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의 룰’ 패스트트랙 둘러싸고 여야 4당 vs 한국, 바른정당계 ‘충돌 격화’

김형준 명지대 교수

내년 총선(2020년 4월 15일)이 1년 앞으로 다가왔다. 문재인 대통령 집권 3년이 끝나는 시점에 치러지는 총선인 만큼 중간평가 성격이 강하다. 내년 총선은 ‘의회 권력’의 지형을 결정할 뿐만 아니라 ‘정당 재편성’을 가져올 수 있는 ‘중대 선거’의 성격도 갖고 있다. 정당간의 입장을 뚜렷하게 달리하는 중요한 쟁점으로 인해 이념적 분극화가 초래되고, 주요 정당의 지지 기반에 커다란 변화가 발생하면 통상 정당 재편성이 일어난다.

중대 선거를 통해 등장한 다수당이 행정부와 의회를 장악하면 자신들의 국정 의제를 더욱 강력하게 추진하면서 장기 집권의 기반을 만들 수 있다. 미국 정당정치사에서 이러한 정당 재편성을 가져온 대표적 중대 선거로는 루스벨트가 대통령이 되면서 ‘뉴딜 민주당 시대’가 열린 1932년 선거였다. 그 이후 민주당 우위체제는 1960년까지 지속되었다.

문희상 국회의장(테이블 왼쪽 셋째)이 24일 오전 여야 4당의 선거제^개혁법안 패스트트랙 문제로 국회의장실을 항의 방문한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테이블 왼쪽 둘째)와 의원들에게 나가줄 것을 요청하고 있다. 연합

여야, 사활 건 ‘총선 전쟁’에 돌입

역대 선거에서 진보와 보수 정당 모두 4번 연속 승리하지는 못했다. 보수 정당인 한나라당은 지난 2006년 지방선거, 2007년 대선, 2008년 총선에서 승리했다. 하지만 2010년 지방선거에서는 북한의 천안함 폭침이라는 대형 안보 이슈가 부상했지만 완패했다. 진보 정당인 민주당은 2016년 총선, 2017년 대선, 2018년 지방선거에서 완승했다. 만약 민주당인 내년 총선에서 승리한다면 문재인 정부의 남은 임기 국정 추동력을 확보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평화와 복지를 바탕으로 한 ‘민주당 집권 20년’을 위한 정당 재편성의 토대가 만들어질 수 있다.

보수 우파 정당은 몰락하고 진보 좌파 정당 우위 체제가 공고화될 것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여야는 사활을 건 총선 전쟁에 돌입하고 있다. 여야 간에 일차 격돌은 ‘선거의 룰’을 둘러싼 극한 대립이다. 자유한국당을 제외한 더불어민주^바른미래^민주평화^정의당 등 여야 4당 원내대표단은 22일 선거제도 개편안과 공수처(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설치법, 검^경 수사권 조정안 등의 패스트트랙(신속처리 안건)에 합의했다.

여야 4당은 지역구를 253석에서 225석으로 줄이고 비례대표는 47석에서 75석으로 늘리되 득표율을 50%만 연동시키는 방식에 합의했다. 비례대표 의석은 전국 단위에서 권역별로 배분하기로 했다. 패스트트랙 지정 법안은 최장 330일 내에 국회 본회의에 자동 상정돼 단순 다수결로 처리되기 때문에 본회의를 통과하면 내년 4월 총선은 개정 선거법이 적용된다.

공수처법은 쟁점인 공수처의 기소권을 판사ㆍ검사와 경무관 이상 경찰이 수사대상인 경우에만 제한적으로 부여키로 했다. 그러나, 공수처는 수사권과 영장 청구권, 검찰의 불기소 처분에 대해 법원에 재정 신청을 할 권한을 갖게 된다. 검경 수사권 조정의 경우 국회 사법개혁특위의 여야 합의를 토대로 대안을 마련해 패스트트랙에 올리기로 했다.

여야 4당은 선거에서 비례성과 대표성을 획기적으로 높이고, 고위공직자 비리 감시 체계를 대폭 강화하는 전기를 맞게 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반면, 한국당은 패스트트랙 합의를 ‘좌파 장기 집권 플랜이 시작됐음을 알리는’의회 쿠데타’로 이제 20대 국회는 없다”고 강력 반발했다. 국회 일정 전면 거부와 대규모 장외 투쟁을 예고했다.

패스트트랙 놓고 여야 첨예 대립

민주당, 정의당, 민평당은 23일 의원총회를 열고 만장일치로 패스트트랙 합의안을 추인했다. 하지만 패스트트랙 지정의 캐스팅 보트를 쥔 바른 미래당의 내홍은 깊어지고 있다. 바른미래당은 당초 공수처는 설치하되 기소권 부여엔 반대 입장이었다. 23명의 의원이 참석한 23일 의원 총회에서 패스트트랙 합의안은 12대 11로 추인됐다. 하지만 의총에서 패스트트랙 합의안이 추인되자 ‘과반 표결’ 처리를 강행한 김관영 원내대표를 향해 “의회주의의 폭거를 자행했다”며 대놓고 사퇴를 촉구하기도 했다. 지상욱 의원은 “(김 원내대표가 당내) 의원들을 대변하지 않을뿐더러 당론인 공수처 안을 내다버렸다”면서 “민주당 안을 받아온 다음에 당론으로 정해진 것을 과반으로 통과시키려는 말도 안 되는 절차를 자행하고 있다”고 거세게 항의했다. 여하튼 바른미래당은 당내 계파들의 누적된 갈등이 한꺼번에 폭발하면서 분당 위기로 치닫고 있다. 특히, 당 지도부가 패스트트랙을 반대하는 오신환 의원을 손학규 대표 비서실장인 채이배 의원으로 바꾸려고 하는 사법개혁특위 위원 사보임안(교체) 제출하자 내분이 격화됐다. 유승민 전 대표는 “이제 손학규 대표와 김 원내대표 등 지도부는 더 이상 당을 끌고 갈 자격이 없다고 생각한다”며 “즉각 퇴진을 요구하고, 퇴진을 위해 싸우겠다”고 말했다. 현재 바른미래당은 바른정당 출신의 유승민계와 국민의당 출신 안철수계, 그리고 민주평화당과의 당대당 통합을 요구하는 일부 호남 중진의원 등 3개 계파로 나뉜 상태다. 상황에 따라서는 유 전 대표를 비롯한 일부 바른 정당계 의원들을 중심으로 ‘집단탈당’ 내지 ‘도미노 탈당’이 현실화될 수 있다.

바른미래당 이언주 의원은 23일 당의 패스트트랙 추인에 반발하면서 탈당했다. 그는 “여당의 2중대, 3중대가 작당하여 선거법을 통과 처리한다는 것은 의회 폭거에 다름 아니다”라며 “당 내부에 이견이 있는데도 의총에서 상정하는 것은 납득할 수 없는 행태”라고 비판했다. 앞으로 가속화될 당내 분화의 ‘전조’로 해석된다.

‘반쪽자리 공수처’라는 비판도

자유한국당은 23일 여야 4당이 의총에서 패스트트랙 합의안을 추인하자 국회와 청와대에서 하루 동안 네차례 의원총회를 진행하고 철야농성을 시작했다. 황교안 한국당 대표는 국회 로텐더 홀에서 열린 의총에서 “우리 한국당은 우리의 피와 땀으로 이룩한 대한민국이 무너지는 것을 지켜볼 수가 없다”며 국민과 함께 힘을 모아 자유민주주의를 무너뜨리려는 정부의 계략에 단호하게 대처하고 싸워 나갈 것”이라고 예고했다.

정치권에서는 여야 4당의 패스트트랙 합의는 서로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졌기 때문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각 당의 정치적 셈법이 모두 다른 ‘동상사몽(同床四夢)’이라는 말이 회자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이 가장 많은 실리를 취한 것 같다. 문재인 대통령의 1호 공약인 ‘권력 기관 개편’을 이뤄냈기 때문이다. 그 핵심에 검찰의 힘을 빼겠다는 공수처 설립이 자리 잡고 있다. 여당 일부에서는 대통령 친인척, 국회의원에 대한 기소권이 부여되지 않았기 때문에 ‘반쪽자리 공수처’라는 비판이 제기되었다. 하지만 상징적 차원에서 성과를 거두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오죽하면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이 “합법적 절차에 따른 법 개정이 존중되는 것이 의회 민주주의의 기초”라고 주장했겠는가. 선거법의 경우, 여당에게 결코 불리하지 않다는 입장이다.


<표>에서 보듯이, 지난 1988년 제13대 총선부터 2016년 20대 총선까지 8차례 총선에서 집권당이 단독 과반 승리를 한 것은 단 3차례(2004년, 2008년, 2012년)에 불과했다. 2004년 총선에서는 노무현 대통령이 집권 1년 만에 탄핵당하는 초유의 사태로 국민들의 저항이 거세게 불었고, 2008년 총선에서는 새 정부 출범 2개월 만에 총선이 치러졌기 때문에 여당의 단독 과반이 가능했다. 2012년 총선에서는 집권 5년차에 치러졌고 유력한 대권 후보였던 박근혜가 여당을 진두지휘하면서 가능했다. 정부 출범 3년 직후에 실시된 1996년 총선과 2016년 총선에서 집권당은 모두 패배했다. 집권 3년 직전에 치러지는 내년 총선에서 민주당이 단독 과반 승리가 어렵다면 ‘범여권 연대’를 통해 동일한 효과를 만들어 낼 수 있다는 계산이다. 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는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결국 좌파연합의 의회 독점 시도”라며 “여당만으로 단독 과반이 어려우니 2중대, 3중대를 만들어 국민들의 눈을 속이고 200석 규모의 좌파연합 세력을 구축하려는 것”이라고 주장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정의당은 가장 큰 반사 이익을 얻을 것으로 예상된다.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지난 총선에 적용할 경우, 정의당은 6석에서 추가로 10석 안팎을 더 얻는 것으로 나타났다. 민주평화당은 범여권 연대를 유지함으로써 자신의 지지 기반인 호남을 다지는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민주당과의 연대나 정계 개편도 염두에 두고 있는 것 같다. 바른 미래당은 선거제도 개편을 통해 기사회생하려는 것 같다. 사퇴 압박을 받고 있는 손학규 대표가 자신의 체제를 유지할 수 있는 동력을 확보하고, 궁극적으로 당내 호남파 의원들이 중심이 돼 민평당과의 연대를 구축할 수 있다는 계산을 하고 있는 것 같다.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가 23일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

1년이나 앞둔 시점에 내년 총선을 전망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다만 흐름은 파악할 수는 있다. 총선은 크게 세 가지 변수에 의해 영향을 받는다.

첫째 결정적인 변수는 ‘구도’

첫째, 구도다. 진보와 보수, 여당과 야당 중 어느 세력이 분열되는가가 결정적인 변수가 될 수 있다. 가령, 1995년에 야권은 정계 복귀를 하면서 김대중 총재가 창당한 새정치국민회의와 기존 제1야당이었던 통합민주당으로 분열되었다. 야권 분열로 1996년 총선에서 집권당인 신한국당은 수도권(96석)에서 54석(56.3%)을 차지해서 집권 여당이 사상 처음으로 이 지역에서 승리했다. 서울 27석(57.4%), 인천 9석(81.8%), 경기 18석((47.4%)을 차지했다. 2008년 총선에서 한나라당은 극심한 공천 파동을 겪었다. 당시 박근혜 전 대표는 “나도 속았고 국민도 속았다”면서 이명박 대통령을 공격했다. 그 여파로 한나라당 공천에서 탈락한 친박근혜 인사들로 구성된 ‘친박 연대’가 창당됐다. 총선 결과, 친박 연대는 예상을 깨고 13.2%의 정당 지지를 얻어 자유선진당(6.8%)을 제치고 지지율 3위를 기록했다. 지역구에서 당선된 6석을 비롯해 총 14석의 의석을 확보했다. 총 25명이 무소속으로 당선되었는데 그 중 상당수는 영남 지역에서 출마한 친박 성향의 무소속(13명)이었다. 만약 한나라당이 분열되지 않았다면 아마도 180석 이상을 확보할 수 있었다. 물론 예외적인 사례도 있다. 2016년 총선에서 당시 제1야당인 새정치민주연합이 분열되었다. 안철수 의원이 2015년 12월 문재인 대표에게 ‘혁신전당대회’를 요구했고 그것이 관철되지 않자 탈당했다. 그리고 2016년 총선을 석 달 남긴 2016년 1월에 안철수, 천정배 등이 주축이 되어 국민의 당을 창당했다. 기존 새정치민주연합과 새누리당과는 다른 “합리적 개혁 정당”과 “3당 체제”를 표방했다. 총선 결과, 국민의당 돌풍이 일어났다. 비례대표 투표에서 26.7%를 기록해 민주당(25.5%)을 제치고 2위를 기록했다. 치열한 접전이 예상됐던 호남권(28석)에서 압승(23석)을 했다. 다만, 기대했던 수도권에서는 부진해 서울에서 2석(안철수 노원 병, 김성식 관악 갑)을 확보하는 데 그쳤다.

하지만 국민의당은 총38석을 얻어 민주당(123석), 새누리당(122석)에 이어 제3정당의 지위를 확보했다. 야당이 분열되었지만 더불어 민주당은 수도권에서 서울 49석 중 35석, 경기 60석 중 40석, 인천 13석 중 7석을 석권해 123석으로 새누리당(122석)을 제치고 제1당으로 올라섰다. 만약 내년 총선에서 보수가 분열되어 다자 구도로 치러지면 민주당에게 절대적으로 유리할 전망이다. 수도권에서 보수 표가 분열되면 민주당이 쉽게 승리해 1996년 총선의 재판이 될 수 있다.

이해찬 민주당 대표는 지난 4월 17일 원외지역위원장 총회에서 “지난 지방선거에서 우리가 압승을 거뒀기 때문에 지역 기반이 굉장히 좋아져서 충분히 우리가 꿈꿔 볼 수 있다”면서 “원외위원장 115석에 125석을 합치면 240석이다. 240석을 목표로 해서 내년 총선을 준비하도록 하겠다”고 했다. 보수가 분열되면 이런 기대가 실현될지도 모른다.

20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열린 ‘문재인 STOP(멈춤), 국민이 심판합니다’에서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가 발언하고 있다. 연합

둘째 결정적인 변수는 ‘이슈’

둘째, 이슈다. 대선이 미래를 결정하는 선거라면 총선은 정부를 심판하는 것이다. 무엇보다 정부의 경제 실정에 대한 응징투표가 대세를 이룬다. 현 정부는 소득주도성장을 통해 일자리를 만들고 경제를 살리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정부의 약속과는 거꾸로 가고 있다. 일자리 정부에서 오히려 일자리가 줄어들고, 경제는 침체를 면치 못하고 있다.

최근 통계청이 발표한 ‘3월 고용 동향’에 따르면 한국 경제의 허리로 불리는 30·40대 취업자 수가 전년 대비 25만명 감소했다. 청년 체감실업률은 25%로 역대 최고였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의 경제 동향 보고서에서 “최근 우리 경제는 대내외 수요가 위축되면서 경기가 점차 부진해지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평가했다. 문재인정부 출범 이후 ‘경기 둔화’ 수준에서 처음으로 ‘경기 부진’이라는 표현을 사용해 현 경제 상황이 나빠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민심도 향후 경제 전망에 대해 부정적이다.

한국갤럽(3월 12~14일) 조사 결과, 향후 1년 우리나라 경기 전망에 대해 ‘나빠질 것’(51%)이라는 비관 전망이 ‘좋아질 것’(14%)이라는 낙관 전망보다 3배 이상 많았다. 살림살이에 대해서는 15%가 ‘좋아질 것’, 32%가 ‘나빠질 것’이라고 했다. 실업자가 향후 1년간 ‘증가할 것’이라고 보는 사람은 54%며 ‘감소할 것’은 17%였다.

참담한 경제 성적표를 받은 정부는 총선까지 남은 1년 동안 경제가 장기 불황으로 이어질 경우 내년 총선에선 경제 심판론이 탄력을 받을 수도 있다. 최근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이 문재인 정부 출범 2년을 맞이해 지난 5일부터 12일까지 310명의 전문가들을 상대로 설문 조사를 했다. 그 결과 국정운영 전반에 대해서 10점 만점에 평균 5.1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인사 정책의 평가가 10점 만점에 3.9점으로 가장 낮았다. 가장 낮은 1점의 빈도가 71명(22.9%)으로 최근 장관 후보자 논란 등 인사 검증 논란이 계속되었기 때문으로 보인다. 장관급 인사 중 국회 인사 청문보고서가 채택되지 않았는데도 임명된 사람이 무려 15명이나 되었다. 이렇게 인사 실패가 거듭되는 이유는 청와대 민정수석실과 인사수석실이 인사 검증에 실패했기 때문이다. 또한, 현 정부 지지 여부와 상관없이 유능한 인재를 삼고초려해서 영입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현 정부는 일자리 정부를 표방했지만 일자리 정책 평가는 평균을 밑도는 4.2점이었다. 경실련은 “문재인 정부 2년 국정운영에 대한 전문가 평가는 냉정하다”고 지적하고, “촛불혁명으로 출범한 문재인 정부에 대한 시민들의 기대와 희망은 어느 때보다 높았지만, 양질의 일자리 창출, 인사 검증 논란, 재벌 중심의 경제구조를 중소혁신기업 중심의 경제생태계 구축을 위한 구조적 개혁, 부동산 보유와 과세의 불평등 개선 등 이전 정부와 뚜렷한 차별성을 드러내지 못하는 정책들의 지속으로 실망감도 컸다”고 지적했다. 경실련은 이런 조사 결과를 토대로 18일 토론회를 가졌다. 거기서 박상인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는 “정부가 기본적으로 경제 문제에는 관심이 없고 남북문제 같은 정치적 문제로만 득점하려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을 ‘중남미형 좌파 정당’에 비유했다. 만약, 앞으로 남은 1년 동안 정부 여당이 민생 경제에 있어서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성과를 내놓지 못하면 ‘경제 실정 심판론’ 이슈가 급부상할 것이다. “문제는 경제다”라는 통설이 먹혀들 것이다. 여당은 ‘경제 심판론’ 이슈를 “평화가 경제”라는 이슈 프레임으로 극복하려고 할 것이다. 집권당은 2018년 6월 지방선거에서 효과를 봤던 ‘전쟁이냐 평화냐’의 프레임으로 지지 세력을 모으려고 할지도 모른다. 만약, 내년 총선을 앞두고 김정은 위원장의 서울 답방이 극적으로 성사되면 평화 이슈로 ‘경제 심판론’을 뒤집을 수 있다고 판단할지 모른다. 문제는 여당의 의도대로 될지는 두고 봐야 한다. 경제 앞에 장사 없기 때문이다.

셋째 결정적인 변수는 ‘인물’

셋째, 인물이다. 어느 세력이 인물을 통해 바람을 일으킬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통상, 차기 유력 대권 후보가 전면에 나서서 총선을 진두지휘할 경우 파괴력이 있다. 2016년 총선에서 민주당은 문재인, 국민의당은 안철수 등 대권 후보가 버팀목이 되었다. 하지만 집권당인 새누리당은 유력 대권 후보가 없는 상황에서 공천 파동 등 내부 계파 갈등에 휩싸이면서 완패했다.

내년 총선에서 과연 민주당이 유력 대권 후보를 전면에 내세워 총선을 진두지휘할지가 관건이다. 현재로써 그 가능성은 낮다. 이해찬 민주당 대표가 내년 총선을 총괄할 것이다. 그럴 경우, 바람을 일으키는 인물 효과는 기대하기 어렵다. 하지만 여당은 고도의 정치적 판단을 할지도 모른다. 총선 직전 차기 대권 후보로 하여금 비상대책위를 끌고 가게 할지도 모른다. 반면, 한국당에는 각종 여론조사에서 황교안 대표가 차기 유력 대권 후보로 거론되고, 바른미래당의 유승민 전 대표와 안철수 전 대표도 여전히 잠재적 대권 후보다. 그런 면에서 야당이 여당보다 인물 경쟁력이 있다.

여하튼 내년 총선은 차기 대선 후보들의 치열한 경쟁의 장이 될 것이다. 정당의 변화는 사람으로 보여주는 것이다. 어느 정당이 깜짝 놀랄 만한 인물을 영입해 보여줄 것이냐가 큰 변수다. 내년 총선에서 집권당이 완패하면 문 대통령은 국정 동력을 상실하면서 조기 레임덕에 시달릴 수도 있다. 소득주도성장, 한반도 평화 체제 구축, 탈원전 등 현 정부의 핵심 정책도 덩달아 표류할 수밖에 없다. 진보로 기울어진 운동장이 보다 평평해지면서 박근혜 탄핵으로 궁지에 몰렸던 보수 세력이 기사회생할 수도 있다.

문 대통령이 희망하는 “국민과 역사가 평가하는 성공한 대통령”이 되려면 내년 총선에서 여당이 승리해야 한다. 그렇다고 청와대가 집권당을 장악해 공천을 통해 ‘친문재인 체제 공고화’를 하려는 유혹에 빠지면 위험해진다. 문재인 대통령 최측근인 양정철 전 청와대 홍보기획비서관이 민주당 싱크탱크인 민주연구원 원장으로 선임되고, 백원우 전 청와대 민정비서관이 연구원 부원장을 맡아 총선을 이끌 것으로 보인다.

이런 전략은 청와대의 친박 공천으로 2016년 총선에서 새누리당이 실패했던 전철을 밟을 수도 있다. 따라서, 집권당은 청와대 눈치만 보지 말고 국민 눈높이에 맞는 행보를 펼쳐야 한다. 야당도 대여 투쟁에만 치중하지 말고 대안 정당의 모습을 보여야 한다. 특히, 보수 정당은 혁신과 통합을 통해 국민의 지지를 받아야 할 것이다. 총선에 임하는 국민은 결코 어리석지 않다.

● 프로필

▦아이오와대 정치학 박사 ▦한국선거학회 전 회장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정치개혁위원회 위원 ▦한국정치학회 이사 ▦한국정치학회 부회장 ▦명지대 인문교양학부 교수(정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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