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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준 교수 칼럼] 여당 권력투쟁 막 오르다

이재명 '파격 공세', 박원순 '자기 정치'…친문vs 비문 갈등 '레임덕 조짐'
  •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11월 27일 오전 경기도 수원시 경기도청 집무실로 들어가며 검찰의 압수수색 관련 입장을 밝히고 있다.이른바 '혜경궁 김씨' 사건을 경찰로부터 넘겨받은 검찰은 문제의 계정 소유주로 지목된 이재명 경기지사의 부인 김혜경 씨의 휴대전화를 확보하기 위해 자택과 집무실을 압수수색 했다.(연합)
여야 모두 당내 갈등이 격화되고 있다. 여당은 권력 투쟁, 야당은 당권 투쟁의 서막이 올랐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무엇보다 이재명 경기도지사 논란이 민주당 내 ‘친문 대 비문’간의 갈등으로 번지고 있다. 이 지사는 경찰이 이른바 ‘혜경궁 김씨’ 트위터 계정주가 부인 김혜경씨라고 발표하자 “경찰은 진실보다 권력을 선택했다”, “국민이 맡긴 권력을 불공정하게 행사하는 것이야말로 청산해야 할 적폐행위”, “경찰은 정치를 했다” 등 강도 높은 발언을 쏟아냈다. 이 지사의 이런 발언은 경찰 수사 결과의 배후에 현 정부, 친문 진영이 존재하고, 자신이 정치적 탄압을 받고 있다는 것을 내포하고 있다. 이 지사는 자신이 처한 정치 공세를 피하기 위해 이런 논쟁적인 발언을 했을지 모르지만 설득력이 약하고 참으로 위험한 것이다. 이 발언을 확대 해석하면 현 정부가 적폐 세력이라고 주장하는 것과 같다.

이재명의 파격 행보, 위험한 승부?

박근혜 전 대통령이 탄핵 된 것은 권력의 사유화 때문이었다. 무소불위의 권력을 이용해 권력 기관을 장악하고 특정 정치인을 탄압하고 여론을 조작하는 적폐 때문에 탄핵당했다. 이 정부는 적폐를 청산하고 나라다운 나라를 만들겠다고 했는데 이 지사의 주장대로라면 현 정부도 권력을 사유화했다는 점에서 박근혜 정부와 다른 바가 없다. 친문 진영이 발끈하면서 이 지사를 출당시키라고 주장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한편, 이재명 지사는 지난달 24일 성남시장 시절 공무원을 동원해 친형을 강제 입원시킨 권력 남용 등의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으러 가기에 앞서 자신의 페이스 북에 느닷없이 이미 재판이 끝난 문재인 대통령의 아들 준용씨 특혜 채용 의혹을 언급했다. 문 대통령이 노무현 전 대통령 비서실장일 때 아들 준용씨가 고용정보원에 특혜 채용됐다는 의혹 사건을 건드린 것이다.

그는 “저나 제 아내는 물론 변호인도 문준용씨 특혜 채용 의혹은 허위라고 확신한다”며 “대선 경선 당시 트위터 글을 이유로 제 아내에게 가해지는 비정상적 공격에는 필연적으로 특혜 채용 의혹을 다시 수면 위로 끌어올려 민주당을 분열시키려는 의도가 담겨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헤경궁 김씨 트위터 글이 죄가 되지 않기 위해선 먼저 문재인 대통령의 아들인 문준용씨의 특혜채용 의혹이 허위임을 법정으로 확인한 뒤, 이를 바탕으로 허위 사실에 대한 명예훼손 여부를 가릴 수 밖에 없다”고 했다.

그런데 트위터 계정의 주인이 자신의 아내가 아니라고 항변하면서 문준용씨 특혜 채용 비리를 밝혀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 이 사건을 친문, 더 나아가 문재인 대통령과의 대결로 끌고 가려는 의도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민주당 홍영표 원내대표는 지난달 26일 “이 시점에서 그런 문제 제기를 했다면 정말 그 의도가 뭔지 정말 모르겠다”고 했다. 바른 미래당 하태경 의원은 “대통령 아들 문제를 언급한 것은 반문 야당선언이다. 대통령의 역린을 건드린 건데 야당처럼 대통령과 맞서겠다는 선언”이라고 단정했다.

여하튼 이 지사의 최근 발언 등 행보를 두고 일각에서는 “현재 권력과 미래 권력의 충돌” “문재인 정부와 대립각을 세우는 수순” 등 다양한 해석이 나오고 있다. 이 지사는 자신을 둘러싼 의혹을 친문 진영의 정치 공세를 몰아가면서 위기를 돌파하려는 전략을 세운 것 같다. 다시 말해, 자신이 친문으로부터 정치 보복을 당하고 있다는 것을 부각해 현 상황을 ‘친문 대 비문’ 프레임으로 만들려고 하는 것 같다.

또한 “자신이 여기서 맞서 싸우지 않으면 정치적으로 죽을 수 있다”는 생각이 깔려 있는 것 같다. 박지원 민평당 의원은 이 지사의 의도에 대해 “나를 민주당에서 제명시켜라. 나는 못 나가겠다는 것”이라고 해석한다.

그러나 이 지사의 이런 전략은 초조함과 절박함의 표출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현 시점에서 이 지사의 치명적인 실수는 상황에 대한 인식 부족이다. 이 지사는 집권당 출신이고, 현 정부가 출범한지 1년 반 밖에 지나지 않았으며, 당내에는 아직까지 친이재명 세력이 구축되어 있지 않다는 현실을 망각한 것이다.

일단 문재인 정부의 검찰과 경찰이 무슨 이유로 민주당 소속 이재명 지사를 정치적으로 탄압하고 있는지에 대한 객관적인 근거나 논리적인 설명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정권 말기면 몰라도 현 정부가 집권 초기에 친문 세력을 동원해 이 지사를 견제하려고 한다는 것은 지나친 확대 해석이다.

참여 정부 말기인 2006년 중반부터 2007년 초기에 열린우리당은 친노와 비노로 양분됐다. 애석하게도 친노에서는 유력한 대권 후보가 없었지만 비노에서는 대중적 인지도가 높은 정동영 전 대표가 포진하고 있었다. 차기 대권을 노리는 정 전 대표는 당을 장악하고 자신의 존재감을 높이기 위해 의도적으로 노 전 대통령과 대립각을 만들었다. 노 전 대통령의 조기 탈당을 요구하고 이를 관철시켰다. 열린 우리당내에서 친정동영계가 구축되어 있어서 이것이 가능했다. 더구나, 당시 정 전 대표는 ‘정통들’(정동영과 통하는 사람들)이라는 강력한 사조직까지 구축했다.

만약 이 지사가 과거 정동영 전 대표가 채택한 전략을 벤치마킹한 것이라면 하책이다. 당내 세력도 없고 현재 권력의 힘이 여전히 건재한 상황에서 이 지사에게 필요한 것은 평지풍파를 일으키는 도발적인 발언보다는 전략적 인내와 합리적 침묵이 필요하다. 이재명 지사 측은 ‘검찰이 기소하더라도 탈당하지 않을 것이다“고 공언했다. 이해찬 대표는 이 지사 논란과 관련해 “정무적 판단을 할 때가 아니다”고 했다. 하지만 정무적 판단에는 때가 있는 법이다. 지금이 결심할 때다. 이 지사가 아무리 억울하더라도 지금쯤이면 정치적 결단을 내려야 한다.

정치에는 ‘자의반 타의반’이 있게 마련이다. 이 지사는 검찰이 기소하면 선당후사(先黨後私)의 자세로 모든 법적 판결이 끝나 무죄가 되면 다시 당으로 돌아오겠다고 선언을 하면서 스스로 당적을 정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정치는 늘 길게 호흡하는 기다림의 정치가 필요하다.

  • 박원순 서울시장(왼쪽)과 김태호 서울교통공사 사장이 10월 18일 서울 중구 서울시청에서 열린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의 서울시 국정감사에서 의원 질의를 듣고 있다.(연합)
박원순 ‘자기 정치’ 논란…현 정부 레임덕 조짐

이재명 지사 못지않게 박원순 서울 시장의 행보도 예사롭지 않다. 여야는 파국으로 치닫던 예산 국회를 정상화하기 위해 공공기간 채용비리와 고용세습 의혹에 대한 국정조사에 합의했다. 이번 국정조사는 서울교통공사의 ‘고용 세습’ 및 강원랜드의 ‘친ㆍ인척 채용’ 의혹 등 2015년 1월 이후 공공 부문(공기업ㆍ공공기관) 전반에서 발생한 채용 비리 의혹을 대상으로 하기로 했다.

여하튼 문재인 정부 첫 국정조사가 박원순 시장이 연관된 서울교통공사 등 공공기관 고용 비리를 대상으로 진행될 예정이기 때문에 향후 국정조사는 ‘박원순 청문회’가 될 것이라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박 시장과 가까운 민주당 박홍근 의원은 페이스 북에 올린 글을 통해 “당리당략적 국정조사 실시는 참으로 유감이고 안타깝다”며 “야당은 국정조사를 통해 정부와 당내 유력 정치인들을 흠집 내는데 한껏 열을 올릴 것”이라고 주장했다.

박 시장은 여야 협상 타결 뒤 페이스 북에 올린 글에서 “당의 고충을 충분히 이해하며, 결정을 존중한다”면서도 “국정조사는 감사원의 감사와 권익위의 조사 결과를 놓고 판단해도 늦지 않을 일이었다”고 말했다. 박 시장은 “야당은 진실이 아니라 정치 공세의 소재가 필요했던 것일 뿐”이라고 야당을 겨냥했다.

한편, 박 시장은 고용세습 국정조사에는 강력히 반발하면서 고향이 있는 부산ㆍ경남 지역을 방문하는 등 자기정치를 위한 행보를 강화하고 있다. 이것 말고도 박 시장은 지난 17일 대통령과 여야가 합의한 탄력근로제 확대 방침에 반대하는 한국노총 행사에 참석했다. 친문 일부와 야권에서는 “박 시장이 자기 정치를 한다”는 비판론이 제기됐다.

통상 집권 말기에 대통령과 여당 대권 후보들이 충돌한다. 그런데 현 정부에서는 이례적으로 집권 초기에 현재권력과 미래권력이 충돌하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 권력의 정점에서 너무도 빠르게 분열되는 현상에 대해 박지원 민평당 의원은 진나달 26일 자신의 SNS를 통해 “문재인 대통령의 레임덕 현상이 시작된 듯하다”고 진단했다.

그는 “레임덕은 세월이다. 대통령 형식적 임기는 5년이지만 실질적 임기는 2년이다. 대통령은 측근이 원수이고 재벌은 핏줄이 원수다”라 면서 “지금 민주당 내에서 일어나는 일을 보면 이러한 현상은 시작되었다”며 우려를 표했다. 그는 “문 대통령이 진보세력의 분화를 막기 위해서는 이재명 지사에 대해 결단해야 된다”고 조언했다.

여당 권력 갈등 문 대통령ㆍ당 지지율 떨어뜨려

이재명 지사 논란과 박원순 시장의 자기 정치로 촉발된 여당내 권력 갈등은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율을 떨어뜨리는 요인으로까지 번지고 있다. 리얼미터 최근 조사(11월 19∼23일) 결과, 문대통령의 지지도가 8주 연속 하락하며 52.0%를 기록했다. 취임 후 최저치를 경신했다. 이번 여론조사 결과는 단순한 지지도 하락보다는 크게 세 가지 관점에서 주목해야 한다.

첫째, 대통령이 국정운영을 ‘잘 못한다’는 부정 평가가 42.5%를 기록해 긍정과 부정간의 차이가 10%내로 좁혀졌다는 것이다. 지난 대통령 선거에서 문재인 후보는 41.1%, 심상정 후보는 6.2% 등 범진보 진영 후보가 47.3%를 득표했다. 현 상황은 대선에서 문재인 후보를 지지하지 않았지만 현 정부 출범 이후 문 대통령을 지지했던 세력들이 다시 과거 지지층으로 회귀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둘째, 중도층이 크게 흔들리고 있다. 냉정하게 분석하면 이념적으로 운동장은 기울어져 있지 않다. ‘진보 30%-중도 40%-보수 30%’의 이념 지형이 유지되고 있다. 그동안 문 대통령 지지도가 이례적으로 높았던 것은 중도가 전폭적으로 지지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 정부의 경제 정책 실패, 집권당내 권력 투쟁, 청와대 기강 해이, 민주노총의 도를 넘는 폭력 사태로 법치가 흔들리면서 중도층이 빠르게 현 정부에 대한 기대를 접고 이탈하면서 대통령 지지율이 추락하고 있다고 봐야 한다. 차후 대통령 핵심 지지층 마저 흔들리면 대통령 지지율은 걷잡을 수 없이 추락할 수밖에 없다. 리얼미터 조사 결과, 두달 전(9월 3주)만 해도 60∼70%를 웃돌던 20대(65.3%)와 30대(72.1%) 대통령 지지율이 지속적으로 내려가고 있다는 것이 이를 입증해주고 있다.

셋째, 남북 정상회담의 대통령 지지율 상승 효과 기간이 짧아지고 있다. 리얼미터 조사 결과, 3차 남북정상회담(9월18일∼20일) 직후인 9월 3주째 대통령 지지도는 61.9%로 9월 2주차 대비 8.8%p 급상승했다. 그 이후 65.3%(9월 4주) → 62.7%(10월 1주) →61.9%(10월 2주)로 하락했다. 이 조사 결과로 남북 정상회담의 지지도 상승 효과는 약 3주밖에 지속되지 않았다는 것이 밝혔졌다. 지난 4월 1차 남북 정상회담 직후 지지율 상승 효과가 2달 정도 지속된 것과는 큰 차이가 있다. 향후 남북정상회담 카드는 기대한 만큼의 약발이 먹히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을 함축하는 것이다.

한편, 더불어 민주당 지지도는 39.2%로 8주 연속 하락하면서 작년 2월 1주차(38.2%) 이후 약 1년 9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이런 상황에서 권력의 핵심인 청와대 기강이 흔들리면서 여권 전반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최근 문대통령 지시 사항이 대통령을 지근거리에서 보좌하는 의전 비서관에 의해 무시되는 일이 벌어졌다. 문 대통령은 지난달 10일 수석ㆍ보좌관회의에서 직접 “음주운전의 경우 초범일지라도 엄중 처벌하라”고 관계부처에 지시한 바 있다. 그런데 김종천 의전 비서관이 최근 음주운전으로 적발돼 면직처리됐다.

임종석 실장은 전 직원에게 보낸 이메일을 통해 “관성이 이끄는 데로 가면 긴장감은 풀어지고 상상력은 좁아질 것”이라며 “익숙함, 관성과 단호하게 결별하라”고 당부했다. 그는 이어 “우리는 지금 중대한 기로에 서 있다”며 “이 순간 사소한 잘못이 역사의 과오로 남을 수도 있다. 더 엄격한 자세로 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단언컨대, 청와대 기강이 흔들리면 대통령 레임덕도 빨라 질 수 있다. 이럴 경우, 비문 세력의 대통령에 대한 공격은 더욱 거칠어지고 집요해질 수 있다.

■김형준 명지대 교수 프로필 아이오와대정치학 박사, 한국선거학회 전 회장,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정치개혁위원회 위원, 국회 개헌특위 전 자문위원, 한국정치학회 전 부회장, 명지대 인문교양학부 교수(정치학)

  • 박원순 서울시장(왼쪽)과 김태호 서울교통공사 사장이 10월 18일 서울 중구 서울시청에서 열린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의 서울시 국정감사에서 의원 질의를 듣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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