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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자력갱생’ 강조하면서도 `중대결심’ 나오지 않아

사흘 연속 회의··· 김정은 국무위원장 재추대 / 최룡해 2인자로 / '자력갱생' 강조 / 당 지도부 '대규모' 인사 개편 / 김정은 위상 강화된 것으로 보여 /
북한이 지난 9일 당중앙위원회 정치국 확대회의를 소집한데 이어 10일 당중앙위원회 제7기 제4차 전원회의를 소집했다. 11일엔 최고인민회의가 열리며 사흘 연속 주요 정치대회가 연달아 개최됐다. 비핵화 교착 국면인 상황에서 북한의 주요 정책과 대외노선을 공식적으로 밝히는 자리인 점에서 더 큰 주목을 받았다.

'자력갱생' 강조

북한은 당중앙위원회 전원회의 소집을 통해 향후 비핵화 협상에 임할 공식 입장을 정했다. 하노이 회담 결렬 후 '자력갱생' 전략 노선을 강조하며 제재 버티기에 들어간 모양새다. 큰 틀에서 자력갱생, 자립경제를 전면에 내세우며 경제집중 노선을 유지하는 것으로 평가되며 비핵화 의지 또한 표출한 것으로 분석된다. 이는 교착국면의 비핵화 협상에서 국제사회의 제재에 대비하겠다는 내부 결속 차원의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도 풀이된다.

미국이 주장하는 '완전한 비핵화 이전에는 제재 완화도 없다'는 최대 압박 정책에 대한 우회적인 메시지로서 제재 해제를 협상카드로 다시금 내놓은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김정은 위원장이 신년사에서 밝힌 '새로운 길'이나 최선희 부상이 말한 '중대결심'이 포함돼 있진 않다. 자력갱생을 28회나 언급하며 '제재를 통한 굴복'은 큰 오산이라는 뜻도 드러냈다. 실제 북한 매체에선 "제재로 우리를 굴복시킬 수 있다고 혈안이 되어 오판하는 적대세력들에 심각한 타격을 주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극심한 제재 속에서도 가시적인 경제적 성과를 거두도록 총력 투쟁해야 한다는 메시지다.

이는 지난해 4월 당 중앙위원회 제7기 제3차 전원회의에서 밝힌 핵 경제 병진노선을 폐기하겠다는 뜻을 이어간다는 입장을 드러낸 것인데, 교착국면의 비핵화 협상에서도 장기적인 제재 상황을 필사적으로 대비하겠다는 차원으로도 분석된다. 미국의 일방적 요구를 받아들일 생각이 없다는 외교적 메시지이기도 하다. 북한은 자력갱생으로 우리의 길을 간다는 뜻을 표현하며, 미국의 일괄타결안을 받아들일 마음이 없다는 간접의사가 전달된 셈이다.

김정은 위원장은 이번 자리에서 회담 과정 전반을 공개하며, 전략적 노선도 이어갈 것임을 드러냈다. 성과를 내지 못한 하노이회담 이후의 부담스러운 내부 시선을 거두기 위함이다. 실제 조선중앙통신은 11일 "(김 위원장이) 최근에 진행된 조미(북미) 수뇌회담의 기본 취지와 우리 당의 입장에 대해 밝혔다"고 밝히기도 했다. 체제 결속의 핵심인 엘리트층의 이해를 구하고, 당내 회의감도 불식시키기 위한 차원의 행보다.

  • 지난 10일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7기 제4차 전원회의가 개최됐다. 사진은 조선중앙TV가 11일 공개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모습. 연합
당 지도부 '대규모' 인사 개편

대대적인 인력 이동도 눈에 띈다. 북한 경제의 사령관으로 불린 박봉주 내각 총리는 노동당 부위원장 자리로 옮겼다. 경제건설에 매진하겠다는 김정은 위원장의 의도가 반영된 인사이동이라는 평가다. 2003년부터 2007년까지 이미 내각 총리를 역임한 박봉주 내각 총리는 김정은 정권이 들어서며 다시 내각 총리에 올라 전체적인 경제정책을 담당했다. 경제분야에 잔뼈가 굵은 박 총리를 당으로 옮긴 것은 당과 내각의 원활한 소통을 유도해 경제에 집중하겠다는 의도가 깔렸다는 평이다. 당 주도의 경제정책을 통해 내각도 지원한다는 복안이다.

김정은 위원장은 당과 내각의 협력을 강조하며 새로운 경제 지도부 출범을 암시했다. 지난 11일 북한은 관영매체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노동당 전원회의 결과를 밝히며 "박봉주 동지, 리만건 동지를 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으로 선거했다"고 보도했다. 보통 노동당 부위원장 자리는 내각 총리가 겸임한 전례가 없어 이번에도 새로운 내각 총리가 선출됐다. 후임 총리 자리엔 김재룡 자강도 당위원회 위원장이 올랐다. 그는 처음으로 정치국 위원으로 뽑혔으며 박 총리가 맡고 있던 당 중앙군사위원회로도 선출됐다.

지난 11일 14기 1차 최고인민회의에서 김정은 위원장은 국무위원장으로 재추대됐고,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엔 최룡해 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이 임명됐다. 대미(對美)라인 3인방으로 불리는 김영철, 리수용, 최선희도 국무위원회 위원으로 선임됐다.

김정은 위상 강화된 것으로 보여

지난 11일 통일부는 북한이 자력갱생과 경제발전을 강조한 것에 대해 "북한이 경제건설에 총력 집중하겠다는 기존 노선을 지속 이행하겠다는 것"이라며 "자력갱생과 자립적 민족경제는 북한이 그동안 지속적으로 강조해오던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4월 당 전원회의에서 새롭게 채택된 '경제건설 총력집중 노선'이 지속되고 있다고 본 것이다. 핵 경제 병진 노선으로의 회귀나 새로운 길을 가는 것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이번 회의에서 주목할 점은 김정은 위원장만 단상에 올라있다는 점이다. 과거 전원회의에서 정치국 상무위원들과 함께 올라간 것과 대비된다. 이와 관련해 통일부는 김 위원장의 위상이 과거보다 강화된 것으로 분석했다. 또한 김 위원장의 국무위원장 직위도 그대로 유지됐다.

지난 2013년 북한은 당중앙위원회 전원회의를 개최해 ‘경제건설과 핵무력건설’을 병진한다는 새로운 전략적 노선을 채택한 바 있다. 그러나 지난 2018년 4월 당중앙위원회 제7기 제3차 전원회의에서 경제-핵 병진노선을 폐기하고 경제건설에 총력을 기울인다는 새로운 노선을 제시하며 비핵화 협상에서 새국면을 맞이했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연구기획본부장은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위원장과의 대화 지속 의지를 밝히고 있는 상황에서 경제총력집중 노선을 대체할 새로운 노선을 밝히기는 어려울 것으로 판단한다"며 "이번 회의는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와 내각 개편을 염두에 둔 당 중앙위원회 지도부 인사에 초점이 맞춰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천현빈 기자 dynamic@hankook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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