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리졸브 명칭 '동맹'으로/ 을지프리덤가디언 ‘을지태극’과 ‘동맹 19-2’로 분리/ 변화된 연합훈련 비핵화 ‘지렛대’ 되나

키 리졸브(Key Resolve), 독수리훈련(Foal Eagle), 을지프리덤가디언(UFG)으로 대표되는 한미연합훈련이 종료됐다. 한미연합훈련의 3대 훈련이 종료되고 새로운 명칭으로 변경되면서 큰 틀에서 훈련 내용도 바뀔 예정이다. 키리졸브는 ‘동맹’이라는 한글 명칭으로 바뀐다. 연대급 이상의 대규모 야외기동훈련(FTX)인 독수리훈련도 종료된다. 을지프리덤가디언(UFG)은 ‘을지태극’ 등 다른 훈련으로 대체된다. 이번 결정이 북한의 비핵화 협상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안보태세에는 문제가 없는지, 북핵 억지력에는 문제가 없을지 등을 짚어봤다.

지난 3월 경기도 평택시 주한미공군 오산기지에 미 공군 F-16 전투기가 착륙하고 있다. 연합

이번 한미연합훈련 종료 결정은 한미 군사당국이 긴밀히 협의한 결과다. 지난 하노이 회담이 결렬됐고 비핵화를 위한 대화의 ‘판’이 깨지지 않기 위한 조치인 셈이다. 조성렬 국가안보전략 연구위원은 “이번 조치는 양쪽 모두 중단인 상황”이라며 “북한이 핵실험을 하지 않는 것과 한미연합훈련 변경이 등치된 결과”라고 말했다. 비핵화 협상을 위한 외교적 조치로 이해할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회담이 결렬된 이후 북한과의 대화 의지를 드러냈다. 트럼프 대통령은 2차 회담에 대해 ‘생산적’이라고 평가했다. 폼페이오 미국 국무부장관도 지난 회담에 대해 “앞으로 좋은 방향으로 나갈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 위원장과 북한과는 계속 좋은 친구 관계를 유지할 것”이라며 긍정적인 신호를 보냈다.

지난 3일 (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한국과 군사훈련을 원치 않는 이유는 돌려받지 못하는 수억 달러를 아끼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연합

트럼프 “김정은과 연합훈련 이야기 나누지 않았다”

한미연합훈련 변경은 지난 회담에서 이미 감지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당시 기자회견에서 한미연합훈련이 이어질 것인지에 대한 질문에 “굉장히 많은 돈이 들어간다”며 “(연합훈련은) 아주 많은 돈이 든다. 이런 부분은 보고 싶지 않다”고 말한 바 있다. 이어 “한미훈련이 필요하지 않은 것이라고 말하는 것은 아니다. 비용적인 문제를 생각해야 한다”며 비용분담 문제를 환기하기도 했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결정이 북미정상회담과 별개로 이뤄졌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트위터에 “군사훈련 혹은 내가 ‘워게임’이라고 부르는 것은 북한의 김정은과의 만남에서 전혀 거론되지 않았다”라며 “이건 대통령이 되기 한참 전부터 가졌던 내 입장”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현 시점에서 북한과의 긴장을 줄이는 건 좋은 일”이라고 덧붙였다. 연합훈련 종료가 비핵화 협상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실제 한미 국방당국은 작년부터 연합훈련을 일부 연기해왔다. 국방부 대변인실 측은 “작년 아세안확대국방장관회의, 미국에서 진행된 제50차 한미안보협의회의(SCM) 등 계속 협의해왔던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2차 북미회담 결과가 한미연합훈련 종료 결정의 직접적인 배경이 됐느냐는 질문엔 “북미정상회담 이후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달성하고자 하는 외교적 노력을 뒷받침하기 위한 양국의 의지가 반영된 조치”라고 말했다. 관련 조치가 북한의 비핵화를 촉구하기 위한 간접적인 메시지인 셈이다. 국방부 대변인실은 “그런 외교적 노력을 뒷받침하기 위한 (군사적) 조치로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지난 2017년 4월 독수리(FE) 훈련에 참가한 미국 해군의 이지스 구축함인 맥캠벨함(사진 위, 9천200t, DDG-85)이 1일 부산항에 입항하고 있다. 맥캠벨함은 토마호크 순항미사일, 함대공미사일, 함대함미사일 등 각종 고성능 미사일을 비롯해 시호크 해상작전헬기를 탑재하고 있다. 연합

한반도 유사시 미국 증원 전력이 전개되는 훈련인 키리졸브는 ‘동맹’이라는 한글 명칭으로 바뀌었다. 키리졸브는 매년 3월 약 보름간 진행됐지만 ‘동맹’훈련은 전반기와 후반기로 나눠 7일 간 실시될 예정이다. 오는 12일에 종료되는 ‘동맹 19-1’은 2019년도 첫 번째 훈련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미군부대 관계자는 “방어에 초점을 맞춘 훈련이다 보니 오랫동안 해온 간부들은 억지력에 대해 의문을 표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몇십 년 간 이어져 온 훈련이 변경된 것에 따른 걱정이다. 변경된 훈련이 전과 비교해 어떠냐는 질문엔 “선제공격 시나리오는 없어졌고, 북한이 선제공격을 했다는 가정 하에 방어하고 반격훈련을 하고 있다”며 “나름 긴박하게 돌아간다. 훈련이 느슨해졌다거나 그런 건 없다. 군 훈련답게 잘 돌아간다”고 말했다. 이어 “실제 훈련기간이 짧아졌지만 ‘동맹 19-1’, ‘동맹 19-2’로 전·후반기가 나눠져 있기 때문에 큰 차이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방부 “연합훈련 폐지가 아닌 변경”

독수리훈련(FE)은 실제 병력과 장비가 동원되는 대규모 야외기동훈련(FTX)다. 독수리훈련은 연대급 이상의 부대가 동원되는 대규모 한미연합훈련이었다. 이제는 독수리훈련이라는 명칭을 없애고 대대급 이하의 부대가 상시로 연합훈련을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연대급 이상의 훈련은 한국군 단독으로 실시한다. 국방부 대변인실 측은 “연대급 이상의 훈련을 단독으로 하더라도 연합작전체계에 필요한 훈련목적을 달성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한다는 것이 기본 입장”이라고 말했다. 연합 야외기동훈련 재개 여부에 대해서는 “연중 균형되게 연합준비태세가 보장될 수 있도록 한다는 원칙하에 한미 간 긴밀히 협의하여 계획하고 시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8월 유예됐던 을지프리덤가디언(UFG)도 변경된다. 을지프리덤가디언은 전쟁을 상황을 가정하여 매년 8월 실시한 한미 합동 군사훈련이다. 국방부 관계자는 “시행하는 내용을 살펴보면 축소되거나 폐지된 것이 없다”며 “을지와 프리덤가디언이 분리돼 실시는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을지프리덤가디언에서 ‘을지’는 유사시 정부부처 훈련인데, 기존의 ‘태극’연습과 합쳐진다. 태극연습은 한국 합참주도의 한국군 단독 컴퓨터 모의 훈련이다. 이 훈련은 ‘을지태극연습’이라는 이름으로 오는 5월 말에 진행된다.

지난 3일 경기도 평택시 캠프 험프리스 모습. 지난 3일 국방부는 한국과 미국 국방당국은 올해부터 키리졸브(KR:Key Resolve) 연습과 독수리훈련(Foal Eagle)이란 이름의 연합훈련을 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연합

프리덤가디언(FG)은 한반도 유사시를 대비한 연합지휘소 훈련이다. 이 훈련은 후반기 ‘동맹 19-2’와 함께 실시될 예정이다. 실제 국방부는 지난해 12월 19일 정책실 백브리핑에서 을지연습을 오는 5월로 옮겨 한국군 단독연습인 태극연습과 함께 한다고 밝혔으며, 한미연합지휘소 연습인 프리덤가디언은 올해 후반기에 실시될 것이라고 말했다. 프리덤가디언(FG)이 후반기 동맹 훈련과 함께 실시되는 배경이다.

국방부 관계자는 “몇몇 언론에서 을지프리덤가디언(UFG)이 폐지됐다고 보도가 나오는데, 폐지가 아니라 대체되는 것”이라며 실제적으로 연합훈련이 이뤄진다고 강조했다. 그는 “추가적으로 작전개념 예행연습(ROC Drill), 통신훈련, 전술토의 등과 같은 것들을 통해서 보완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국방부는 한미연합훈련 변경과 관련해 ‘작전개념 예행연습(ROC Drill), 통신훈련, 전술토의 등이 진행되면서 질과 양적 측면에서 큰 변화가 없다’는 입장을 내놨다. 전술토의란 키리졸브 등에서 활용된 컴퓨터 시뮬레이션 훈련이다. 작전개념 예행연습(ROC Drill)은 어떤 하나의 작전개념을 여러 지도를 통해 작전계획을 수립하고, 주요지휘관 및 참모들이 상호 워게임(War game)을 하는 훈련이다.

국방부 관계자는 “이런 워게임을 전술토의와 도상연구 등으로 훈련하는 것이 작전개념 예행연습(ROC Drill)”이라며 “한미연합으로 주요지휘관 및 참모들이 모여서 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통신훈련이란 미국과 연동되는 통신망으로 여러 상황에 대응하는 훈련이다. 그는 “하나의 주제를 두고 한미가 모여 전술토의와 작전개념을 논하는 등 여러 방법이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 2017년 평택시 해군2합대에서 펼쳐진 독수리훈련 현장. 미2사단 프랜시스 행정 부사단장과 해군 2함대 부석종 사령관이 독수리훈련을 위해 전개된 미2전투항공여단 아파치(AH-64)를 점검하며 현장지도를 하고 있다. 연합

안보상황에 따라 미국과 재협의 가능

한미연합훈련이 종료되거나 유예되는 등 변경되면서 안보태세가 약화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실제로 대대급 이하 훈련인 케이멥(KMEP:북한의 서북도서 및 국지도발에 대비하는 한미해병 연합훈련으로 연 19차례 안팎으로 실시)이나 연 8회 실시하는 쌍매훈련(한미 공군 전투비행대대가 상호 교환방문하는 훈련)도 유예됐다. 12월에 실시되는 한미연합 공중훈련인 비질런트 에이스도 연기됐다. 비핵화 협상이 장기화되거나 안보상황이 급변할 때를 구체적으로 대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연합훈련이 정상화될 가능성에 대해 국방부 대변인실 측은 “한미는 한반도 안보상황 변화에 따라 언제든지 (미국과의) 재협의를 통해 추가적인 조정 시행이 가능하다”라고 밝혔다. 또 다른 국방부 관계자는 확답하긴 힘들다면서도 “대대급 이하의 연합훈련은 계획된 대로 실시할 예정이고, 연대급 이상의 훈련은 각각 단독으로 실시하지만 전술토의, 작전개념 예행연습(ROC Drill), 통신훈련 등으로 보충한다는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쌍매훈련 같은 경우는 대대급 훈련이다 보니 정상적으로 진행될 것”이라며 작년 한차례 유예된 케이멥의 경우에 대해서는 “올해도 유예된다거나 축소되는 등의 결정이 된바 없다”고 말했다. 변동 가능성에 대해 그는 “변동이 없을 것으로 예상하지만 한미가 앞으로 협의해 결정할 부분”이라고 덧붙였다.

한미연합훈련이 변경되면서 비핵화를 둘러싼 ‘한반도 긴장’이 완화됐다. 이 조치로 북한을 자극하지 않게 됐고 대화가 이어질지도 관심사다. 이에 대해 조성렬 국가안보전략 연구위원은 “대화 분위기를 유지하기 위한 트럼프 대통령의 긍정적 신호”라며 “미국의 입장에서는 북한을 자극하지 않으면서 핵실험을 하지 못하게 하고, 대화의 판을 깰 생각이 없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의지가 나타난 것”이라고 분석했다. ‘연합훈련 변경’과 ‘대화’가 교환되는 등가적 성격을 띤다는 뜻이다. 조 위원은 “연합훈련에 대한 이야기는 작년부터 나왔던 것”이라며 “의미가 크긴 하지만 직접적으로 북한을 협상테이블로 나오게 할 요인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단지 이번 조치를 협상의 동력을 유지하는 차원으로 본 것이다.

안보상황에 따라 전략적 유연성 발휘해야

홍현익 세종연구소 외교안보전략연구실장도 “연합훈련을 하지 않는다고 북한이 회담에 나오는 것이 아니라, 한미훈련을 대규모로 하면 차후에 회담이 어려워지는 것을 막기 위한 상호주의 차원의 조치”라고 말했다. 홍 교수는 지나친 안보 우려에 대해 “전략자산이 한반도로 직접 전개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했다. 전략자산 전개 훈련 등이 오히려 한반도 정세를 불안하게 하는 요인이라는 뜻이다. 이미 괌이나 본토에서도 북한을 충분히 타격할만한 억지력이 구비돼 있기 때문이다.

홍 교수는 “낮은 규모의 연합훈련도 부족함이 없다”며 “그동안 (훈련이) 너무 지나쳐서 협상국면이 안 됐다”고 분석했다. 이어 “북한을 자극하지 않으면서 대비태세를 확고히 하고, 도발을 한다면 단숨에 제압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춰야 한다”며 “지금의 정책은 굉장히 합리적”이라고 평가했다.

과거 북한은 도발 후 협상을 통해 자신들의 뜻을 관철시켰다. 도발 후 협상, 뒤이어 또 다른 도발의 악순환이 반복되는 흐름이었다. 하지만 ‘핵 담판’이 결렬됐고, 북한은 ‘제재 해제’라는 대가를 얻지 못했다. 과거 흐름처럼 다시 도발할 가능성이 크지 않다고 보는 까닭이다. 홍현익 교수는 “북한이 도발한다면 완전히 판이 깨지는 것”이라며 “그때는 다시 전략자산을 전개해 훈련해야 하겠지만 북한이 도발할 가능성은 낮다”고 말했다. 이어 “안보 상황에 따라 미사일 등 전략자산을 상시 배치하거나 전술핵을 배치하는 등 전략적 사고와 유연성을 발휘하면 된다”고 덧붙였다.

천현빈 기자



천현빈 기자 dynamic@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