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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장판 국회 속 바른미래당의 미래

선거패배로 삐걱, 패스트트랙 갈등으로 분열 “바람 잘 날 없다”
4월 임시국회가 마비됐다. 여야4당이 선거제 개혁안과 고위 공직자비리수사처를 패스트트랙으로 지정하고자 했지만 자유한국당은 장외투쟁을 이어가며 결사항전하고 있다. 바른미래당은 집안 싸움으로 더 시끄럽다. 사법개혁특위 사·보임 논란으로 내부 갈등이 격화된 탓이다. 각당의 복잡한 총선 셈법이 국회 전체를 멈춰 세우는 모양새다. 바른미래당은 선거패배 후유증을 수습하기도 전에 갈라지기 일보직전 상태에 왔다.

극한 대치의 시작

지난 21일 자유한국당은 정부 정책을 ‘폭망’으로 규정하며 대규모 장외집회를 열었다.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는 문재인 대통령에게 ‘김정은의 수석대변인’이라고 말해 파장이 일었고, 여당은 황 대표를 향해 ‘극우 대변인 행세’를 한다며 맞받아쳤다. 자유한국당은 연동형비례대표제가 담긴 선거제 개혁안과 공수처 관련법의 패스트트랙 지정을 격렬하게 반대해 왔다. 바른미래당 내 바른정당계 의원들도 반대에 동참하며 국회 시계는 완전히 멈춰버린 모양새다.

지난 22일 자유한국당을 제외한 여야4당은 선거제 개혁법안 등의 신속처리 안건 합의안을 극적으로 도출했다. 자유한국당의 초강력 반발이야 예상된 수순이었지만, 바른미래당에 불똥이 튀었다. 재보선 패배로 내홍을 겪고 있던 바른미래당은 결국 패스트트랙 찬성파와 반대파로 완전히 분열됐다. 바른미래당 원내지도부는 패스트트랙 강행 의지를 굽히지 않으며 사개특위의 ‘사·보임’(교체) 카드를 꺼내들었다.

패스트트랙 합의안이 나오자마자 여야는 극한의 대치를 달리고 있다. 바른미래당은 패스트트랙 지정을 위해 국회 사법개혁특별위원회 소속의 오신환·권은희 의원을 사·보임(교체) 조치하면서 내홍이 극에 달했다. 바른미래당이 곧 분당 수순으로 가는 것 아니냐는 말도 나온다. 지난 24일 유승민 의원은 “손학규 대표와 김관영 원내대표의 퇴진을 위해 온 힘을 다해 싸우겠다”고 말했다.

  • 지난 25일 바른미래당 유승민 전 대표와 의원들이 문 의장의 오신환 의원 사법개혁특별위원회 사보임 허가한 것에 대한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 왼쪽부터 하태경, 정병국, 유승민, 오신환, 이혜훈. 연합
공수처에 집착하는 이유

집권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의 지지율은 갈수록 하향세다.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과의 격차도 크지 않다. 리얼미터가 조사한 4월 4주차 정당지지율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은 38.2%, 자유한국당은 32.1%다. 더불어민주당 입장에서는 민심의 중간평가인 총선을 앞두고 불안할 수밖에 없다. 현 의석수보다 줄어들 것이라는 위기감이다. 여론정치 전문가인 홍형식 한길리서치 소장은 “더불어민주당이 국회의석의 과반인 150석을 넉넉히 확보할 수 있다면 남은 집권 기간 동안 공수처 법안 처리를 얼마든지 할 수 있는데, 현재로선 그런 목표를 달성하기 어렵다는 인식을 하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범여권이 확보할 수 있는 비례대표석을 늘리며 선거법개혁에 무리수는 두는 이유도 개헌을 염두에 둔 것”이라고 분석했다. 공수처 법안은 패스트트랙 처리를 위한 명분일 뿐 내년 총선의 핵심 전략이라는 뜻이다.

공수처 설치는 현 정부의 대선공약이었다. 검경수사 조정을 비롯한 사법개혁도 마찬가지다. 최진봉 성공회대 교수는 “정부가 국민들의 사볍개혁에 대한 열망을 높게 보고 있다”고 평가했다.

바람 잘 날 없는 바른미래당

바른미래당은 ‘중도보수’를 기치로 출발했지만 정체성이 모호하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바른정당과 국민의당이 통합한 이후 방향성을 제대로 잡지 못하면서 지지율이 곤두박질쳤다. 바른미래당은 정치적 필요와 이해관계에 의해 탄생했다. 그러다보니 바른정당계의 ‘보수’가치와 국민의당계의 ‘진보’ 가치가 사사건건 부딪혔다. 명확한 정체성이 없다보니 대안있는 정책도 나오기 힘들었다. 최 교수는 “합당한 순간부터 이념적으로 통일된 의견을 낸 적이 없었다”며 “물리적 결합은 있었지만 화학적 결합이 일어날 수 있는 계기나 공통점도 찾기 어렵다”고 분석했다.

바른미래당엔 지난 대선에서 활약한 안철수와 유승민이라는 상징적 인물이 있음에도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대선패배에 대한 후유증 때문에 당의 전면에 나오는 것도 부담스러운 상황이다. 두 인물이 차기 대선후보로서 잠재력은 일정부분 인정받고 있으나, 당을 수습하고 반등시킬만한 힘은 부족하다는 평가다. 홍 소장은 “바른미래당 내 두 진영이 같이 갈 가능성은 희박해졌다. 노련한 정치력으로 집단을 묶고 이끌어내기엔 부족해 보인다”라며 “차기 총선에서 두 사람의 원내진입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고 말했다. 최 교수도 “총선이 다가올수록 정계개편의 속도와 가능성은 높아질 것”이라고 봤다.

천현빈 기자 dynamic@hankooki.com

<박스> 문희상 국회의장 입원

지난 25일 바른미래당은 공수처 설치법안이 포함된 패스트트랙 지정을 반대한 오신환 의원을 권은희 의원을 사·보임 처리했다. 패스트트랙 선거법 개정안, 공수처 설치를 비롯한 4가지 법안을 패스트트랙에 지정하기 위한 조치였다. 오신환, 권은희 의원 중 한 명이라도 반대하면 공수처 설치 법안의 패스트트랙 지정에 필요한 찬성 정족수에 미달되기 때문이다. 결국 문희상 국회의장은 병상에서 사보임 안을 접수·허가했다.

문 의장은 당초 여의도성모병원에 입원했으나 이후 서울대병원으로 이송돼 검사를 받았다.

바른미래당은 사보임 후폭풍으로 지도부가 붕괴될 위기에 처했다. 패스트트랙 지정에 반대하는 바른정당계 의원은 물론 지도부에 호의를 보였던 안철수계 의원들까지 김관영 원내대표를 비롯한 당지도부에 등을 돌렸다. 국민의당과 바른정당 출신의 현직 원외위원장 49명은 합동 기자회견에서 지도부의 총사퇴와 비대위 체제를 요구했다.

지난 26일 자유한국당을 뺀 여야 4당은 검경수사권 개정안을 전자입법 발의 시스템으로 의안과에 접수했다. 이로서 공직선거법 개정안, 공수처 설치 법안 등 4개의 법안이 패스트트랙으로 지정됐다.

정치평론가 신율 명지대 교수는 “관련 법안이 패스트트랙에 지정된다고 해도 본회의에서 통과되긴 어려울 것”이라며 “바른미래당의 관심사는 선거법 개정안인데 무리하게 공수처 설치법안과 맞바꾼 모양새”라고 분석했다. 신 교수는 공수처 설치 법안의 문제점도 지적했다. 그는 “기소의 대상은 야당 정치인이 될 가능성이 높다”라고 말했다.

천현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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