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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준 명지대 교수 칼럼] 바람직한 ‘연동형 비례대표제’ 방향은

선거제도는 ‘대의 민주정치’의 핵심…미래지향적이고 국민 공감대 얻어야
  • 바른미래당, 민주평화당, 정의당 대표 및 의원들이 7일 오전 국회 로텐더홀 계단에서 "정치개혁 거부하는 기득권 야합 규탄한다! " 야3당 연동형비례대표제 촉구대회를 열고 발언하고 있다.(연합)
선거제도 개혁을 둘러싼 정치권 갈등이 새로운 국면에 돌입했다. 바른미래당, 민주평화당, 정의당 등 야3당은 예산안과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연계하며 투쟁했지만 거대 양당인 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은 이에 이랑곳하지 않고 지난 8일 2019년 예산안을 처리했다. 이에 반발해 바른미래당 손학규 대표와 정의당 이정미 대표는 ‘100% 연동형 비례대표제’ 관철을 요구하면서 국회에서 단식을 벌였다.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둘러싸고 야3당이 전면 투쟁을 벌인 배경엔 더불어 민주당이 입장을 바꾼 것이 사태를 꼬이게 만들었다.

연동형 비례대표제와 각 당의 이해득실

2015년 8월 민주당의 전신인 새정치민주연합은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당론으로 채택했다. 당시 당 대표였던 문재인 대통령은 “독일식 연동형 비례대표제 방식의 권역별 비례대표제‘를 언급했다.

그런데, 민주당 이해찬 대표는 “100% 연동형으로 몰아주는 것은 아니다”라며 “민주당의 당론은 권역별 비례대표제”라고 했다. 7일에는 “기본적으로 비례성, 대표성을 강화하면서 전문성이 반영되는 선거제도를 가능한 한 빠른 시일 내에 여야가 합의해서 통과시킬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 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홍영표 민주당 원내대표는 “100%라고 할지 50%를 할 것이냐는 여러 방안이 있어 논의해봐야 한다”고 했다.

여당이 비례성, 대표성 강화와 함께 ‘전문성’을 강조한 것은 지역구 선거에서 강세를 보이는 민주당이 비례대표 몫에서 손해를 보는 순수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수용하기 어렵다는 기존 입장을 되풀이한 것이다.

그런데 민주당이 입장을 바꾸어 최고위원회의에서 “민주당은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의 기본 방향에 동의하며, 내년 1월까지 선거제도 개혁안에 (여야가) 합의하고 이를 2월 임시국회에서 최종 의결할 수 있도록 추진하겠다”고 했다.

이를 토대로 홍영표 민주당 원내 대표는 13일 손학규 바른 미래당 대표와 이정미 정의당 대표를 찾아 정치개혁특별위원회에서 선거제 개편 논의를 제안하며 단식 중단을 요청했다.

하지만 손학규 대표는 13일 원내정책회의에 참석해 “민주당이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당론으로 채택한 것은 진일보한 것으로 평가하며, 좀 더 적극적으로 나서달라”고 당부한 뒤 “대통령도 당면한 정치 현안인 연동형 비례대표제에 대해 좀 더 적극적인 자세를 보여 달라”고 촉구했다.

손 대표는 “선거제 개편을 정치개혁특위에 넘기는 것은 책임 없는 이야기”라며 “원내 교섭단체 3당이 연동형 비례대표제로 확실하게 합의해서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돌릴 수 없는 길이 되도록 확인하고, 구체적인 세부 사항을 정개특위에 넘겨야 한다”고 말했다.

단식중인 두 야당 대표는 거대 양당(민주ㆍ자유한국당)의 합의안을 요구하며 “12월 안에 결론을 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한국당은 “당내 의견을 수렴하고 정치개혁특위 활동 시한을 연장하면서 천천히 논의하며 풀어가야 할 문제”로 인식하면서 서두를 뜻이 없음을 내비쳤다.

나경원 신임 원내대표는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의원 정수 확대 없이 이뤄지기 어렵다”며 “국민 정서가 과연 공감해줄지 하는 부분이 있어서 전체적으로 (도입에) 부정적”이라고 했다. 더 나아가 “제왕적 대통령제를 그대로 둔 상황에서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도입하는 것은 야당을 무력화시키는 결과를 낳는다. 연동형 비례대표제만 논의할 수는 없다”고 했다.

그러자 민주당은 한국당을 빼고 여야 4당만이라도 먼저 선거제 개혁안에 합의하자고 제안했다. 그런데 두 대표가 단식 열흘째를 맞이한 15일 여야 5당은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위한 구체적인 방안을 적극 검토하고, 선거제 개혁 법안을 내년 1월 처리하기로 합의했다. 동시에 선거 제도 개혁 법안 개정과 동시에 권력구조 개편을 위한 원 포인트 개헌 논의에도 착수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두 대표는 단식을 끝냈고, 야3당의 국회 농성도 막을 내렸다.

손학규 대표는 농성 해단식에서 “단식을 시작한 것은 개인이나 바른미래당의 이익을 위한 것이 아니었다”며 “더불어 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의 예산안 야합에서 드러난 구태정치와 승자독식의 악순환을 이제는 끝장내야 한다는 절박한 마음 하나 때문이었다”고 말했다.

손 대표는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은 촛불혁명으로 이뤄진 정권 교체를 제대로 된 민주주의로 정착시키기 위한 첫걸음”이라며 “국회가 국정의 중심이 되고 내각이 역할을 발휘하는 7공화국을 만들기 위한 제도의 기초”라고 강조했다.

그렇다면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무엇이고 향후 어떻게 진행될 것인가?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전체 의석을 정당 득표만큼 의석을 배분하는 제도이다.

독일식 연동형 비례대표제가 대표적이다. 각 정당의 의석수가 비례대표 선거(정당투표)의 득표 결과에 따라 먼저 정해지고 정당은 정해진 의석수로부터 지역구 선거에서 얻은 의석수를 빼고 남은 의석수만큼 비례대표 의석을 할당받는다. 따라서, 연동별 비례대표제를 도입 할 경우, 지역구에서 몇 석이 당선되었는지 보다 정당 득표율을 얼마만큼 획득했는지가 더 중요하다.

아래 <표>는 지난 2016년 총선에서 각 정당이 얻은 득표율과 의석수를 분석한 것이다. 당시 정당투표에서 더불어 민주당 25.5%, 새누리당(자유한국당의 전신) 33.5%, 국민의 당 26.7%, 정의당 7.2%를 득표했다. 그런데, 공직선거법에 따르면 정당 투표 지지율이 3% 이상 또는 지역구 5석 이상 정당들만을 대상으로 비례대표 의석을 배분하도록 되어있다.

따라서 정당투표 3% 이상을 득표한 4개 정당만을 대상으로 득표율을 재조정한 다음 47석의 비례대표 의석을 배분한 결과, 새누리당 17석, 민주당 13석, 국민의당 13석, 정의당이 4석 차지했다. 그런데 253석이 배당된 지역구 선거에서 민주당 110석, 새누리당 105석, 국민의당 25석, 정의당 2석을 얻었다. 실제 총 의석수는 민주당 123석, 새누리당 122석, 국민의당 38석, 정의당 6석, 무소속 11석이었다.

그런데 연동형 비례대표제가 채택되면 정당 득표율로 우선 의석을 배분하기 때문에 원칙적으로 민주당과 새누리당은 각각 79석과 104석을, 국민의당과 정의당은 83석과 23석을 얻게 된다. 거대 정당인 민주당과 새누리당은 실제 얻은 의석보다 각각 44석과 18석을 잃게 되고, 소수 정당인 국민의당과 정의당은 각각 45석과 17석을 더 얻게 된다. 한마디로 연동형 비례대표제가 채택되면 비례성이 대폭 강화되어 거대 정당에게 불리하고, 소수 정당에겐 유리하다.

리얼미터의 최근 정당 지지도 조사결과(12월 10∼12일), 민주당 37.7%, 한국당 22.8%, 정의당 7.4%, 바른미래당 6.9%, 민주평화당 2.7%였다. 현재 300석을 정당 지지율대로 배분하면, 민주당 113석, 한국당 68석, 정의당 44석, 바른미래당 41석, 민주평화당 8석이 나온다. 민주당(129석)은 현재보다 16석, 자유한국당(112석)은 44석을 잃게 된다. 반면, 정의당(5석)은 39석, 바른미래당(30석)은 11석을 더 얻게 된다. 소수 야당이 연동형 비례대표제에 목숨을 거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러나 이는 단순 계산 수치다.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채택하면 몇 가지 문제가 발생한다. 무엇보다 비례대표 의석이 적으면 초과의석이 발생 할 수 있다. 가령 의원 정수는 300석으로 되어있지만 초과의석 때문에 총 의석수가 엄청나게 늘어날 수 있다.

그 이유는 특정 정당의 지역구 당선자수가 정당득표에 따른 의석보다 많은 경우 이를 허용하기 때문이다. 가령, 2016년 총선에서 민주당이 서울 지역구 선거에서 35석을 얻었지만 서울지역 민주당 정당 득표율(21.1%)에 따르면 17석만 배분받도록 되어 있다. 그러나, 지역구 당선자를 모두 인정하기 때문에 18석의 초과의석이 발생한다. 연동형 비례대표제의 전형인 독일에서 2017년 9월에 실시된 연방 의회 하원 선거(598석)에선 무려 111석의 초과의석이 발생했다.

이런 문제점에도 불구하고 야3당은 연동형 비례대표제가 사표를 줄이고 비례성을 강화하며 지역주의를 청산하고 극단적 양당 대립정치에서 벗어나 다당제와 협치의 제도화를 이룩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바람직한 연동형 비례대표제 개혁은

정개특위는 지난 12월 3일 세 가지 ‘국회의원 선거제도 개혁 방안’을 공개했다. 첫번째 안은 ‘소선거구제+권역별 비례제(연동형)+정수 유지’로 요약된다. 이 안은 의원 정수를 300명으로 고정하면서 지역구(200석)와 비례대표(100석) 의석 비율을 2 대 1로 했다. 지역구는 지금처럼 한 선거구에서 최다 득표자 1명만 뽑는 ‘소선거구제’다. 여기에 권역별 연동형 비례대표제 방식으로 의석을 배분한다. 예를 들어 서울권의 의석수가 40석이라고 했을 때, A정당이 총선에서 40%의 정당지지율을 얻었다면 우선 A정당에 16석(40×0.4)을 배정한 뒤 서울권 지역구 당선자가 16석에 모자라면 부족한 의석을 그 정당의 서울권 비례대표 후보 중에서 채워주는 방식이다.

2015년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제시한 안과 비슷하다. 국회 입법조사처는 지난 2월 보고서에서 “연동형 비례제는 현재의 낮은 비례의석 비율과 총의석 확대의 어려움으로 인해 도입의 실효성이 논란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더 큰 문제는 현행 253석의 지역구를 200석으로 줄이는데 과연 현역 의원들이 동의할지가 의문이다. 현실적으로 거의 불가능하다.

두번째 안은 ‘도농복합선거구제+권역별 비례제(연동형 또는 병립형)+정수 유지’ 방안이다. 이 안의 핵심은 인구 100만명 이상인 도시는 중선거구제(한 선거구에서 2~5명 선출), 농촌은 현행대로 소선거구제를 시행하는 ‘도농복합선거구제’로 지역구 선거구제를 바꾸는 것이다.

의석 배분 방식을 ‘연동형 또는 병립형’으로 제시한 것은, 중선거구제 도입으로 비례성이 다소 개선되는 효과가 있기 때문에 현행대로 ‘병립형’으로 하거나, 좀 더 비례성을 높이기 위해 ‘연동형’으로 할 수도 있는 등 두 방안을 열어놓고 논의한다는 의미다. 의원 정수는 300명으로 유지하면서 지역구(225석)와 비례대표(75석) 의석 비율을 3 대 1로 했다. 이 방안은 위헌 소지가 있다. 국회 입법조사처는 “도농복합선거구제와 연동형 비례대표제 결합 안은 총의석을 유지하면서 지역구 의석을 줄여 비례의석을 대폭 늘릴 수 있어 연동형 비례제 도입의 최대 난관을 극복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 방안은 위헌 소지가 있다. 세 번째 안은 ‘소선거구제+권역별 비례제(연동형)+정수 확대’ 안이다. 첫 번 째 안과 같지만 의원 정수를 330명(지역구 220석, 비례대표 110석)으로 늘리는 것이다. 의원들에게 제공하는 세비와 각종 특권을 줄이고 그 대신에 의원 수를 늘리면 국민의 대표성을 높이고 민의를 수렴하는 데 훨씬 효과적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의원 정수 확대에서 가장 중요한 건 국민적 공감대를 얻는 일이다. 국민일보가 실시한 여론조사(12월 4- 5일)에 따르면, 선거제 개혁 과정에서 세비 등 국회의원 특권을 줄이는 대신 현재 300명인 의원 수를 더 늘리는 방안에 대해 찬반을 물은 결과 64.9%가 반대하고 30.7%가 찬성했다. 의원 수 확대에 대한 국민들의 부정적 시각이 확연히 드러난 것이다. 국민 10명 중 8명이 국회를 믿지 않는다고 할 만큼 정치 불신이 심각하다.

이런 상황에서 의원 특권 폐지와 국회 생산성 향상같이 진짜 필요한 혁신은 제쳐 둔 채 의원 숫자부터 늘리자고 주장하는 건 국민들이 받아들이기 어렵다. 향후 국회에서 진행될 선거제도 개혁 논의는 생산적이고 미래지향적이며 국민의 공감대를 얻을 수 있어야 한다.

필자는 이런 원칙을 토대로 각 정당과 국민들의 요구를 반영한 선거제도 개혁 방안을 제시한다. 의원정수를 300명으로 유지(국민 요구)하고, 전국을 6개 권역(서울/강원, 인천/경기, 충청, 호남/제주, 대구/경북, 부산/울산/경남)으로 나누며(민주당 요구) 연동형으로 의석을 배분하고(야3당 요구), 지역구 선거에서 2인 중선거구제를 채택(한국당 요구 일부 반영)한다. 더불어 ‘전국 단위 또는 권역별 명부제’를 채택하면 될 것 같다. 지역구와 비례구의 비율은 2대1(200명 대 100명) 또는 3대 1(225명 대 75명)로 정하는 방안이 고려될 수 있다.

공직 선거법 제24조의2(국회의원지역구 확정) ①항에 “국회는 국회의원지역구를 선거일 전 1년까지 확정하여야 한다”고 규정되어 있다. 제24조(국회의원선거구획정위원회) ①항엔 “국회의원지역구의 공정한 획정을 위하여 임기만료에 따른 국회의원선거의 선거일 전 18개월부터 해당 국회의원선거에 적용되는 국회의원지역구의 명칭과 그 구역이 확정되어 효력을 발생하는 날까지 국회의원선거구획정위원회를 설치ㆍ운영한다”고 규정되어 있다.

제21대 총선이 2020년 4월 13일인 점을 감안하면 내년 4월까지는 국회 선거구 획정이 마무리되어야 한다. 이런 법 규정을 지키기 위해서 국회는 아무리 늦어도 내년 2월까지 선거제도 개편을 완수해야 한다. 만약 정치권이 연동형비례대표제를 둘러싸고 1월까지 합의안을 도출하지 못하면 국회는 손을 떼야 한다.

선거제도 개혁과 같이 정치적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되는 사안에 대해서는 중앙선관위에 ‘선거제도 개혁위원회’를 설치하는 것이 더 효율적인 방안이 될 수 있다.

과거 선거구 획정위원회가 국회에 있었지만 2015년 6월에 공직선거법 개정을 통해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독립된 지위를 가진 기구로 설치됐다. 공직선거법 제24조 ③항엔 국회의원선거구획정위원회는 중앙선관위원장이 위촉하는 9명의 위원으로 구성하되, 위원장은 위원 중에서 호선한다. ④항엔 중앙선거관리위원회위원장이 지명하는 1명과 학계ㆍ법조계ㆍ언론계ㆍ시민단체ㆍ정당 등으로부터 추천받은 사람 중 8명을 의결로 선정하도록 규정되어 있다. ⑪항엔 국회의원선거구획정위원회는 제25조제1항에 규정된 기준에 따라 작성되고 재적위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으로 의결한 선거구획정안과 그 이유 및 그 밖에 필요한 사항을 기재한 보고서를 임기만료에 따른 국회의원선거의 선거일 전 13개월까지 국회의장에게 제출하여야 한다고 되어 있다.

중앙선관위의 ‘선거제도 개혁위원회’는 스웨덴 모델을 벤치마킹할 필요가 있다. 국회 의석을 가진 정당은 의석 규모와 상관없이 1명만 위원회에 참석할 수 있고 과반수 이상은 중립적인 외부 전문가로 구성한다. 위원회 결정은 과반수 이상의 의결로 하고, 의결된 사항에 대해서는 국회가 의무적으로 추인하도록 규정하면 된다. 한국의 의회 민주주의를 발전시키고 협치를 강화시킬 수 있는 ‘한국형 선거제도 모델’을 어떻게 도출할 것인가가 향후 정치권의 가장 큰 과제다.

  • 자유한국당 나경원 신임 원내대표가 12일 오후 국회 본청 로텐더홀에서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촉구하며 무기한 단식농성 중인 바른미래당 손학규 대표를 찾아와 얘기를 나누고 있다.(연합)
선거제도는 '대의 정치'의 본질, 정치 발전 방향돼야

분명 어떤 선거제도가 채택되느냐에 따라 한국 정치 지형에 큰 변화를 가져오고, 예상치 못한 정계개편으로 이어질 수 도 있다. 하책이다. 지금까지 한국 정치에서 다른 법안은 몰라도 선거법은 여야 합의를 통해서만 통과되었다. 따라서 특정 정당이 반대하면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물 건너 갈 수밖에 없다. 국민들은 정치권이 왜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채택해야 하는지에 대한 이해가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야3당(바른미래당ㆍ민주평화당ㆍ정의당)은 자신들의 밥그릇을 위해 연동형 비례제를 요구하고 있다는 오해를 받을 수 있다. 이를 불식시키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선거제도는 정치게임의 주요 기본규칙으로 민주정치의 핵심인 ‘대의 과정’의 본질을 규정해 준다.

대의 민주정치의 본질이란 선거에서 선출된 대표자들이 국민을 대신해서 국가의 주요 정책을 결정하는 것이다. 따라서, 대표자를 선출하는 데 있어 절대적인 영향을 미치는 선거제도는 대의 민주정치의 핵심요소로 대두된다. 한마디로, 선거제도가 어떻게 짜여 있느냐에 따라 대의 민주정치가 활성화될 수도 있고, 반대로 퇴보할 수도 있다.

선거제도는 전반적으로 비례성과 대표성의 수준을 높이는 방향으로 개혁되어야 한다. 여야가 내년 1월 임시국회에서 선거제도 개혁 관련 법안을 처리하기로 했지만, 앞으로 한 달 안에 최종 결론이 나올지는 현재로선 미지수다.

이번 선거제 개혁의 핵심인 연동형 비례대표제와 관련해 “도입을 위한 구체적 방안을 적극 검토 한다”는 모호한 합의를 한 데다, 의원 정수를 포함한 쟁점 사안에 대해선 각 당의 의견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선거제도 개혁을 둘러싼 소모적인 정치 갈등을 근본적으로 해소하기 위해선 문재인 대통령이 적극 나서야 한다.

문 대통령은 15일 임종석 실장을 통해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골자로 한 선거제 개혁 요구에 대해 국회가 합의안을 도출하면 이를 지지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이런 ‘선국회합의 후지지’라는 소극적인 자세에서 벗어나 보다 적극적으로 이 문제를 풀기 위한 놀라운 설득의 리더십을 보여야 한다.

여야 원내대표들과 조속히 만나 선거제도 개혁에 대한 담판을 져야 한다. 그 과정에서 권력 구조 개편을 포함한 여야 모두 되돌릴 수 없는 선거제도 개혁안을 도출해야 한다. 이렇게 해야만 향후 정치권이 정파적 이익에 매몰되어 미래지향적인 선거제도 개혁 방안을 도출하지 못하는 최악의 상황을 막을 수 있다. 문 대통령은 “국회의원 선거구제 바꾸는 것이 권력을 한번 잡는 것 보다 큰 정치 발전을 가져 온다”고 한 노무현 전 대통령의 말을 깊이 인식해야 할 것이다.

■김형준 명지대 교수 프로필 아이오와대정치학 박사, 한국선거학회 전 회장,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정치개혁위원회 위원, 국회 개헌특위 전 자문위원, 한국정치학회 전 부회장, 명지대 인문교양학부 교수(정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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