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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준 명지대 정치학과 교수 칼럼] 자유한국당 ‘당대표 선거’ 3대 변수 짚어보니…

박심(朴心)의 향배, 비박 결집 여부, TV토론ㆍ전당대회 후보 연설에 달려

자유한국당 2 27 전당대회 대진표가 우여곡절 끝에 확정됐다. 황교안 전 국무총리, 오세훈 전 서울시장, 김진태 의원의 3파전으로 치러지게 됐다. 원래 빅3(황교안, 홍준표, 오세훈)와 5명 의원(정우택, 주호영, 안상수, 김진태, 심재철) 등 8명의 주자가 경합할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미국과 북한이 2차 정상회담을 이달 말(2월 27~28일) 베트남 하노이에서 개최하기로 결정하자 황 전 총리와 김진태 의원을 제외한 6명의 당권주자는 지난 10일 전당대회 일정을 2주 이상 연기할 것을 요구했다. 이 요구가 수용되지 않으면 후보 등록을 하지 않기로 합의했다.

그러나 당 비대위와 선거관리위원회가 전당대회 일정 연기 불가 입장을 굽히지 않자 홍 전 대표가 지난 11일 “끝까지 함께 하지 못해 유감”이라며 전당대회 불출마를 선언했다. 그는 당원들에게 보낸 입장문에서 “이번 전당대회는 모든 후보자가 정정당당하게 상호 검증을 하고 공정한 경쟁을 하여 우리 당이 새롭게 태어나는 계기가 돼야 한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큰 틀 속에서 보면 홍 전대표는 명분과 실리를 얻은 것으로 보인다. ‘황교안 대세론’으로 굳어져가는 상황에서 발 빠르게 출마를 접음으로써 실리를 챙겼고, 국민에게 공언한 ‘전당대회 보이콧’ 명분을 지렛대로 약속을 지킨 이미지를 심었다.

그런데 오세훈 전 시장은 보이콧 입장을 바꿔 다시 전대 출마를 선언했다. 그는 “5 18 공청회 사태에서 보듯 한국당은 과거 회귀 이슈가 터지면 수습이 불가능할 정도로 취약하다”며 “제가 출마하지 않으면 개혁 보수를 지지하는 당원과 보수 우파 가치를 지지하는 분들이 마음 둘 곳이 없다”고 출마 이유를 밝혔다.

일부에서는 오 전시장이 “독이 든 성배를 들게 됐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오 전 시장측은 오락가락한 모습이 지도자로서 감명을 주지 못하고 명분을 잃을 수 있지만 실리는 챙길 수 있다는 생각을 한 것 같다. 오 전 시장에게는 그동안 당보다는 개인적인 이익만 챙긴다는 세간의 부정적인 평가가 많았다. 선당후사(先黨後私) 정신으로 보이콧을 접고 출마한 것은 이런 부정적 이미지를 불식시킬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더구나, 홍 전 대표가 빠져 일단 황 전 총리와 1:1 구도가 만들어지면 한번 해볼 만하다는 계산도 작용된 것 같다. 황 전 총리와 성향이 비슷한 김진태 의원이 존재하기 때문에 친박 표는 갈리고, 홍준표를 지지했던 표가 황 후보나 김 후보에게 절대로 가지 않고 비박표가 결집하면 의외의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판단한 것 같다. 여하튼 오 전 시장이 전대 결과를 떠나 최선을 다하면서 의미 있는 득표를 할 경우 재평가를 받을 수도 있다.

13일에 열렸던 당 선거관리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한 황 후보는 “문재인 정부의 폭정을 막아내겠다는 각오로 당 대표 경선에 출마하게 됐다”며 “우리가 하나 되는 잔치 같은, 우리의 미래를 준비하는 전당대회가 될 수 있도록 다른 후보자들과 함께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오 후보는 “이번 전당대회는 내년 21대 국회의원 총선거를 승리로 이끄는 당의 간판 주자를 누구로 할 것이냐를 정하는 매우 중요한 전당대회가 될 것”이라고 했다. 김 후보는 “제 경쟁 상대는 우리 당 후보들이 아니라 문재인 정권”이라며 “이 회의를 마치면 바로 청와대 앞에 가서 1인 시위를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보수층, 자유한국당 지지층, 그리고 영남 표심이 어디로 쏠릴지가 이번 전당대회를 결정 짓는 핵심 요인이라는 지적이 많다. 초반 판세는 황교안 전 총리에게 유리한 것 같다. 그런데 이런 판세에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 3대 변수가 존재한다. 다시 말해 다양한 변수들이 존재하기 때문에 승패를 예단하기는 쉽지 않다는 뜻이다.

첫째, 박심(朴心·박근혜 전 대통령의 마음)이다. 최근 구속 중인 박 전 대통령의 측근인 유영하 변호사가 지난 7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황 전 총리에 대해 부정적인 견해를 밝혔다. 핵심 내용은 박 전 대통령이 황 후보를 법무장관으로 발탁하고 국무총리로 임명했는데 별로 도움을 주지 않았다. 황 후보는 박 전 대통령의 수감 번호를 모를 정도로 무관심하다. 황 후보가 (박 전 대통령을) 만나고 싶다는 뜻을 교도소 측을 통해 여러 번 전해왔는데 박 전 대통령이 거절했다.

유 변호사는 이렇게 밝히면서 “황 전 총리가 친박이냐는 것은 국민들께서 판단하실 수 있다”고 했다. 유 변호사의 말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인다면 황 후보는 배신자고 '박심(朴心)은 황교안을 떠났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이런 예기치 않은 상황이 전개되자 오 후보는 지난 8일 페이스북에 “박근혜가 좋아하는 진짜 친박 아니냐의 논란 속에 빠져든 황교안 후보, 이것이 황 후보의 한계”라며 “황 후보는 앞으로 이런 식의 논란으로 끊임없이 시달릴 것”이라고 비판했다.

홍 전 대표 역시 불출마 선언 이틀 전(9일) 페이스 북에 “이번 전대는 배박, 구박의 친목대회가 될 뿐”이라며 “진작 청산되었어야 할 부패, 무능 보수들을 데리고 정치하기가 참 힘들다”고 각을 세웠었다. 이에 대해 황 후보는 지난 10일 페이스북에 <두려운 건 국민입니다>라는 제하의 글을 올렸다. “저를 향한 많은 네거티브들이 있다. '진박(眞朴) 논란'에 시련이 닥쳤다고 하고, 어느 당권 주자는 황교안이 이러한 논란에 휘둘릴 '약체 후보'라고 폄하한다. “자신에게 제기된 여러 의혹에 대해 “모두 사실이 아니며 '네거티브'에 흔들리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전당대회 투표 반영 비율이 ‘책임당원 70%+일반 국민 30%’이다. 2017년 7·3 전당대회 당시 16만여 명이었던 책임당원은 현재 34만여 명으로 두 배 이상 증가했다. 이들 중 상당수는 태극기 부대이고 약 30%가량이 대구 경북에 있는 만큼 ‘박심 논란’을 계기로 전대에 미묘한 변화가 감지될 수 있다. 더욱이 태극기 부대의 지지를 받고 있는 김 후보가 황 후보 표를 잠식할 경우 결과를 장담하기 어렵다는 관측도 있다.

여하튼 황 후보가 자신에게 쏠린 ‘배신론’과 ‘한계론’을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가 관건이다. 만약 선거 막판에 박근혜의 복심인 유 변호사가 ‘황교안 불가론’을 들고 나올 경우 판이 요동칠 수 있다.

둘째, 비박 결집 여부다. 계파색이 상대적으로 옅던 당권주자들이 출마를 포기하면서 이번 한국당 전당대회는 친박(황 전 총리)과 비박(오 전 시장) 간에 뚜렷한 계파 대결 양상으로 치달을 것 같다. 박 전 대통령 탄핵 등을 거치면서 강성 친박계의 세는 급격히 약화한 반면 상대적으로 색채가 옅은 범친박계와 중립파가 당내 최대 계파로 떠오른 상황이다.

친박계는 황 후보와 김 후보간 지지로 분화될 수 있지만, 비박계는 박심 논란속에서 시간이 지날수록 결집할 가능성이 있다. 특히, 수도권 의원을 중심으로 오 전 시장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는 점은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지난 2016년 총선에서 수도권 122석(서울 49석, 인천 13석, 경기 60석) 중 민주당은 67.2%인 82석(서울 35석, 인천 7석, 경기 40석)을 차지하면서 압승했다.

한편, 새누리당(한국당 전신)은 28.7%인 35석(서울 12석, 인천 4석, 경기 19석)을 얻는데 그쳤다. 오 전시장은 2020년 총선에서 한국당이 충청(27석), 영남(65석)의 대부분을 이겨도 수도권에서 패배하면 총선에서 패배하는 것이라는 것을 집중 부각시키고 있다. 개혁 보수 이미지로 외연 확장성을 갖고 있는 자신이 당 대표가 되어야 총선에서 승리할 수 있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그는 “정당 지지율이 아직 민주당의 절반밖에 되지 않는 수도권에서 이기려면 중간지대 중도층 부동층의 표심을 얻어야 한다”고 자신의 경쟁력을 강조했다. 비박 결집의 최대 관건은 홍 전대표의 오 시장 지지 여부다. 당권 도전 뜻을 접은 홍 전 대표는 “탄핵 뒤치다꺼리 정당으로 계속 머문다면 이 당의 미래는 없다”고 했다. 심정적으로 오 전 시장을 지지한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실제로 그는 불출마 선언 전에 후보 단일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홍 전 대표의 입장에선 오 후보보다는 황 후보가 당선되어야 각을 세우면서 향후 입지를 강화할 수 있다고 생각할 것 같다. 정치엔 영원한 적도 영원한 동지도 없다. 상황에 따라 생각이 바뀔 수 있다. 따라서, 가능성은 그리 크지 않지만 홍 전대표가 오 후보와 연대해 친홍 표가 오 후보에게 결집되면 예측불허의 승부가 될 수도 있다.

셋째, ‘TV 토론’과 전당대회 당일 후보 연설이다. 이번 전당대회에서는 충청·호남권(14일), 대구·경북(18일), 부산·울산·경남·제주(21일), 서울·인천·경기·강원(22일) 등 네 차례의 권역별 합동연설회가 있다. 14일 대전에서 열린 첫 합동연설회에서 내년 총선 승리와 정권교체 전략으로 황 후보는 ‘보수 빅 텐트’, 오 후보 ‘중도 확장’, 김 후보는 ‘강한 대여투쟁’을 주장했다. 황 후보는 “당 대표가 되면 통합을 최우선 과제로 삼겠다”며 “자유우파 대통합에 이 한 몸 던지겠다”고 말했다.

내년 총선 공천 문제에 대해서는 “당직 인선부터 탕평과 공정의 원칙을 분명하게 세우겠다”면서 “정책 공감대를 토대로 진정한 통합을 이뤄가는 ‘대통합 정책 협의체’를 만들겠다”고 제안했다. 이에 맞서 오 후보는 중도층을 아우르는 개혁 보수를 강조했다. 또 “박근혜 전 대통령의 프레임에서 벗어나야 한다”며 “내년 총선에서도 박근혜 대통령이 화두가 된다면 우리는 필패”라고 주장했다.

김 후보는 “촛불집회 때도 당을 지킨 사람은 나밖에 없다”면서 “제가 당 대표가 되면 애국 세력과 우리당이 힘을 모으겠다”고 말했다. 그런데 합동연설회는 아날로그 방식으로 각 후보들이 자신의 지지층을 동원하는 조직 선거의 양상을 띠고 있기 때문에 파괴력은 생각보다 그리 크지 않다.

그러나, SNS 시대에 TV 토론은 수 많은 대중을 상대로 신속하게 소통하기 때문에 파급 효과가 크다. 이번 한국당 전대에서는 총 6차례 방송·인터넷 토론회가 있다. 후보들은 15일 OBS, 17일 당 유튜브 ‘오른 소리’, 19일 TV조선, 20일 채널A, 21일 KBS, 23일 MBN에서 각각 격돌한다. 이번 전대 투표는 23일 책임 일반당원을 대상으로 하는 1차 모바일 투표로 시작된다.

25일에는 1차 미투표 선거인단 대상 2차 현장 투표가 시 군 구별로 진행된다. 2007년 대통합민주신당 대선 후보 경선에서 최초로 모바일 투표가 도입됐다. 당시 경선에서는 모바일 선거인단을 따로 모집했다. 23만여 명이 신청하고, 17만여 명이 투표해서 투표율이 74.3%였다.

투표소에 가서 투표할 때 참여율이 약 16%에 머물렀던 점과 비교하면 모바일 투표의 참여성과 편리성이 확연하게 드러났다. 그 이후 여야 모두 공통으로 당 경선에서 모바일 투표가 활용되고 있다. 이번 한국당 전대에서는 모바일 투표 선거인단을 따로 모집하지 않고 당원만을 대상으로 한다.

25일과 26일 이틀 동안 일반 국민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를 실시하고, 27일 전당대회 현장에서 대의원 투표를 진행한 뒤 각 투표 결과를 모두 합산해 이날 최종 당선자를 선출할 예정이다. 과연 이번 한국당 전대에서 당심과 민심이 어느 정도 일치하는지도 큰 관전 포인트이다. 선거 막판에 치러지는 수도권 합동연설회(22일)와 TV 토론(21일, 23일)이 표심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통상 선거 3일전까지 누구를 찍을지 결정하지 못한 부동층이 약 25%정도 차지하기 때문이다. 전당대회 당일 각 후보들이 대의원을 상대로 하는 연설도 큰 영향을 미친다. 지난 1997년 9룡이 격돌한 신한국당 대선 후보 경선 1차 투표에서 이인제 경기지사가 예상을 깨고 돌풍을 일으키며 2위를 차지했다.

이회창 후보는 1위를 했지만 과반을 얻지 못해 둘은 결선투표까지 벌였다. 이런 결과는 전대 투표 당일 ‘깜짝 놀란 만한 40대 기수’ 이인제 후보의 연설이 크게 어필했다는 것이 정설이다. 일각에서는 TV 토론이 별로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고 주장한다. TV토론을 보고 지지하는 후보를 바꾸거나, 부동층이 누구를 지지할지 결정하기보다는 현재 지지하는 후보에 대한 지지를 더 강화시킬 뿐이라는 이유를 댄다.

그러나, TV 토론을 통해 여론의 흐름이 바뀌어 판세가 뒤집히는 경우도 있다. 또한, 예기치 않은 돌발 변수가 TV 토론에서 부각되면 큰 파괴력을 갖는다. 특히 1차 TV 토론(15일)이 끝난 직후 실시되는 여론조사 결과가 향후 판세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1차 TV토론 이후에도 대세론이 꺾이지 않으면 현재 1위를 달리고 있는 후보에게 표가 몰리는 이른바 ‘밴드웨건 효과’(bandwagon effect)가 지속될 수도 있다.

특히, 제2차 북미정상회담에 모든 관심과 시선이 집중되고 한국당 전당대회 흥행에 빨간 불이 켜지면 후발 주자가 막판에 쫓아가는 ‘언더 독(under dog) 효과’가 힘을 발휘하지 못할 수 도 있다. 이번 TV 토론회에서는 ‘강성 보수’ 대 ‘개혁 보수’ 논쟁이 치열하게 전개될 것으로 보인다. 오 후보는 황 후보에 대해 “공안검사였고, 스스로 최대 성과를 통합진보당 해산이라고 한다. 강성보수임이 분명하다”고 공격한다.

이에 대해 황 후보는 “정정당당하게 경쟁하고, 당과 나라를 위하는 일에 무한대로 협력하며 새로운 미래를 함께 열자”고 했다. 여하튼 TV 토론에서는 누가 실수를 하지 않느냐가 관건이다.

어떤 선거에도 대세론은 없다. 바람이 불면 한방에 뒤집어 질 수 있는 것이 선거다. 지난 2002년 새천년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 초반에는 ‘이인제 대세론’이 존재했지만 이른바 노풍(노무현 바람)이 불면서 일거에 판도가 뒤집어졌다. 자유한국당은 이번 전당대회를 기점으로 지지세를 확장하고, 보수통합의 동력을 마련해 내년 총선에 승리한다는 복안을 갖고 있다.

그런데 이런 꿈은 황당한 ‘박심’ 논란과 당내 인사들의 망언에 의해 발목이 잡혔다. 신뢰를 스스로 땅바닥으로 내동댕이치고 있다. 오죽하면 연임에 성공한 권영진 한국당 대구시장은 10일 페이스북에 “황당한 웰빙 단식 국민 가슴에 대못 박는 5 18관련 망언 당내 정치가 실종된 불통 전당대회 강행·꼴불견 줄서기에다 철 지난 박심 논란까지. 지지율이 좀 오른다고 하니 오만, 불통, 분열의 고질병이 재발한 것인가”라고 날을 세웠다.

이종명 한국당 의원은 지난 8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5 18 진상규명 공청회’에서 5 18 광주 민주화운동을 “폭동”이라 규정했고, 김순례 의원은 5 18 희생자와 유가족을 ‘괴물집단’으로 매도했다.

김진태 의원은 “5 18 문제에 있어서 만큼은 우파가 결코 물러서면 안된다”고 했다. 이들 3인은 5 18 당시 북한군 개입설을 줄곧 제기했다. 당 안팎의 거센 비판이 있었지만 김병준 비대위원장은 “보수 정당안에는 여러 스펙트럼과 견해차가 있을 수 있고, 다양한 의견이 존재할 수 있다. 당내 소수 의견, 다양성의 일환으로 소화될 수 있지 않나”라는 견해를 밝혔다. 함량미달의 정치 미숙아의 또 다른 형태의 망언이다.

5 18은 국가 차원의 진상조사를 거쳐 김영삼 정부 시절 ‘민주화운동’으로 자리매김됐고, 1997년 5월 법정기념일로 지정됐다. 박근혜 정부의 국방부도 “5 18 북한군 개입설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정리했다. 지난 39년 동안 여섯 차례의 국가 공식 조사로 ‘5 18 북한군 개입설’은 허위임이 판명됐다.

이런 역사적 사실을 망각하고 5 18 북한군 개입설과 ‘5 18 유공자 명단을 밝히라고 주장하는 것은 분명 ‘민주주의의 영혼을 짓밟은 것이다. 윤평중 한신대 교수는 “5 18 망언은 탈진실과 음모론이 얽힌 반동적 지역감정의 산물이다”고 비난했다. 상식적인 지도부라면 ‘5 18 망언’으로 논란을 일으킨 의원들을 엄중하게 단죄해야 한다. 한국당 윤리위원회 규정 20조(징계사유)에 따르면, 당에 극히 유해한 행위를 하였을 때, 그 행위의 결과로 민심을 이탈케 하였을 때, 당의 위신을 훼손하였을 경우엔 제명, 탈당권유, 당원권 정지, 경고 등 당 차원의 징계를 할 수 있다.

그런데 한국당은 ‘봐주기식 징계’로 사태를 더 꼬이게 만들었다. 김용태 사무총장은 14일 비대위 회의 직후 브리핑에서 “중앙윤리위는 의원들의 발언이 5 18 민주화운동 정신과 자유한국당이 추구하는 보수적 가치에 반할 뿐만 아니라 다수 국민의 공분을 자아내는 심각한 해당 행위라는 데 인식을 같이했다”면서 이종명 의원을 제명하기로 결정했다.

이 의원의 당적이 실제로 박탈될 수 있을지는 확실하지 않다. 한국당 당규 제21조에 따르면 국회의원에 대한 당적 제명은 비대위 의결 후 의원총회 재적의원 3분의 2 이상 찬성으로 확정되기 때문이다. 반면에 각각 당 대표와 최고위원 선거에 출마한 김진태 의원과 김순례 의원은 전당대회를 마칠 때까지 징계를 유예하기로 했다.

한국당은 “후보자는 후보 등록이 끝난 때부터 윤리위원회의 회부 및 징계의 유예를 받는다”는 당 대표 및 최고위원 선출규정 7조(후보자 등의 신분보장)에 따른 조치라고 설명했다. 이런 결정은 국민을 기만하고 민심을 무시하는 안이한 꼼수다.

리얼미터 조사(12일) 결과, 국민 10명 중 6명 이상(63.4%)이 5 18 민주화운동을 왜곡한 자유한국당 일부 의원의 제명에 찬성했다. 반대는 28.1%에 불과했다. 주목해야 할 것은 모든 지역과 전 연령층을 포함한 대부분 계층에서 찬성 비율이 높게 나왔다.

지난 2012년 새누리당 박근혜 비대위 시절, 5 18 민주화운동을 민중 반란이라고 하고, 제주 4·3사건을 공산주의자에 의한 것이라고 언급했던 공천 후보자에게 ‘후보 사퇴’를 요청한 적이 있었다. 이런 관례를 따른다면 김병준 비대위도 당연히 김진태와 김순례 두 후보에 대한 사퇴를 요청했어야 했다.

심각한 해당 행위를 한 사람들이 단지 전대에 출마했다고 징계를 유예한다는 결정은 그야말로 헛발질이자 정치 코미디다. 한국당 비대위의 이런 몰상식하고 민심을 무시하는 무책임한 처신으로 한국?지지도가 추락하고 있다. 5 18 망언이 불거진 직후 리얼미터가 실시한 여론조사(11~13일)에 따르면, 한국당 지지율은 전주보다 3.2%포인트 떨어진 25.7%로 집계됐다. 3주 연속 상승하며 30%를 넘보던 지지율에 급제동이 걸리면서 대부분 지역과 계층에서 하락한 것은 5 18 망언 때문이라는 추론이 가능하다.

최근 대통령과 민주당은 ‘부산 경남(PK) 사수 작전’을 펼친 정도로 이 지역에 동원 가능한 자원을 쏟아붓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두달 사이에 5차례 이 지역을 방문했고, 민주당은 18일 올해 첫 예산정책 협의회 및 현장 최고 위원회를 경남 창원에서 열었다.

더구나, 정부는 전체 예비 타당성 면제 사업 예산(24조)의 27.8%를 이 지역에 배당했다. 여기에 남부내륙철도(4조 7000억원) 사업이 포함되었다. 명분은 지역 균형 발전이지만 작년 지방선거이후 이 지역의 흔들리는 민심을 잡기 위한 전략으로 보인다. 리얼미터 조사 결과, 작년 지방선거 직후 이 지역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 수행 ’긍정 평가‘는 71.6%였다. 하지만 올해 2월 1주 조사에서는 40.2%로 급락했다. 같은 기간 부정 평가는 23.1%에서 53.1%로 급등했다.

민주당 지지도 역시 같은 기간 55.4%에서 34.3%로 하락한 반면 한국당 지지도는 21.7%에서 31.6%로 올랐다. 지난 2017년 대선에서 범진보 후보들은 이 지역에서 43.4%(문재인 후보 37.8% + 심상정 후보 5.6%)를 득표했다. 반면, 범보수 후보들은 56.1%(홍준표 33.5% + 안철수 15.5% + 유승민 7.1%)를 얻었다.

현 시점에서 지난 대선때 범진보 후보들이 얻은 득표(43.4%)와 문재인 대통령 긍정 평가(40.2%)가 거의 비슷하다는 것은 이 지역에 현 정부 초기때와는 달리 민심이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는 방증이다. 내년 총선 최대 승부처는 수도권보다는 PK 지역이 될 것이다. 适獵瑛?전국정당화를 이뤄 낼 수 있느냐가 걸려 있기 때문이다. 지난 총선에 PK 지역 총 의석수는 40석(부산 18석, 울산 6석, 경남 16석)이었다. 그증 민주당은 8석(부산 5석, 경남 3석)을 얻었다. 일단 교두보를 확보한 셈이다.

민주당은 내년 총선 전략의 일환으로 영남에서 TK와 PK를 분리하려는 것 같다. 최근 문재인 대통령은 부산을 찾아 ‘동남권 신공항‘ 논란에 다시 불을 댕겼다. “(김해공항 확장안을) 총리실에 검증에 이른 시일내에 결정되도록 하겠다”고 했다. 부산시는 이를 가덕도 신공항 건설 승인으로 간주하면서 “대통령께서 큰 선물을 주셨다”고 반색했다. 밀양 신공항을 주장했던 TK 지역이 크게 반발할 것으로 보인다.

선거는 과정이다. 이번 한국당 전당대회는 단순히 새 대표를 뽑는 선거가 아니라 보수가 어떤 미래를 만날지 결정하는 중대 선거다. 따라서 선거 과정이 아름다워야 한다. 특정 개인의 과거 행적에 대한 비판보다는 미래 정책을 놓고 치열하게 경쟁하는 것이 아름다운 것이다. 전당대회를 통해 한국당이 새롭게 보수의 가치를 확립하고 통합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으면 내년 총선에서도 어려운 국면을 맞이할 수 있다.

특히, 이번 전대가 ’박근혜 없는 박근혜 선거‘로 전락할 경우 한국당의 미래는 어둡다. 지금 한가하게 박심이 어떻고, 친박이냐 비박이냐 계파 논쟁을 벌일 때가 아니다. 한국당은 야당이 분열되고 혁신을 거부하면서 지지멸렬하면 “정권이 흔들려도 총선에선 민주당이 승리한다”는 가설이 들어맞을 수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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