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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정상회담 핵협상 ‘마중물’ 되나

“포괄적 비핵화 로드맵 하에 스몰 딜 방향으로 합의 기대”
멈춰 있는 비핵화 협상의 돌파구를 찾기 위한 한미양국의 외교적 노력이 본격화되고 있다. 우리 정부의 일차적인 목표는 ‘비핵화 해법에서 북한에 치우친 것 아니냐’는 워싱턴의 의심을 거두고, 북미간 비핵화 협상을 이끌어내는 마중물 역할을 하는 것이다. 또한 비핵화를 위한 한미공조 틀을 재확인하는 것도 과제다. 하노이 핵담판 이후 교착상태에 있는 북미 간 비핵화 협상이 한미정상회담을 기점으로 재개될 수 있을지도 관심사다.

커져가는 ‘한국 역할론’

오는 11일 워싱턴에서 한미정상회담이 열린다. 이번 정상회담은 문재인정부 집권 후 7번째다. 문재인 대통령은 오는 10일부터 워싱턴을 방문해 이틀간의 한미정상회담 일정을 소화한다. 이번 회담은 트럼프 대통령이 하노이회담 결렬 후 귀국길에서 문 대통령을 초청한 것에서 시작됐다. 이번 일정은 북미대화 재개 여부를 가늠할 수 있다는 점에서 우리 정부의 역할도 중요해졌다. 실제 트럼프 대통령은 하노이 회담 결렬 후 “김정은 위원장과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협의를 한 뒤 결과를 알려 달라”며 ‘한국 역할론’을 강조하기도 했다.

한미정상회담을 위한 사전 의제 조율 과정도 마무리됐다. 외교·안보·국방 라인의 고위급 인사들은 워싱턴으로 출국해 한미간 균열 우려를 잠재우고 비핵화에 대한 굳건한 공조를 확인하는데 힘을 기울였다. 북미 비핵화 협상의 실질적 진전을 위한 정부차원의 외교적 노력이다. 유호열 고려대 통일외교안보학부 교수는 “미국은 비핵화 협상에서 여러 시나리오를 검토하면서 한국의 역할을 기대한다”며 “비핵화 인식과 정보를 공유하려는 것이 이번 정상회담의 의제”라고 분석했다.

  • 지난 5일 김현종 청와대 국가안보실 2차장이 한미정상회담 의제 조율을 마치고 인천국제공항 2터미널 입국장으로 귀국했다. 연합
지난 5일 방미일정을 마치고 돌아온 김현종 청와대 국가안보실 2차장은 귀국길에서 “(비핵화의) 최종 목적지, 즉 ‘엔드 스테이트’나 로드맵에 대해 우리(한·미 양국)의 의견이 일치하고 있다”며 일각에서 제기되는 한미공조 균열에 대해 일축했다. 이어 그는 대화가 아주 잘 됐다며 비핵화를 위한 한미공조엔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드러냈다. 이제 북미간 비핵화 속도 차이를 어떻게 조절하느냐가 비핵화 협상의 핵심이 될 것으로 보인다.

리비아식 모델에 대한 공감대 없어

하노이 회담 이후 냉랭하던 분위기도 변하고 있다. 지난달 29일 하노이회담에서 제시된 빅딜문서가 공개됐다. 북한의 핵무기와 핵물질은 미국에 이전하고 모든 핵시설과 탄도미사일, 화학생물전 프로그램까지 모두 해체해야 한다는 리비아식 모델로 알려졌다.

김형석 전 통일부 차관은 “리비아 모델은 보상에 관한 상응조치가 제시되지 않은 점에서 차이가 있다”면서도 “미국도 북한이 리비아 모델을 수용하지 않을 것을 알기 때문에 결국 포괄적 합의를 통해 전체적인 비핵화 로드맵을 짜고 단계적으로 갈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비핵화를 위한 포괄적 합의를 이끌어 내고 북미가 단계적 조치를 할 수 있도록 한미가 적극적으로 소통해야 한다는 뜻이다.

  • 지난해 12월 아르헨티나에서 열린 G20 정상회의에서 문재인 대통령(왼쪽)이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악수하고 있다. 연합
“비핵화 공조 확인하고 신뢰 쌓아야”

북한은 비핵화 과정에서 북미간 낮은 신뢰문제를 거론하며 영변 핵 시설 폐기 이상의 조치를 하는데 거부감을 드러냈다. 실제 북한은 영변 핵 시설 폐기를 현 수준에서 할 수 있는 가장 큰 보폭의 비핵화 조치라고 공개적으로 말하기도 했다. 미국도 마찬가지로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 의지를 의심한다. 따라서 우리 정부가 양국의 신뢰를 어떻게 제고하느냐에 따라 향후 북미협상의 향방도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유호열 교수는 “우리 정부의 비핵화 기조가 미국과 같다는 신뢰를 주는 것이 핵심”이라며 “북한의 확고한 비핵화 의지도 미국에 확신을 들 수 있게 설득하는 부분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한미 양국의 비핵화 목표가 확인되면 우리 정부가 주장하는 포괄적 합의와 단계적 이행조치도 힘을 얻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이 중재안은 우선 완전한 비핵화 로드맵을 합의하고, 여러 차례 스몰딜을 통해 성과를 확인한 후 완전한 비핵화에 도달하겠다는 구상이다. 김형석 전 차관은 “단계적 이행 조치는 시점의 문제”라며 “영변 핵시설 하나만으로는 제재완화가 어렵다는 게 미국의 인식”이라고 말했다. 영변 외의 핵시설도 반드시 포함돼 포괄적 합의를 하는 시점이 오면 단계적 조치도 탄력을 받을 것이라는 예상이다.

미국 ‘빅딜’ 쪼갠 ‘스몰딜’에 응할까

미국 국무부는 사전 의제 조율을 마친 후 “FFVD(최종적이고 완전하게 검증된 비핵화)를 위한 조율된 노력에 대해 논의했다”고 밝혔다. 강경화 외교부장관도 “한미간 대북 정책과 관련해 지향점이 완전히 일치한다는 점을 재차 확인했다”고 말했지만 FFVD를 위한 구체적인 이행과정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이에 김형석 전 차관은 “실무적인 이야기를 하긴 했으나 확정은 하지 못한 것 같다”며 “트럼프 특성상 정상 간 만나서 구체적인 내용을 정하려고 할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포괄적 합의-단계적 조치’ 수용 여부는 정상회담 결과에서 정확히 판가름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이 우리 정부의 중재안을 받아들인다면 남북회담을 통해 북한을 설득하고, 북미정상회담으로 이어지는 마중물 역할이 가능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김형석 전 차관은 “트럼프는 빅딜이 좋다고 생각하지만 현실적으로 빅딜의 의미와 같은 포괄적 합의를 먼저 한 후에 단계적 이행을 한다는 공감대도 있을 것”이라며 “영변 외의 핵시설을 차례로 폐쇄해 완전한 핵폐기에 이른다는 합의가 나오면 단계적 이행조치를 포함한 스몰딜에 응할 가능성도 있다”고 봤다. 유호열 교수도 “한미 양국이 완전한 비핵화라는 목표는 공감하지만, 방법을 어떻게 쪼개고 확인할 것인지가 문제”라며 “우리 정부가 실용적인 안을 제시하고 미국과 공조하는 과정에서 어느 정도 조율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천현빈 기자 dynamic@hankook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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