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당 전원회의 이례적…'김정은 위상' 강화 시도에 민족주의파 제동건 듯
4월 15일 북한의 향후 노선 밝힐 가능성 …남북ㆍ북미 관계 영향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지난 10일 당 중앙위원회 본부청사에서 열린 당 제7기 제4차 전원회의를 주재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11일 보도했다.(연합)
북한이 정치국 확대회의에 이어 노동당 전원회의를 열었다. 이날 회의는 9일 열린 정치국 확대회의에서 당 전원회의를 개최하기로 결정한 데 따른 것이다.

북한에서 정치국 확대회의를 끝내고 곧바로 노동당 전원회의를 여는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더욱이 노동당 전원회의는 무언가 ‘중대 결정’을 할 때 개최하는 것으로 북한 내부에 ‘특별한 사정’ 이 있다는 방증이다.

하지만 북한 매체는 노동당 전원회의를 보도하면서 ‘특별한 사정’은 밝히지 않았다. 조선중앙통신과 조선중앙방송은 11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전날 노동당 위원장 자격으로 “자력갱생의 기치를 더욱 높이 들고 나라의 자립적 경제토대를 강화하며 사회주의 건설을 다그치는 데서 나서는 중요한 문제들을 토의 결정”하기 위해 당 중앙위원회 제7기 제4차 전원회의를 개최했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전원회의에서 자력갱생을 바탕으로 한 경제 총력전에 매진하라고 주문했지만 하노이 북미정상회담에 관해 구체적인 언급은 하지 않았다. 또한 미국을 향한 강경 발언이나 핵 관련 내용도 없었다. 김 위원장은 자력갱생과 자립경제가 ‘존망’을 가르는 생명선이자 ‘확고부동한 정치노선’이라며 ‘자력갱생’이란 단어를 27차례나 언급했다.

북한 매체들은 전원회의에서 ‘조직문제’도 논의됐다고 밝혔다. 중앙방송은 노동당 정치국 상무위원, 정치국 위원, 후보 위원을 소환, 보선했다며 박봉주 내각 총리를 당 부위원장으로 선거했다고 전했다. 북한의 대미외교 핵심인 최선희 외무성 부상과 평창 동계올림픽 때 방남공연을한 삼지연관현악단장인 현송월 당 부부장이 당 중앙위원에 진입했다. 하노이 북미정상회담의 ‘사령탑’인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은 자리를 유지했다.

북한 매체의 보도대로라면 노동당 전원회의의 주내용은 김 위원장이 자력갱생의 ‘경제’를 강조한 것과 당 조직의 변화다. 북한 사정에 정통한 베이징의 대북 소식통은 “북의 보도 내용 정도로는 노동당 전원회의를 열지 않는다”며 “정치국 확대회의에서 결론을 내지 못한 중대한 사항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김 위원장이 강조한 ‘자력갱생’은 전날 열린 정치국 확대회의에서도 수차례 나온 얘기이고, 북한 매체가 보도한 수준의 당 조직 개편을 위해 전원회의를 개최하지는 않는다. 또한 하노이 회담에서 결렬된 북미대화나 북핵은 전원회의에서 논의할 사안이 아니다.

따라서 노동당 전원회의는 정치국 확대회의에서 결론을 내지 못한 중대 사안이거나 특별한 사정일 가능성이 높다. 이에 대해 베이징의 대북 소식통은 “김정은의 호칭과 권한, 즉 위상과 관련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소식통은 “노동당 전원회의에서 김정은의 호칭과 권한에 대해 이견이 있어 결론을 내지 못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노동당 내 세력을 굳이 분류한다면 남한과 함께가야 한다는 민족주의파와 중국과 손을 잡아야 한다는 친김정은의 실용주의파로 구분되는데 김정은의 위상 결정에 대해 민족주의파 쪽에서 제동을 건 것으로 보인다고 소식통은 전해왔다.

소식통은 “북한의 경제난, 특히 식량 위기가 심각한데 한국 정부가 외면하면서 중국에 의존하는 실용주의파가 힘을 얻어가고 있다”며 “민족주의파의 영향력에 따라 김정은의 위상도 달라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김정은 위원장의 위상에 변화가 없으면 곧바로 발표하겠지만 호칭과 권한이 강화될 경우 김일성 생일인 4월 15일 노동당 전원회의에서 결정된 내용과 함께 북한의 향후 노선을 밝힐 것으로 보인다.

북한에서 김일성은 ‘주석’, 김정일은 ‘국무위원장’, 김정은은 ‘국무위원장’으로 불리고 있다. 북한에서 ‘주석’이란 호칭은 김일성에게만 가능하기에 김정은 위원장도 사용할 수 없다. 김 위원장에 걸맞는 국가 수반 명칭도 위상 강화가 전제돼야 가능해진다.

분명한 것은 4월 15일 이후 북한의 대남, 대미 관계에 변화가 있겠지만, 북핵 원칙(핵군축)은 고수하면서 한국과 미국에서 파격적인 제안이 없는 한 강경 입장도 그대로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

박종진 논설실장



박종진 논설실장 jjpark@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