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작권 전환...대북 억지력에 미칠 영향은?

지난 1일 제50차 한미안보협의회의(SCM) 이후 전작권 전환을 둘러싼 논의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현재까지 한미 양국이 합의한 바에 따르면 현재 미군사령관에 있던 전시작전통제권을 우리군 4성 장군이 맡게 된다. 미군 4성 장군은 부사령관을 맡는다. 최고지휘계통을 맞바꾸는 것이지만 연합사는 그대로 유지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창설 40주년을 맞은 한미연합사령부(한미연합사)는 그동안 한반도 전쟁 억지 차원에서 최고의 장치로 불려왔다. 세계 최고의 군사력을 자랑하는 미군의 전력과 작전능력은 대북억지력 측면에서 실질적인 효과를 발휘해 왔다. 전작권이 전환되고 전시 상황이 펼쳐지면 우리 군이 전쟁을 주도하며 주한미군을 지휘해야 한다.

전작권 전환 현실화 과정

지난 8일 문재인 대통령은 연합사 창설 40주년 축사에서 “한미동맹의 힘으로 새로운 평화 만들어갈 것”이라며 “지난 40년, 평화와 안보를 향한 한미 연합군사령부의 투철한 사명감이 오늘날 대한민국 번영의 기틀이 되었다”고 말했다. 한미연합군사령부의 역사가 한미동맹의 역사임을 강조한 것이다. 문 대통령은 뒤이어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주한미군 재배치 등 당면한 현안 과제들에 대해서도 긴밀한 협의를 통해 차질 없이 추진해주길 바란다”고 덧붙이며 전작권 전환을 사실화했다. 정부차원에서 전작권 전환을 위해 긴밀히 움직이고 있다는 뜻이다.

예정대로 한국군이 전작권을 가져오면 한미연합사는 미래연합군사령부로 재편된다. 한국군 대장이 사령관을 맡게되지만 아래 참모 구성과 편성은 그대로 가져간다는 입장이다. 한미 양국간 전작권 전환 논의가 차질 없이 진행되면 최고지휘계통이 바뀌고 새로운 지휘구조가 마련될 것으로 보인다.

한미연합군사령부는 한국군과 주한미군으로 구성된 한미연합군을 통괄, 지휘하는 곳이다. 1978년 11월 7일에 설립됐으며 약칭은 한미연합사(ROK-US CFC)다. 한미연합사 설치에 합의된 때는 1977년 7월 제10차 한미안보협의회의에서다. 1978년 제11차 한미연례안보협의회의 합의와 한미군사위원회의 전략지시로 한미연합사가 최초로 창설됐다. 1975년 제30차 유엔총회에서 1976년 1월 1일부로 유엔군사령부를 해체한다는 결의에 대한 대응책이었다. 한미연합사는 기존의 유엔군사령부와의 기능과 권한이 분리됐고, 한국전쟁 이후 유엔군사령관에게 있던 전작권이 한미연합군사령관에 위임됐다. 한국군에 대한 주한미군의 지휘통제를 실질적으로 강화한 것으로 평가 받는다. 1994년 12월 김영삼 정부 당시 평시작전통제권이 한국 합참의장에게 전환되면서 현재 한미연합군사령관은 전시 작전통제권만 갖고 있다.

한미연합사의 지휘부는 사령관에 미군 대장, 부사령관은 한국군 대장이 맡는다. 미군 중장이 참모장을 맡고, 각 참모요원에서 부서장은 한국군 장성이 맡을 때 미군 장성이 차장을 맡고, 미군 장성이 부서장을 맡으면 한국군 장성이 차장을 맡는 구조다. 현재 한미연합사 사령관은 주한미군사령관과 유엔군사령관, 주한미군 선임장교를 겸하고 있다.

2004년 노무현 정부 때 전작권 전환 문제가 본격적으로 대두됐다. 당시 참여정부는 한미연합사를 해체하기로 하면서 전작권 전환 시기를 2012년 4월 12일로 합의했다. 그러자 한미연합사 해체 반대운동이 일었고, 김정일이 사망하면서 불안한 안보정세 때문에 한미연합사의 필요성에 대한 목소리가 커졌다. 결국 2010년 6월 27일 이명박 정권은 한미연합사 해체기간을 더 이상 미루지 않는다는 조건에서 전작권 환수기간을 2015년 12월로 연장했다. 이후 2012년 10월 제44차 한미안보협의회의에서 미니연합사를 창설키로 합의하기도 했다. 한미연합사 해체에 대비하기 위한 조치였다. 그러나 2014년 10월 박근혜 정부는 전작권 환수를 무기한으로 연기하면서 한미연합사를 용산기지에 그대로 두기로 결정했다.

정경두 대한민국 국방부 장관과 제임스 매티스 미국 국방장관이 지난 1일 미국 워싱턴 D.C에서 개최된 제50차 한미안보협의회의(SCM) 이후 공동기자회견에 앞서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이후에도 굳건한 연합방위태세를 유지하기 위한 연합방위지침'에 서명 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

“국방주권 실현”vs “대북억지력 훼손”

전작권 전환을 두고 엇갈린 반응이 나온다. 국방주권의 실현이라는 주장과 대북억지력의 심각한 훼손을 가져온다는 의견이 대립한다. 전작권 전환에 대해 국방부는 ‘전작권 전환은 연합방위체제를 우리가 주도한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심동현 (육군준장) 연합사 기획참모부 차장은 한 TV에서 “전작권 전환은 1994년 평시 작전통제권 환수 이후 나머지인 전시 한국군에 대한 작전통제권도 우리가 행사한다는 것”이라며 “비로소 주권국가의 완전한 권리를 행사할 수 있게 된다”고 말했다.

반면 국군 통수권은 우리 대통령에 있기 때문에 군사주권과 전작권 문제는 별개의 문제라는 소리도 나온다. 미군사령관이 전시에 작전통제권을 발휘하려면 우리 군을 통솔하는 대통령의 승인이 우선돼야하기 때문이다. 전쟁에서의 작전통제권은 효율을 위한 수단에 지나지 않는다는 뜻이다. 나토군의 전작권도 미군에게 있다는 것이 안보의 상호의존 측면에서 보면 현대안보체계에서 자연스러운 현상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이에 세종연구소 홍현익 실장은 “나토군과 한미연합사를 동일선상에 두고 비교할 수 없다”며 “나토군은 군의 일부만이 미군의 지휘를 받고 우리는 전체가 미군의 지휘를 받는다”고 말했다. 대부분의 유럽군이 자국의 지휘를 받는 상황에서 우리와 ‘군사주권’의 무게감을 직접 비교하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주장이다.

홍 실장은 이어 “유럽 각국의 전 군대가 미군의 지휘를 받는다면 ‘군사주권 훼손’이라는 소리가 나올 것”이라며 “현재 특전사와 수방사만이 미군의 전시작전 통제를 받지 않는 상황과 나토군 일부만이 미군의 지휘를 받는 것은 정반대의 사례”라고 말했다.

전작권이 전환되면 우리 군이 연합사령관을 맡게 된다. 실질적으로 새로운 한미연합사가 창설되는 것이다. 기존의 한미연합사는 해체되고 미래연합사가 창설됨에 따라 대북억지력도 큰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자주국방네트워크 신인균 대표는 “기존의 미군이 지휘하는 ‘미국의 전쟁’이 이제는 ‘한국의 전쟁’이 된다”며 “기존의 미군의 막강한 군사력을 십분 활용하기엔 한계가 따를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정부와 미국은 전작권 전환 조치가 별다른 영향력이 없을 것이라고 하지만 대북억지력에서 큰 손실이 올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신 대표는 “2차 대전 이후에 미군이 참전한 전쟁 중 미군이 사령관이 아닌 적은 없었다”며 “미국이 지휘하는 전쟁은 그만큼 승리에 대한 의지와 책임감이 높아진다는 소리”라고 말했다. 미국이 주도하는 전쟁에서 패한다면 국제사회를 이끄는 리더십에 치명적인 사건이 될 수도 있다는 해석이다.

신 대표는 “한국이 주도하는 한국의 전쟁이 된다면 미국 본토 전력 급파, 핵심 전략자산 전개 등이 현재처럼 이뤄질지도 미지수”라며 “한국이 주도하는 전쟁에서 미국은 주한미군만으로도 충분하다고 생각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이 자신들의 전쟁에서 수많은 전비와 군사력을 쓸 의지는 있어도 동맹국의 전쟁에 그만큼의 전력을 쏟아 부을지도 의문이라는 분석이다. 결국 기존의 한미연합사에서 보장하던 상호방위 수준이 그대로 승계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미국이 부사령관으로 역할이 바뀌면서까지 연합사를 새로 창설하는 이유에 대해 신 대표는 “주한미군이 남아있을 필요와 조건이 부합하기 때문”이라며 “바로 중국을 견제하고 동북아에서의 전략적 지위를 유지하기 위함”이라고 해석했다.

반면 세종연구소 홍현익 실장은 “미국의 안보공약이 심대히 약화될 것이라는 우려는 기우”라며 “전작권 전환만 있을 뿐이지 지휘 아래의 참모 구성이나 편성은 그대로 간다. 미국의 책임감이 약간 줄어들 뿐”이라고 말했다. 미국의 안보공약이 조금 느슨해질 수는 있겠지만 미국의 전략적 이해관계를 봤을 때 한국을 포기하거나 동맹을 이탈할 가능성은 그리 크지 않다는 뜻이다. 대북억지력이라는 측면에서의 한국의 전략적 이익과 대중국견제라는 미국의 전략적 이익이 맞아떨어지기 때문에 한미동맹과 연합사의 지위가 심각하게 훼손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홍 실장은 이어 “전작권을 가져오면 미국의 이해관계를 면밀히 봐야 하기 때문에 미군에 대한 의존적 자세가 줄어들 것”이라며 “우리 군의 기본적인 안보태세나 안보의식은 오히려 더 확고해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오히려 전작권 전환이 우리의 국방력 증강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해석이다.

평택시 주한미공군 오산기지에서 미 공군 F-16 전투기가 이륙하고 있다. (연합)

미국의 동북아 전략과 한반도 평화

미국은 동북아시아에서의 전략적 위치를 확고히 하기 위해 주한미군을 주둔시키고 있다. 우리도 미국의 전략적 이익을 활용하기 위해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을 인정했다. 주한미군이 안보상황에 따라 유동적으로 움직이는 것이 전략적 유연성이다. 대북억지력이라는 한국의 전략적 이익과 동북아에서의 지위 유지를 위한 미국이 전략적 이익이 부합된다. 그래서 전작권의 지휘구조 변화가 안보위기로 쉽게 번지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한편으론 전쟁에서의 지휘관이 바뀐다는 것은 큰 의미를 갖는다. 참모부 편성 등이 그대로 유지된다고 해도 가장 중요한 최고지휘계통이 바뀐다는 것은 큰 의미에서 전혀 다른 성격의 연합사령부가 탄생한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연합군 체제에서 미군이 부사령관을 맡는 경우는 극히 드문 사례다. 더구나 2차 대전 이후 연합군 체제에서 치러진 전쟁에서 미군이 다른 국가의 지휘를 받은 사례는 없다. 전작권이 발동되면 미군을 지휘하는 첫 번째 사례가 되는 것이다.

이에 대해 신 대표는 “전쟁의 주체가 바뀐다는 것은 상징성이 크다”며 “전쟁이 미국의 전쟁이 돼야 압도적인 미군의 전력이 전시에 전개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만큼 미국의 군사력을 활용한 대북억지력에 손상을 입는다는 뜻이다.

반면 홍 실장은 “사령관이 미군이라고 본토 전력이 전개되는 것이 아니다”며 “미국의 전략적 이익과 국가이익에 따라 움직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미군이 부사령관을 맡아도 중대한 국가이익이 걸려 있다면 미 본토의 핵심 전력 자산도 전개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지난 8일 경기도 평택시 험프리스 주한미군 기지에서 한미연합사령관 이취임식이 진행됐다. 정경두 국방장관은 빈센트 브룩스 대장에게 받은 연합사 깃발을 신임 로버트 에이브럼스 사령관에 전달했다. 이 자리에서 문 대통령은 “앞으로도 에이브럼스 사령관을 중심으로 더 공고한 한미 연합방위태세가 유지될 것이라 믿는다”고 말했다. 이어 “한미연합군사령부 역사가 한미동맹의 역사”라며 “전쟁의 포화 속에서 피로 맺은 한미도맹은 한반도를 넘어 동북아의 평화를 지켜왔고, 지금은 한미동맹의 힘으로 새로운 평화를 만들어가고 있다”고 덧붙였다. 기존의 강력한 한미연합사에 대한 감사함을 표시함과 동시에 앞으로도 굳건한 한미동맹체제로 국가 안보와 평화를 유지하겠다는 뜻이다.

전작권 전환과 더불어 새롭게 출발할 한미연합사 체계가 한반도 평화에 어떤 영향력을 미칠지 주목된다.

천현빈 기자



천현빈 기자 dynamic@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