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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2차 북미회담 결렬 ‘진짜 이유’… 미국의 ‘트릭’, 일본의 ‘딴지’

의제’에 없는 ‘일본인 납치 문제’판 깨… 비핵화, 대북제재 해제는 지속적 논의 사안
日 대북지원 동결, 볼턴의 수상한 행보 ‘하노이 파행’ 빌미 제공 의심
  • 제2차 북미정상회담 이튿날인 2월 28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오른쪽)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왼쪽) 북한 국무위원장이 베트남 하노이의 소피텔 레전드 메트로폴 호텔에서 회담 도중 심각한 표정을 하고 있다.(연합)
세계의 관심을 모았던 2차 북미정상회담이 결렬되면서 후폭풍이 거세다. 당장 북미관계는 한치 앞을 내다 볼 수 없게 됐고, 남북관계는 직격탄을 맞았다. 북핵 문제가 자칫 원점으로 돌아가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왔다.이번 2차 북미회담은 여러 논란 속에 개최됐지만 비교적 순탄하게 진행됐다. 그러나 회담 이틀째 합의문 서명을 눈앞에 두고 갑자기 결렬됐다. 이어 미국과 북한은 회담이 무산된 배경을 놓고 상대 책임을 주장하면서 골이 깊어졌다. 세기의 회담이 이례적으로 무산된 배경을 놓고 여러 분석이 나왔지만, 본질적인 이유는 따로 있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2차 북미회담과 직접 관련이 없는 일본이 깊이 개입한 정황과 대북 강경파 존 볼턴 미국 국가안보보좌관의 미심쩍은 행보다. 여기에 트럼프 대통령이 2차 회담을 회피하려는 부정적 기류도 한몫했다. 일부에서 ‘북한 책임론’을 강조하고 있지만 사태의 본질과는 상당한 거리가 있다.미국은 협상 재개의 희망을 피력했지만 ‘신뢰’가 깨진 북한이 다시 대화 테이블로 나오기까지는 적잖은 시간이 걸릴 듯하다. 2차 북미회담이 결렬된 ‘진짜 이유’를 추적했다.

2차 북미정상회담 ‘퍼즐’ 어떻게 맞춰졌나

2차 북미정상회담은 미국의 제안으로 이뤄졌다. 지난 1월 18일 미국 워싱턴을 방문한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이 폼페이오 국무장관과 고위급회담에 이어 트럼프 대통령을 면담한 뒤 백악관은 2차 북미정상회담 2월 말에 열릴 것이라고 발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2월 6일 새해 국정연설서 오는 27∼28일 베트남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북미 2차 정상회담을 개최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2차 북미회담은 트럼프 대통령이 일방적으로 발표한 것일 뿐, 북한은 곧바로 화답하지 않았다. 회담 성사를 위해 먼저 움직인 것은 미국이었다. 스티브 비건 미국 대북정책특별대표는 2월 6일 평양을 방문해 2박 3일간 머물며 북측 김혁철 국무위원회 대미특별대표와 2차 북미회담을 위한 실무협상을 했다.

그러나 회담 ‘의제’를 놓고 북한은 ‘비핵화(핵폐기)’에 한 발짝도 물러서지 않았다. 미국이 북핵을 논한다면 회담을 보이콧할 수 있다는 단호한 입장도 보였다. 북한 사정에 정통한 베이징의 대북 소식통은 “북한은 이미 핵보유국이다. 현재나 미래핵은 양보할 수 있어도 기존의 보유핵은 절대 포기하지 않는다. 북한이 말하는 비핵화는 ‘핵군축’을 말하는 것이지 결코 ‘핵폐기’가 아니다”고 강조했다. 소식통은 “연초에 김정은이 중국을 방문해 식량 문제를 일부 해결했기 때문에 당장 2차 북미회담이 급하진 않았다. 북은 핵 얘기는 꺼내지도 말라는 입장이었다”고 말했다.

2차 북미회담이 필요한 쪽은 미국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의 비핵화를 활용해 국내 위기(러시아스캔들, 지지율 하락 등)를 넘기고 내년 대선의 ‘빅카드’로 쓰려는 전략을 갖고 있다.

급기야 트럼프 정부는 평양에 머물고 있는 비건 특별대표를 통해 ‘새로운 제안’을 내놓으며 2차 북미회담 개최에 전력했다. ‘새로운 제안’의 주내용은 평양에 미국 연락사무소 설치, 대북 제재 완화, 대북 지원 등 파격적이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그럼에도 북한은 2차 정상회담에 대해 답(答)을 주지 않았다. 미국에 대한 불신 때문이다. 그러자 미국은 한국을 담보로 불신을 상쇄시키려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2월 19일 문재인 대통령과 통화하며 2차 북미회담에 대한 협조 방안을 논의했고, 문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이 요구하면 (한국이) 그 역할을 떠맡을 각오가 돼 있다”고 밝혔다.

이러한 한국 정부의 의지는 모종의 루트를 통해 북한에 전달됐고, 김정은 위원장은 23일 2차 북미회담이 열리는 베트남 하노이를 향해 평양을 출발했다.

하노이에서는 비건 대표와 북측 김혁철 특별대표, 김성혜 통일전선부 통일책략실장이 21일부터 2차 북미회담의 ‘의제’를 조율하기 위한 협상을 이어갔다. 하지만 김 위원장이 평양을 떠난 23일까지도 ‘의제’를 매듭짓지 못했다. ‘의제’가 확정돼야 회담이 열리는 관례에서 다급한 쪽은 2차 북미회담을 제안한 미국이었다. 더욱이 김정은 위원장의 하노이행은 북미회담 외에 베트남과의 중요한 협약이라는 ‘차선’의 카드가 있었지만, 트럼프 대통령에겐 ‘외통수’였다.

이런 상황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해결사‘로 등장했다. 문 대통령은 25일 청와대에서 주재한 회의에서 ‘신한반도 체제’를 선언하고, 한국의 역할을 강조해 북한을 안심(?)시켰다. 이날 하노이 북미 협상팀은 ‘의제’를 거의 마무리지었고, 트럼프 대통령은 2차 북미회담을 위해 워싱턴을 출발했다.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의 2차 정상회담은 이렇듯 북한ㆍ미국ㆍ한국의 ‘신뢰’에 기반해 성사됐다.

북미회담 결렬, 미ㆍ북 진실 공방…AP “북한 주장이 맞다”

순조롭게 진행될 것이 예상되던 2차 북미정상회담은 뜻밖에, 최악의 결과로 막을 내렸다. 최종 합의문 서명을 눈앞에 두고 갑자기 결렬된 것이다.

  • 지난달 2월 28일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제2차 북미정상회담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확대정상회담을 하고 있는 모습. 북측에서는 김영철 당 부위원장과 리용호 외무상이, 미측에서는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과 믹 멀베이니 백악관 비서실장 대행,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이 배석했다.(연합)
미국과 북한은 기자회견 등을 통해 상대에게 책임을 돌리는 진실 공방을 이어갔다. 북ㆍ미 양측이 결정적으로 충돌한 대목은 영변 핵시설 폐기 범위(그외 +α알파)와 대북제재 완화 수위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28일 회담 결렬 직후 기자회견에서 “김정은 위원장이 준비가 안 됐다. 1단계 수준의 영변 핵 시설 해체에만 만족할 순 없었다”고 강조했다. 폼페이오 국무장관도 “북한이 제안한 것은 일부 페쇄였다. 다른 큰 핵 시설이 있고, 핵탄두와 무기체계가 빠져서 합의를 못했다”고 주장했다.

존 볼턴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3일(현지시간) 미국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대통령은 핵무기와 생화학 무기, 탄도미사일들을 포기하는 비핵화 ‘빅딜’을 계속 이야기 했다”며 “그러자 김정은이 밖으로 나가버렸다”고 말해 회담 결렬 책임이 북측에 있다고 밝혔다.

북한은 1일 새벽(현지시간) 기자회견을 갖고 미국 측의 주장을 반박했다. 리용호 외무상은 “영변 핵시설의 전부 폐기를 제안했다”고 말했다. 최선희 외무성 부상은 “영변 핵단지 전체, 그 안에 들어있는 모든 플루토늄, 우라늄 시설을 포함한 모든 핵시설을 통째로 미국 전문가들의 입회하에 영구적으로 폐기하는 제안”이라며 “역사적으로 제안하지 않았던 제안을 이번에 제안했다”고 강조했다.

결국 미국과 북한이 ‘영변 핵 시설’의 정의를 놓고 견해를 달리한 셈인데 북한의 비핵화 원칙에 따르면 북측 주장에 설득력이 있다. 북한은 기존의 보유핵은 유지하되 현재 진중행이거나 미래핵은 포기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김정은 위원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우리는 이미 더 이상 핵무기를 만들지도 시험하지도 않으며 사용하지도 전파하지도 않을 것이라는 데 대하여 내외에 선포하고 여러 가지 실천적 조치들을 취해 왔다”며 북한의 비핵화 원칙을 분명히 했다. 영변 핵 시설은 북한의 현재와 미래핵을 상징한다.

미국이 제시해 북한이 놀랐다는 우라늄 시설은 새롭게 발견된 게 아니고 국내외에 알려진 내용이다. 따라서 이것이 문제라면 회담 과정에서 조율할 수 있고, 차기 회담에서 논의하면 되지 회담을 깰 정도로 심각한 사안은 아니다. 볼턴 보좌관이 얘기한 생화학 무기 등도 회담을 성사시키려는 의지만 있으면 부칙 사항으로 두었다가 차후 회담에서 논의하면 된다.

‘대북제재 완화 수위’도 회담 결렬의 원인으로 지적됐다. 북한이 ‘일부해제’를 요구했다고 하는데 반해 미국은 ‘전면해제’를 요구했다고 주장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이 완전한, 전면적인 제재 완화를 원했으나 미국은 들어줄 수 없었다”고 밝혔다. 반면 리용호 외무상은 “우리가 요구한 것은 전면적인 제재해제가 아니라 일부해제, 구체적으로는 유엔제재 결의 11건 중 2016∼17년 채택된 5건, 그 중에서 민수경제와 인민생활에 지장을 주는 항목들만 먼저 해제할 것을 요구했다”고 반박했다.

  • 북한 리용호 외무상이 3월 1일 새벽(현지시간) 제2차 북미정상회담 북측 대표단 숙소인 베트남 하노이 멜리아호텔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전날 열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2차 정상회담이 합의에 이르지 못하고 결렬된 데 대한 입장 등을 밝히고 있다. 왼쪽은 최선희 외무성 부상.(연합)
북ㆍ미 양측의 주장이 엇갈린 가운데 전문가들은 북한의 주장이 신빙성이 있다고 봤다. 한 전문가는 “국가 정상회담은 사전에 의제가 확정돼야 열린다. 미국 주장대로 북한이 전면해제를 요구했다면 회담 자체가 열리지 않았을 것”이라며 “그렇게(전면해제) 되면 트럼프 대통령에게 국내외 비난이 쏟아질텐데 그런 회담을 하겠냐”고 반문했다.

북한 사정에 정통한 베이징의 대북 소식통은 “2차 회담이 결렬된 뒤 북한 관계자로부터 트럼프 대통령 등 미국 참석자들이 억지 주장을 펴고, 조건을 달고, 의제와 관계없는 얘기를 하는 것을 보고 회담을 무산시키려는 인상을 받았다는 말을 들었다”고 전해왔다.

최근 미국의 AP 통신은 트럼프 정부 관계자들의 말을 인용해 북한의 손을 들어줬다. AP 통신은 1일 ‘트럼프 대통령이 정상회담에서 북한의 요구 사항을 과장했다고 관리들이 말한다’의 제목의 기사에서 “누가 진실을 말하는가”라고 질문을 던진 뒤 “이번 경우에는 북한 말이 맞는 것 같다”고 했다.

AP 통신은 “미국 정부의 고위 당국자도 북한이 미국에 요구한 것은 2016년 3월 이후 유엔 안보리가 부과한 제재가 해제될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했다는 점을 인정했다”면서 “북한의 제재 해제 요구 내용이 강력한 것이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주장한 대로 북한이 모든 제재를 해제하라고 요구한 것은 아니다”고 평가했다.

볼턴과 일본의 수상한 행보 ‘파국’의 빌미 의심 ‘파국’으로 막을 내린 2차 북미정상회담의 퍼즐판을 들여다 보면 무언가 어색하고, 어울리지 않는 퍼즐 조각이 눈에 띈다. 일본과 볼턴 미국 국가안보보좌관의 행보다.

  • 존 볼턴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 (연합)
일본은 2차 북미회담과 직접 관련이 없는데도 깊숙이 개입하고, 결정적인 ‘악재’로 작용한 의심이 짙다. 볼턴 보좌관은 미국내에서 친(親)일본 인사로 알려져 있고, 그가 등장한 둘째 날 확대정상회담 직후 2차 북미회담이 결렬됐다. 2차 정상회담이 임박한 시점에 일본 아베 총리의 대북 지원 중단 발표와 볼턴의 행보가 겹치는 것도 미심쩍다.

일본 외무성의 가나스기 겐지 아시아대양주 국장은 지난달 22일 하노이에 들어가 북미 협상 추이를 지켜봤다. 볼턴 보좌관은 23일 방한해 정의용 국가안보실장, 야치 쇼타로 일본 국가안보국장과 만날 예정이었지만 돌연 취소했다. 이에 대해 NSC 측은 베네수엘라 사태가 심각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그런 볼턴 보좌관은 지난달 26일 하노이에 도착해 2차 북미회담 둘째 날인 28일 확대정상회담에 참석했다. 본래 볼턴 보좌관은 트럼프 대통령의 하노이행에 동승하지 않아 여러 억측을 낳았지만, 별도로 이동해 베트남에 들어갔다.

그런데 볼턴 보좌관이 하노이로 향한 지난달 26일, 일본 언론은 아베 정부가 대북 인도적 지원과 경제협력을 동결하겠다는 방침을 미국과 국제기구 등에 전달했다고 보도했다. 마이니치 신문은 “2차 북미정상회담에서 합의가 발표되더라도, 북한이 비핵화를 향해 움직인다는 보증이 없다면 당장 대북 경제협력이나 인도적 지원을 하는 것은 시기상조”라고 했다. 일본 외무성 간부는 “납치문제도 있기 때문에 일본이 (북한을) 지원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아베 일본 총리는 지난달 20일 트럼프 대통령과의 전화통화에서 일본인 납치문제의 조기 해결을 위해 2차 북미정상회담에서 일본의 입장을 북한 측에 전달해 줄 것을 요청했다.

그런데 실제 일본인 납치 문제가 느닷없이 2차 북미회담에서 거론됐다. 일본 언론 보도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2차 북미회담 첫날인 지난달 27일 김정은 위원장과의 일대일 회담에서 일본인 납치 문제를 제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어 만찬에서도 납치 문제를 꺼내자 김 위원장은 물론 미국 측 회담 참석자도 깜짝 놀랐다고 했다.

이러한 사실은 지난달 28일 2차 북미 회담이 무산된 뒤 트럼프 대통령과 아베 총리의 전화 통화에서 확인됐다. 아베 총리는 통화 후 트럼프 대통령이 회담에서 두 차례나 납치 문제를 거론했다고 밝혔다.

  • 미국 백악관에서 지난 2018년 6월 7일 방미 중인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과 귓속말을 나누는 모습.(연합)
사실 2차 북미회담은 둘째 날인 28일 확대정상회담 후 결렬됐지만 이상기류는 전날인 27일 오후부터 감지됐다. 베이징 대북 소식통과 국내외 정보 관계자 등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이 일본인 납치 문제를 제기하면서 회담 분위기는 싸늘해졌다. 북한 측에서는 의제에도 없는 뜻밖의 얘기에 당황하고, 매우 불쾌한 반응을 보였다고 한다.

베이징의 대북 소식통은 “북한의 일본에 대한 인식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부정적이다. 조국이 분단되고 북한이 못살게 되는 가장 큰 원인을 일본의 식민지배로 보기 때문에 철천지 원수, 반드시 복수해야 할 대상으로 여긴다”며 “그런데 북미회담에서 일본인 납치 문제가 나왔다면 ‘회담을 하지 말자는 것’으로 북한은 받아들였을 것”이라고 전해왔다, 소식통은 “그런 상황(트럼프 대통령의 일본인 납치 문제 제기)이 평양에 전해졌다면, 노동당은 당장 철수하라는 입장을 전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2차 북미회담은 파국으로 끝났다. 그런데 일본의 대북 지원 중단 발표와 볼턴 보좌관의 하노이행이 묘하게 겹치는 것은 수상스럽다. 볼턴 보좌관은 지난달 23일 방한을 취소하고 베네수엘라로 향한 것으로 짐작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하노이로 출발한 26일 이전 일본에 머문 것으로 추정된다. 그리고 일본 정부가 대북 지원 동결 입장을 고수하자(26일 발표), 이를 확인한 볼턴 보좌관은 26일 하노이로 들어가 트럼프 대통령에게 일본의 입장(대북지원 중단, 일본인 납치 문제 제기)을 전했을 가능성이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2차 회담과는 무관한 일본인 납치 문제를, 그것도 두 번씩이나 제기한데 볼턴 보좌관의 역할이 의심되는 것이다.

지난해 6월 싱가포르 1차 북미정상회담과 그 이후 북한의 비핵화(핵폐기)가 불가능한 것을 파악한 트럼프 대통령은 2차 북미회담 역시 ‘의제’ 조율 과정을 통해 비핵화에 성과가 없을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미국내에서 북미회담 청문회까지 거론된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으로선 회담이 열리지 않거나 결렬되는 게 유리할 수 있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2차 회담에서 굳이 일본인 납치 문제?꺼내 북한을 자극한 데는 그??배경도 작용했을 수 있다.

2차 북미회담 결렬과 관련해 의심되는 또 다른 부분은 일본의 대북 지원 부분이다. 일본은 2차 북미회담을 하루 앞둔 지난달 26일 대북 지원을 하지 않겠다고 발표했다. 북한의 비핵화를 믿을 수 없고, 일본인 납치 문제가 남아있다는 게 지원 동결의 이유였다.

2차 북미회담은 트럼프 대통령이 먼저 제기했고, 비건 특별대표가 평양에 들어가 ‘새로운 제안’을 제시하면서 가능성이 열렸다. 대북 소식통과 국내외 정보 관계자들 사이에선 미국이 제시한 ‘새로운 제안’에 대북 제재 완화 외에 대북 지원에 관한 부분도 있고, 이것이 일본의 대북 지원과 관련된 게 아니냐는 얘기도 나온다. 즉, 미국이 대북 지원을 일본 재원으로 하려 했고, 그 대가로 일본의 요청(일본인 납치 문제 등)을 2차 회담에 반영했다는 것이다. 이에 따르면 미국은 남(일본)의 돈으로 북한에 생색을 낸 것으로, 일종의 ‘트릭’을 쓴 것과 같다.

그런데 일본이 대북 지원 동결을 발표한 것은 트럼프 대통령이 2차 북미회담 조건으로 북한에 줄 선물이 사라지는 셈이다. 설령 일본의 대북 지원이 이뤄지더라도 미국이 일본 재원을 활용한 것을 알면 북한은 당연히 거부했을 것이다.

2차 북미회담이 결렬된 배경을 놓고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일본인 납치 문제를 제기한 것이 결정적으로 작용했다는 게 대북 소식통과 정보관계자들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그렇다면 2차 북미회담이 파국으로 끝난 데는 일본의 ‘딴지’와 볼턴 보좌관의 의심스런 행보와 연결된 미국의 무리수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박종진 논설실장 jjpark@hankooki.com

<박스> 북한의 선택, 미국 제치고 UN과 협상

北, 핵문제 UN으로…남북관계 돌파구는 ‘민간 경협’

2차 북미회담 결렬은 북한에게도 충격적이다. 북한은 곧바로 미국에 책임이 있다는 기자회견을 하고 돌아갔다. 2차 북미회담 파국이 가져온 가장 큰 문제는 ‘신뢰’가 깨진 것이다. 미국을 믿지 못해 김정은 위원장이 항공이 아닌 기차로 하노이까지 간 북한은 더욱 트럼프 정부를 불신할 것이다. 2차 북미회담을 앞두고 트럼프 대통령과 대북 관계를 논의한 문재인 정부에도 불똥이 튈 가능성이 크다. 남북관계는 당분가 냉각기에 들고, 김정은 위원장의 상반기 답방은 물 건너갔다.

북한은 장차 핵문제를 미국을 제치고 UN에서 해결하려는 것으로 전해진다. 북한 사정에 정통한 베이징의 대북 소식통은 “2차 북미회담 후 노동당은 미국을 믿지 못하겠다며 북핵을 유엔에서 해결하려고 한다”며 “중국과 러시아도 힘을 실어줄 것이다”고 말했다.

북핵 문제가 유엔에서 다뤄지게 되면 비핵화를 차기 대선의 ‘빅카드’로 활용하려는 트럼프 대통령의 전략은 물거품이 된다. 트럼프 대통령이 2차 북미회담 결렬 후에도 북한과 대화를 계속하겠다고 밝힌 데는 그의 정치적 고려가 담겨있다.

한편, 2차 북미회담이 틀어지면서 남북관계도 직격탄을 맞았다. 문재인 정부의 대북 플랜은 수정이 불가피해졌고, 잔뜩 기대를 한 남북경협과 교류도 차질이 생겼다.

이런 상황에서 북한과 대화 창구는 ‘경제’, 그것도 민간 차원의 경제협력이 가장 효율적이고 유일한 방안으로 평가된다. 베이징의 대북 소식통은 “북한에 가장 시급한 것은 굶주림을 해결하는 것”이라며 “그런 부분은 어느 나라와도 대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정은 위원장이 지난 1월 7일 중국을 방문해 식량 지원을 받았지만 턱없이 부족하다는 게 소식통의 전언이다. 그는 “북미회담 사태로 북한이 화가 나 있지만, 굶주림 문제 해결에 남한이 적극 나서줄 것을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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