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무위원회는 김정은의 '정통성'을 국가운영에 제도화한 것

남북관계 개선과 북핵이슈의 숨가쁜 전개 속에서 북한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이에 ‘박영자의 북한읽기’를 통해 북한사회의 다양한 모습을 분야별로 살펴보고, 변화의 양상을 짚어보는 자리를 마련한다. <편집자 주>

박영자 통일연구원 연구위원

김정은 정권은 집권 7년여간 조선노동당을 강화시켰을 뿐 아니라 ‘당의 지도를 받는 국가기구’도 강화시키고 있다. 2017년까지 노동당 중심의 국내 정치에 주력하며 속도 빠른 권력 장악 행보를 보였다. 동시에 이를 국가적으로 법제도화하고 있다. 그 대표적 국가기관이 국무위원회이다. 2016년 5월 7차 당대회 이후 북한은 헌법을 개정하면서 국가의 (형식상) 최고결정기구인 최고인민회의를 통해 기존 국방위원회를 폐지하고 ‘국무위원회’를 신설하였다.

또한 국가기구를 강화하는 방향에서 조직을 개편하였다. 이어 2017년 4월 11일 ‘외교위원회’를 부활시키는 등 국가기구를 보강하는 양상이다. 2018년 이후 김정은은 북한 국가기구 내 최고지도자 직위인 ‘국무위원장’ 명의로 전면적인 대외, 대남 행보에 나섰다. 이러한 국가기구 강화 흐름은 지난 2019년 4월 최고인민회의 제7기 제1차 회의결과에서도 드러났다. 그렇다면 북한의 국무위원회와 국무위원장의 위상과 역할은 무엇일까? 국무위원회를 중심으로 한 북한의 국가 운영체계 및 정책결정 구조와 특징은 무엇인가? 이에 대해 살펴보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당지도 구현할 국가주권의 최고정책지도기관

2016년 북한의 헌법개정으로 기존의 국방위원회가 해체되고 이를 대체하여 보다 더 국정 전반을 관할하는 국무위원회가 신설되었다. 국무위원회는 북한 헌법에 명시되어 있듯이 국가주권의 최고정책적 지도기관이다. 국무위원회는 위원장, 부위원장, 위원들로 구성하였다가, 2019년 4월 헌법을 수정하여 제1부위원장 직책을 신설하였다. 이들은 모두 최고인민회의에서 선출되며 임기는 최고인민회의와 같다.

국무위원회 명의로 결정, 지시를 내릴 수 있으며 사업에 대하여 구성원을 선출한 최고인민회의에 책임진다. 헌법상 국무위원회는 ▲국방건설사업을 비롯한 국가 중요정책 토의^결정 ▲국무위원회 위원장 명령, 국무위원회 결정^지시 집행의 감독과 대책 수립 ▲국무위원회 위원장 명령, 국무위원회 결정^지시에 어긋나는 국가기관의 결정^지시를 폐지하는 권한을 행사한다.

2016년 헌법개정으로 달라진 것은 기존 국방위원회가 ‘국가주권의 최고국방지도기관’으로 규정되었던 것에 반해, 국무위원회는 ‘국가주권의 최고정책적 지도기관’으로 명시된 것이다. 즉, 국방분야에 국한된 것이 아닌 국가정책 전체를 지도하는 기관으로 위상이 강화된 것이다. 기존 제109조가 “국가의 전반적 무력과 국방건설사업을 지도한다”에서, “국방건설사업을 비롯한 국가의 중요정책을 토의^결정한다”로 바뀌고, “국방부문의 중앙기관 설립^폐지, 군사칭호 제정과 장령이상 군사칭호 수여”가 삭제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노동당 고위직으로 구성

국무위원회를 국정 전반을 관할하고 책임지는 중추기관으로 강화하려는 의도는 국무위원으로 선임한 인물들의 면면을 보아도 알 수 있다. 2016년 헌법개정 당시, 국무위원회 부위원장에 당 정치국 상무위원이자 당^정^군을 대표하는 최룡해, 박봉주, 황병서를 선출하였다. 이후 북한의 정치 변화에 따라 인물의 변화가 부분적으로 있었다.

2019년 5월 현재에도 당 정치국 상무위원 3인방인 위원장 김정은, 제1부위원장 최룡해, 부위원장 박봉주가 모두 포함되었다. 그리고 국무위원회 위원으로 김재룡(내각총리), 리만건(당부위원장), 리수용(당부위원장), 김영철(당부위원장), 태종수(당부위원장), 리용호(외무상), 김수길(당중앙군사위원), 노광철(인민무력상), 정경택(국가보위상), 최부일(인민보안상), 최선희(외무상 제1부상) 등 노동당의 고위직들이자 국정 전 분야의 핵심 인물들이 망라되어있다.

이러한 인물 구성은 당-국가 일체화에 기초하여 국가기구의 역할을 강화하려는 의도이다. 또한 국제사회에서 강대국들과 어깨를 겨룰 수 있는 정상국가로서의 이미지 확산 및 2018년 이후 북한당국이 강조하고 있는 ‘국제정치를 주도하는 전략국가’로서의 입지를 강화하기 위한 행보와 연계되어 있다. 따라서 국무위원회의 위상과 역할은 당지도 노선을 구현할 국가주권의 최고정책 지도기관이다.

당 조직개편에 따른 국가기구 변화

북한의 국무위원회 위원장(이하 국무위원장)은 2016년 6월 29일에 열린 최고인민회의 제13기 제4차 회의시 헌법이 개정되면서, 김정일 정권 때의 국방위원회가 국무위원회로 대체되어 기존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개칭된 것이다. 2016년 5월 개최된 7차 당대회시 조선노동당 위원장 직제를 신설하고 기존 비서국을 정무국으로 개편하며, 조선노동당 위원장 및 부위원장들(기존 비서들)을 구성원으로 하는 당 정책결정기구 변화에 맞춘 국가기구 조직개편의 일환으로 평가된다.

국가기구에 노동당 위원장직에 대당하는 국무위원장 직제를 신설하고 당 정무국에 배치된 노동당 부위원장직에 해당하는 국무위원 직제를 신설하여 국무위원회를 구성하였다. 국무위원장은 북한의 최고지도자이자 군을 비롯한 무력 전반을 통수하는 최고사령관이다. 북한은 당-국가체제이므로 당 위원장이 국무위원장을 겸직하여 당의 국가기구에 대한 정책적 지도라는 전통을 계승하고 있다.

국무위원회 위원장, 국가주권의 최고 정책결정권자

국무위원장은 형식상 최고인민회의에서 선거하고 임기는 최고인민회의 임기와 같으며, 사업에 대하여 최고인민회의에 책임을 지도록 되어 있다. 국무위원장은 ▲국가의 전반사업 지도 ▲국무위원회 사업 직접 지도 ▲국가의 중요 간부 임명 또는 해임 ▲외국과 맺은 중요 조약 비준 또는 폐기 ▲특사권 행사 ▲나라의 비상사태와 전시상태, 동원령 선포 ▲전시에 국가방위위원회 조직하여 지도하는 것이 그 임무이자 권한이다.

이전(2012년 헌법 기준)의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권한과 임무에서 달라진 것은 ‘국방부문의 중요 간부 임명 또는 해임’이 ‘국가의 중요 간부 임명 또는 해임’으로 바뀌고, 전시에 국가방위위원회를 조직하여 지도하는 권한이 추가된 것이다. 간부 임면권의 범위가 국방부문에서 국가 전체로 확대되었고, 전시에 무제한 성격의 국가방위위원회를 조직하여 대처할 수 있는 막강한 권한을 부여한 것이다. 국무위원장은 북한 헌법상 최고주권 기관인 최고인민회의에서 선거를 통해 선출되며 사업에 대하여 최고인민회의의 책임 하에 있다.

그러나 이는 법 형식상 규정에 그치고 있다. 실질적으론 ‘당과 최고지도자의 유일령도체계’ 하에서 작동되기에 당위원장을 겸직하는 국무위원장이 최고인민회의를 비롯한 북한의 입법, 행정, 사법기관에 대한 지도 기능을 가진다. 따라서 북한의 국무위원장은 북한지역 국가주권의 최고 정책결정권자이다.

국무위원회 중심 국가정책 결정구조

국제적 보편 기준에 따르면, 국가기구는 크게 입권(주권)기관, 행정기관, 사법기관으로 이루어진다. 북한에서도 법제도적으로는 최고인민회의로 대표되는 주권기관이 행정기관이나 사법기관에 비해 형식적 우위를 차지한다. 그러나 현실 정치적 정책결정구조를 보면, 북한의 최고주권기관인 최고인민회의도 당적 지도 하에 있다. 국가기구 내부 구조로 보면, 조선노동당 위원장과 당고위직으로 구성된 국무위원회의 정책적 지도를 받는다. 국무위원회 위원장을 비롯한 구성원들은 모두 노동당 위원장이나 당 핵심부서 대표자들로 겸직하고 있다. 북한의 ‘당-국가체제’ 특성에 따른 ‘당적 지도’에 의한 국가운영 원리가 관철되기 때문이다.

행정기관은 인민대중의 생활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치는 기관이다. 법제도적으로 내각은 소위 주권기관의 지도 하에 있는 ‘전반적 국가관리기관’으로서 국가관리 전반을 책임진다. 그러나 실질적 운영은 중앙의 경우 당을 대리하는 국무위원회의 지도를 받아 업무를 수행하며, 도(직할시) 인민위원회의 사업을 지휘^감독한다. 하부단위로 갈수록 지방의 각급 인민위원회는 간접적으로는 내각, 직접적으로는 상급 인민위원회의 지도를 받아 모든 행정사업을 집행한다. 그런데 중요한 지점으로 각 지역 내에서도 각급 당위원회가 실질적인 지도 역할을 한다는 점이다.

한편 내각의 경우, 내각 소속 모든 부처가 내각 총리 산하에 있다고 하여, 총리가 이들을 전부 장악^통제하고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대체로 총리가 경제사령관으로서 경제부처들과 교육^보건^체육^사회^문화 등 사회부처들을 대상으로는 지휘체계를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내각 사무국^외무성^조국평화통일위원회 등은 국무위원장인 최고지도자 김정은에게 개별적으로 ‘제의서’를 올릴 수 있다. 따라서 내각 총리의 실질적인 전체 국가업무 통제가 어려운 것으로 보인다.

국무위원회 지도를 받는 공권력 수행 기관

또한 검찰^재판^보위^보안^무력 기관 모두 국무위원회의 지도를 받는다. 자유민주주의국가가 입법^행정^사법기관 간 견제와 균형을 통해 개인의 인권보장과 사회정의를 실현하려고 한다면, 북한에서는 상호 견제와 균형보다는 국가기구들이 혼연일체가 되어 당의 정책을 실현하고 북한 식의 체제를 유지하는 것이 목표이다. 이와 더불어 국가기구 간 상호견제를 통해 유일지배체제에 균열이 발생하는 것을 방지하려 한다. 북한의 국가기구 체계 상 이러한 역할을 수행하는 기구가 국무위원회이다.

북한도 형식적으로는 최고인민회의로 대표되는 입법, 국무위원회와 내각의 행정, 중앙검찰소와 중앙재판소의 사법으로 권력이 분립되어 있는 것같이 보이고, 국가를 대표하는 국가원수 지위의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사실상의 최고권력자인 국무위원장, 집행부 수반으로서 정부를 대표하는 내각 총리 사이에 국가권력이 분산된 듯이 보인다.

그러나 이 모두는 당의 노선과 정책을 집행하는 정치적 무기이다. 외관상이 아니라 실제적으로 권력이 분산되어 있다면 당-국가체제를 부정하는 것이 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현재 북한의 국가기구 간 위계는 당을 대리하는 국무위원회 지도 아래 북한식 중앙집권 원리에 따른, 주요 기관 간의 상호 견제 관계를 보이고 있다.

김정은 시대 국가기구 간 관계와 체계

당위원장을 겸직하는 김정은 국무위원회 위원장이 국가주권의 최고 정책결정권자이다. 이를 정점으로 하는 국무위원회는 노동당 핵심 지도부로 구성되어 당지도를 구현하는 국가주권의 최고정책 지도기관으로 기능한다. 주권, 경제행정, 공권력 기관은 당을 대리하는 국무위원회 지도하에서 정책결정에 참여하는 구조이다.

김정은 시대 국가체계의 특징

따라서 국무위원회 주도 김정은 시대 국가체계의 주요 특징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국무위원회를 중심으로 명실상부한 김정은 시대 국가체계가 제도화되었다. 국무위원장 김정은의 유일적 영도에 대한 ‘정통성과 정당성’을 국가운영에 제도화한 것이다. 더불어 국가조직을 위기관리시스템인 군사형 체계(선군정치에 따른)로부터 국제사회에 조응할 수 있는 정상적 국가체계로 개편하려는 의도도 보인다.

둘째, 당조직 개편에 맞춘 국가기구 조직개편과 인물배치로 ‘당-정 일체화 수준’을 강화한 점이다. 7차 당대회시 김정은을 조선노동당 위원장으로 추대하고 기존 당 비서국을 정무국으로 확대개편하며, 당중앙위 부위원장 제도를 신설하고 이들을 정무국에 배치한 조치를 국가기구 중 국무위원회와 연동하여 구성하였다.

셋째, 국무위원회 중심의 입법, 경제행정, 사법에 대한 총괄 지도이다. 국가체계 정상화 흐름 속에 ‘내각책임제’ 강조 등 내각의 위상을 강화하려는 담론이 지속되고 있다. 그러나 실질적 역할과 담당 업무를 보면 국방, 보위, 안전, 통일 업무가 국무위원회에 있다. 즉, 여전히 내각 업무는 경제행정에 집중되어 있고 국가통치권 측면에서는 배제되어 있다.

중국과의 비교

최근 북한의 국무위원회를 중심으로 한 국가체계 변화는 중국의 1982년 헌법과 유사한 측면이 있다. 중국이 시장경제시스템을 인정하며 국가체계를 국제적 흐름에 맞추겠다는 의도를 보이며 중앙국가기관을 개편한 헌법개정에서 그 비교정치적 의미를 찾을 수 있다. 즉, ‘중앙집중적 지도력 하에 국가의 군대를 구축’하려 한 중국의 1982년 등소평 헌법과 유사성이 보인다.

<등소평헌법>이라 불리는 1982년 중국헌법에서는 국가주석제가 부활되고 국가중앙군사위원회가 창설되어, ‘중앙집중적 지도력 하에 국가의 군대 구축’ 목적이 드러났다. 지난 2019년 4월 북한의 제7기 제1차 최고인민회의 후 군과 관련한 김정은 호칭이 “조선인민군 최고사령관”에서 국가를 의미하는 “공화국 무력 최고사령관”으로 바뀐 것으로 이러한 흐름과 연동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또한 북한의 내각에 해당하는 국무원과 국가중앙군사위원회가 국가기구로서 국제흐름과 조응하는 위상을 갖도록 하는 의도가 보였다. 전체적으로 김정은 시대 헌법에서 드러난 국무위원회는 중국의 1982년 헌법에서 보여준 국가중앙군사위원회 및 국무원의 기능과 역할이 합쳐진 것과 유사하다. 즉, 중국 및 국제사회도 이해할 수 있는 ‘국가주권’을 실현하는 중앙국가기구로의 재편을 모색하면서, 국제사회에 조응할 수 있는 국가체계를 수립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2004년 성균관대학교에서 정치학 박사 학위를 받고, 숙명여대, 성균관대, 이화여대 등에서 강의를 하며 북한 체제를 연구했다. 현재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 연구위원으로 있으며 통일부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 등의 자문위원으로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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