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각은 대통령 지지율에 큰 영향... ‘경제^북한^공약’과 밀접한 연관

인사(人事)가 만사(萬事)다. 동서고금 불변의 진리다. 나라를 운영하는데 인재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왕조시대에도 왕 혼자서 나라를 경영할 수는 없었다. 만조백관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현대 사회는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복잡다단해져서 어떤 인사 시스템과 인재 등용문이 있느냐에 따라 국가 경영의 질이 확 달라지게 된다. 특히 우리나라처럼 지하자원은 부족하고 사람이 곧 자원인 나라에서는 무엇보다 대통령의 인사가 국운을 결정짓는 기준이 된다. 지금은 역사속으로 사라진 김영삼 전 대통령이 가장 강조했던 것이 인사다. 현재 정치권에 활동하는 인사들 중 김 전 대통령과 인연을 맺었던 이가 한 둘이 아니다. 정치적으로 가까운 사람이 많다는 의미다. 노무현 대통령도 한때 김영삼의 사람으로 분류되던 시절이 있었을 정도다. 하지만 1992년 대통령에 당선된 후로 김 전 대통령 인사의 핵심은 능력이었다. 정치적인 인연을 가졌다고 해서 아무나 등용하지 않았다. 국가 개혁의 동력을 유지하고 각 분야별로 성과를 만들어 내기 위해서 최고의 전문가 그룹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문재인 대통령(오른쪽)과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21일 오후 청와대에서 미세먼지 대책 등을 논의하기 위해 만나고 있다. 반 전 총장은 지난 16일 미세먼지 해결을 위한 범사회적 기구의 위원장을 맡아 달라는 노영민 청와대 비서실장의 요청을 수락했다. 연합

‘인사 가 만사다’ 불변의 진리

실무 능력과 개혁 의지를 겸비한 인물들이 주로 중용됐다. 이론적 전문성을 갖고 있는 교수 출신들에게는 주로 정책적으로 보좌하는 역할을 부여했다. 고(故) 박세일 서울대 교수가 김영삼 정부의 국가 운영 중심 철학 중의 하나인 ‘세계화(世界化)’를 주도한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김영삼 대통령은 인사 물갈이가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상황이 오면 조금도 주저하지 않았다. 성수대교와 삼풍백화점이 붕괴되었을 때는 조각 수준에 버금가는 인사 조치를 서슴지 않고 단행했다. 어디 김영삼 전 대통령뿐이었는가. 김대중 전 대통령의 인사는 더 폭넓었다. IMF외환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기업인 출신이든 교수 출신이든 가리지 않고 발탁했다. 국가 비상 위기 상황에서 오로지 국정 운영 능력이 가능한 인물을 ‘인재의 바다’로부터 건져 올렸다. 김대중 전 대통령 인사의 정점은 김중권 비서실장의 등용이었다. 영남출신에다 보수적 성향이 다분한 김 비서실장을 자신의 곁에 두고 국가 중대사를 논의하고 결정했다. 비단 대통령의 탁월한 인사는 우리나라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당선되자마자 개혁적인 인사를 단행했었는데 국방부 장관만큼은 안보 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해 부시 정권의 장관을 유임시켰다. 당선자 자신의 정치적 목적으로 인사를 하는 것이 아니라 미국의 미래를 위한 초당적인 선택을 한 셈이다. 오늘날 오바마 대통령이 ‘소통의 달인’으로 평가받는 이유는 단순히 홍보 및 공보 활동을 잘했기 때문이 아니라 인사의 대가였기 때문으로 이해한다. 대통령이 단행하는 인사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문재인 대통령의 인사는 어떤 평가를 받을까. 그리고 최근 단행된 개각 인사 발표는 지지율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잡음 없는 인사가 좀처럼 쉬운 일이 아니지만 돌아가는 상황을 보면 적지 않은 논란에 휩싸인 듯하다. 알앤써치가 아시아투데이 의뢰를 받아 지난 15~17일 실시한 조사(전국1159명 무선RDD자동응답조사 표본오차95%신뢰수준±2.9%P 성연령지역가중치 응답률5.8% 자세한 사항은 조사기관의 홈페이지에서 확인가능)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개각 인사 중 가장 적합한 후보가 누구인지’ 물어본 결과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가 22.8%로 가장 높았다. 그 다음으로 진영 행정안전부 장관 후보자가 11.5%였다. 조동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후보자는 5.3%였다. 김연철 통일부 장관 후보자를 비롯한 나머지 장관 후보자들은 5%에도 미달했다. 문 대통령의 이번 개각 인사에 대해 ‘한 명도 적합한 후보가 없다’는 의견이 무려 35.9%였다.

7명의 후보자 중 누가 더 적합할까

7명의 후보자에 대해 누가 더 적합한지를 물어본 조사라 한명 한명에 대한 적합도를 충분히 파악하기는 힘들다. 그러나 ‘문 대통령의 개각 인사에 대해 누가 가장 부적합한지’ 물어본 결과를 보면 대통령 인사에 대한 여론의 반응을 알아차리는데 큰 도움이 된다. 가장 부적합 후보로 선택받은 인물은 박영선 장관 후보자(20%)와 김연철 장관 후보자(19.6%)였다. 하지만 두 사람의 결과는 전혀 다른 해석이 가능하다. 박영선 장관 후보자의 경우 적합과 부적합이 거의 비슷한 수준으로 높았다. 즉 호감과 비호감 이미지를 모두 가지고 있는 유형이다. 그렇지만 김연철 장관 후보자는 적합과 부적합의 차이가 가장 큰 후보임이 드러났다. 그 차이가 무려 15%포인트가 넘는다. 비호감층이 상당히 많다는 얘기다. 문 대통령의 임기는 아직 만 2년도 채 되지 않았다. 오는 5월 9일이 돼야 5년 임기중 만 2년이 될 정도로 임기가 많이 남아 있는 편이다. 문제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취임 초와 비교하면 대통령의 공직자 인사는 국정 운영과 대통령 지지율에 적잖은 부담이 되고 있다.

한국갤럽이 자체조사로 실시한 조사(전국 약 1000여명 휴대전화RDD조사 표본오차95%신뢰수준±3.1%P 응답률 약 15~20% 성연령지역가중치 개별조사의 자세한 사항은 조사기관의 홈페이지에서 확인가능)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공직자 인사’에 대한 평가를 물어보았다. 취임 직후인 지난 2017년 8월 16~17일 조사에서 ‘문 대통령의 공직자 인사’ 에 대한 평가는 긍정 50%, 부정 28%였다. 첫 인사에 대한 합격점 평가로 풀이된다. 취임 1년여 무렵인 지난해 5월 실시된 조사(5월 2~3일)에서 대통령의 공직자 인사에 대한 평가는 긍정 48%, 부정 24%로 양호했다. 하지만 몇 차례 인사 파동을 겪고 난 후인 지난해 11월 조사(11월 27~29일)에서 대통령의 공직 인사는 데드크로스(긍정과 부정이 역전되는 상태)가 발생했다. ‘인사를 잘 못하고 있다’는 의견이 43%, ‘인사를 잘하고 있다’는 응답은 28%였다. 가장 최근인 올해 2월 조사(2019년 2월 26~28일)에서도 공직자 인사를 잘 못하고 있다는 평가가 잘하고 있다는 평가보다 20%포인트 더 높았다.

대통령 지지율에 영향 주는 변수는

인사가 만사라고 했는데 3월 초 단행한 7개 부처 개각 인사는 어떤 평가를 받고 대통령 지지율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대통령 지지율에 영향을 주는 변수는 세 가지다. 경제, 북한, 공약(머리글자로 줄여서 ‘경북공’)이다. 이번 개각 인사는 대통령 지지율에 영향을 주는 경북공 변수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문 대통령의 인사가 지지율에 치명적인 이유는 경제변수에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이번 개각 인사에서 경제와 관련된 부처는 국토교통부, 중소벤처기업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등이다. 많은 경제 현안 중 장관 후보자들이 논란의 중심에 서 있는 분야는 부동산이다. 노무현 대통령의 참여 정부 국정 철학을 잇고 있는 문재인 정부에서 부동산 문제는 가장 중요한 경제 현안 중 하나다. 노 전 대통령은 임기 막판 부동산 정책의 핵심으로 종부세(종합부동산세)를 부각시켰다. 그러나 국민들의 저항은 예상보다 컸었다. 임기 초반 대통령의 지지율이 그나마 높을 때 시도했더라면 결과가 달랐을지 모를 일이다. 현 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노무현 정부때의 학습 효과 때문인지 임기 초반부터 부동산 정책에 대한 강한 의지가 투영됐다. 경제 전반은 당장 성과가 나오지 않고 한국 경제만으로 평가내리기 어렵지만 부동산 정책은 가시적인 성과가 있을 정도다. 한국갤럽이 자체조사로 현 정부 초기부터 최근까지 부동산 정책에 대한 평가를 실시한 조사(전국 약 1000여명 휴대전화RDD조사 표본오차95%신뢰수준±3.1%P 응답률 약 15~20% 성연령지역가중치 개별조사의 자세한 사항은 조사기관의 홈페이지에서 확인가능)에서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는지’ 물어본 결과 취임 직후 조사(2017년 8월 8~10일)는 긍정 44%, 부정 23%였다. 부동산 제도 개혁에 대한 기대감으로 읽히는 대목이다. 하지만 취임 6개월 이상 지난 후 실시된 조사(2018년 1월 16~18일)에서 부정 평가(34%)가 긍정 평가(24%)를 앞질렀다. 일부에서는 현 정부의 부동산 정책 기조가 악화된 여론 때문에 바뀌지 않을까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왔지만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의 의지는 꺾이지 않았다. 지난해 9월 부동산 대책이 발표되기 직전 조사(9월 11~13일)에서 부정 평가는 61%까지나 치솟았다. 다만 지난해 9월 부동산 종합대책 발표이후부터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대한 긍정 평가는 지속적으로 상승 중이다. 대책 발표 직후인 10월 조사(2018년 10월 2, 4일)에서 긍정 평가는 23%로 올라갔고 올해 1월 조사(1월 8~10일)에서 긍정 32%, 부정 42%로 차이가 현격히 줄어들었다. 김 장관을 중심으로 현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흔들리지 않고 지속되어온 결과로 평가받는 인상이 짙다. 문제는 이번 개각이다. 김 장관을 이어 부처의 수장이 될 최정호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부동산 관련 의혹이 신문 지상을 채우고 있다. 보도 내용에 따르면 인사 청문회에서 검증이 되겠지만 후련한 해명을 내놓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국회에서 진행될 인사 청문에서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가 속 시원한 설명을 내놓지 못한다면 부동산 정책에 대한 국민 신뢰는 위협받게 된다. 경제 이슈는 대통령 지지율에 가장 큰 영향을 주는 변수다. 다가올 인사 청문회가 두려운 이유다.

북한 변수는 일순간에 평가받아

문 대통령의 인사가 지지율에 중대한 영향을 주는 또 다른 이유는 북한과 관련이 있기 때문이다. 대통령 지지율에 가장 큰 영향을 주는 변수는 경제지만 경제에 대한 평가는 한순간에 내려지지 않는다. 일개 국가의 능력으로 해결하지 못하는 다른 변수가 너무 많기 때문이다. 그러나 북한 변수는 경제와 달리 일순간에 평가를 받게 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 휴전선을 사이에 두고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하더라도 남과 북은 서로에게 총부리를 겨누고 있었다. 이런 대치 국면이 극적으로 해소된 결정적인 계기는 지난 평창올림픽을 전후해서다. 문 대통령은 평창올림픽에 북한을 초대해 평화올림픽을 이끌어내면서 반전의 기회를 만들어냈다.

지난해 4월 판문점 선언, 6월의 제1차 북미정상회담, 9월 평양정상회담으로 이어지며 남북 사이의 화해 관계는 꽃을 피웠다. 남북관계 진전은 문 대통령 지지율 고공행진의 일등 공신이었다. 모든 세대와 지역을 초월해 문 대통령의 유연한 대북정책은 박수갈채를 받아왔다. 한국갤럽이 자체조사로 문 대통령의 취임 이후 ‘대북정책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는지’ 물어보았다(전국 약 1000여명 휴대전화RDD조사 표본오차95%신뢰수준±3.1%P 응답률 약 15~20% 성연령지역가중치 개별조사의 자세한 사항은 조사기관의 홈페이지에서 확인가능). 취임 직후 조사(2017년 8월 16~17일)에서 대북 정책에 대한 긍정 평가가 53%로 절반을 넘었다. 부정 평가는 긍정 평가의 절반 이하인 25%였다. 지난해 4월 말 판문점 정상회담 직후 대북 정책에 대한 긍정 평가는 83%로 솟구쳤다. 사실상 우리 국민들의 절대 다수가 문 대통령의 대북 정책에 힘을 실어주는 결과로 나타났다. 부정 평가는 한 자릿 수에 불과했다. 올해 들어 가장 최근인 지난 2월 26~28일 조사에서 응답자 10명 주 6명 가까이 긍정적으로 평가(59%)했다. 부정 평가는 29%로 나타났다. 취임 이후 최근까지 지속적으로 좋은 평가를 유지하고 있지만 최상의 상태는 아니다. 지난해 판문점 정상회담 직후 조사의 평가와 비교하면 긍정 평가는 거의 20%포인트 가까이 사라졌다.

당분간 대북 호재 기대하기 어려워

북미관계가 재협상 가능한 상태로 복구되지 않는다면 당분간 대북 정책에 대한 호재는 기대하기 어렵다. 조심스럽게 살얼음판을 걷는 수준이다. 이런 시기에 통일부 장관자리는 더욱 중요해졌다. 북한과 순조로운 대화 분위기를 이어가야 하고 흔들리는 국내 여론을 다독여야 한다. 그런데 통일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된 김연철 후보에 대한 국회 안팎의 갑론을박이 심상치 않다. 자유한국당은 김연철 장관 후보자가 부적격자라고 몰아세우고 있다. 이낙연 국무총리마저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김 장관 후보자가 자유인이던 시절, 절도 넘는 언동이 있었다’며 아쉬움을 피력했다. 김연철 통일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바닥정서 역시 좋지 않다. 빅데이터 분석 도구인 소셜메트릭스인사이트에서 ‘김연철’을 검색어로 하여 감성 분석(2019년 2월 19일~3월 21일)한 결과 부정이 긍정보다 훨씬 더 많았다. 부정적인 의미로 ‘논란’, ‘적절하지 못한’, ‘증오’ 등이 결과로 나타났다. 대통령의 지지율이 높고 동시에 지난달 말 북미 2차 정상회담이 소기의 성과를 냈다면 여론 반응이 달랐을지 모르겠다. 하지만 대통령 지지율이 하락했고 미국과 북한 사이에 냉기류가 흐르는 가운데 장관 후보자의 과거 발언은 무시하기 힘든 부메랑이 되어 돌아왔다. 통일부 장관 자리가 문재인 정부 대북 정책의 바로미터는 아니지만 대북 정책의 중요한 구성원임에 틀림없다. 장관 개인의 문제로 남북 관계에 차질을 빚는다면 대통령 지지율에 험로가 예상된다. 대북 정책은 대통령 지지율의 처음과 마지막이기 때문에 김 장관 후보자의 인사 청문 과정과 결과는 대통령 지지율에 결정적인 변수로 작용할 공산이 높다.

세 번째 이유는 공약과 관련

문 대통령 인사가 단기적으로 다른 어떤 이슈보다 치명적인 세 번째 이유는 공약과 관련이 있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과 현 정부는 기자회견이나 각종 보도 기회가 있을 때마다 정권의 탄생이 촛불 민심의 결과인 점을 강조해왔다. 지난 정권이 국정농단으로 무너지면서 우리 국민들은 무엇보다 정권의 도덕성과 개혁을 강조해왔다. 문 대통령은 당선되자마자 취임 일성으로 ‘기회는 평등하게, 과정은 공정하게, 결과는 정의롭게’를 내걸었다. 경제적 약자와 사회적 약자 편에 서겠다고 여러 번 맹세하고 다짐하는 모습을 보여 주었다. 이번 개각 인사의 기본적인 덕목은 도덕성과 개혁적 소양이다. 7명의 장관 후보자 중 박양우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보자는 정책 대상인 영화 예술인들의 반발을 사고 있다. 박 장관 후보자가 대기업인 CJ E&M 사외이사를 역임하면서 대기업의 이해만을 충실히 반영해왔다는 것이 이들이 제시하는 이유다. 모든 영화 예술인들의 뜻은 아닐지라도 박 장관 후보자의 이력은 현 정부의 개혁 성향을 감안할 때 고개를 갸우뚱거리게 한다. 무엇보다 재벌 개혁을 부르짖어온 문 대통령이기 때문이다. 대통령 국정 철학의 기본 방향은 ‘비정상의 정상화’다. 대기업의 횡포를 차단하고 중소상공인들의 권익 신장을 기치로 내건 대선 공약과는 다소 온도 차가 있다. 인사는 만사다. 발탁 인사가 대통령과 정부가 공약으로 내세운 개혁 과제를 실천하지 못한다면 혁신은 말짱 도루묵이다. 리얼미터가 연합뉴스의 의뢰를 받아 지난날 28일부터 이달 2일까지 실시한 조사(전국1017명 유무선RDD자동응답조사 표본오차95%신뢰수준±3.1%P 성연령지역가중치 응답률14.6% 자세한 사항은 조사기관의 홈페이지에서 확인가능)에서 ‘문재인 정부 재벌 개혁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물어본 결과 ‘현재보다 더 강하게 추진되어야 한다’는 의견이 절반을 넘겼다(56%). 지금보다 훨씬 강력한 재벌 개혁 의지를 요구하는 모양새다. 개혁 과제는 개혁 인사를 필요로 한다. 지난 정권에서 이른바 ‘블랙리스트’문제로 곤욕을 치렀던 영화 예술인들이 현 정부의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인사에 노숙 농성과 1인 시위를 펼치고 있다. 단단히 벼르고 있는 야당의 청문회 칼끝을 장관 후보자들이 이겨내지 못한다면 대통령 지지율에 주는 영향은 가늠하기 힘들 정도다.

“미세먼지 최종 책임자는 대통령”

이제는 미세먼지가 일상이 되어 버렸다. 언제 좋은 공기를 마셨는지 기억조차 없다. 정부는 미세먼지 대책을 강구하면서 중국에 대한 항의와 인공 강우 시도 등을 검토했다. 어떤 내용으로 그리고 어느 정도로 중국의 미세먼지 배출에 대한 책임을 따져 묻고 대책을 약속받았는지 모를 일이다. 미세먼지 대책에 대해 주무부처인 환경부 장관은 우왕좌왕 헤매고 있는 와중에 뚱딴지 같이 대책 책임자로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을 지명한다고 한다. 임명으로 문제 해결이 된다면 얼마나 좋을까. 중국과 외교적 접촉만으로 책임을 이끌어낸다면 얼마나 대단한 일이 될까. 만약 이렇게 쉽게 해결되는 문제였다면 유엔사무총장 임기를 끝내기 전에 아니 유엔사무총장 재임시에 이야기했다면 끝났을 일 아니겠는가. 유엔사무총장 경력이 있더라도 할 수 있는 일과 할 수 없는 일이 있다. 국가 주요 현안에 대한 최종 책임자는 정부여야 하고 대통령임에 틀림없다. 아무런 국정 결정 권한이 없는 반 전 총장이 미세먼지 대책의 사령탑인 이유를 국민들이 잘 이해하고는 있을까. 오히려 이명박 정부 4대강 사업의 문제 해결사로 투입된 환경부 장관의 인사가 잘못된 줄은 따져보지 않았는지 의문이 든다. 공직자 인사가 중요한 이유는 국회의원 후보 한 명을 공천하는 수준을 훌쩍 뛰어넘기 때문이다. 지난 정권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의 실정이 가장 뼈아픈 대목이지만 ‘생즉사 사즉생’의 소신으로 자신의 책무를 다하지 못했던 고위 공직자들의 불감증 또한 그에 못지 않다는 것이 일반적 평가다. 미세먼지 문제는 많은 부분을 중국 책임으로 돌리고 국제 외교계 최고의 자리에 있었던 반 전 총장을 책임자 자리에 앉히면 국민들의 평가로부터 다소 자유로울지 모르겠다. 그러나 임기 만 2년에 접어드는 시점에서 국정 운영 성과를 내야하는 문 대통령의 이번 인사는 결코 국민의 평가로부터 자유롭지 않다. 지지율에 미치는 영향 또한 적지 않다. 대통령의 인사가 미세먼지보다 몇 배 더 무서운 이유다.

● 배종찬 인사이트케이 소장 프로필

연세대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하고 서울대 국제대학원에서 석사를, 고려대에서 행정학과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한국교육개발원 전문연구원을 거쳐 국가경영전략연구원 책임연구원으로 일했으며, 한길리서치 팀장에 이어 리서치앤리서치 본부장으로 활동한 바 있다. 정치컨설팅업체인 인사이트케이를 창업해 소장으로 독립하면서 새로운 세상을 꿈꾸고 있다. 다양하고 풍부한 경험과 치밀한 분석력을 겸비해 정치 판세를 읽는 안목이 탁월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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