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권발 정계개편 ‘제3지대’ 가속화? / 야권발 제3지대론 / 민평당의 노골적 구애 / 총선 대비 정계개편 바람 거세지나

바른미래당발 4·3 보궐선거 후폭풍이 거세다. 바른미래당은 4·3 보궐선거 당시 손학규 대표는 직접 현지를 방문해 집중유세를 펼쳤다. 하지만 창원·성산에 출마한 바른미래당 이재환 후보는 불과 3.57%의 득표율을 기록하는데 그쳤다. 5%대의 당지지율에도 미치지 못하는 득표율이다. 선거에 총력을 기울인 점을 감안하면 생각보다 크게 저조한 결과다. 바른미래당 최고위원들은 선거 참패의 책임을 손학규 대표에게 돌리며 사퇴를 촉구하고 있다. 지난 5일 열린 회의엔 하태경, 이준석 등 최고위원이 불참하며 손 대표와 김관영 원내대표만 참가하기도 했다. 지난 12일 회의도 취소됐다. 바른미래당 내홍이 갈수록 격화되는 분위기다.

야권발 제3지대론

총선이 다가올수록 바른미래당발 정계개편도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민주평화당은 흔들리는 바른미래당을 향해 ‘제3지대론’을 주장하고 있다. 바른미래당 내 국민의당 출신 의원들과 제3지대를 형성해 야권발 정계개편을 시도하고 있는 상황이다. 정의당과 공동 교섭단체를 꾸릴 것이라는 당초 예상과 다르게 흘러가고 있다.

유성엽 민주평화당 최고위원은 정의당과의 교섭단체 구성에 대해 ‘명백하게 반대하는 분들이 5~6명’이라며 공동 교섭단체 구성이 사실상 물 건너갔음을 밝혔다. 정치노선이 다른 정의당보다 호남출신을 비롯한 국민의당 출신과 손을 잡는 것이 정치적 실익에 더 낫다는 판단에서다. 실제 민평당 내에선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의 결단이 필요한 상황이라며 적극적인 구애를 펼치는 상황이다. 바른미래당도 제3의의 길을 향한 정비와 결집이 필요한 부분에 대해 공감할 것이라는 게 민평당의 분석이다.

바른미래당 지도부의 결단에 따라 민평당과의 연대 여부가 구체화될 것으로 보인다. 박지원 민평당 의원은 과거부터 바른미래당에 대해 ‘보수와 진보가 섞여 있는 한 지붕 두 가족’이라며 정치적 한계성을 지적해왔다. 최경환 민평당 의원도 손학규 대표와 김관영 원내대표에게 “두 분이 결단할 시점”이라며 전향적인 태도 변화를 촉구했다. 호남출신 의원의 통합이 제3지대 정계개편의 출발점이라는 뜻을 강조한 것이다.

정치평론가인 신율 명지대 교수는 민평당이 제3지대에서 새로운 정당을 출범하려는 의도에 대해 “총선을 앞두고 당연히 세를 불려야 하는 민평당으로서는 지지율이 떨어지는 더불어민주당에 들어갈 이유가 없다”며 “문 대통령의 지지율이 더 이상 고공행진을 하지 못할 것이라는 계산 하에 제3지대에 남아 세를 확장하는 것이 낫다고 판단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박지원 민주평화당 의원(왼쪽)과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가 대화를 나누고 있다. 연합

민평당의 노골적 구애

박지원 민평당 의원은 손학규 대표에게 적극적인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박 의원은 실제 한 라디오 방송에서 “물과 기름 사이에 같이 있지 말고 평화당으로 들어오는 것이 제일 좋은 방법이고, 그렇지 않다면 신당을 창당해 만나는 것도 좋다”고 말했다. 이어 “험한 꼴 다 당하고 있다. 이꼴저꼴 보지 말고 빨리 나와서 집을 새로 짓자”고 거듭 요청했다. 손 대표의 결단이 제3지대의 구체적 진전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얘기다. 현재까지 손학규 대표는 당장 반응하지 않고 있지만, 장기적으로 두 사람의 동거가 가능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신율 교수는 “두 사람의 동거가 가능하다고 본다”며 “손학규 대표는 비호남 출신 중에서도 호남에서 가장 인기 있는 사람이다. 그래서 가능한 이야기”라고 봤다.

민주평화당이 정의당과의 교섭단체 구성을 거부한 것도 제3지대를 염두에 뒀기 때문이다. 실제 교섭단체 구성을 반대한 의원들은 바른미래당 내 호남 출신 의원을 입당시키거나 무소속 의원을 품어 독자적인 교섭단체를 구성하고자 했다. 또한 더불어민주당에서 공천 탈락한 인사를 영입해 세를 넓혀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민평당과 정의당 공동의 교섭단체 구성이 불발된 가장 큰 이유다.

신율 교수는 “민평당 내에서는 구성원들이 어떻게 생각하느냐가 중요하다”라며 “정의당은 가장 왼쪽에 있는 정당이라 의원들 개개인이 득표하는데 있어 도움이 되느냐 마느냐에 대한 문제로 고민할 것이고 결국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을 것”이라고 봤다. 실제 적은 의석수를 가진 정의당이 합세하면 득표에 큰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결국 민평당의 세를 불리기 위해서는 정의당과 손잡지 않는 것이 낫다는 판단을 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실제 민주평화당은 지난 9일 심야 의총에서 끝장 토론을 진행했지만 결론을 내지 못했다. 원내 존재감을 위해 공동교섭단체를 구성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었지만, 총선 전 정계개편을 위해 움직이는 것이 낫다는 반대 의견도 거셌다. 당내 중진의원인 박지원, 장병완, 최경환, 이용주 의원 등이 반대하다보니 정의당과의 교섭단체 구성이 난항에 부딪힐 수밖에 없었다. 지난 10일엔 국민의당 출신인 박주선, 김동철 바른미래당 의원과 장병완, 황주홍 민평당 의원 몇몇이 모여 제3지대와 관련한 논의를 진행하기도 했다. 현재까지는 바른미래당 내 바른정당계 의원들의 강력한 반발에 부딪혀 구체화되지는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총선 대비 정계개편 바람 거세지나

바른미래당의 실세격인 유승민 의원이나 안철수 전 대표가 전면에 등장할지도 관심사다. 당의 극심한 내홍이 가라앉고 안정세에 접어드는 변수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신율 교수는 “유승민 의원은 당내 영향력이 크게 줄어든 상황이고, 안철수 전 대표 복귀는 어떤 영향을 줄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제3지대 창당 같은 경우 그가 막을 수 있느냐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바른미래당발 정계개편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보통 개개인의 정치생명에 위험을 느낄 때 정계개편이 일어난다. 현재 더불어민주당의 지지율이 떨어지면서 야권 중심의 정계개편이 이뤄질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다. 신율 교수는 “자유한국당 지지율이 올라가는 상황에서 바른미래당 내 바른정당파가 자유한국당으로 흡수당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면서도 “지지율이 어떻게 변할지 모르기 때문에 지금 판단하기엔 이르다”고 평가했다.

천현빈 기자



천현빈 기자 dynamic@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