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 공세ㆍ檢수사에 黃 영입 ‘신중모드’

황교안 전 국무총리 영입을 진행 중인 자유한국당이 황 전 총리를 향한 ‘내ㆍ외부 변수’를 심각하게 우려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연합)

한민철 기자

황교안 전 국무총리가 자유한국당 입당 여부와 보수진영의 차기 대선주자 등의 이슈를 몰고 다니고 있다. 최근 황교안 전 총리의 행보 또한 그와 관련돼 주목받는 상황이다. 황 전 총리는 차기 대선주자 선호도 조사에서 범(汎)보수 정치인 가운데 1위를 차지해 자유한국당의 구애를 받고 있다. 일각에서는 황 전 총리가 자유한국당에 입당해 내년 초 전당대회에서 당대표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황 전 총리는 출판기념회와 각종 모임 등을 통해 자신의 존재를 알리고 국민과의 접촉을 늘려가는 한편, 현 정부 정책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며 광폭의 정치를 이어가고 있다.

때문에 황 전 총리의 한국당 입당이 기정사실처럼 인식되고, 그의 행보에 따라 한국당뿐 아니라 여야 정치지형에도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반면, 황 전 총리가 차기 대선주자로는 한계가 있고, 한국당에 입당할 경우 계파 갈등 등 분란만 야기할 것이라는 비판도 상당하다.

여기에 황 전 총리 대한 여권의 공세와 수사기관의 압박도 한국당 입당에 불안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만일 황 전 총리에 대한 수사는 물론, 심각한 결과가 나올 경우 한국당엔 치명적이라는 인식이다.

황교안 전 국무총리는 지난달 28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문재인 정부의 경제 정책을 강하게 비판하는 글을 실었다. 문재인 정부가 정책 실패를 국가재정으로 덮으려 하지만 일자리, 생산성을 끌어올리기 어렵고, 서민경제도 큰 타격을 입어 불평등과 소득 격차가 더욱 커져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앞서 황 전 총리는 지난달 27일 한 벤처기업 관련 포럼에 참석해 “청년들과 함께 하겠다”라며 청년 벤처기업 종사자들을 격려했다.

이를 두고 정치권에서는 황 전 총리가 보수진영에서 입지를 다지기위한 공격적인 행보를 시작했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김병준 자유한국당 비대위원장은 황교안 전 국무총리 영입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지만, 자유한국당 내에서는 원희룡 제주도지사 영입에 보다 신경쓰고 있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사진=연합)

실제로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좀처럼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던 황 전 총리는 지난 8월 ‘황교안의 답-청년을 만나다’라는 책을 냈고, 다음 달 출판기념회를 가졌다. 이 행사장에는 다수의 자유한국당 의원들과 정홍원 전 국무총리, 홍용표 전 통일부장관 등 전직 각료들이 대거 참석해 대선출정식을 방불케했다.

박근혜 정권 시기 법무부 장관과 국무총리 및 대통령 권한대행까지 맡으면서 비교적 언행에 신중하며 조용한 활동을 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황 전 총리인 만큼, 이와 같은 이례적인 행보가 내년 2월로 예정된 자유한국당 전당대회 출마를 의도하고 있다는 목소리가 나올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황 전 총리는 지난달 중순 김병준 자유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과 만나 입당을 제안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당에서 보수진영의 새로운 리더이자 나아가 차기 대선주자로서 황 전 총리를 우선순위에 두고 있다는 얘기다.

“황교안 영입에 불똥 튈라”… 여당 공세ㆍ檢수사에 黃 영입 신중

황 전 총리의 자유한국당 입당이 가시권에 들어온 가운데 일각에서는 내ㆍ외 변수로 인해 그의 한국당 입당과 전당대회 출마, 나아가 대권 도전까지가 결코 순탄치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기자가 만난 한국당 의원실 관계자는 황 전 총리의 한국당 입당까지는 가능하겠지만 전당대회 등 그 이후의 절차에 대해서는 내부의 반발이 거셀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근혜 정부 사람인 황 전 총리가 당원이 되는 것을 넘어 그 이상의 역할을 하려한다면 내부에서 잡음이 생길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오히려 이 관계자와 또 다른 한국당 관계자는 황 전 총리보다 원희룡 제주도지사의 영입에 대해 보다 관심을 가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달 18일 김병준 비대위원장이 직접 제주도로 건너가 원희룡 지사를 만났다. 당시 김병준 위원장은 원 지사에게 직접적인 입당 요청을 하지는 않았지만, 이를 깊게 고민해 줄 것을 호소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기자가 만난 한국당 관계자는 “원희룡 지사는 여건이 되면 입당은 시간문제”라며 “황교안 전 총리는 내부적으로도 또 분열을 일으킬 수 있고, 외부적으로도 박근혜 정부 시절 문제가 됐던 부분에 대한 공격이 올 수 있다”라고 말했다.

김병준(왼쪽) 자유한국당 비대위원장과 원희룡 제주도지사. (사진=연합)

실제로 올해 국정감사에서 황교안 전 총리를 두고 여당 측의 매서운 공세가 이뤄진 바 있다.

지난달 25일 진행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대검찰청 국정감사와 29일 진행된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국정감사에서는 지난 2016년 경북 성주 사드배치 설명회 당시 황 전 총리가 타고 있던 차가 주민에 접촉사고를 내고 도주했다는 ‘뺑소니’ 사건이 도마 위에 올랐다.

각 상임위 의원들의 질의에 관련해 문무일 검찰총장과 민갑룡 경찰청장은 조사 가능성을 밝혀 황 전총리는 물론, 그를 영입하려는 자유한국당에 불안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자유한국당 측이 더욱 부담을 느끼는 황 전 총리 관련 이슈는 바로 사법농단 사건이다.

검찰은 지난 8월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사법농단 사태에 대해 조사하며 당시 법원행정처가 일본과의 외교 관계를 우려한 박근혜 전 대통령의 뜻에 따라 선고를 미루는 한편 전원합의체에 회부해 앞선 대법원 선고를 뒤집으려 했다는 증거 등을 확보했다고 발표했다.

특히 당시 이에 대한 비공개 대책회의를 나눈 인물은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과 당시 법원행정처장이었던 차한성 전 대법관, 윤병세 전 외교부 장관 그리고 당시 법무부 장관이던 황교안 전 총리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황교안 전 총리 영입에 있어 자유한국당은 신중모드를 취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사진=연합)

최근 검찰이 사법농단 사태에 대한 수사에 더욱 속도를 내고 있고 사건 핵심인물인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의 구속에 이어 윗선인 양승태 전 대법원장까지 잡는다면, 더 윗선인 김기춘 전 비서실장과 황교안 전 총리 그리고 당시 박 전 대통령과 황 전 총리 사이의 사법농단과 관련된 부분에 대해서도 수사를 진행할 것이라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그만큼 황교안 전 총리에 대한 입당과 전당대회 출마, 차기 대선후보 등에 대해 자유한국당이 보다 신중해 질 수밖에 없는 요인이라는 설명이다.

한민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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