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與, 승부는 비겼지만 ‘PK민심’ 싸늘, 결국 경제가 승부 갈랐다

‘4·3 보궐선거’ 분석 및 향후 정국 전망 /사실상 자유한국당의 승리 / 창원·성산, 통영·고성에서 드러난 PK 민심은? / 자유한국당에 힘 실려 국회운영 차질 우려 / 황교안 체제 굳건-대여투쟁 강화, 보수혁신은?
지난 4·3 보궐선거 결과가 흥미롭다. 전통적인 `보수밭’인 통영,고성에선 자유한국당 정점식 후보가 압도적 차이로 당선됐다. 대표적인 ‘진보밭’으로 불리는 창원,성산 지역에선 초박빙 승부 끝에 정의당 여영국 후보가 극적인 역전승을 거뒀다. 창원성산 지역은 고 노회찬 전 의원이 마지막으로 의정활동을 한 곳인 만큼 여영국 정의당 후보가 낙승할 것이란 예상이 지배적이었다.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이 단일화 후보를 냈음에도 경남 지역의 민심은 분산됐다. 지난해 지방선거에서 여당에 표를 몰아줬던 PK(부산,경남)지역의 민심이 불과 1년도 되지 않아 돌아서고 있는게 아니냐는 분석을 가능케 하는 지표다. 자유한국당은 축구장 선거유세활동 악재 등에도 선전하며 문재인 정부에 대한 영남 민심 심판론도 부분적으로 힘을 얻게 됐다. 정부여당은 외형상 1승 1패를 거두며 현상을 유지했다. 정의당 (6석)과 민주평화당(14석)이 공동으로 교섭단체를 구성할 것이라는 논의도 나오고 있다.

사실상 자유한국당의 승리

통영,고성은 보수색이 강한 지역이다. 지난 총선에선 새누리당(현 자유한국당)에서만 입후보해 무투표 당선이라는 기록을 남긴 곳이다. 그러나 지난해 지방선거에서는 박근혜 대통령 탄핵 여파로 통영시장과 고성군수 모두 민주당이 가져 갈만큼 보수정권에 대한 심판론도 일었던 지역이기도 하다.

당초 이 지역의 자유한국당 선거캠프는 지역지 신문기자를 매수했다는 의혹을 받는 등 악재에 부딪혔었다. 또한 공천과정에서 압도적 1등을 달리던 자유한국당 서필언 후보와 김동진 전 통영시장이 떨어지면서 자유한국당을 지지하던 지역 민심도 함께 떨어져 나갔다는 분석도 있었다. 실제 선거일 일주일 전에 실시된 지역 여론조사에서 더불어민주당 양문석 후보가 ‘당선자’ 정점식 후보를 7%대로 바짝 쫓아오기도 했다. 통영·고성 지역에서 한 번도 이겨보지 못했던 민주당이 이번 선거결과를 기대한 이유였다.

뚜껑을 열어보니 자유한국당 정점식 후보가 더불어민주당 양문석 후보에게 20%포인트 이상 앞서며 넉넉하게 당선됐다. 불과 1년도 되지 않아 이 지역의 민심이 원래의 자리로 돌아왔다. 지난해 지방선거 당시 더불어민주당은 통영,고성 지역에서 승리하며 영남 민심을 가져오는 듯했지만 이번 보궐선거에서 ‘대패’했다. 문재인정부에 대한 지역 민심이 적극적으로 반영된 결과라는 분석이 나오는 배경이다.

경남 민심의 변화를 대변

PK(부산,경남) 민심의 변화는 경남 창원,성산에서도 읽을 수 있다. 낙승을 기대한 범여권의 기대와는 달리 개표과정 내내 자유한국당 강기정 후보가 선두를 달렸다. `범여권’ 단일화 후보인 정의당 여영국 후보는 개표율 99.98% 상황에서 극적으로 역전했다. 강기윤 후보와의 최종 개표 차이는 504표에 불과했다. 여영국 후보는 총 4만 2159표를 얻어 45.21%의 득표율을 기록했는데, 강 후보와 0.54%포인트 차이다. ‘야권도 후보를 단일화했으면 강기윤 후보가 넉넉히 이겼을 것’이라는 우스갯소리가 나올 만큼 초박빙의 승부였다. 실제 대한애국당 진순정 후보는 838표, 바른미래당 이재환 후보는 3334표를 얻었다.

  • 4·3 국회의원 보궐선거 창원성산에 출마한 정의당 여영국 후보가 3일 오후 창원시 선거사무실에서 당선이 확실해지자 이정미 대표와 포옹하고 있다. 연합
자유한국당은 K리그 경남FC의 홈경기에서 축구장 유세를 펼치다가 여론의 역풍을 맞았다. 정치활동이 엄격히 금지돼 있는 스포츠를 선거운동에 활용했다는 이유에서다. 자유한국당으로선 504표 차이가 더 아쉽게 느껴질 대목이다. 축구장 악재 속에서도 자유한국당은 고 노회찬 의원의 지역구에서 예상 외의 선전을 펼쳤다. 지역 민심의 동향을 확인했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선거 결과로 볼 수 있다. 당 내부에서 ‘이긴 것과 다름없다’는 자평이 흘러나오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지난 4일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서 이번 결과에 대해 “더 이상 이 정권의 독선과 오만을 방관하지 않겠다는 국민의 명령”이라고 말했다.

이번 보궐선거는 외형상으로는 1대 1이지만 사실상 진보진영의 패배라는 평가다. 전통적으로 보수세가 강한 통영,고성에서도 예상보다 큰 격차로 패배했고, 낙승을 기대한 창원,성산에서는 거의 질 뻔 한 경기를 간신히 가져왔다. 겉보기엔 무승부로 기록됐지만 정부여당으로선 뒷맛이 개운치 못한 까닭이다. 더불어민주당은 기초의원 3곳(전북 전주시 라, 경북 문경시 나,라)을 모두 내줬다. 시의원 보궐선거에서도 여당에 대한 민심의 변화가 드러났다. PK 지역이 지난 대선에서 문재인 대통령에게 표를 몰아줬던 범여권 지지기반이었던 점을 떠올리면 타격은 더 클 수밖에 없다.

창원·성산 / 통영·고성에서 드러난 PK 민심

이번 국회의원 보궐선거는 단 2곳에서 치러졌지만 PK전체의 민심을 살펴볼 수 있다는 점에서 정치적 의미가 작지 않다. PK에서도 통영·고성 지역은 보수성향, 창원은 진보성이 짙은 곳으로 양극단을 대변하는 지역이다. 이번 선거결과에서 문재인정부에 대한 경남 지역의 민심변화를 가늠할 수 있는 까닭이다.

김민전 경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창원·성산은 최근 치러진 16~20대 총선에서 19대를 제외하면 모두 진보 후보가 이겼다”며 “가장 진보적인 곳에서도 여영국 후보가 아주 어렵게 이겼다고 하면 전반적인 PK민심이 생각보다 나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여론정치 전문가인 홍형식 한길리서치 소장은 이번 보궐선거 결과에 대해 “두 지역구가 양극단에 있는 선거구인만큼 향후 PK정서를 파악하는데 큰 기준점이 됐다”며 “전통적으로 보수성향이 강한 PK지역은 자유한국당이 우위를 점하고, 민주당이 우위를 보였던 지역구도 접점 지역화됐다고 볼 수 있다”고 해석했다. 실제 지난해 지방선거에서 민주당은 TK(대구·경북) 지역을 공략했으나 구미 외에는 실패하고 ‘PK 집중 전략’을 펼친 바 있다. 당시엔 성과를 거뒀으나 지금과 같은 표심으로는 다음 선거에서는 장담하기 어렵게 됐다.

자유한국당에 힘 실려 국회운영 차질 우려

자유한국당은 2승을 거두진 못했으나 향후 대여투쟁에 있어 ‘표심’이라는 명분을 어느 정도 얻었다. 따라서 국회에 산적해 있는 선거법개혁안을 비롯한 신속처리안건 등에서도 갈등이 심화될 가능성이 크다. 실제로 황교안 대표는 선출 당시부터 정부여당을 압박했고, 이번 선거를 두고 “정권심판론이 통했다”며 강력한 대여투쟁 기조를 이어갈 것을 드러냈다. 김민전 교수는 “국회가 열릴 때부터 한국당의 노선투쟁이 강력했기 때문에 사실상 20대 국회가 끝나버린 느낌을 받았다”며 “선거를 통해 더 큰 힘을 얻었기 때문에 향후 국회에서 의미 있는 결과물을 만들어내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자유한국당은 이번 선거결과로 대여관계에서 한층 여유가 생겼다. 이번 선거를 통해 양당제 특성이 뚜렷하게 드러나면서 집권여당인 민주당이 자유한국당을 선거법 개정으로 압박하기 어려워졌다는 분석 때문이다. 논란 중에 있는 김학의 사건 조사도 집권여당에겐 부담이다. 홍 소장은 “김학의 사건 조사가 진행될수록 국민들에겐 적폐청산을 위한 사법 조사에서 황교안을 겨냥한 정쟁으로 비춰질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런 측면에서 이번 선거는 자유한국당이 수세적 입장을 벗어날 수 있는 계기가 됐다.

  • 4·3 보궐선거 통영고성에 출마한 자유한국당 정점식 후보가 3일 오후 통영시 북신동 자신의 선거 사무실에서 당선이 확정되자 인사하고 있다. 정 후보 왼쪽은 부인 최영화 씨. 연합
황교안 체제 굳건-대여투쟁 강화, 보수혁신은?

자유한국당이 2승을 거두진 못했으나 나름대로 의미를 둘 수 있는 내실을 거뒀다.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 체제가 강화되며 대여투쟁에 강력한 힘이 실릴 것이라는 관측도 이와 무관치 않다. 반면 민심이 바라는 보수혁신 속도는 더뎌지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김 교수는 이번 결과에 대해 황 대표가 잘해서가 아니라고 전제한 뒤 “통영·고성에서의 공천과정이 매끄럽지 못했지만 결과론적으로 황 대표 체제는 당분간 큰 힘을 얻을 수밖에 없다”면서도 “한국의 정치개혁이나 보수정당의 개혁을 위한 것이 아니라 내년 총선을 앞두고 ‘자기 당’ 만들기로 가려는 것 아닌가 하는 우려도 있다”고 말했다.

실제 황교안 대표는 공천과정에서 ‘자기 사람을 앉힌 것 아니냐’는 의혹을 받았다. 당선자인 정점식 후보는 2009년 8월부터 1년 간 창원지검 통영지청장을 지냈고, 황 대표는 당시 창원지검장으로 있었다. 황 대표의 사당화 우려가 나오는 까닭이다. 김 교수는 “공천에서 낙하산 논란이 있었다”며 “보수개혁과 정당개혁 대한 이해가 부족해 보이는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번 선거 결과는 민심의 ‘정권심판’이 큰 요인으로 작용했다. 홍 소장은 “집권여당과 정의당의 연대가 큰 시너지 효과를 내지 못했고, 집권여당의 경제와 적폐논쟁, 개각과 관련한 인사 청문회 문제, 청와대 대변인 비위 논란 등의 혼란으로 이긴 선거”라고 분석했다.

한편 자유한국당이 선거전략, 정책 등에서 ‘당 자체의 성공’으로 자축한다면 쇄신보다는 강력한 대여투쟁을 위한 강경보수노선에 집중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홍 소장은 “자유한국당이 상황을 잘못 판단해 내년 총선에서 승기를 잡았다고 해석하면 강경 보수노선이 강화되고 혁신이 늦어질 것”이라며 “중도층 흡수 전략이 지체되는 상황이 올 수 있다”고 말했다.

정의당-민평당 연대로 국정수행 새 국면?

결과적으로 정의당이 본래 지역구를 지켜내며 범여권은 1승1패의 성적을 거뒀다. 정치권에서는 민주평화당과 정의당이 함께 교섭단체를 구성해 범여권 세력을 강화할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문재인정부의 국정수행 동력이 올라갈 여지도 있다는 뜻이다. 이에 김 교수는 “원내에서 교섭단체가 1대2든 1대3이든 원내 자체의 역동성엔 큰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라고 봤다. 홍 소장도 “정의당이 범여권인 민주평화당과 연대를 한다는 것은 그간 일정부분 해왔던 것이기에 그것으로 새로운 동력이 생기는 것은 아니다”라고 분석했다. 집권여당의 민평당에 대한 의존도만 높아져 딱히 정부의 국정수행 동력에 힘을 싣지는 못할 것이라는 얘기다.

‘지역주의’가 아닌 ‘정책’의 결과

선거 결과는 국정운영에 대한 직접적인 평가지표다. 한국 정치 풍토상 지역주의를 배제하긴 어렵지만 최근 선거에선 지역주의보다 ‘심판성’ 성격이 더 짙게 나타난다. 지난 총선에서 더불어민주당은 PK에서 8석을 얻는 성과를 냈고, 지난해 지방선거에선 거의 대부분을 가져갔다. 부산경남 지역의 표심이 진보진영으로 옮겨 간 것 아니냐는 소리가 나온 배경이다.

하지만 이번 결과를 보면 영남의 표심이 다시 보수로 향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홍 소장은 “지역주의 결과로 나온 것이 아니라 정책의 결과”라며 현 국정운영에 대한 평가지표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는 분석이다. 따라서 향후 국정운영의 성과가 총선의 성패를 좌우할 중요한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총선이 다가올수록 정치권은 정책 성과에 따른 민심의 동향에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범여권 연대, 보수통합 등을 비롯한 정계개편 논의가 나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천현빈 기자 dynamic@hankook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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