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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기아 문제’ 해결…한반도 변화 새 전기

‘北 굶주림’ 국내 민간단체, 유엔과 해결나서
‘해외동포지원사업단’ ,‘해외 영농’ 등 여러 방안 실행
  • 6일 경기도 파주 오두산 통일전망대에서 바라본 북한 황해북도 개풍군 관산반도 일대 마을의 겨울 풍경(연합)
문재인 정부 들어 남북관계ㆍ북미관계가 순항을 하면서 한반도에 불던 훈풍이 어느 순간 삭풍으로 바뀌었다. 북한의 ‘비핵화’ 문제가 꼬이면서 한반도를 둘러싼 남북과 주변국 문제들이 뒤틀린 탓이다. 이에 따라 가장 피해를 입는 이들은 굶주림과 추위에 고통받는 북한 주민들이다. 전문가들은 1990년대 중반 수백명의 아사자가 발생한 ‘고난의 행군’이 재연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이에 국내 민간단체가 유엔과 함께 북한 주민의 굶주림을 해결하기로 나서 주목받고 있다. ‘해외동포지원사업단’(이사장 방백산)은 유엔과 함께 ‘해외 영농’ 등 다양한 방안을 통해 북한 기아 문제를 해결하려 한다. 최근 미국의 대북 제재 완화 움직임도 이 단체가 ‘북한 굶주림’을 해결하는 행보와 관련된 것으로 전해진다. 해외동포지원사업단의 활동 내용과 유엔을 통한 북한 문제 해결의 전망을 짚어봤다

한반도 훈풍, 남북ㆍ북미 관계 대변화

보수정권 10년 동안 막혀있던 남북관계는 문재인 정부가 출범하면서 훈풍이 불기 시작했다. 그러한 데는 문재인 대통령이 대북정책을 적극 추진한 것이 큰 동력이 됐지만 북한의 내부 변화가 결정적으로 작용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2016년 5월 노동당 7차 대회에서 핵.경제 병진노선을 관철할 것을 선언한 후 핵ㆍ미사일 개발에 박차를 가했다.

북한은 2016년 9월 9일 5차 핵실험을 강행했고, 1년가량 뒤인 지난해 9월 3일 6차 핵실험을 했다. 그런데 6차 핵실험은 사실상 수소폭탄 실험으로 전 세계에 충격을 줬다.

유엔 안보리는 곧바로 대북제재 결의 2375호를 채택했고, 북한의 오랜 우방이자 지원군인 중국ㆍ러시아까지 동참했다. 전 세계가 대북 제재에 동참하고 북한 외교관을 추방하는 등 ‘돈줄’까지 조이는 조치를 취하자 북한 경제는 심각한 상황에 이르렀다.

북한 사정에 정통한 베이징의 대북 소식통은 “장성택 시대에 활성화된 장마당 등 시장경제 덕분으로 박근혜 정권 4년, 문재인 정부 1년을 버텼는데 수소폭탄 실험 이후 전 세계 대북 제재가 지속되면서 주민 생활이 위험 수준에 다다랐다”고 말했다.

주민의 생활고가 심해지면서 김정은 정권에 대한 불만도 폭증하자 노동당은 그해 12월 ‘제5차 세포위원장 대회’를 개최했다. 보통 신년초에 열던 세포위원장 대회를 앞당긴 것은 그만큼 북한 민심이 심상치 않았기 때문으로 김정은 위원장은 대회 처음부터 끝까지 참석해 세포위원장 들을 통해 민심을 확인했다.

  • 4월 27일 판문점에서 열린 남북정상회담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환하게 웃으며 악수를 하고 있다.(연합)
그리고 김 위원장은 신년사에서 평창 동계올림픽 참가와 남한 정당을 비롯해 각계각층 단체들과 개별적 인사들이 북한과 접촉, 내왕하는 길을 열어놓겠다는 파격적인 발표를 했다.이후 북한의 평창동계올림픽 참가, 남북예술단 공연, 4.27 남북정상회담 등 남북관계는 획기적인 변화를 가져왔다.

한반도의 훈풍은 남북관계에 국한되지 않고 북미관계에도 영향을 줘 6월 12일 싱가포르에서 첫 북미청상회담이 이뤄졌다.

북핵 해결 실패 모든 것 앗아가

문재인 정부 출범 후 남북관계는 순항을 예고하고, 북미관계 또한 ‘대결에서 대화’로 전환하는 양상을 보였다.

그러나 ‘북핵’ 문제가 꼬이면서 남북.북미관계 모든 것이 뒤틀어졌다. 바로 북한의 ‘비핵화’ 에 대한 몰이해가 가져온 재앙이었다. 그 단초는 지난 3월 5일 문재인 대통령의 대북특별사절단대표단으로 방북한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의 면담에서 나온 ‘비핵화’ 였다.

정이용 실장은 서훈 국정원장 등 특사단을 이끌고 방북한 뒤 3월 6일 귀환해 이날 춘추관에서 브리핑을 갖고 “4월 말 판문점 평화의 집에서 제3차 남북정상회담을 개최하기로 했고, 북한이 비핵화 의지를 밝혔다”고 했다.

정 실장은 “북한이 한반도 비핵화 의지를 분명히 했다”며 “비핵화 문제 협의 및 북미 관계 정상화를 위해 미국과 허심탄회한 대화를 할 수 있다는 용의를 표명했다”고 밝혔다.정 실장은 “특히 주목할 만한 것은 (김 위원장이) 비핵화 목표는 선대의 유훈이며, 선대의 유훈에 변함이 없음을 분명히 밝힌 점”이라고 말했다.

정 실장은 3월 8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백악관 오벌오피스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만나 방북 성과에 대해 설명하면서 김정은 위원장의 북미정상회담 제안 의사와 북한의 비핵화 의지를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 실장은 트럼프 대통령 면담 후 백악관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항구적인 비핵화 달성을 위해 김 위원장과 올 5월까지 만날 것이라고 했다”고 5월 북미정상회담을 공식 발표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정 실장을 통해 북한의 비핵화 의지를 확인하고 5월 북미정상회담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북한 사정에 정통한 인사들은 정 실장이 전한 북한의 비핵화 입장에 의문을 나타냈다. 베이징의 대북 소식통은 “북한이 비핵화 의지를 나타냈다는 말은 믿기 어렵다”면서 “북한이 핵을 포기하는 일은 절대 없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소식통은 김 위원장이 밝힌 ‘비핵화 목표는 선대의 유훈’이란 뜻도 특사단이 잘못 이해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에 따르면 북한은 김일성 때부터 김정일ㆍ김정은 시대에 이르기까지 ‘비핵화 목표’를 강조했지만 이는 ‘북한이 비핵화할 경우 미국도 핵을 폐기하라’는 뜻으로 사실상 핵을 포기하지 않겠다는 의미라는 것이다. 또한 ‘핵보유국 지위’는 북한이 결코 포기하지 않는 국가 방침이라고 소식통은 전했다.

그는 “정 실장의 발언은 북한의 핵에 대한 입장을 잘못 이해했거나 어떤 목적을 갖고 확대해석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 정부는 정 실장의 방미 후 북한의 입장을 의심하며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을 평양에 보내 북한의 진의를 확인했다. 결론은 북한은 ‘비핵화’를 밝힌 적도 없고 그런 의지나 가능성이 없다는 것이었다.

  • 6월 12일 싱가포르에서 열린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첫 북미정상회담에서 두 정상이 대화를 하고 있다.(연합)
북미정상회담을 밝힌 트럼프 대통령은 비핵화 의제를 해결하기 위해 회담 직전까지 북한과 교섭했으나 수포로 돌아갔다. 세기의 회담이라는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의 만남은 ‘맹탕 회담’으로 막을 내렸다.

이후 국내외 비판에 직면한 트럼프 대통령은 ‘비핵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모든 수단을 동원했으나 북한의 ‘보유핵 유지’ 입장은 요지부동이었다.

난감한 상황에 처한 트럼프 정부는 직간접으로 문재인 정부에 불만을 나타냈고, 남북관계 진전에 제동을 걸곤했다.

이에 따라 북한이 문재인 정부를 통해 얻으려했던 경제 지원은 요원하게 됐고, 중국에 손을 내미는 처지가 됐다. 자연스레 남북관계도 급격히 얼어붙었다.

북한의 ‘비핵화’를 잘못 해석한 결과 한반도에 불던 훈풍은 삭풍으로 변했고, 그에 따른 추위와 굶주림은 오롯이 북한 주민이 떠안게 됐다.

특히 미국을 비롯해 세계 각국이 “비핵화 없이는 대북 제재 해제는 없다”는 강경 입장을 고수해 북한 주민의 굶주림은 최악의 상황에 몰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 유엔 총회 장면.(연합)
국내 민간단체, 유엔과 ‘北 굶주림’ 해결 나서

북핵 문제로 남북관계와 북미관계가 경직되면서 북한 주민이 가장 고통받는 것으로 전해진다.

베이징의 대북 소식통은 “올 상반기 중국의 식량 지원으로 위기를 잠시 넘길 수 있지만 근본적인 배고품은 해결하지 못한다”며 “인민의 고통이 걱정된다”고 말했다.

유엔과 미국의 대북 제재가 워낙 강경해 우리 정부는 물론, 우방인 중국과 러시아조차 선뜻 북한 지원에 나서지 못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국내 한 민간단체가 유엔과 함께 북한 주민의 굶주림을 해결하기로 해 주목을 받고 있다. 30년 가까이 북한과 교역을 해온 장백산 이사장이 이끄는 해외동포지원사업단이다.

장백산 이사장은 “남북, 또는 북미 간 정치 관계는 정권 차원에서 할 일이고 가장 관심사이자 중요한 것은 북한 주민이 굶주림으로 고통을 받아서는 안되는 것”이라며 “이 문제 해결을 위해 유엔과 함께 적극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장 이사장은 “지금 북한 주민을 도와주지 많으면 1990년대 ‘고난의 행군기’ 때와 같은 아사자가 속출할 수 있다”며 “향후 남북뿐만아니라 전세계적으로 큰 문제가 될 수 잇다”고 말했다. 정치 문제로 북한 주민이 희생되서는 안된다는 게 장 이사장의 주장이다.

장 이사장은 북한 주민의 굶주림을 해결하는 가장 실효적인 방안으로 ‘해외 영농’을 주장한다. 특히 쌀농사를 3모작 이상 할 수 있는 동남아를 활용하는 것이다. 이에 따르면 북한 인력을 인도네시아, 미얀마, 태국, 베트남 등 동남아에 파견해 농사를 짓게하고 임금 대신 생산한 쌀을 북한에 보내는 방식이다. 장 이사장은 “벼농사 조건이 좋은 동남아 국가의 유휴지를 활용하는 것으로 쌀뿐만아니라 곤충을 단백질 공급원으로 활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럴 경우 한국 정부는 농기계 등을 지원해 남북이 북한 기아 문제를 공동으로 해결하고 남북관계의 새 전기를 만들 수 있다는 게 장 이사장의 복안이다.

장 이사장은 ‘해외 영농’과 관련해 북한의 토지와 동남아 국가의 토지를 맞교환하는 방식도 추진 중이다. 일종의 대토(對土) 방식으로 각국이 ‘윈(win)-윈(win)’하는 방안이다.

북한 기아 문제 해결과 관련해 장 이사장은 “해외동포지원사업단은 월남, 월북, 해외동포들이 북한의 친인척에게 물품을 보내고, 북한 특산물을 남한이나 해외동포에 보내는 ‘물물교환’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장 이사장은 “정기적인 ‘택배’를 통해 북한 굶주림을 해결할 수 있다”고 말했다.

장 이사장은 “중국이 오늘날 세계 강국으로 발전한데는 등소평의 개방정책이 주효했다”며 “당시 등소평은 화교 자산을 끌어들이기 위해 투자에 대한 담보를 활용했다”며 “해외동포지원사업단은 유엔과 함께 북한 투자를 담보하는 방안도 강구하고 있다”고 말했다.장 이사장은 “그렇게 되려면 북한이 사회민주주의 체제로 바뀌어야 하는데 법 완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장 시장은 “‘북한 굶주림’을 궁극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선 남북한이 중립국이 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를 위한 전제로 장 이사장은 북한핵을 DMZ(비무장지대)에 보관하고 유엔군, 미군 등이 관리하는 형태가 현실적이고 바람직하다고 주장한다.국제관계 전문가들 사이에선 북한이 핵(보유핵)을 포기하지 않는 상황에서 장 이사장이 제시한 방안이 합리적이란 평가가 나온다. 미국의 한 전문가는 “유엔도 긍정적인 검토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있다”며 “트럼프 정부에서도 미군이 현지에서 북핵을 관리할 수 있다면 검토해볼만한 안이란 시각이 있다”고 전해왔다. 박종진 기자 jjpark@hankooki.com

[인터뷰] - 장백산 해외동포원사업단 이사장 “UN 제재 풀릴 것, 인도적 차원 대북 지원 활성화 전망”
  • 장백산 해외동포지원사업단 이사장.
-‘해외 영농’을 통해 북한의 기아 문제를 해결하는 방안은 어떤 계기로, 언제 구상하게 됐나. “1980년대 말무렵 북한과 신뢰를 쌓고 교역을 하면서 그쪽 사정을 잘 알게 됐다. 1990년대 중반 북한은 ‘고난의 행군기’라고 할 만큼 식량 사정이 심각했다. 중국과 러시아의 지원으로도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 없었다. 그래서 생각한 게 ‘해외 영농’이다. 동남아의 경우 1년에 3모작 이상을 한다. 북한 인력을 투입해 농사를 짓게 하고 생산된 쌀을 가져오면 주민들의 배고품을 해결할 수 있다고 봤다.

-‘해외 영농’은 구체적으로 어떻게 실행하는가.“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미얀마, 태국, 베트남 등 쌀농사가 잘 되는 나라의 무인도나 유휴지를 활용하는 것인데 북한 인력을 이곳에 투입해 농사를 짓게하고, 임금 대신 생산된 쌀을 북한에 보내는 방식이다.

-UN의 대북 제재가 강력한데 ‘해외 영농’을 통해 북한에 쌀을 보내는 것에 문제는 없는가.“북한의 배고품을 해결하는 것은 인도주의적인 것으로 UN도 이 부분까지 제재하는 것은 아니다. 우리 단체(해외동포지원사업단)가 UN과 협력해 일하는 것이므로 북한에 공급되는 동남아 쌀도 당이나 군이 아닌 주민에게 전달된다.”

-UN의 대북 제재는 언제까지 지속되나. 미국 등은 ‘비핵화’가 안되면 대북 제재도 계속될 것이라고 강조한다.“UN의 인도적 차원의 지원은 머지않아 풀린다. 최근 미국이 대북 제재에 대해 유화적인 입장을 보인 것도 그와 무관하지 않다.

-‘비핵화’ 문제로 미국과 북한은 계속 충돌하면서 해법을 찾지 못하고 있다. 동시에 남북관계도 영향을 받고 있다. 북핵 문제는 어떻게 풀어가야 한다고 보는가.“북한은 절대 핵을 포기하지 않기 때문에 ‘비핵화’는 어렵다고 본다. 트럼프 대통령도 6ㆍ12 싱가포르 첫 북미정상회담에서 실감했을 것이다. 미국이 아무리 강경 정책을 써도 북한은 종래의 보유핵을 절대 양보하지 않는다. 하지만 현실적인 해법은 있다. DMZ에 핵을 보관하고, 유엔군, 미군 등이 관리하는 것이다. 북한 입장에선 핵이 외부로 인출되지 않아 수용할 수 있고, 미국도 한반도에 미군이 주둔하게 돼 받아들일 수 있다. 이러한 북핵 해법은 여러 경로를 통해 북한과 미국이 긍정적 관심을 갖고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

-북핵에 대해선 미국과 북한의 입장이 첨예하게 충돌하고, 한반도에 대한 주변국의 이해관계가 달라 남북관계도 영향을 받는다. 이러한 문제를 궁극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방안이 있디면.“그래서 10여전부터 UN을 통한 ‘한반도 중립국’ 방안을 주장해왔다. 남북이 중립국이 되고 북핵을 유엔 차원에서 관리하게 되면 사실상의 비핵화가 실현될 수 있고, 한반도 주변국의 이해 충돌도 약화된다.”

-장 이사장이 제시한 ‘한반도 중립국’ 안은 민간단체가 중심이 되는 것으로 기존의 유사한 주장들과 차이가 있는데 현실화 방안은.“정부가 나서거나 정권 대 정권으로 하면 실현이 어렵다. 따라서 유엔이 중심적 역할을 하고, 해외 동포가 주도적 활동을 하는 것이다. ‘한반도 중립국화’를 위해선 당연히 우리 민족이 주체가 돼야 하지만 남과 북의 주민이 할 경우 규제와 제한이 많다. 남북 당국과 정권 차원에서 추진은 불가능하고, 남북한 모두 국내법에 저촉되는 어려움이 있다. 그래서 해외동포가 중심이 되고 남북한 주민이 동참해 ‘한반도 중립국’ 안을 유엔 총회에 상정해 통과시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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