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 망언’ 여파에 제1야당 ‘흔들’...여야 4당 공세 ‘고삐’ 옥죌까

김순례, 김진태, 이종명 자유한국당 의원의 ‘5·18 폄훼 발언’이 정치권을 뒤흔들며 잠잠해질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하락 국면의 지지율을 반전시키고자 자유한국당을 집중 공격하는 모양새다. 매일 열리는 회의에서 자유한국당의 `5·18 망언’을 공개 비난하며 공세 수위를 높였고, 이를 규탄하는 토론회도 연달아 열고 있다. 민주당 지도부도 비난의 강도를 올리면서 이번 사건을 ‘정국 반전카드’로 적극 이용하는 게 아니냐는 소리도 나온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지난 15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정치적으로 5·18을 이용하려는 의도를 갖고 그런 망언을 했는데 제발 그러지 않기를 바란다”며 “어떻게 광주의 아픔을 정치적으로 이용한단 말인가.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짓을 하면 정말로 죄를(벌을) 받는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지난 8일 은 ‘5·18 진상규명 대국민 공청회’ 동영상 축사에서 “5·18 문제만큼은 우파가 물러나선 안 된다”고 말했다. 지금은 당적에서 제명된 이종명 무소속 의원은 당시 “이제는 사실에 기초해서 논리적으로 5·18이 북한군이 개입한 폭동이었다는 것을 밝혀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5·18 북한군 개입설은 사법부의 판단을 통해 가짜뉴스라는 것이 드러났기 때문에 논란의 여파는 컸다.

지난 14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자유한국당 5.18망언 여야4당 청년학생 공동규탄대회'에서 더불어민주당 홍영표 원내대표가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

자유한국당 원내대변인인 김순례 의원은 “종북 좌파들이 지금 판을 치면서 5·18 유공자라는 이상한 괴물 집단을 만들어 내면서 우리의 세금을 축내고 있다”고 발언하며 5·18 유공자 집단의 공분을 샀다. 또한 5·18 광주민주항쟁과 관련한 발언으로 법적 처벌을 받은 적이 있는 지만원 씨도 이 자리에서 “5·18은 북한 특수군 600명이 주도한 게릴라전”, “전두환은 영웅”, “광주의 영웅은 북한군에 부화뇌동 부역한 부나비”등의 발언을 이어갔다.

논란이 커지자 더불어민주당과 바른미래당, 정의당, 민주평화당 등 여야4당은 자유한국당에 대국민 사과를 요구하고 나섰다. 또한 김진태, 이종명, 김순례 의원을 국회 윤리위원회에 제소하는 등 의원 제명을 요구하며 거센 압박에 돌입했다. 이에 자유한국당 지도부가 뒤늦은 수습에 나섰지만 논란은 잦아들지 않고 있다.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일부 의원들의 발언은 당의 공식 입장이 아니며 자유한국당은 5·18 광주민주화운동이 민주주의 발전에 기여한 역사적 가치와 의미를 높이 평가한다”고 했지만 “역사적 사실에 대한 다양한 해석은 존재할 수 있으나 정치권이 오히려 사회적 갈등을 부추기고 조장하는 것은 삼가야 할 것”이라며 야권의 지나친 공세에 맞대응하는 모습을 보였다.

사태가 커지면서 김병준 자유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도 관련 입장을 내놓으면서 해명에 나섰다. 지난 14일 김진태, 김순례 의원에 대한 징계 여부가 미뤄지는 결정이 나자 무수히 쏟아지는 비난을 의식한 듯 “잘못의 경중이 분명히 있으니 징계의 수위는 달라질 수 있지만 징계가 유야무야된다는 식의 비판을 함부로 하는 것은 타당치 않다”고 말했다.

오히려 전당대회 출마를 선언한 김진태, 김순례 의원에 대한 징계를 하지 못한 것은 당규에 근거한 것이라며 비난의 목소리를 일축했다. 김 비대위원장은 “그렇게 이뤄진 결정을 두고 곳곳에서 따가운 지적들이 있다”며 “당규를 무시했어야 한다는 이야긴데, 이것이 과연 타당한 주장이겠나? 우리가 말하는 법치는 어떻게 하라고 그렇게 말하느냐”라고 되물었다. 당헌과 당규를 무시하면서까지 징계절차를 밟을 수는 없다는 이야기다.

김순례 자유한국당 의원

자유한국당이 공식적인 수습에 나섰지만 오히려 논란의 불씨는 커져가는 양상이다. 결국 5·18민주화운동 단체인 5·18민중항쟁구속자회는 지난 11일 이들에 대한 처벌을 촉구하는 단식 농성에 돌입했다. 이들은 국회 정론관에서 성명서를 발표하며 `5·18 망언’을 쏟아낸 의원들에 대한 엄벌을 요구했다.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도 지난 8일 자유한국당 의원들의 `5·18 망언’ 직후부터 매일 공개 석상에서 강도 높은 비판을 쏟아냈다. 홍 원내대표는 “국민의 힘으로 5·18 망언 3인방을 국회에서 퇴출해야 한다”며 “한국당이 못한다면 윤리특별위원회를 여는 것을 시작으로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 하겠다”고 말했다. 여야 4당의 공조로 5·18 망언을 한 세 명의 의원이 국회에서 더 이상 모습을 볼 수 없게 한다는 뜻도 밝혔다.

우원식 민주당 의원은 여야의원 143명과 함께 ‘5·18 망언과 극우정치,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라는 주제로 긴급 토론회를 주최하기도 했다. 민주당 의원과 민주평화당 의원, 정의당 의원들도 참석한 토론회에서 우 의원은 “사법적 판단까지 끝난 엉터리 허위사실을 지속해서 반복하며 5·18 민주화운동 정신과 희생자와 유가족의 명예를 훼손하는 극우세력과 한국당 극우 정치인들을 강력히 규탄한다. 극우세력의 역사 왜곡과 혐오 발언으로 피해를 보는 국민이 없도록 강력한 처벌 제도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5.18 망언' 논란의 주인공 김진태, 이종명, 김순례 자유한국당 의원 (왼쪽부터). 연합

`5·18 망언’ 역풍을 맞으며 반등하던 자유한국당의 지지율도 하락세로 반전했다. tbs가 의뢰한 리얼미터의 여론조사에 따르면 지난 11~13일 전국 유권자 1507명이 응답한 결과 민주당 지지율은 2.0% 상승한 40.9%를 기록했다. 자유한국당의 지지율은 3.2% 떨어진 25.7%다. `5·18 망언’ 사태의 후폭풍이 정당 지지율의 변화를 가져온 것이다. 이번 조사결과의 신뢰수준은 95%에 표본오차는 ±2.5%다.

지난 14일 자유한국당은 이종명 의원을 제명처리하고 김진태 의원, 김순례 의원에 대한 징계를 유예하기로 결정했다. 이종명 의원은 제명됐으나 당 대표 경선에 출마한 김진태 의원과 최고위원 경선에 나선 김순례 의원은 징계하지 않으면서 여야 4당의 총공세에 기름을 붓는 격이 됐다.

민주평화당은 지난 15일 자유한국당의 이 같은 조치를 맹비난했다. 장병완 민주평화당 원내대표는 이날 개최된 최고위원회의에서 “한국당이 김진태, 김순례 의원의 징계를 유예했다. 헌법을 무시하는 인사가 지도부가 될 수 있는 길을 열어준 것으로 두 의원이 지도부가 되면 어떤 징계를 할 수 있겠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그는 “자유한국당 최고위원 경선에 출마한 윤영석 의원도 (광주에) 북한군 개입설을 주장했다. 5·18을 의도적으로 모독하면서 역사를 왜곡하고 허위사실을 유포했다”며 자유한국당의 반민족 인사의 지도부 입성을 용인하는 태도에 대해 ‘반헌법, 반민주 극우세력’이라 비판했다.

여파는 점점더 커지고 있다. 여야 4당 국회의원은 5·18 망언 의원 3명을 제명하기 위한 절차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홍 원내대표는 ‘5·18 망언과 극우정치를 어떻게 할 것인가’ 토론회에서 “자유한국당의 (징계) 결정을 보면서 한국당이 스스로 ‘전두환ㆍ노태우의 정당’이라고 선언했다고 생각한다”며 “시간을 끌고 이것을 모면하고자 하는 (의지를) 스스로 밝힌 것”이라고 말했다. 자유한국당 윤리위원회가 이 사건과 관련해 김진태, 김순례 의원에 대한 징계를 유예한 것과 관련해 홍 원내대표는 “4당 의원들과 함께 범죄적 망언을 한 세 의원을 반드시 국회에서 추방하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여야 4당 의원들이 모처럼 합심해 자유한국당 심판론을 적극적으로 제기하며 책임론에 불을 지피는 형국이다.

지난 8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5.18 진상규명 대국민공청회에서 지만원씨가 참석하고 있다. 지 씨는 공청회에서 5.18 북한군 개입 여부와 관련해 발표했다. 연합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도 거들었다. 손 대표는 “당권, 정권이 아무리 중요해도 할 말이 있고 가려야 할 말이 있다”며 “5·18은 그 자체로 우리나라 역사의 참극이고 학살이었다. 어떻게 북한군 만행, 유가족에 괴물이라는 발언을 할 수 있나”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정치권에서는 이번 일을 일회성 해프닝으로 끝내서는 안 된다며 논란을 증폭시켜 가고 있다. 장병완 민주평화당 원내대표는 심지어 이번 사태를 통해 ‘홀로코스트 부정 방지법’을 처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5·18 역사 왜곡을 처벌하는 법안까지 준비하겠다는 심산이다.

윤소하 정의당 원내대표는 이 사태와 관련해 헌법적 가치를 부정하는 국회의원은 있을 수 없다는 입장이다. 윤 원내대표는 5·18 발언을 한 세 명의 의원에 대해 “빨리 퇴출돼야 한다”고 했다. 이어 그는 “거꾸로 된 성조기, 거꾸로 된 태극기를 들고 드러누우면 된다는 대한민국의 천박한 정치현실을 완전히 뜯어고쳐야 한다”며 “박광온 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5·18 왜곡 방지법에 대해 4당이 노력해 입법해야 한다”고 말했다. 제명을 위한 구체적인 행동에 이어 법제도까지 언급되며 ‘5·18 망언’ 여파는 점점 커지고 있다.

5·18 발언으로 도마 위에 오른 김진태, 이종명, 김순례 의원은 국회 윤리특별위원회에 제소됐다. 징계안은 국회 윤리특별위원회의 심사를 거치는데, 특위에서 제명을 결정하면 국회 본회의로 상정된다. 의원직 제명은 국회의원 재적 의원의 3분의 2가 동의해야 통과된다. 현재 이들의 제명을 위한 찬성수는 199명이 돼야 한다. 현재 국회의원의 수가 298명으로 199명이 제명에 찬성표를 던져야 최종적으로 제명될 수 있다.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지금 더불어민주당 의석수는 128석이다. 바른미래당은 29석, 민주평화당 14석, 정의당 5석이다. 이 모두를 합친다 해도 176석에 그친다. 그 외 민중당 1명, 무소속 의원 7명까지 합치면 총 184석이 된다. 그래도 199표에는 15표가 모자란다. 투표는 익명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여야4당이 모두 찬성에 표를 던진다는 보장도 없다. 따라서 자유한국당에서 최소 20표 이상의 찬성표가 나와야만 제명 절차가 마무리된다.

가능성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자유한국당 내부에서도 5·18 발언이 부적절했다며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자유한국당 김무성 의원은 `5·18 망언’에 대한 입장문을 통해 “일부 의원의 5·18민주화운동에 관한 발언은 크게 잘못됐다”며 선을 그었다. 이어 김 의원은 “북한군 광주 침투설은 이 땅의 민주화 세력과 보수 애국세력을 조롱거리로 만들고 안보를 책임지는 국군을 모독하는 일”이라며 비난했다. 서청원, 장제원 자유한국당 의원들도 ‘5·18은 숭고한 민주화 운동’, ‘시대착오적 급진 우경화’라며 비난 행렬에 동참했다. `5·18 망언’에 대한 자유한국당 내부의 고민을 반영하는 발언들이다.

하지만 국회의원이 제명된 사례는 유신시절인 1979년 김영삼 전 대통령 뿐이며, 아직까지 정상적인 절차를 통한 국회의원 제명 사례는 없다. 당시 김영삼 전 대통령은 공화당 단독 투표로 제명안이 가결된 바 있다. 당시 국회의장이 신민당 의원들의 입장을 막은 일화는 유명하다. 2010년 본회의에 상정된 강용석 당시 한나라당 전 의원 제명안은 찬성표 미달로 부결됐고, 2015년 심학봉 당시 새누리당 전 의원의 제명안은 표결 전 자진사퇴로 제명 절차가 진행되지 않았다.

김진태 자유한국당 의원

5·18 망언 여파는 여론까지 흔들고 있다. 데일리안이 지난 12일 알앤써치에 의뢰해 발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국민의 58.8%가 국회 윤리위원회에 회부해 제명해야 한다는 의견에 찬성했다. 찬성 여론 중에서도 매우 찬성하는 입장이 46.9%, 찬성하는 편이 11.9%로 매우 찬성하는 입장이 훨씬 더 많았다. 반대 여론은 총 32.2%였는데 반대하는 편이 19.4%, 매우 반대하는 입장은 12.7%로 응답됐다. 세대별로는 보수 성향이 짙은 60대 이상에서도 찬성이 51.0%로 반대인 36.1%보다 높았다. 스스로 중도보수라고 응답한 층에서도 찬성이 52.1%로 반대 42.4%보다 높았다.

5·18부상자회 이사인 백종환 씨는 한 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5·18 망언에 대한 분노를 가감없이 드러냈다. 백 이사는 “천인공노할 짓”이라며 “한국당은 우리를 국가 유공자로 인정한 단체인데 우리보고 폭도다, 괴물이다, 빨갱이다라고 하는 사람들이 아직도 국회에 남아 있으니 진짜 김진태, 이종명, 김순례를 제명시켜야 한다”며 국회 제명을 강력하게 주장했다. 이어 그는 “분노가 분노이기 전에 가슴이 갈갈이 찢어지고 있다”며 “우리 광주시민들은 갈갈이 찢어진 마음으로 이에 대한 대응을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5·18 망언 논란이 잦아들지 않으면서 다양한 법적 대응이 이어지고 있다. 최경환 민주평화당 의원, 설훈 더불어민주당 의원, 민병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법원에 `5·18 망언’을 한 의원들에 대해 고소장을 제출했다. 5·18기념재단과 3단체인 유족회, 부상자회, 구속부상자회 등의 시민사회단체는 지난 11일 긴급대책 회의를 통해 향후 대응 방침을 구체적으로 정했다. 이들은 김진태, 이종명, 김순례 의원의 제명과 공식 사과를 촉구하는 것은 물론, 역사 왜곡 행위가 반복되지 않도록 처벌을 강화한 특별법 제정을 요구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또한 이들 단체는 지만원 씨와 해당 의원들에 대한 고소 및 고발 등 법적 대응도 진행할 예정이다. 더하여 청와대 국민청원 등을 통한 퇴출운동, 소환 및 서명운동 등 모든 방법을 동원하겠다고 밝혔다. 이들은 기자회견을 통해 “5·18 망언에 대해 해당 국회의원 제명과 퇴출운동을 강하게 펼쳐갈 것”이라며 ‘민주주의를 열망하는 전 국민의 힘을 모아 대응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논란의 중심에 선 김진태 의원은 자신은 5·18 진상규명공청회에 직접 참여하지 않았다며 책임을 회피하는 모습이다. 실제 김 의원은 공청회를 주최했으나 직접 참여하지는 않았다. 김 의원은 “저는 거기서 직접적인 해당 발언을 한 바 없다”며 “5·18을 폄훼하거나 망언을 하거나 5·18을 부정한 것이 전혀 아니다”고 해명했다. 김 의원은 이어 5·18 유공자 명단 공개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했다. 그는 5·18 유공자 명단에 대해 “국민 세금이 들어가는 문제”라며 “5·18 피해를 입으신 분들을 위해서라도 옥석을 가리는 것이 맞다”고 주장했다.

김순례 의원도 당 윤리위의 결정에 대해 겸허히 수용하겠다는 공식 입장을 내놨다. 하지만 전당대회 행보를 계속 이어나갈 것임을 분명히 했다. 김 의원은 지난 15일 ‘당 윤리위 결정에 따른 입장문’이라는 보도자료에서 “어제 윤리위의 ‘이종명 의원 제명’ 결정에 너무나 안타깝고 마음이 무겁다. 당 윤리위의 결정을 겸허히 수용하겠다”면서도 “국가유공자 선정 의혹에 관련된 문제를 지적하고자 한 것이 본질이었다”고 해명하는 모습을 보였다..

자유한국당은 `5·18 망언’의 후폭풍을 고스란히 맞고 있다. 당 지지율은 전주대비 3~4%P 떨어졌고, 여야 4당의 거센 공세에 시달리고 있다. 수습 전략도 적절하지 못했다는 비난도 피하지 못하고 있다. `5·18 망언’의 후폭풍은 곧 다가올 전당대회까지 태풍급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논란은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다.

천현빈 기자



천현빈 기자 dynamic@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