소재 그리고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며 충분히 볼거리가 있었던 내용 등으로 영화에 대한 긍정적 평이 이어지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의 전국 상영관은 매우 소수만 확보된 채 개봉에 돌입했다. 당초 배급을 맡으려던 대형 배급사가 개봉 전 배급을 맡지 않겠다고 하면서 개봉관 확보에 차질이 빚어졌기 때문이다.

  • 김진태 자유한국당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영화 출국과 주연배우 이범수씨의 화이트리스트 논란에 대한 글을 실었다. (사진=김진태 의원 페이스북 캡처)
또 영화의 상영 시간대 역시 아침 또는 늦은 저녁시간대에 다수 편성돼 있다는 점 등으로 인해 인터넷과 유튜브상에서 ‘의도적 편성’ 등의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영화 ‘출국’을 둘러싼 이런 논란들은 역시 영화 내용에서 비롯되고 있다. 이 영화는 이명박 정권 당시 화재가 됐던 ‘통영의 딸’ 신숙자씨 사건이자 오길남 박사 사건을 모티브로 했다.

영화는 지난 1980년대 독일 베를린을 배경으로, 이범수씨가 연기한 영민은 서독에서 유학 중 현지 유학생들을 중심으로 결성한 친북ㆍ반한 단체인 재독민주사회건설협의회에 가입해 반정부 활동을 한 인물이다.

영민은 독일 대학에서 마르크 경제학을 연구하던 중 박사학위를 취득했고, 북한 공작원으로 가장한 인물로부터 그의 학문으로 북한의 경제 발전에 참여할 수 있다며 설득을 당해 입북했다.

이후 영민은 자신의 지식으로도 북한 사회가 경제발전을 이룰 수 없는 곳이며 입북을 선택한 자신의 선택이 틀렸음을 깨달음과 동시에, 독일인 유학생들을 포섭해 입북시키라는 북측 지령을 받은 뒤 이를 실행에 옮길 수 없어 탈출을 감행하게 된다.

그러나 동행한 북측 요원들은 영민의 아내와 딸들을 볼모로 잡게 되고, 영민은 가족들을 구출하기 위한 필사적 사투를 벌이게 된다.

이 영화에서 북한의 사상 및 인물들은 매우 부정적으로 그려지고 있다. 영화는 당시 지식인들이 한국의 독재정권을 비판하며 북의 사상을 찬양하지만 이것이 잘못된 판단이었다는 것을 나중에 깨닫게 된다는 점을 보여준다.

또 북측 사람들이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타인의 가족들을 납치하고, 배신과 폭행 그리고 살인을 거리낌 없이 저지르는 것으로 묘사되고 있다.

때문에 김진태 의원과 영화 관람객들을 비롯한 다수의 지적처럼 이 영화가 충분히 흥행요소와 작품성을 갖추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남북화해 무드를 지향하는 현 정부와 코드가 맞지 않아 홍보 및 상영에 의도적으로 배제되고 있다는 의혹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 영화 출국은 화이트리스트뿐만 아닌, 현 정부 블랙리스트 의혹까지 받고 있다. (사진=다음 영화 출국 페이지)
무엇보다 앞서 언급한 김진태 의원의 발언대로 이 영화가 박근혜 정부 당시 제작비 지원 관련 특혜를 받았다는 ‘화이트리스트’ 논란의 중심에 있는 상황이다.

다시 말해 전 정부에서 영화 변호인과 광해 등을 두고 ‘블랙리스트’ 논란이 일었던 것처럼, 영화 ‘출국’ 역시 전 정부 화이트리스트이자 현 정부 블랙리스트로 찍힌 것 아니냐는 설명이다.

물론 업계 관계자들은 논란은 단순히 논란일 뿐 영화 ‘출국’의 상영에 정치적 이슈 등이 개입되지 않았다고 반박하고 있다.

우선 영화 출연 당사자인 이범수씨는 언론 인터뷰 등을 통해 화이트리스트 논란에 대해 사실이 아니라고 일축한 바 있다.

본지의 취재에 응해준 대형 영화상영 업체 관계자는 영화 ‘출국’의 상영관 확보가 다소 부족한 점에 대해 저조한 사전 예매율 등이 문제였다고 해명했다.

이 관계자는 “스크린 편성은 극장이 독단적으로 결정하지 않고, 영화 개봉 전 저희 극장과 배급사가 충분한 협의를 거치게 된다”라며 “스크린 편성의 최우선 고려 요소는 역시 사업적 판단으로, 사전 예매율과 인지도 관람 의향, 시사회 관람평 등을 종합적으로 보는데 영화 ‘출국’은 이 부분이 경쟁작에 비해 높지 않았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영화 ‘출국’이 흥행성이나 작품성이 있다고 인정하지만 개봉 후 예매율이 0%대이며, 실관람객들의 만족지수도 경쟁작 ‘보헤미안 랩소디’와 ‘신비한 동물들과 그린델왈드의 범죄’에 비해 떨어진다”라고 덧붙였다.

다른 영화상영 업체 관계자 역시 영화 ‘출국’의 작품성은 인정하지만 경쟁작에 비해 흥행성이 부족해 확보된 상영관수가 적을 뿐, 정치적 이슈는 있을 수 없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11월 셋째주만 13개 작품이 개봉하는데 상영관 여유분이 부족하며, 기존작의 경우 영화 간 실적을 바탕으로 편성하는데 ‘보헤미안 랩소디’ 등에 비해 영화 ‘출국’의 점유율이 그리 높지 않아 상영관이 감소한 부분이 있다”라고 말했다.

  • 극장 3사 관계자들은 영화 출국에 정치적 개입 등은 없다고 선을 긋고 있다. (사진=연합)
특히 영화 ‘출국’을 둘러싼 논란에 대해 최근 관람객들과 영화 배급사 등을 통해서도 관련 이슈를 자주 듣고 있고, 이에 대해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정권 자극하지 않기 위해 상영스크린을 줄이는 일은 있을 수 없다”라며 “지난 정권에서 그런 논란이 있었지 않는가, 영화관이나 배급사들이 그런 논란에 또 휘말리고 싶지 않아 정권 눈치를 보지 않는다”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본지의 취재에 응해준 영화배급사 관계자는 영화 ‘출국’에 대한 정치적 이슈 논란에 대해 이해가 간다면서, 이 영화가 개봉 직전 배급사의 배급 결정이 중단된 점 그리고 홍보가 지나치게 부족한 점 등은 의문이 남을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한민철 기자 kawskhan@hankook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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