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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자의 ‘북한 읽기’] 북한의 경제환경 변화와 기업 운영체계

지속성장 위해 제조업 성장 절대적 필요... 사회주의 시스템서 기업효율성 발현 안돼
  • 박영자 통일연구원 연구위원
남북관계 개선과 북핵이슈의 숨가쁜 전개 속에서 북한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이에 ‘박영자의 북한읽기’를 통해 북한사회의 다양한 모습을 분야별로 살펴보고, 변화의 양상을 짚어보는 자리를 마련한다. <편집자 주>

지난 4월 김정은 정권 2기 엘리트와 정책방향을 정비한 북한은 최근 대외적으론 외교의 다변화를 추진하면서, 대내적으론 ‘만리마속도창조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만리마속도창조운동’은 김일성시대 생산의 속도전인 ‘천리마운동’을 김정은 식으로 변형한 자력갱생의 대중생산운동이다. 북한은 2019년 5월 15일 노동신문 사설, “만리마속도창조운동의 불길높이 사회주의강국건설에서 일대 앙양을 일으키자”를 통해, 이 운동은 지난 4월 김정은의 시정연설과 제7기 제4차 노동당 전원회의에서 제시한 과업을 관철하기 위한 운동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5월 16일 노동신문을 통해 노동당의 지침에 따른 국가경제발전 5개년전략의 목표를 수행하기 위한 ‘증산돌격운동’이라며 각 공장·기업소의 활동을 독려하고 있다. 따라서 이 지면에서는 최근 북한의 경제 환경 변화와 기업 운영체계를 살펴본다. 특히 ‘대북 제재와 지원’ 및 문재인 정부가 추진하는 ‘평화경제’와 관련하여 주목해야 할 북한의 기업 실태를 몇 회에 걸쳐 미시적으로 살펴보려 한다.

  • 지난 4월 11일 북한 오일건강음료종합공장에서 아이스크림이 생산되고 있다. 연합
불가피한 북한 경제의 전략 수정

대북제재를 논외로 하더라도 2000년대 이후 1차 산품 수출에 의존했던 북한 경제는 이제 전략 수정이 불가피해졌다. 중국이 석탄 의존도를 점차 줄이고 있어 무연탄의 대중 수출은 대북 경제제재가 아니더라도 조만간 한계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 또한 북한의 내수경제를 주도하고 있는 상업·유통 분야 등 급성장한 서비스업 및 음식·숙박 등 전통적 서비스업은 생산성 향상이 제한적이다. 따라서 북한 경제의 발전을 지속적으로 주도해나가는 데는 한계가 있다. 이러한 환경에서 김정은 정권 또한 변화된 환경 변화에 조응하는 국가 경제발전 전략을 고민하고 있다.

북한 경제가 지속적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제조업의 회복과 성장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이로 인해 김정은이 직접 나서서 경제 현장에 대한 현지지도와 함께 강도 높은 비판과 혁신을 요구하고 있다. 그리고 노동당이 전면적으로 나서서 제조업의 정상화를 지시하고 있다. 이러한 행보로 현재 북한지역 내 일부 제조업 부문의 생산 역량이 회복되는 조짐이 보이고 있다. 그러나 제조업 전반을 볼 때 여전히 타 산업에 비해서도 성장이 매우 느리다.

환경 변화에 따른 제조업 정상화 및 경제발전 전략

2016년 김정은 정권은 <국가경제발전 5개년 전략>을 제시하며 2020년까지 제조업 분야 발전의 인프라를 구축하기 위해 매진하고 있다. 전체적인 북한 경제의 성장을 추구하면서, 특히 제조업 분야의 발전을 통해 북한을 산업화된 국가로 성장시키기 위한 시도이다. 그런데 노동당의 정치사상적 지도 및 ‘사회주의 노력동원’ 방식이 여전히 우세하기에 기업운영의 효율성이 제대로 발현되지 못하고 있다. 또한 김정은 정권은 경제 특구와 개발구 설치를 통한 외자유치 노력, 관광산업의 확충, 다양한 관광상품 개발을 통한 관광수입 확대를 시도하고 있다. 그러나 대북 경제제재로 인해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는 못하고 있다.

김정은 정권 또한 이러한 경제성장의 난관을 인식하고 있다. 따라서 외적으론 외교적 다변화로 대북제재 완화와 대북지원을 추진하고, 내적으론 북한의 전통적 경제발전 전략의 전환을 모색하고 있다. 내적 경제발전 전략은 크게 3가지 축으로 진행되고 있다. 첫째, 북한의 전통적 경제발전 전략인 대규모 생산설비 투자를 통한 양적 성장전략으로부터, 과학기술과 교육·훈련을 통한 질적 성장전략으로의 경제발전 전략 변화를 도모하고 있다. 둘째, 종업원 3500명 이상인 1급 기업소를 중심으로 기업운영의 실리주의를 독려하고 있다. 이와 함께 산업 영역별로 경제정책을 세부화하여 각 분야에서 실리적이고 창의적인 경제발전 성과를 요구하고 있다. 셋째, 실리주의 및 물질적 인센티브를 강조하는 경제 개혁 방향을 제시하며 국영 기업 운영 전반의 효율성 제고를 추진하고 있다.

‘사회주의 기업 책임관리제’의 한계 및 다양한 기업지배 구조

그러나 이러한 김정은식 개혁조치인 ‘사회주의기업책임관리제’가 제대로 된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그 이유는 단지 대북제재 때문이 아니다. 여전히 경제행정에 대한 정치적 지도가 절대적 우위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김정은 정권은 김일성식 속도전이란 대중생산운동을 다시 시도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최근 북한의 ‘만리마속도창조운동’은 이러한 환경 속에서 진행되고 있다. 따라서 김정은 정권의 경제전략이 성과를 낼 수 있는지 여부 및 북한 개발전략 방향을 모색하기 위해서는 현재 북한의 기업 실태를 이해할 필요가 있다.

현재 북한의 기업지배구조는 단일하지 않다. 북한의 기업체계는 크게 세 부류로 구분할 수 있다. 첫째, 중앙정부가 직접 지도 관리하는 중앙기업이다. 둘째, 지역의 도, 시, 군 단위에서 관리하는 지방기업이다. 셋째, 외자가 투자된 합영·합작 기업이다. 이들 기업을 운영하는 주체들이 다르며 각 기업의 특성별로 기업정책 또한 다르다. 그러므로 다양한 북한 기업의 유형별로 그 운영체계를 살펴보자.

도당위원회 및 특수기관 당위원회가 주도하는 중앙기업

북한 중앙기업의 행정관리는 내각의 해당 성과 위원회 및 특수(당, 군, 보위, 대남, 대외) 기관에서 담당하고 있다. 당(黨)적 관리는 기업이 소재하고 있는 도당위원회 및 관련 특수기관의 당위원회가 담당한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도당위원회 및 담당 특수기관 당위원회가 운영을 주도한다. 즉 당에 의한 중앙기업 지배이다. 현재 북한 중앙기업 운영체계는 공식 명목만 사회주의이다. 현실 작동 양태를 보면 사회주의 이념과 제도를 포기한 것으로 보인다.

국가경제의 목적도 인민소유제에 따른 전민(全民) 복지실현이 아니다. 중앙기업의 목적이 체제유지를 위한 재정확충과 경제성과 창출에 있다. 이 목적을 실현하기 위한 주요 원천은 국가의 노동력 배치와 배급·보수가 불안정한 상황에서 이루어지는 ‘실질적 무임금 노동착취’ 및 천연자원 수출이다. 무임금 노동착취는 행정의 힘으로는 불가능하다. 특히 배급, 월급과 같은 공식 인센티브 제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기에 노동자에 대한 행정적 통제가 어려운 환경이다.

따라서 연합기업소를 중심으로 한 북한의 중앙기업들에서는 행정을 대신하여 당권(黨權)에 의한 기업 지배가 주를 이룬다. 시기적으로 볼 때 북한 중앙기업에서 당의 기업지배는 2000년대 후반기부터 강화되기 시작하여 2010년대에 들어서며 고착되었다. 김정은 시대 들어서는 당이 정책적 지도뿐 아니라 기업 관리까지 맡아 하고 있는 실정이다. 당 간부가 당 사업뿐 아니라 노동력 배치, 생산과제 수행 총화 같은 행정사업을 직접 맡아 하고 있다. 또한 당은 간부임면과 같은 정치적 인센티브 및 사법검찰 등의 강압적 통제수단을 이용하여, 행정 간부들과 종업원들을 움직이고 기업을 유지하고 있다.

지배인 중심 경영능력자가 주도하는 지방기업

지방기업 역시 행정과 당의 이원적 체계로 구성된다. 지배인은 기업소를 대표하며 행정측면에서 기업소 내 의사결정권을 갖는다. 기업소 규모에 따라 초급당비서 또는 세포비서가 기업소 내의 당체계를 대표하는데, 초급당비서는 유급이고 세포비서는 무급직이다. 지배인 밑에 부지배인, 당비서 밑에 부비서의 직위가 있지만, 규모가 작은 기업에서는 부지배인과 부비서가 없다. 그런데 현재 북한의 지방기업은 지배인 중심 경영능력자가 운영을 주도하는 양상이다. ‘온전히 자력갱생’해야 하는 지방기업들 중 일부 유형을 제외하면 가동이 되지 못하거나 목적과 다르게 운영되기 때문이다. 경제난 이후에도 사정이 개선되지 못하였고 김정은 시대 들어 이러한 상황은 심화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지방기업의 경우 공장을 가동할 수 있는 능력있는 이들이 지역 상황을 고려하여 수완을 발휘할 때 운영된다. 그러므로 지방기업의 운영체계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가동되는 지방기업의 유형을 살펴보는 것이 중요하다. 현재 비교적 가동률이 높은 지방기업소 유형은 먼저 지역 경제 운영에서 중요도가 높은 공장들이다. 대표적 공장들은 된장과 간장, 당과류, 두유 등을 생산하는 식료공장이다. 된장, 간장 등 장류는 주민들의 ‘기초필수식품’에 해당한다. 과자, 사탕 등 당과류는 명절과 김일성, 김정일 생일에 학생과 주민들에게 공급되는 ‘선물’ 품목이다.

특히 식료공장의 가동률이 높은 것은 식료공장의 생산품들은 주민들이 생활을 유지하는데 필수적인 ‘1차 소비품’이기 때문이다. 북한의 인민경제는 경제위기를 겪으면서 지방경제에 더 의존하게 되었으며, 지방경제가 1차 소비품을 생산하는 중요한 역할을 하는 기지로 자리 잡고 있다. 그 외 도·군에서 원자재를 공급받지 못하더라도 지역 특성에 따라 원자재 공급이 가능한 공장으로, 신발·옷·건설자재 생산 공장 등 기본적인 내수시장이 형성되어 있는 업종과 합영기업소의 하청공장 등이다.

그 이외에는 목적을 변경하여 부분적으로만 운영하거나 가동이 어려운 상황이다. 공장의 생산공정과는 무관한 내용의 하청을 받아서 노동자들이 수공업적 형태로 작업을 수행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이렇듯 현재 운영되는 북한의 지방기업은 경영능력이나 수완이 좋은 당비서가 주도하는 경우도 간혹 있으나, 대개 경영능력이 있는 지배인(사장)이 주도한다. 각종 ‘비사회주의적 행위’를 앞장서서 해야 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이사회 중심 투자자가 주도하는 합영기업

북한에서 외자가 투자된 기업은 외국인기업(독자기업)과 합영기업, 합작기업 세 가지가 있다. 외국 투자가가 어떤 형태로 투자하는가에 따라서 기업의 운영체계에 큰 영향을 준다. 이 가운데 합작기업의 운영체계는 북한의 일반 기업과 다르지 않다. 합작기업의 경우 외국 투자자가 단지 자금투자만 할 뿐 경영에는 개입하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기업의 운영체계는 북한 일반기업의 틀을 그대로 유지한다. 한마디로 운영체계 면에서 합작기업은 설비제공형 임가공과 크게 다르지 않다.

이에 반해 합영기업과 독자기업은 이사회를 정점으로 하는 운영체계를 가지고 있다. 특히 합영은 합영 당사자들이 다 같이 경영활동의 주체가 되어 공동으로 기업을 관리운영하는 체계이다. 따라서 북한 내 기업 운영의 주체와 형식, 내용 등에서 많은 변화를 추동하고 있다. 가장 큰 변화는 경영의 독자성이다. 이 독자적 결정을 내리는 데 정점을 이루는 핵심기구가 ‘이사회’이다. 이사회는 합영기업의 최고 의사결정 기관이다. 외국투자자측은 이사회를 장악하기 위해 일반적으로 50% 이상을 투자해 합영기업을 구성하는 경우가 많다. 이사회 운영은 처음에 많은 시행착오를 겪었다. 합영회사 운영 초기의 경우 북한은 투자 몫의 비율과 관계없이 이사회를 실질적으로 주도하기 위해 노력해왔다고 한다. 이에 따라 합영기업을 합작기업처럼 운영하려 한다는 비판을 받기도 해왔다. 이렇게 이사회를 파행적으로 운영하면 회사의 미래와 관련한 중요한 전략적 판단을 내려야 할 이사회가 제 기능을 못하게 된다. 이에 따라 회사의 경영 전반에도 적신호가 켜질 가능성이 높다. 이런 경험을 거친 뒤 북한 합영기업에서도 차츰 이사회가 존중되는 방향으로 발전하고 있다. 최근 이사회의 운영사례의 실례를 살펴보면 이사회에서 주요한 안건들이 논의되고 의결됨을 확인할 수 있다. 특히 김정은 정권 들어서 이사회 기능의 정상화를 강조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2016~2017년 민생영역으로 확대되어 전면화된 국제사회의 대북제재가 2019년 현재까지 북한지역에 대규모의 아사를 초래할 가능성은 낮다. 지난 30여 년간 체득한 북한 주민들의 생존력과 서비스업을 통해 발전한 북한 경제가 나름의 자생력을 확보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북한 기업운영의 효율성이 증진되지 않으면 현재 진행되는 북한의 ‘만리마속도창조운동’은 자칫 대중 사상교육 사업에 머무를 가능성이 있다.

● 박영자 통일연구원 연구위원

2004년 성균관대학교에서 정치학 박사 학위를 받고, 숙명여대, 성균관대, 이화여대 등에서 강의를 하며 북한 체제를 연구했다. 현재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 연구위원으로 있으며 통일부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 등의 자문위원으로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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