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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준 명지대 교수 칼럼]황교안 한국당 대표, 한국 보수가 만나야 할 ‘미래’를 제시해야

  • 지난 2월 27일 오후 경기도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자유한국당 전당대회에서 황교안 신임 자유한국당 대표가 당기를 흔들고 있다. 연합
황교안 전 국무총리가 자유한국당 새 당 대표로 선출됐다. 황 대표는 2^27 전당 대회에서 6만8713표(50.0%)를 얻어, 각각 4만2653표(31.1%)와 2만5924표(18.9%)를 득표한 오세훈·김진태 후보를 제치고 당 대표로 선출됐다. 황 대표는 선거 결과에 70%가 반영된 당원 선거인단 선거에서 55.3%, 30%가 반영된 일반 국민 여론조사에서 37.7%를 획득했다. 몇 가지 의미 있는 해석이 가능하다. 황 대표가 입당한지 불과 44일 만에 50%의 높은 지지로 당권을 잡았다는 것은 그만큼 새로운 인물에 대한 잠재적 욕구가 강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개혁 보수와 중도 외연 확장을 부르짖었던 오세훈 후보가 ‘샤이 중도 보수’의 지지를 이끌어 내면서 30% 이상의 득표를 한 것은 나름대로 저력을 보여준 것이다. 특히, 일반 국민을 상대로 한 여론조사에서 50.2%의 득표로 황 후보보다 12.5%p 앞섰다는 것은 민심과 당심이 동떨어져 있다는 것이 확인되었다. 오 후보는 비록 패배했지만 중도 확장성이 있는 대권 후보로서의 가능성을 보여 주었다. 이번 선거로 김진태 후보가 공언한 대로 20% 정도의 극우 세력이 존재한다는 것이 입증되었다. 더구나 김 후보가 선거인단에서 선거에서 21.8%의 득표로 오 후보(22.9%)와 호각을 이룬 것은 눈여겨볼 만하다. 만약 향후 정치 상황 변화에 따라 이들 세력이 한국당을 이탈해 대한 애국당 등과 같은 극우 세력과 결탁해 ‘친박 신당’을 만들면 보수 분열의 정치 개편이 일어날 수도 있다.

이번 한국당 전당 대회는 대통령 탄핵, 대선 패배, 지방선거 참패로 수렁에 빠진 보수 세력을 혁신하고 통합해서 집권 가능한 대안 세력으로 탈바꿈시킬 수 있는 당 대표를 선출한다는 의미가 담겨 있었다. 단순한 당 대표 선출을 넘어 한국 보수가 만나야 할 미래를 결정짓는 중대 선거였다. 그런데, 이번 전당대회는 흥행에 성공했다고 볼 수 없다. 선거인단 투표 총 37만8067명 중 9만6103명이 참여해 25.4%의 투표율을 기록했다. 2차 북미정상회담(27~28일)의 영향도 컸지만 보수 재건과 내년 총선을 책임질 새 대표를 뽑는 선거치고는 투표율이 너무 낮았다. 여하튼 전당 대회 흥행에 빨간 불이 켜지면서 컨벤션 효과도 기대하기 어렵게 됐다는 것이 중론이다.

더구나, 5.18 폄훼 발언으로 시작된 전대는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 정당성 논란으로 확대되더니, 탄핵 증거였던 태블릿PC 조작 가능성까지 거론되면서 파행으로 치달았다. ‘다함께 미래’로 가야 할 전대가 후보 간 정책 경쟁은 사라지고 극렬세력인 ‘태극기 부대’와 ‘배박 논란’으로 ‘다함께 과거’로 치달았다는 평가마저 나왔다. 황 신임 대표는 취임 일성으로 “문재인 정권의 폭정에 맞서 국민과 나라를 지키는 치열한 전투를 시작하겠다”면서 “내년 총선압승과 2022년 정권교체를 향해 승리의 대장정을 출발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황 대표 체제는 출범하자마자 벼랑 끝에 서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만큼 극복하기 힘든 난제들이 기다리고 있다.

첫째, ‘황교안 흔들기’에 대한 대처다. 차기 대선 경쟁 후보자인 홍준표 전 대표와 오세훈 전 시장의 ‘전략적 흔들기’가 거세질 전망이다. 홍 전 대표는 ‘도로 친박당’, 오 전 시장은 ‘중도 외연 확대론’ 프레임으로 공격할 것이다. 일각에서는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올 연말에 새로운 비대위 체제가 구축될 것이라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과거 홍준표 한나라당 대표가 2011년 7월에 취임한 후 디도스 사건으로 총선 5개월 전에 물러나고 ‘박근혜 비대위 체제’가 출범한 적이 있다. 정두언 새누리당 전 의원은 이에 빗대어 ‘어차피 대표는 황교안이지만 조기에 종친다’라는 뜻의 ‘어대황종’의 신조어를 만들었다. 황 대표의 카리스마와 리더십으론 2020년 총선을 치를 수 없다고 전망했다. 하지만 당시에는 차기 유력 대권 후보인 ‘박근혜’가 존재했기 때문에 가능했다. 지금은 상황이 다소 다르다.

올해 연말까지 민생경제가 어떻게 흘러갈지, 문재인 대통령과 민주당 지지도가 어떻게 요동칠지, 박근혜 전 대통령의 사면과 석방 등 ‘박근혜 변수’가 어떻게 전개될지가 황 대표의 미래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다. 또한, 황 대표는 ‘통진당 해산 ’ ‘기무사 계엄 문건’ 등과 관련 사법부로부터 예기치 않은 유탄을 맞을 수도 있다. 앞으로 황 대표는 자신의 신상과 직결된 전방위 네거티브 공격에 대한 어떤 위기관리 능력을 보이느냐가 중요하다. 황 대표가 향후 어떻게 처신하느냐에 따라 ‘이회창의 길’을 갈지 아니면 ‘고건의 길’을 갈지가 결정될 것이다. 김영삼 전 대통령(YS)에 의해 1993년 12월에 총리로 임명되었다가 4개월 만에 사퇴했던 이회창 전 총리는 1996년 2월 YS가 창당한 집권당인 신한국당 선대위원장으로 영입되어 정치를 시작했다. ‘대쪽 총리’라는 이미지로 국민들의 전폭적인 지지와 함께 1996년 총선 승리를 이끌면서 1997년 7월 신한국당 대선 후보로 선출되었다. 이 전 총리(38.7%)는 그해 12월 대선에서 자민련 김종필 총재와 내각제 개헌을 고리로 연대를 한 김대중 새정치국민회의 후보(40.3%)에게 약 39만표(1.6%p)의 차이로 석패했다. 비록 대선에서 패배했지만 그 이후 강력한 야당 총재로서 현직 대통령과 버금가는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했고, 2002년 대선에서 또 다시 대선 후보가 되었다. 한편, 김영삼 정부 마지막 총리와 노무현 정부 때 초대 총리를 역임했던 고건 전 총리는 보수와 진보 성향의 정권 모두로부터 신뢰를 받았던 ‘행정의 달인’이라는 이미지와 함께 부동의 대권 후보 1위였다. 하지만 일부에선 고 전 총리가 “예스맨”이란 닉네임으로 불릴 만큼 근성이나 열정이 없다는 비판도 있었다. 고 전 총리는 노무현 전 대통령이 자신에 대해 “실패한 인사였다”고 공개적으로 비난하자 대선해인 2007년 1월 별안간 대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황 대표에게는 그동안 기존 정치에서 한 번도 해보지 않은 놀라운 정치 실험을 통해 독특한 ‘황교안식 정치’를 어떻게 펼칠 것인가에 따라 향후 승패가 결정될 것이다. ‘탄핵 총리’와 ‘공안 검사 출신 우파 성향’이라는 부정적 이미지를 극복하는 것이 큰 과제다. 둘째, 외연 확대다. 보수 당심은 확실히 잡았지만 중도 성향 민심을 잡기 위한 노력이 당면 과제다. 오 전 시장은 전당대회 시종일관 “중도 확장만이 승리의 유일한 방법이라면서 한국당의 미래는 과거의 잘못을 답습하지 않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대 막판 리얼미터 여론조사(2월 18~20일) 결과, 국민 10명 중 6명(57.9%)은 자유한국당이 ‘태극기 부대’와 단절해야 한다고 응답한 반면, ‘포용해야 한다’는 응답은 26.1%였다. 다만, 한국당 지지층(단절 13.5%·포용 64.8%)과 보수층(단절 32.3%·포용 52.7%)에서는 ‘포용해야 한다’는 응답이 절반을 넘었다. 대구·경북에서도 단절(36.9%)보다 포용(43.8%) 비율이 높았다. 한국당이 극우 성향의 태극기 부대 눈치를 보면서 질질 끌려다니면 외연 확대는 물 건너간다. 외연 확대는 몇 가지 담대한 조치를 통해서만 가능하다. 무엇보다 진보의 가치를 무조건 배격하는 것이 아니라 보수의 시각에서 포용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지난 2012년 대선에서 박근혜 후보는 그동안 진보의 가치로 여겨왔던 ‘경제 민주화’와 ‘복지’를 들고 나왔다. 집토끼(보수층)가 아니라 산토끼(중도층)를 잡기 위한 전략의 일환이었다. 정권교체가 이뤄지고 작년 지방선거에서 집권당이 압승했지만 이념적 운동장은 진보로 기울어지지 않았다. 작년 지방선거 직후 지상파 방송 3사가 실시한 심층 분석 결과, 보수 24.9%, 중도 39.8%, 진보 29.2%였다. 최근 민주당 의원들의 20대 비하 발언으로 논란이 증폭되고 있다. 더불어 민주당 설훈 최고위원은 “20대가 이명박·박근혜 정부 시절 학교 교육을 받았는데, 그때 제대로 된 교육이 됐을까”라며 민주당의 20대 지지율 하락 이유를 전 정부의 교육 탓으로 돌렸다.

홍익표 수석 대변인은 지난 15일 국회 토론회에서 ‘지난 정권에서 1960~70년대 박정희 시대를 방불케 하는 반공교육으로 아이들에게 적대감을 심어줬기 때문에 20대가 가장 보수적’이라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황 대표는 “당의 문호를 개방해 인재풀을 적극적으로 확대하겠다”고 약속했다. 오세훈 후보는 “청년 당원 10만 프로젝트 계획”을 공약했다. 이를 적극 수용해 전문성을 갖춘 20~30대 젊은 세대를 대대적으로 영입한다면 외연 확대에 큰 도움이 될 것 같다. 태극기 부대 포용을 둘러싼 민심과 당심의 괴리를 극복하는 것도 중요하다. 여전히 침묵하고 있는 중도 보수층을 끌어들이기 위한 일환으로 태극기 부대로부터 미움받을 용기가 필요하다. 셋째, 보수 혁신이다. 한국당은 과거 낡음과 미래 새로움의 두 갈래 길에 서있다. 황 대표가 혁신을 하느냐 아니면 현상 유지를 하느냐를 결정짓는 가장 중요한 조치는 계파 청산이다. 황 대표 당선으로 당의 무게 중심이 다시 친박으로 옮겨 갈 것이라는 우려가 많다. 만약 황 대표가 친박계 위주로 당을 운영해 나갈 경우 ‘도로 친박당’이 되면서 혁신은 사라지고 통합은 멀어질 것이다. 황 대표는 기자간담회에서 “한국당에는 지금 계파가 없고 계파가 되살아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했다.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당직 인선에서 계파 청산의 강력한 의지를 보여 줘야 한다. 사무총장, 여의도 연구원장, 인재영입위원장 등 당내 핵심 요직과 향후 설치될 당내 주요 핵심 위원회에 대탕평의 정치를 펼쳐야 한다. 보수의 새로운 가치를 정립하는 것도 보수 혁신의 중대한 과제다. 그동안 한국 보수는 자유민주주의 체제와 시장 경제 확립, 그리고 법치를 핵심 가치로 삼았다. 그런데 세상은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이런 변화에 부응하기 위해선 보수의 고전적 가치 이외에 시대정신에 부합하는 ‘제3의 길’을 걸어야 한다. 그동안 보수가 외면했던 평화에 대한 전향적인 자세가 필요하다. 그동안 평화는 진보의 전유물이었다. 보수는 평화보다는 안보에 비중을 두었다. 과거 권위주의 시절엔 안보를 정권 유지에 악용하는 ‘삐뚤어진 반공 보수’의 길을 걸었다. 분명 국민은 평화를 원하고 있다. 보수에서는 북한 비핵화 없는 평화는 가짜라고 주장하지만 국민들은 한반도에서 전쟁의 공포가 사라지는 평화를 절실히 원한다. 지난 지방선거에 민주당이 압승한 배경도 여기에 있었다. 보수가 평화에 대한 대안을 제시해야 혁신한다는 평가를 받을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9일 2차 북미회담전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통화하면서 북한 비핵화 견인을 위한 상응 조치로서 “한국이 남북 경협사업을 떠맡을 각오가 돼 있다”는 취지로 발언했다.

“남북 간 철도·도로 연결부터 남북 경제협력 사업까지 트럼프 대통령이 요구한다면 그 역할을 떠맡을 각오가 돼 있다. 그것이 미국 부담을 덜어줄 수 있는 길”이라고 말했다. 모노리서치가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문 대통령 이 같은 발언에 대해 ‘적절했다’(50.8%)는 판단이 다소 우세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런데 한국당의 반응은 차갑다. 한국당은 지난 25일 ‘남북협력기금법 일부 개정 법률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현재 남북협력기금 중 상당 규모가 비공개로 편성되고 있다. 이 개정안은 통일부 장관이 남북 협력 사업을 추진할 때 기금 사용 계획 규모가 1년간 300억원 이상이거나 2년 이상 계속사업으로 500억원이 넘을 때는 국회에 사전보고하고 본회의 의결을 거치도록 했다. 한국당이 이런 조치로 평화를 방해하는 세력으로 낙인찍히면 혁신은 사라지고 수구만 판을 치는 정당이라는 오명을 받을 수 있다. 여하튼 한국당은 수구 냉전세력으로 비치는 부분을 혁신해야 한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바꿔야 한다. 혁신하지 않는 보수는 수구다. 5.18 폄훼 발언으로 징계에 회부된 김진태·김순례·이종명 의원에 대한 처리를 신속하게 진행해야 한다. 국민들이 공감할 수 있는 조치가 취해져야 한다. 아무리 김진태 의원이 당 대표 경선에서 20% 정도 득표했고, 김순례 의원이 최고위원에 당선되었어도 이와 무관하게 당규에 따라 원칙적으로 처리해야 한다. 이것이 황 대표 체제 혁신의 시금석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진정한 실패는 시도하지 않는 것이다. 넷째, 보수 대통합이다. 보수가 분열되면 필패다. 거듭되는 실정 때문에 문재인 정권은 흔들리는데 보수가 분열되면 진보는 다음 총선에서 무난하게 승리할 수 있다. 지난 1996년 총선에서 당시 야당은 92년 대선 패배 후 정계 은퇴를 했다가 복귀한 김대중 총재가 창당한 새정치국민회의(79석)와 이기택 총재가 이끌었던 기존 야당 민주당(4석)으로 분열되면서 집권당인 YS의 신한국당(139석)에게 크게 패배했다. 수도권 총 96석 중 신한국당은 54석(56.3%)을 획득해 새정치국민회의(30석)와 민주당(4석)에게 압승을 거뒀다. 집권당이 수도권에서 승리한 최초의 총선이었다. 보수가 한국당과 바른미래당으로 분열되면 내년 총선에선 이런 상황이 재연될 수밖에 없다. 지금은 한가하게 “강성 보수다. 정통 보수다. 개혁 보수다”라고 논쟁을 벌일 때가 아니다. 황 대표는 전대 기간에 “지금 무엇보다 시급하고 절실한 과제는 자유 우파의 대통합을 이루고 당의 외연을 확대하여 더욱 강한 한국당을 만드는 일”이라고 했다. 또한 유승민 전 바른미래당 대표와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 등에 대한 포용 가능성과 관련해서 “기본적으로 자유 우파는 헌법가치를 존중해서 나라를 일으켰고 오늘의 나라를 만든 분들”이라며 “이 헌법 가치에 뜻을 같이 한다면 폭넓게 수용해야 한다는 원칙”이라고 했다. 문제는 과연 한국당 중심의 보수 대통합이 가능할지가 의문이다. 총선 전에 보수 통합을 이룩하려면 한국당이 기득권을 내려놓으면서 ‘보수 빅텐트’가 펼쳐져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황 대표가 주도적으로 보수대통합을 추진할 것이 아니라 누구도 거역하기 힘든 카리스마와 권위를 갖고 있는 보수 원로 정치인에게 가칭 ‘보수대통합 추진 위원회 위원장”을 맡겨 도움을 청하는 것도 한 방안이다. 그리고 그 위원장에게 통합의 전권을 부여하면 금상첨화가 될 것이다. 여하튼 황 대표는 총선에 지면 대권도 없다는 자세로 지금까지 어떤 정치인도 가보지 않은 보수 통합의 길을 가기 위한 정치적 승부수를 던져야 한다. 이와는 별도로 더 이상 친박도 비박도 없는 당 화합을 위한 담대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 황 대표는 전대 기간중에 “대권 후보를 비롯한 당의 중심인물들이 정책 결정에 참여할 수 있도록 가칭 ‘대통합 정책 협의회’를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이것이 성공하기 위해선 김무성과 홍준표 등 전직 당 대표, 나경원 원내 대표, 이주영 국회 부의장, 그리고 이번 전대에서 중도 확장성의 가능성을 보여준 오세훈 전 시장 등이 함께하는 회동을 정례화해서 당직 인선, 공천 개혁, 대여 투쟁 등과 같은 민감한 정치 현안에 대한 중지를 모으는 초계파적, 탈계파적인 행보를 펼칠 필요가 있다.

다섯째, 민생 보수의 길을 걸어야 한다. 문제는 경제다. 통계청이 발표한 ‘2018년 4분기 가계 동향 조사(소득 부문)’ 결과, 소득 하위 20% 가구 월평균 소득은 지난해 동기 대비 17.7% 하락했고, 상위 20% 가구는 10.4% 증가해 양 집단의 격차가 5.47배에 달했다. 이런 결과는 ‘함께 잘사는 포용 국가 실현’이라는 문재인 정부의 목표와는 거리가 있다. 문재인 정부의 소득주도성장 정책은 일자리를 만들지 못하면서 소득 양극화를 심화시키고 중산층의 몰락을 가속화시켰다는 비판이 많다. 서민은 더 이상 진보의 전유물이 아니다. 한국당은 현 정부의 경제정책으로 고통받고 있는 서민과 중산층에 희망을 줄 수 있는 정책을 펼쳐야 성공할 수 있다. 황 대표는 당권 출마 선언에서 “당 대표가 된다면 최고의 전문가들을 끌어모으고 저의 국정 경험을 쏟아 부어서 ‘2020 경제 대전환 프로젝트’를 추진하겠다”며 “강력한 원내외 투쟁을 함께 펼쳐서 올해 안에 소득주도성장, 탈(脫)원자력 발전을 비롯한 이 정권의 망국 정책을 반드시 폐기시키겠다”고 공언했다. 그런데 비판과 투쟁만으론 세상을 바꿀 수 었다. 투쟁을 하더라도 국민이 공감할 수 있는 고품격 투쟁으로 방향을 전환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황 대표는 조건없이 국회를 정상화시켜 탄력근로제 확대 등 민생 법안 논의를 시작하도록 해야 한다. 민생과 투쟁을 분리하는 양면 전략을 펼칠 필요가 있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대여 투쟁의 일환으로 한국당이 문 대통령 드루킹 댓글 조작 관련 수사를 위한 특검을 제기할 경우 2004년 노무현 대통령 탄핵 당시와 같은 역풍이 불 수 있다. 대통령에 대한 특검이 블랙홀이 되면 모든 민생 이슈를 빨아 들일 수 있으므로 신중해야 한다. 한편, 한국당이 진정 경제를 살려 서민과 중산층을 위한 민생 정당으로 거듭나기 위해선 현 정부의 소득주도성장 정책을 비판하는 것을 넘어 자신들의 ‘경제 성장 모델’을 제시해야 한다.

단순히 성장하는 것에만 그치지 않고 과거 ‘고용없는 성장’에서 ‘고용있는 성장’으로 갈 수 있는 길을 제시해야 한다. 황 대표는 총선승리와 정권교체를 위해 다양한 전략을 수립하고 국민들이 공감할 수 있는 조치들을 취할 것이다. 하지만 이보다 더 중요한 것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과 구속, 대선과 지방선거 패배 등 과거의 실패에 대한 보수 참회록를 써야 한다. 과학적 방법을 통해 보수가 왜 정권을 빼앗겼는지, 왜 지난 지방선거에서 참패했는지, 국민들이 보수에게 무엇을 요구하는지 냉정하게 분석해서 해법을 도출해야 한다. 전대는 끝났다. 황 대표는 이번 전대에서 불거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의 정당성, 태블릿 PC 조작 가능성, 그리고 5.18 민주화 운동 유공자 명단 공개 등에 대한 보다 분명하고 전향적인 입장을 밝혀야 한다. 단언컨대, 분노와 증오만으론 세상을 바꿀 수 없다. 보수는 더 이상 무능하고 부패한 집단이라는 비난을 받지 않도록 유능하고 깨끗한 보수로 거듭나야 하다.

인지언어 학자인 미국의 조지 레이코프 교수는 “코끼리는 생각하지 마: 미국의 진보세력은 왜 선거에서 패배하는가”라는 책을 ㅆㅓㅅ다. 그는 “왜 평범한 서민들이 보수 정당을 지지하는가? 하는 의문과 그 해답을 중심으로, 일상 언어와 정치의 관계를 새롭게 볼 수 있는 시각”을 제시했다. 그는 선거에서 프레임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프레임이란 '특정한 언어와 연결되어 연상되는 사고의 체계'라고 정의했다. 그의 프레임 이론에 따르면, 전략적으로 짜인 틀을 제시해 대중의 사고 틀을 먼저 규정하는 쪽이 정치적으로 승리한다. 미국 정치를 분석하고 미국 민주당의 승리 전략을 논한 책이지만, 이 책에서 말하는 문제의식과 분석의 틀은 현재 대한민국 정치에서도 꽤 유용한 통찰력을 제시한다. 레이코프의 이론에 따르면, 한국 보수 진영이 문재인 정부의 폭정에 관한 사실들을 알려주면 사람들이 보수를 선택할 것이라 믿지만 착각이다. 중요한 것은 사람들의 ‘생각의 틀’이 사실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

이제 한국 보수가 국민의 신뢰를 회복해 내년 총선에서 승리하려면 무조건 탄핵은 생각하지 말아야 한다. 진보 세력이 제시한 탄핵 프레임의 틀을 보수가 ’탄핵 부정‘으로 반박하려는 노력은 오히려 해당 프레임을 강화하는 딜레마에 빠져 들면서 보수는 결코 선거에서 승리할 수 없다. 황 대표에게는 시작부터 가시밭길이다. 보수의 품격을 다시 세우고, '박근혜의 그림자'를 걷어내고, 우익 강경 보수 이미지를 극복하면서 보수 대통합의 기둥을 세워 한국 보수가 만나야 할 미래를 제시해야 성공할 것이다.

● 김형준 명지대 교수 프로필

▦아이오와대 정치학 박사 ▦한국선거학회 전 회장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정치개혁위원회 위원 ▦한국정치학회 이사 ▦한국정치학회 부회장 ▦명지대 인문교양학부 교수(정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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