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3일에 열린 바른미래당 원내대책회의에서 유승민계로 대표되는 손학규 퇴진파들이 채이배 정책위의장을 사실상 인정하면서 갈등이 표면적으로 봉합된 분위기다. 이날 하태경 의원은 손 대표를 향해 내뱉은 ‘나이가 들면 정신이 퇴락한다’ 발언을 사과하기도 했다. 회의에 참석한 의원들은 당 내부의 갈등을 의식했는지 ‘내홍’이란 단어를 꺼내지 않았다.

이번 원내대책 회의는 오신환 신임 원내대표가 두 번째로 주재한 회의다. 이날 오 원내대표는 국회 정상화를 강조하며 바른미래당의 이미지 제고 나섰다. 이동섭, 지상욱 의원 등도 당 내부가 아닌 정부 정책을 비판하는 등 영향력 있는 야당으로서의 모습을 보이려는 모양새였다. 이렇게 바른미래당이 ‘봉합’된 모습을 보인 이유는 퇴진파와 원내대표단 간의 합의가 있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김수민 원내대변인은 이날 “앞으로 원내회의는 생산적 운영을 하기로 내용을 모았다”라고 말했다.

오신환 바른미래당 원내대표(왼쪽)와 채이배 정책위의장이 21일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 참석하며 착석하고 있다. 연합

바른미래당은 4.3 재보궐 선거에서 참패한 이후 숱한 내홍에 휩싸여왔다. 결국 김관영 전 원내대표가 자리에서 물러났고, 패스트트랙 투사로 이름을 알린 오신환 의원이 새 원내대표가 되면서 자체적인 분위기 수습에 집중하고 있다. 아직까지는 오신환 효과가 원내외에서 나타나고 있는 모양새다. 오신환 원내대표 체제 이후로 여야 3당 원내대표가 맥주 회동을 했고, 원내 갈등도 차분하게 봉합되는 분위기로 가고 있기 때문이다.

고비는 최고위회의다. 여기엔 손학규 대표가 자리하기 때문에 퇴진파의 압박 수위가 어떻게 전개될지도 예상하기 힘들다. 우선은 퇴진파가 손 대표가 임명한 채이배 정책위의장을 인정하는 등 갈등은 소강상태로 접어들었다. 그렇다고 내재된 계파 간 갈등이 완전히 사라진 것도 아니다. 바른미래당은 여전히 불안정한 돌다리를 건너고 있다. 야권의 한 재선 의원은 “바른정당계 의원들이 연일 강경한 발언으로 논란을 일으켰기 때문에 부담이 있을 것”이라며 “향후에 진행될 회의에서는 손 대표를 향한 압박 수위가 한 단계 낮아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천현빈 기자



천현빈 기자 dynamic@hankooki.com