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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자의 ‘북한 읽기’] 김정은 시정연설로 본 ‘북한 발사체’의 의도

장기전 대비한 군사능력 과시... 한국 정부에 같은 민족으로서 행동할것 요구
  • 박영자 통일연구원 연구위원
남북관계 개선과 북핵이슈의 숨가쁜 전개 속에서 북한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이에 ‘박영자의 북한읽기’를 통해 북한사회의 다양한 모습을 분야별로 살펴보고, 변화의 양상을 짚어보는 자리를 마련한다. <편집자 주>

  •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4월 12일 최고인민회의 제14기 제1차회의에 참석했다. 조선중앙TV는 13일 오후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시정연설 발표 영상을 방영했다. 연합
지난 5월 4일 북한이 동해상에 미사일로 추정되는 발사체를 발사하였다. 이후 발사체의 실체가 무엇인지, 북한이 다시 군사적 도발을 재개한 것인지 여부가 논란이 되고 있다. 국제사회의 논란에 대해 5월 8일 북한 외무성 대변인은 북한의 전연 및 동부 전선방어부대들의 ‘화력타격훈련’이었다고 답하였다. “정상적이며 자위적인 군사훈련”이었다는 주장이다. 그럼에도 북한의 진의(眞意)를 파악하고자 하는 논란이 분분하다. 지난 2월 북미 간 하노이회담 노딜 이후 강력한 대북제재가 지속되면서 북한이 2018년 조성된 한반도 평화 흐름을 벗어난 ‘도발적 새로운 길’에 들어선 것이 아닌가라는 불안감 때문이다.

금번 발사체 발사에 대해 북한은 5월 8일자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세 가지 공식 목적을 밝혔다. 첫째, 대구경 장거리발사포 및 전술유도무기의 운영 능력 실험이다. 둘째, 전선방어부대의 화력 임무수행의 정확성 및 무장장비들의 전투적 성능에 대한 검열이다. 셋째, 이를 계기로 전체 군부대의 전투동원 준비를 체계적으로 갖추려는 목적이다. 그 목적과 관련하여 현 시기 주목할 점은 2가지이다.

‘장기전’ 대비 및 군사능력 과시

하나는 ‘장기전’을 대비한 군사훈련 재개이다. 북한은 금번 발사체 발사의 최종 목적에 대해 “경상적인 전투동원 준비를 빈틈없이 갖추도록 하는 데 목적”이 있다고 하였다. ‘경상적(經常的)’이란 일시적인 것이 아니라 정기적이고 규칙적임을 의미한다. 이를 다른 식으로 해석하면, ‘협상과정에서 조심했던 군사훈련을 다시 정상화’하겠다는 의미로 이해할 수 있다. 그리고 이는 지난 4월 북한의 최고인민회의 제14기 제1차 회의에서 선언한 ‘장기전’ 대비와 연계된 것으로 보인다.

또 다른 하나는 군사적 능력 과시이다. 북한은 발사체 발사의 의미를 통상적 군사훈련으로 한정지었다. 그러면서도 금번 “훈련을 통하여 언제 어느 시각에 명령이 하달되여도 즉시 전투에 진입할 수 있게 만반의 태세를 갖추고 있는 전연과 동부전선 방어부대들의 신속반응 능력이 다시금 확증되였다”고 선언한다. 이는 태평양을 향한 북한의 군사적 능력이 여전히 견고함을 과시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또한 북미협상교착상태 및 지난 3-4월 한미연합군사훈련을 언급하며, 이에 대해 북측도 주권국가로서 군사훈련을 하는 것의 정당성을 제기한다. 즉, 맞대응 논리이다.

시정연설에서 드러난 의도

이러한 의도는 지난 4월 북한의 최고인민회의 제14기 제1차 회의 시 김정은의 시정연설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시정연설은 한 국가의 최고지도자가 의회에서 국가예산 및 국정 전반에 대한 자신의 생각이나 주요 정책을 발표하는 것이다. 즉, 국정에 관한 최고지도자의 연설이다. 당시 북한 최고지도자 김정은의 시정연설은 김일성 이후 29년 만에 이루어진 것이다. 시정연설 이후 북한은 전 단위와 주민들을 대상으로 시정연설 학습을 도모하고 있다.

당시 김정은의 시정연설은 국정 전반에 걸친 내용이 망라되었다. 그 중 금번 북한의 발사체 발사의 의도를 확인할 수 있는 내용은 향후 북한의 대외 및 대남 정책 기조이다. 특히 북한의 비핵화 협상과 관련하여 전략 수정 여부를 진단할 수 있는 ‘김정은의 생각’을 주목해야 한다. 이와 관련한 시정연설 내용을 보면, 2019년 올해 말까지 국제협상 및 대북제재와 (인도적) 지원 추이를 지켜보면서 대내적으로 자력갱생, 대외적으론 새로운 길 모색에 주력할 것임이 드러났다. 즉, 장기화될 ‘비핵화-대북제재 협상’ 국면에 대비하여 내부적으론 군사적 능력을 강화하고, 국제적으론 협상에 유리한 국면을 조성하기 위한 외교활동을 강화하겠다는 의도이다. 이와 관련한 김정은 시정연설의 주요 내용을 살펴보자.

김정은의 북미관계 정세 인식

김정은은 하노이 회담 노딜 이후 대북제재가 장기화될 것이라는 판단 하에, 미국 트럼프를 협상 장에 유인하기 위한 방법으로 전통적 화전양면(和戰兩面) 전술을 채택한다. 먼저, 김정은의 북미 관계 및 협상 관련 정세 인식을 살펴보자. 시정연설에서 김정은은 “미국이 우리(북한) 국가의 근본리익에 배치되는 요구를 그 무슨 제재해제의 조건으로 내들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와 미국과의 대치는 어차피 장기성을 띠게 되여있으며 적대세력들의 제재 또한 계속되게 될 것”이라는 인식을 공식적으로 밝혔다. 이러한 정세인식에 기초하여 “(북한이) 장기간의 핵위협을 핵으로 종식시킨 것처럼 적대세력들의 제재돌풍은 자립, 자력” 정책으로 대응한다는 장기전 모색을 제시했다.

  • 북한 조선중앙TV가 5일 전날 동해 해상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 참관 하에 진행된 화력타격 훈련 사진을 방영했다. ‘북한판 이스칸데르’ 미사일로 추정되는 전술유도무기가 날아가는 모습. 연합
이러한 판단의 저변에는 2018년 ‘비핵화-대북제재 협상’이란 김정은의 선택에 대한 비판적 평가가 있다. 구체적 평가와 성찰 내용을 보면, 지난 2월 하노이회담은 “우리(북한)가 전략적 결단과 대용단을 내려 내짚은 걸음들이 과연 옳았는가에 대한 강한 의문을 자아냈으며 미국이 진정으로 조미관계를 개선하려는 생각이 있기는 있는가 하는데 대한 경계심을 가지게 한 계기”였다는 평가이다. 이와 더불어 최근 미국의 대북 “적대적 움직임들이 로골화되고 있으며 이것은 우리를 심히 자극”하고 있고, “나(김정은)는 이러한 흐름을 매우 불쾌하게 생각합니다”라는 솔직한 심정을 밝혔다.

‘올해 말까지’, 트럼프 향한 메시지

그리고 트럼프를 협상장에 유인하기 위한 방법으로 대화와 대결 모두를 활용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그런데 협상의 재개를 위한 대화는 북한에 유리한 방법으로 진행해야 함을 밝힌다. 즉, 최근 미국이 대화 재개를 시사하고 있으나 문제해결을 위해서는 “일방적으로 자기의 요구만을 들이 먹이려고 하는 미국식 대화법”으론 안된다는 생각이다. 그러면서, 미국이 “새로운 계산법을 가지고” 나온다면, 아직은 유효한 김정은과 트럼프 사이의 개인적 관계를 통해 톱다운 방식으로 협상할 것이라는 생각도 밝혔다.

이와 함께 김정은은 시기 및 도발가능성 측면에서 배수진을 쳤다. 시간 측면에서는 “어쨌든 올해말까지는 인내심을 갖고 미국의 용단을 기다려볼 것”이라며 그 톱다운식 대화 시한을 2019년 올해 말로 한정하였다. 도발가능성 측면에서 “나(김정은)는 미국이 오늘의 관건적인 시점에서 현명한 판단을 내리리라고 기대하며 가까스로 멈춰 세워놓은 조미대결의 초침이 영원히 다시 움직이지 않게 되기를 바랍니다”라고 하였다. 미국이 올해 말까지 북한식 협상에 응하지 않으면 다시 대결 국면으로 전환할 수밖에 없다는 자기 정당화 논리이다.

‘당사자’로 나서라는 대남 메시지

이렇듯 북한이 미국과의 장기전을 준비하는 상황에서 김정은은 시정연설을 통해 현 교착국면을 타개하기 위한 한국의 역할을 강하게 요구하였다. 먼저 국제협상 국면에서 한국정부의 위상에 대해 북한과 같은 민족으로서 행동할 것을 요구한다. 즉, 한국은 “북남선언의 성실한 리행으로 민족앞에 지닌 자기의 책임을 다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남조선당국은 추세를 보아가며 좌고우면하고 분주다사한 행각을 재촉하며 오지랖 넓은 《중재자》, 《촉진자》 행세를 할 것이 아니라 민족의 일원으로서 제정신을 가지고 제가 할 소리는 당당히 하면서 민족의 리익을 옹호하는 당사자가 되여야 합니다”라는 주장과 논리이다.

또한 한국이 나서서 북미협상의 동력을 살리고 대북제재를 완화시키는 데 주도적으로 나서라는 요구이다. 이와 관련해 김정은은 “미국의 시대착오적인 오만과 적대시정책을 근원적으로 청산하지 않고서는 북남관계에서의 진전이나 평화번영의 그 어떤 결실도 기대할 수 없다는 것을 때늦기 전에 깨닫는 것이 필요합니다”라고 하였다. 나아가 이러한 요구가 현실화되지 않으면 다시 2016~2017년 고도화된 군사적 도발과 대결 국면이 전개될 것이라는 발언도 서슴지 않았다. 즉, “우리(북한) 앞에는 조선반도의 긴장을 완화하고 북남관계 개선의 분위기를 계속 이어나가는가 아니면 전쟁의 위험이 짙어가는 속에 파국에로 치닫던 과거에로 되돌아가는가 하는 엄중한 정세가 조성되고 있습니다”라는 협박성 대남 메시지이다.

열강 간 대결 활용한 외교 방향

금번 시정연설을 통해 드러난 김정은의 한반도를 둘러싼 국제정세 인식은 ‘강대국 간 패권전쟁 격화’로 압축된다. 최소한 2020년까지를 바라본 김정은의 동북아와 한반도 정세 인식 중 중요한 지점이 ‘지정학적 이점’이다. 즉, 김정은은 시정연설에서 “우리나라(북한)는 지리적으로 대국들 사이에 위치하여 있고 의연히 국토가 분렬되여 있으며 우리 공화국을 억제하고 약화시키며 압살하려는 적대세력들의 책동이 가증되는 속에서 사회주의건설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지역적, 세계적 범위에서 패권쟁탈을 위한 렬강들의 모순과 대결도 한층 격화되고 있다”는 정세 인식을 드러냈다.

이러한 상황에서 김정은은 열강 간의 갈등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면서, 어느 한쪽에 휩쓸리지 않은 채 내부적 힘을 키워야 함을 강조한다. 즉, “우리(북한) 혁명의 특수한 환경과 오늘의 복잡한 세계정세 속에서 공화국이 자주권과 존엄을 고수하고 참다운 번영을 이룩하기 위하여서는 확고한 자주적 립장에서 자기 힘을 강화하고 자립적으로 발전”해야 한다는 전략의 제시이다.

당면한 대북제재 대응 전망

마지막으로 현재 북한입장에서 가장 시급히 해결해야 하는 문제인 대북제재 관련하여, 김정은은 아직까지는 ‘비핵화-평화체제’ 논의 진전과 연계된 단계적 해제 입장을 표명하고 있다. 그러나 현재의 교착 국면에서 쉽지 않을 것이다. 따라서 북한은 중국과 러시아 등 (상대적) 친북 국가들과의 공식적 협력을 강화하려 할 것이다. 그러나 미중 간 무역전쟁 및 러시아의 열악한 국가재정 등을 고려할 때 이 또한 녹녹지 않을 것이다.

따라서 북한은 사이버 공간 활용 및 지방정부 차원과 각 단위 경제현장에서의 행위주체 간 비공식 활동 등을 통한 대북제재 무력화를 추진할 가능성이 있다. 다시 말해 국제적 규범이나 대북제재를 회피할 수 있는 각종 비공식적이며 불법적인 활동이 확장될 수 있다. 또한 친북-반미 국가, 유럽 내 북한에 우호적인 국가, 그리고 국제기구들과의 소통을 증대할 것이다. 이 과정에서 대북 인도적 지원 사업과 국제비정부기구 활동에 관심을 기울일 것으로 보인다.

● 박영자 통일연구원 연구위원

2004년 성균관대학교에서 정치학 박사 학위를 받고, 숙명여대, 성균관대, 이화여대 등에서 강의를 하며 북한 체제를 연구했다. 현재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 연구위원으로 있으며 통일부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 등의 자문위원으로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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